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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8. 20.

김인선

<구경꾼이 삼킨 창작자들>

작가와의 대화 기록

 

 

넝구(사회자) : 이곳에서 전시를 준비하시면서 어려운 점이 있으셨나요?

인선(작가) : 네- 이곳이 아무래도 전시공간이자 수유너머 회원분들의 공용공간이기도 해서 그점을 생각해서 전시를 계획하는데 제일 힘을 쏟았던 것 같아요. 여기 제가 처음 왔을 때 인상적이었던게 1층에는 서점이 있고, 공용카페에 선반들이 많고, 2층에는 벽 한 면에 공용서재가 좌르륵 있는 모습이었어요. 저는 그 서재가 굉장히 탐이 났었어요. 그래서 아, 이 공간에 내가 들어올 때 책장, 선반에 익숙한 공간이니 선반들을 죽 놓고 나만의 콜렉션으로 비슷하면서 조금은 다른 형태, 모양새로 들어오자, 생각했습니다.

 

넝구 : 그럼 어떻게 이런 작업을 하게 되셨나요?

인선 : 평소에 전시나, 공연, 책, 영화 등 많은 작품들이 쏟아지는데 제가 과연 그것을 잘 흡수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어요. 어떤 때는 몇개를 묶어서 동선을 만들어 도장찍듯 다녔는데 가끔은 그런 저를 보고 회의감이 들기도 했거든요. 그래서 제가 본 것들을 잘 기억하고, 음미하고, 관객으로서의 이런 행위가 충분히 의미있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었고, 저 자신에게 역시 확인받고 싶어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게 가장 중요했고 큰 이유가 됐어요.

넝구 : 저는 궁금한 것이 많지만 여러분들이 질문을 해주시는게 더 좋을 것 같아서 혹시 작품 미리 보신 분들 중에 질문있으신 분들 있으시면 마이크를 넘길 수 있으면 넘겨주시고요, 아니면 큰 소리로 해주시면 됩니다.

 

관객1 : 영상을 보다보면 끊임없이 무언가를 씹으시잖아요.

인선 : 네~

관객1 : 저기 곰돌이가...하리보 젤리가 중간중간에 있더라고요. 저 곰돌이를 씹으시면서 이야기를 하시는건지.

인선 : 네네. 하리보도 있고요. 껌, 사탕, 과자...뭐 스낵처럼, 스낵같은 것들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하는데요, 그것을 생각했었던 이유는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맨처음에 영상을 시작했던 건 아니었고 한 두 장씩 드로잉을 했었었는데, 저는 다 알아보는데 어떤 설명 없이는 그 과정을, 제가 어떤 프로세스로 그렸는지 다른 분들은 아시기 힘들거란 생각이 들었고, 그럼 이것의 설명을 담는 영상을 만들면 또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그냥 이것을 설명하는 영상이면 부가적인 느낌이지 영상작업같은 느낌은 안 들 것 같았어요. 그래서 영상을 만든다면 이것을 좀 더 정확하게 설명이 아니라 제가 드로잉을 했었던 것처럼 다른 감각의 차원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었고, 그럴 때 제가 곱씹으면서 음미하면서 나름 드로잉했었기 때문에 그것과 연결되는 방식을 생각하다 보니까 아 껌...잘근잘근 씹으면서, 사탕을 입안에서 돌려가면서, 젤리를 야금야금 먹으면서, 그런 방식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가볍게 저도 소비했고요. 막 깊이 생각했던 적도 있지만 어떤 때는 필요에 따라서는 고만큼, 스낵 먹는 것처럼, 알고싶은 만큼만 한 것도 있기 때문에...네, 저는 그래요. 그래서 나름 대본이 있습니다.

넝구 : 아

인선 : 말들 사이 구간에 그 소리가 잘 나겠금 제가 소리를...네.

 

관객2 : 일어나서 얘기할까요?

