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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끄러운 테이블

예술과 철학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다른 층위에서 표현될 뿐 사유의 태도는 같은 지대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서로의 생각을 훔쳐 사생아를 낳는 반복이 이 둘의 역사가 되었는지 모릅니다. 그럼에도 화성과 금성의 남녀처럼 서로에게 에로스를 발견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예술가는 물에 잠긴 달을 표현하고, 철학자는 달이 잠긴 물에 대해 말하니 말입니다. 매끄러운 테이블은 이 둘 사이 패인 홈을 지우는 역할이 되고자 합니다. 예술가는 철학자의 언어를, 철학자는 예술가의 이미지를 서로 차용하고 재생산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예술과 철학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우리 삶에서 어떤 새로움은 모두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현재에 대한 저항이 결여되어 있다”면 시작조차 할 수 없지만 다행히 우리는 시작의 힘을 알고 행동합니다. 그 행동이 예술과 철학입니다. 물론 그 예술이, 그 철학이 종종 피곤으로 몰려올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유하는 행동이 우리 삶을 변화시킵니다. 매끄러운 테이블은 사유하는 행동이 시작되는 공간입니다. 어떤 새로움으로 향하는 시간입니다. 대화에 누구나 참여하여 생각을 확장, 혹은 해체할 수 있습니다.

ㅡ 2022년 10월 1일 저녁 7시 30분, 매끄러운 테이블_1001은 수유너머104 1층 소네마리에서 허민희 작가<동그라미와 이응>으로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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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

동그라미와 이응

나는 지금 며칠째 <매끄러운 테이블> 전시 서문을 쓰는 중이다. 나는 생각을 말이나 글로 표현하는 것을 잘 못하는 편인데, 특히 내 미술 작업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을 더 어려워한다. 전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히 짜임새 있는 글로 만드는 행위는 정말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 몇 배는 어려운 작업인 것 같다. 워드 프로그램 앞에서 괴로워하던 중 소네마리에서 보내주신 <매끄러운 테이블>의 취지를 설명하는 글을 읽어봤다. ‘예술과 철학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로 시작하는 이 글의 편안하고 간결한 문체에 감탄하고 아름다운 내용에 감동하던 중에 마치 ‘네가 글을 못쓰는 건 이상한 게 아니야’라고 말해주는 듯한 깊은 위로를 받고 나서, 단어 하나하나를 골라가며 쓰던 걱정 어린 전시 서문을 지워버렸다. 그러고 나서 전시의 제목을 ‘동그라미와 이응’으로 바꿨다. 전시의 제목을 바꾸면서 이 전시가 내게 갖는 의미가 명확해졌다.

나는 동그라미와 이응, 두 개체의 서로 다른 속성과 같은 모양에 주목하고 생각을 시작했다.

동그라미와 이응은 서체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매우 비슷한 모양을 가진다. 하지만 동그라미는 그림 또는 기호로 불리고 이응은 한글 자음으로 불린다. 이 둘의 관계가 <매끄러운 테이블>에서 말하는 예술과 철학의 관계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모양은 같지만 속성이 다르고 속성은 다르지만 모양이 같은 동그라미와 이응의 관계를 작가인 나와 관객들의 관계와 같은 선상에 놓고, 둘의 대화로 완성되는 전시를 떠올렸다. 먼저 이 두 개체의 속성에 따라서 동그라미는 시각적 언어 그리고 이응은 문자 언어로 설정하고, 전시에서 나는 동그라미 언어에만 집중하기로 한다. 동그라미 언어에 속한 그림은 이응의 언어로 설명되지 않은 채 <매끄러운 테이블>을 통해 전시되는데, 이응의 부재로 인한 영향을 예상하긴 이르지만, 그 결과가 부정적일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작품을 대하는 사람들이 동그라미를 표준화 또는 규격화할 수도 있는 이응에 갇히지 않고 자유롭게 그림을 해석할 수 있을 것이고, 자생적인 이응의 언어로 많은 대화를 하게 될 거라 생각한다. ‘동그라미와 이응’ 전시를 통해 나누게 될 이응 언어의 대화는 내 생각의 범위를 훌쩍 넘길 만큼 다양하고 방대하고 혹은 어려울 수도 있을 텐데, 이 경험은 나에게 생각을 확장하고 새로운 출발을 하는 계기가 되어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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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소개

허민희는 그림 그리는 삶을 살기로 마음먹은 때부터 줄곧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환경을 유지하는 데 노력을 쏟는다. 어떤 외부 간섭으로 그 삶이 지속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그리는 행위가 자신을 정의하게 될 때까지 그림을 그리기로 한다. 작가에게는 그리는 행위가 그 자체로 의미를 갖는데, 그의 작업 방식에서 이 점이 잘 드러난다. 작가는 작업에 착수할 때 좋아하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이미지나 선, 도형 들을 먼저 배치해서 그린 뒤에, 그에 맞는 이야기나 생각을 입히고 다시 조형 요소들을 첨가하고 삭제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전체 구성을 균형 있게 마무리한다. 이 작업 방식은 그림의 시작이 사고가 아닌 행위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는 행위로부터 시작한 그림에 어떤 생각이 들어와서 때로는 이미지와 충돌하고 때로는 이미지를 상승시키며, 이미 존재하는 이미지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에 따라 그림은 다른 주제를 입는다. 이처럼 그림의 제목과 주제는 그림이 행위와 사고와 통합의 과정을 거쳐 완전히 마무리된 뒤에 확실히 정해지기 때문에, 작업 시점에 따라 그림의 형식이나 주제 등이 변한다.

2017년에 선택된 것과 버려진 것을 가르는 기준을 제거하면 보이는 것을 주제로 첫 번째 개인전 <Transparent 1/2>을 팔레드서울에서 열었고, 2020년에 사이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 두 번째 개인전 <같다, 같지않다>에서는 인간관계의 미묘한 상황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시도를 했다. 참여한 그룹전으로는 <Light 2021>(CICA museum, 2021), <International Postcard Show>(Surface gallery, 노팅엄, 2020), <여수국제아트페스티벌>(여수EXPO, 2016), <The illusion of mind>(키미아트갤러리, 2016)외 다수이다.

수상으로는 2019년에 일본 도시마구의 협찬으로 개최된 <제3회 Art Olympia>에서 작품 ’라이트 드로잉’으로 Semi-Honorable Mention을 수상했고, 2021년에 이탈리아 외무부와 문화부 등의 후원하에 개최되는 <제15회 라구나 예술상>에 최종 진출자로 선정되었고 그 부상으로 아르세날레 디 베네치아에서 열리는 라구나 예술상 전시에 선정작 ’문라이트’을 전시하는 특전을 얻었다.

이번 전시 ‘동그라미와 이응’에서는 작가가 자신과 작품의 일체화를 시도하기 시작한 2016년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작품을 선보이려 한다. 즉흥적으로 그린 드로잉 <순간의 좌표>(2016)를 시작으로, 과거의 물리적 흔적을 현재에 박제한 작품 <타임머신>(2018), 빛의 모양을 복잡한 선과 도형으로 묘사해서 마음상태를 표현한 <라이트 드로잉>(2017~현재) 그리고 인간관계를 두 개의 도형의 관계에 빗대어 그린 <제곱 센티미터>(2020)와 역시 인간관계를 기하학적 풍경으로 해석한 <문라이트>(2019~현재) 등을 전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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