넝구 : 네네

관객2 : 보면서 첫 인트로부터 궁금한게 있었는데 창작하는 것을 카레만드는 과정으로 표현하셨는데 마지막에 나오는 그 현미밥은 자막이 안 나왔는데 그건 어떤...

인선 : 아 제가 원래 그게 있었는데요. 고민이 좀 많았어요. 그게,

관객2 :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관객들로, 여기 오신 사람들로 생각해도...그걸 삶는(?) 카레가 되는 모습으로 보여서

인선 : 아-그렇게 보실 수도!ㅋㅋㅋ

모두 : (웃음)

인선 : 그렇게 보실 수도 있어요ㅋㅋ제가 원래 생각했던 것은 감상이나 어떤 생각이 신체 안에, 무형의 모습으로 있는건데 제가 그것을 2차 창작, 리뷰드로잉,영상이라는 매개를 통해서 구현해서 유형화시켰을 때 어떤 물질이 된다는 것이 조금은 비슷했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카레 먹을 때 카레 국물만 먹는 사람은 없잖아요. 비벼서 뭔가 씹는 맛이 있으니까 더 카레라이스가 맛있는거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근데 그 카레라이스에서 밥만 뺐을 때는 사실 그냥...네. 그것이 섞였을 때 의미가 더해진다 생각을 해서 그렇게 했습니다.

넝구 : 아 그런데 마지막에 왜 자막이 없었냐고...

인선 : 저도 고민하고 있어요. 그게 여기서 만든 영상 중에 최근에 만든 겁니다.

관객2 : 개인적으로는 없는게 좋을 것 같아요.

인선 : 아-

관객2 : 다른사람들도 좀...

인선 : 네...감사합니다ㅋㅋ

모두 : (웃음)

인선 : 그러게요. 저걸 왜 뺐을까. 저도ㅋㅋ그런의미가 있다고 생각이 들었나?어쨌든...

넝구 : 음-그럼 의도적으로 빼신거죠?

인선 : 오 네ㅋㅋㅋ

넝구 : 그런걸로 하고, 혹시 다음 질문 있으신분.

 

관객3 : 저쪽작품 보니까 수유너머에 익숙한 철학자들?

인선 : 하하

관객3 : 베르그송도 있고, 고병권선생님 책도 있던데. 되게 재밌더라고요. 그래서 작가선생님한테 그런 인문학 책이나 이런 것들을 읽을 때 어떤 느낌이 드는지? 저는 표현한 것 보면 제가 읽는 독서방법이랑은 좀 다른 것 같거든요. 이미지가 떠오르시는건지...

인선 : 어떻게 다른지는 사실 비교를 하셔서 다름을 아는데 저는 사실 뭐가 다른지...

넝구 : 음-

인선 : 일단 모르지만,

관객3 : 저는 키워드나 문장이나 이런걸로 주로 기억을 하는데, 봤을 때 느낌이 어 저렇게도 할 수 있구나. 신기한 생각?

인선 : 저는 저게 왜 필요했냐면, 여기 계신 분들은 슥슥슥, 스르륵 읽으실 것 같은데 저는 나름 시간을 들여서 읽었어요. 그렇게 읽은 것을 좀 간단하게 시각화시키고 싶었었어요. 한 철학자 안에서도 여러가지 내용들이 있는데 그것을 제가 키워드로만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아요. 어떤 모습으로, 모양, 형상으로 기억하고 싶었고, 왜냐하면 저는 그렇게 기억했을 때 더 잘 나고, 생각전개도 훨씬 잘 되더라고요. 익숙하더라고요. 그래서 연결해서 말씀드려보면, 음- 그림그리는 사람? 뭔가를 표현하는 사람의 생각전개방식은 그것에 적합한 방식이 따로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좀 많이 했었어요. 뭔가 제가 글을 읽고 그것을 기록하고 요약하고 싶을 때 글도 있지만 그게 저에게 딱 맞는 방식은 아니라고 많이 했었거든요. 그것에 익숙해지기 위해서 노력을 했었던건데 그게 과연 그 노력이 필요하지만, 다른방식을 찾는게 오히려 더 필요한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어서 시작을 하게 됐었고 여기에는 좀 더 그런 드로잉을 좀 더 몰아서 놨어요. 왜냐하면 이 공간..이시더라고요. 그런 공부하는, 토론하는 그런 행위들이 저 지역 안에서 본격적으로 일어나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서 이쪽(반대편)보다는 좀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너무 말이 많았나?ㅋㅋ

모두 : (웃음)

 

넝구 : 혹시 또 질문있는 분 있으시면...그, 우리 작가분께서 지금까지 했던 아티스트 토크를 굉장히 열심히 읽고 오셨었는데 회원들끼리 나누는 아티스트 토크를 가장 기대하셨다고 하셨어요.

모두 : (웃음)

넝구 : 오늘은 뭔가 예열이 덜 된 것 같은데

인선 : 어, 제가 여기에 공모를 넣어서, 감사한 기회에 하게 됐어요. 근데 제가 여기에 넣었을거 아니에요 공모를. 그 때 여기서 하고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 여러가지 이유 중에 솔직히말해서ㅋㅋㅋ너무너무 신기했었어요. 한 작가의...저도 어떻게 보면 제 마음대로 곱씹고 해석해보고 하는 거였는데. 어떻게보면 다른 전공이라고도 할 수 있는 거 잖아요? 크게 말하면 인문학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럴 때 이런 곳에서도 이야기가 오고가고 하는구나.ㅋㅋ

넝구 : 아 네 질문있으세요? 1시간 전에 오셔서 감상을 많이 하셨기 때문에 질문이 많으실 걸로 압니다.

모두 : (웃음)

 

관객2 : 전시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관찰자 입장, 즉 감상자 입장에서 작가의 작품에 맞게 시선을 옮겨야되는지 제목에 맞게 시선을 옮겨야 되는지.

인선 : 제목이요?

관객2 : 타이틀. 전시에 맞춰져 있는 타이틀이 있잖아요.

넝구 : 캡션 내용. 캡션 제목.

인선 : 아-그거는 우선은 하고 싶으신대로 보시면 되지만 그건 좀 너무 열려있는 말인 것 같고, 지금 캡션이 두가지가 있는건데요, 위에 있는거가 원작인거고 아래 있는거가 제가 그린거에요. 그래서 그 타이틀보다... 그 타이틀을 보세요라는 의미로 저는 쓴 건 아니고요 이것의 원작을 정확하게 명기하기 위해서 쓴 거기 때문에 오히려 그 답에 말씀드리면 밑에 있는거에, 그리고 그 두 개가 병치된 상태, 시차? 이런거에 초점을 맞추는게 좀 더 재밌지 않을까란 생각이 있습니다. 그리고 영상들이 조금 길어서 사실 감상시간이 좀 필요하실 거에요...그래서! 유튜브, 채널 유튜브를 만들었어요. 아싸라라는 이름으로 채널 유튜브를 개설했고 여기에 많이 올라와 있어요. 모니터 당 영상을 두세개씩만 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 양을 ...이게 안되니까 제가 유튜브를 개설해서 여기에 없는 영상들이 업로드 되어 있기 때문에 심심하실 때 보실 수 있으실 겁니다.

 

넝구 : 혹시 또 없으시면 제가 질문을 해보죠...여기 보시면 작품이 크기가 좀 작잖아요. 저도 그래서 오히려 유튜브에다가 이 작품을 올려서 설명해주시는 식으로 하는 전시가 제법 많이 어울린다고 생각을 했어요. 유튜브로 하는 전시라고 해야되나? 채널을 다르게 해서? 작가분께 궁금한건데, 그런 유튜브같은 채널을 이용한 전시?가 무형의 전시같은 거 잖아요. 기록은 남아있지만. 그거랑 이렇게 공간에 하는 전시랑 다른지, 비슷한지? 나는 앞으로 이런 방향으로 더 갈거야, 라던지 그런 생각들이 있으신지 궁금해요.

인선 : 다르고요...솔직히 말씀드리면 책자나 유튜브발행이 좀 더 간편한 방식인 것 같아요. 네, 그렇지만 이게 실물 사이즈로 등장했을 때 저의 행위를 좀 더 상상하실 수 있을거라 생각해요. 왜냐하면 책자나 유튜브는 모니터나 출력된 사이즈에 일률적으로 맞춰지는거지 제 드로잉 사이즈에 맞춰지는 건 아니기 때문에요. 드로잉사이즈가 작은건 최대한 짧은 호흡으로 기록하듯이 하기 위해서 저는 의도적으로 작은 사이즈를 고집한 거기 때문에 그것과 원작들 몇개랑 물질적으로 같이 배열되어 있고, 한 궤적을 눈 안에서 볼 수 있다는 건 또 다른 점인 것 같습니다. 또 고민해 봐야 할 것 같고요. 조금 더 전시라는 매체로만 보여줄 수 있는게 또 있기 때문에요. 그런 점에서 저에게 또 숙제인 것 같습니다. 근데 왜이렇게 말씀들이 없으세요ㅋㅋㅋ

 

관객4 : 저는 좀 늦게와서, 설치할 때 조금조금씩 봤는데, 다른 전시장의 휠체어 장애인을 고려해서 눈높이를 맞춘다는 얘기를 들었고. 저같이 키가 작은 사람들이 높은 칸을 보기에는 잘 안보이고, 또 노안이 온 사람들한테는...

모두 : (웃음)

관객5 : 전시 디스플레이, 컨셉 자체는 굉장히 누구나 접근가능한 굉장히 쉬운 방식의, 자기가 노트에 낙서하듯이 정말 작은 엽서크기에 요런...컨셉자체는 친근하고 좋다는 생각이 드는데 글씨가 작아서 너무 금방금방 잘 안되는 난점이 있어서 그런게 아쉬웠어요. 그래서 영상을 좀 많이 봐야할 것 같아요.

인선 : 선반은 제가 고민이 있었어요. 높은건가 아닌가. 저도 긴가민가 했었었고, 글씨가 작은건...그렇네요. 저도,

관객5 : 어쩔 수 없긴 한데ㅋㅋ

관객6 : 한가지 우리가 약간의 사물의 도움을 받는다면 돋보기를 몇 개 놔둔다던지ㅋㅋ

인선 : 네네, 중요하게 생각을 좀 해볼게요.

 

관객6 : 그렇게...작가의 욕망과 우리의 욕망을 사물이 잘 이어주지 않을까. 이어서 저는 삼킨, 구경꾼이 삼키다라는 의도를 조금 말씀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왜 삼키다가. 왜 구경꾼이 씹은, 이런 것도 아니고, 잘근잘근 씹은 그런 것도 아니고, 구경꾼이 들여다 본? 도 아니고 삼켜버렸다는게 어떤 의미인지.

인선 : 음...일단 저는 감상을 통해서 제 몸 안에 들어왔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보면서 체화되었다? 그런 의미랑 좀 비슷한 단어가 없을까 생각을 하다가 삼키다라는게 나왔고요, 저번 전시 타이틀이 고르고 곱씹고에요. 그래서 그것과는 또 부딪히지 않겠금? 그래서 씹는다는 단어를 택했던 것 같아요.

관객6 : 체화되었다...

인선 : 네 체화되었다라는 말이 더 정확하지만 좀 더 비유적인 단어를 써 보고 싶었어요.

넝구 : 네, 이제 질문을 받는다면 마지막 질문정도가 될 것 같아요.

인선 : 안되는데!

모두 : (웃음)

넝구 : 이제 제가 보기에는 질문을 하실 수 있는 기회는 한 번 정도 하고 작품을 보고 싶으실 것 같아요. 그래서 한 분 정도만 질문을 받은 다음에 작품을 보실 수 있는 시간을 드리면 어떨까. 작가분께서 계속 여기 계실 거니까, 보시면서 질문하시고...또 좋은 기회 잖아요. 그렇게 하셨으면 좋겠어요. 마지막 질문. 네, 감사합니다.

 

관객7 : 작품 되게 좋았어요. 저도 책을 볼 때 이미지로 나열시키거나 연결시키거나 해보거든요. 하나하나 보다 보니까 작가님이 내 놓은 실뭉치가 보이는 것 같아서 하나하나 푸는 맛이 있었어요. 근데 영상보다보니까 손을 많이 이용하시더라고요. 각 영상마다 손 모양이 약간씩 달라요. 어떤건 반지를 끼고 있고 어떤건 맨손이고, 또 손 모양이 어느순간에는 소리없이 손만 움직이고, 그런걸 봤을 때 어떤 메세지를 주고 싶은 것 같은데 영상에 손이 그렇게 많이 등장하고, 차지하는 이유가 뭔지 궁금해요.

인선 : 네 이거의 아이디어의 시작은 사실 저 친구가 줬어요.

일부 : (웃음)

인선 : 뭔가...저도 그 말이 맞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비언어적인 표현이 같이 들어가야된다는 생각이 있었던 거에요. 뭐를 씹으면서 캐쥬얼하게 말을 하는 것처럼 제가 손으로 지칭할 때도 있지만 고민할 때...이렇게 가만히 있거나 이렇게...뭐라고 해야되나요 그 특유의 고민하는 제스춰가 제 말에서도 나오겠지만 손끝에서도 표현이 된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래서 손이 어울린다고 생각했고, 반지는 저 영상에서만 끼게 됩니다. 영상을 다 보시면, 아녜스바르다 다큐멘터리 영상에서만 반지를 꼈는데요, 제가 그 작가의 작업 하나하나가 보석같다고 생각했고 그것을 보석에 비유해서, 제 드로잉 중에 보석을 그리고 오려서 반지를 만든겁니다. 그거를 끼고 얘기를 하는거고요, 그렇기 때문에 영상 초반에는 왜 이 사람 갑자기 반지를 끼고 나왔지?라고 생각을 하실 수 있지만 영상 끝까지 보시면 그 이유를 아실 수 있어요.

모두 : (음-정적,웃음)

관객7 : 곱씹은, 버무려진, 삼킨. 소화기관, 감각기관이랑 연결되서 작품 설명한게 특별한 뭔가...

인선 : 앞서 말씀드렸던 것 처럼 몸 안에 체화된, 흡수된...

관객7 : 체화도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소화기관에,

인선 : 어-저는 그것밖에 생각을 못 했던 것 같아요.

일부 : (웃음)

인선 : 사실 소화라는 개념이 저에게 흥미로운 것이, 굉장히 말도 안되는 다른 건데, 제가 이걸 먹으면서 제가 되는 거 잖아요. 그것을 굵게굵게 씹고, 그것이 잘게 부서지고 그것이 넘어가면서 산성화되고 흡수되는 이 과정 자체가 감상하는 것과 닮아있다고 생각했어요. 다른 작품인데 감상을 통해서 이해하게 되는 과정? 이해가 탈락되는 것도 물론 있지만 이해가 되는 과정에서 제 것이 되고, 그렇기 때문에 제가 나중에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낼 때도 내 생각이라고 아이디어를 내지만 사실은 어디에서 본 것들을 무의식 중에 내가 영향을 받아서 낸다라는 생각이 기저에 깔린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관객7 : 근데 감각이 굉장히 많잖아요. 촉각, 후각, 미각 등등. 얘기를 듣긴 했지만 소화기관이 많이 작동하네? 그게 특별히 자기가 체화라는 것을 생각할 때 소화기관에 특별히 열려진...그런 것들이 있을까? 확장되어 있을까?

인선 : 그렇게 생각은...

관객7 : 내 외부를 인식하는데 소화기관에 더 많이 집중하고 있다?

인선 : 네네...그렇게도 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촉각, 미각, 후각 여러가지 감관들이 있지만 그 감관들은 거기에 그친다는게 또 기저에 깔린 것 같아요. 제 내부로 들어오는건 또 다른거? 영양분이 되는건 아니잖아요.

관객6 : 제가 왜 삼킨,을 물어봤냐면 소화...라는게 굉장히 재밌었거든요. 소화라고 하는 것은 내 것이 된다. 저 작품이 씹어서 내 것이 된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사실 내 것이 되는 것도 있고 어떤 걸 먹으면 또 설사를 할 수도 있고

인선 : 네 맞아요. 배출이 되죠.

관객6 : 배출이 되고 일단 내가 100%먹어도 나한테 다 흡수되는건 아니고 그런 의미가. 작품이란게 그렇잖아요, 어떻게 다 내 것이 되겠어요. 나는 그것을 얼마만큼 소화해낼 수 있을까, 그것을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데, 이렇게 들어가는건 들어가고, 빠져나가는건 빠져나가고, 그런 것들이 잘 표현되어있다라고 생각이 들어서 뭔가 꿀꺽 삼키면 좀 덜 씹는거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어요. 삼키는 감각이라고 하는게 외부랑 만나서 내가 되기도 하고 내가 안 되기도 하고 이렇게 좀 더 열려있는게 아닌가. 그런 생각을 했었어요.

 

넝구 : 질문을 여기서 마치려고 했는데,

관객8 : 그만해야 한다고 하니까 더 해야할 것 같아ㅋㅋ

모두 : (웃음)

넝구 : 제가 바로 그걸 노린거에요ㅋㅋ

관객8 : 제가 막 급하게...비디오는 보지도 못 하고, 안보이는 눈으로 봤는데, 여기있는 것들이 대개 보니까 이미지...이런거라기 보다는 다이어그램적인 느낌이 강해요.

인선 : 맞아요.

관객8 : 다이어그램 느낌이 강한데, 책을 보고서 이걸 그렸을 때는 아마 아티스트인 분이 씹어 삼켰을 때 발생하는 소화의 과정들 혹은 그 책과 만났을 때 신체 안에 발생한 힘들의 움직임의 양상들, 이런 것들을 표현한 다이어그램이라고 보이는데, 아티스트들이 다 똑같진 않겠지만 가령 유형화해서 얘기한다면 아티스트들하고 저같이 개념적으로 공부하는 사람들하고, 또 다른 사람들하고 굉장히 다를 것 같거든요. 그래서 우리는 저 책을 보면 어떤 식의 다이어그램이 우리 신체 안에서 일어나게 될까. 이런 상상을 하게 하는 것 같고, 그래서 이게 언제까지죠? 시간이 좀 있으니까 몇몇 책들을 다른 사람들이 좀 읽어오고서 발생하는 일들을 다이어그램으로 그려보라고 했을 때, 그것을 여기다 갖다놓으면 어떨까.

모두 : 오 굿-!(웃음)

인선 : 아 네ㅋㅋ 생각 해 보겠습니다.

모두 : 좋은 것 같아요.

넝구 : 작가님 이런걸 기대하신거죠?

일부 : (웃음)

인선 : 그리고 다이어그램 말씀하셨었는데 저도 그거 보면서 구조도?를 제가 그리고 싶은건 아닌가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구조화시켜서 한 눈에 들어오게끔. 제가 하는 양상을 봤을 때 거의 초중반은 구조화시키는거고 좀 더 많이 진행이 되다보면 어떤 한 장면을 그리고 싶은 욕구가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그 장면까지 가는게 있고 장면까지 안 가는 것들도 있고 그 차이는 있습니다.

관객7 : 참 좋은 생각인 것 같아요. 여기 계신 분들이 책을 많이 읽어 온 분들이니까 이 분들이 그리면 어떻게 그릴까. 작업을 확장시키는, 서로 커뮤니케이션되는 부분이 있을거에요.

인선 : 네네 저도 한번 머리를 굴려보도록 하겠습니다.

관객7 : 그러니까 소화기관 뿐만아니라 또 다른ㅋㅋ

일부 : (웃음)

관객7 : 비비거나 꼬집거나 이런 식의...책을 읽으면 꼭 그것 뿐만 아니라 강타하는 어떤 감각이 있을테니까. 다른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넝구 : 찔리거나 베이거나. 좋은 아이디어 감사합니다.

인선 : 네

넝구 : 혹시 또...

인선 : 와 질문 환영.

 

관객9 : 아까 이전 전시 고르고 곱씹고에 대해서 짧게 얘기해주셨는데 제가 그 전시를 놓쳐서 그것들이 리뷰드로잉이 들어간 걸로 알고 있는데 이 전시를 기획하실 때 그 전시랑 어떻게 가장 큰 차이점이 있는지.

인선 : 음...맞아요. 그때랑 작업들의 양상은 비슷하고요. 저기있는 아녜스바르다나 카레만들기처럼 좀 더 확장된 표현?에 좀 더 중점을 맞춰보고 싶었습니다. 그거랑 그런 생각도 좀 들었어요. 제가 그때 전시 때 받은 질문 중 하나가, 어떤 기준으로 이런 것들을 선별해서 드로잉을 하시냐, 보는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을텐데, 물론 제 딴에는 많이 하려고 하지만 그게 불가능하단 말이죠. 그래서 분명히 선택된 지점이 있었을텐데, 게다가 이것은 전시라는 단상 위에 있는거기 때문에 또 다르단 말이죠. 골라서 놓은건데 그 기준들이 뭐냐는 거였어요. 근데 그때 든 생각이 저는 공식적으로 미술계에서 기억되는 작업이 있다고 생각을 했었어요, 전시들이. 근데 제가 보는 것들이 그것에 부합될 것 같은 전시들도 있지만 아닌 것들도 있거든요. 근데 그것과 관계없이 제가 기억하고 싶은건 또 달라요. 그래서 저라는 사람의 기준에 맞는, 기억하고 싶은 것들을 그린다고 생각했고 그것에 좀 더 포커스를 잡았던 것 같고, 그렇게 생각을 하다보니 여성작가들한테 관심이 좀 더 가게 됐던 것 같아요 더. 그리고...전시로 보여드릴 수 없었던 작품도 있었어요 네, 그렇지만, 어쨌든, 네. 말이 좀 횡설수설 했지만 네.

넝구 : 전시를 통해서 보여줄 수 없었던 작품이란게...그렸는데 전시를 못 하신건지. 아니면.

인선 : 작업을 다 했는데, 여기에 언급된 작가들 중에 특히 영상으로 오랜기간 제가 만든 경우, 특히 오마쥬같다는 생각이 드는게 아니라 제 관점으로 해석해버렸다고 생각한 경우 제가 메일을 보내요. 작가들한테.제가 이러이러한 작업을 했고 전시를 할거다. 제가 그것을 알리는게 예의라고 생각을 해서요. 근데 그렇게 했을 때 좋다라고 반응을 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불편해하시는 분도 계셨어요. 그랬을때, 저는 이것을 처음 겪어봤기 때문에 그래서 그 지점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게 됐습니다. 사실 되게 욕심나는, 되게 넣고 싶었었는데. 그 지점을..저의 행위는 드러나되, 그 사람은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일부 : 음-

관객9 : 그럼 그 작품은.

인선 : 뺐습니다. 완전 뺐습니다.

관객8 : 아녜스바르다 감독은 올해 돌아가셨지만 다 그럼 연락을 한다는 얘기인가요?

인선 : 아니요. 제 해석으로 완전...파악했다가 아니라 어떤 관점으로 해석해버렸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리무,이주요. 이분들 위주로 돌렸습니다.

 

넝구 : 제가 하나 더 질문 해 볼게요. 그림을 하나 그리실 때 소요되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거든요. 그리고 더해서, 어떤 것들은 이렇게 하나만 놓으셨는데 어떤 것들은 위아래로 놓으시고 어떤 것들은 포개서 놓으셨어요. 그런 것들을 좀 설명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인선 : 아 네네. 한 장을 그릴 때 원래 규칙이 있었어요. 15분을 넘지 말자. 그 시간을 지키는게 굉장히 중요했습니다. 그래야 지치지 않고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리고 시간제한이 있을 때 저도 모르는 어떤 적극적인 힘이 나와서. 그런 저를 보는 것도 재미있었고 그리고, 그 시간제한이 있을 때 더 기억하고 싶은 것들이 뭔지 더 볼 수 있더라고요. 그런 이유가 있었고, 겹쳐놓은 것은 굳이 드로잉 한 장 한 장을 전면에 내세울 필요가 없다, 그것을 곱씹는 횟수를 보여주는게 더 중요하다라고 생각됐던 것들을 겹쳐서 놨고요, 그러면서도 한 장이라도 더 놓기 위한 이유도 30%정도 있고요.

 

넝구 : 네 그럼 더 질문하실 분이 없으시면,

인선 : 아, 저 하나 더. 마음에 안든다 이런거 없어요?

모두 : (웃음)

인선 : 이렇게 할 수 있었을텐데...아, 글씨 크게.

관객8 : 작은글씨여서 저 자체로 예쁘고 사적인 생각의 텍스트를...그게 체화된 거에 대한 사적인 기록같아서 되게 좋은데 저같은...돋보기가 있으면 될 거 같아요.

일부 : (웃음)

관객8 : 글씨가 큰거는 안 예쁠 것 같아.

관객6 : 사물의 도움을 받는게 낫죠.

인선 : 염두하겠습니다. 그거랑 선반이 너무 높아서 네네.

넝구 : (관객3에게) 키가 좀 크시잖아요. 허리가 아프진 않으셨는지.

관객3 : 너무 낮지도 않고 저한테 또 적당하지도 않아서 약간 애매한?

인선 : 아 -

 

관객1 : 주로 회색지에 그리셨잖아요? 특별한 이유가 있으세요?

인선 : 원래는 더 완전 회색종이에만 그렸었어요. 그거는 제가 가장 익숙한 거기 때문이에요. 저는 흰색종이보다 원래 페인팅을 굉장히 좋아해요 제가. 회화과 전공인데. 그래서 바탕이 어느정도 있는 거 위에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식으로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식을 많이 좋아했었는데, 흰종이보다 한 톤 칠해져있는 것이 저한테 맞는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펜이나 색연필도 있지만 좀 더 오일리한 크레파스나 수채물감도 과슈를 섞어서 똔똔한? 그런 질감이 많은 것이 제가 그런 것에 익숙하기 때문에 그랬고요, 근데 요번에는 흰색 종이를 쓴 이유는 여기에 올라와 있지는 않지만 제가 호크니 그림도 했었는데, 따라서 한번 그려봤는데 흰색종이에 그려야 되겠더라고요. 그 느낌을 제가 배우고...하려면. 그러면서 굳이 회색종이를 습관적으로 고수할 필요는 없겠다라고 생각해서 그것을 기점으로 섞어서 이번 전시에 하게 됐습니다.

 

넝구 : 네 그럼 마지막으로, 혹시 질문 없으시면 작가님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씀 있으시면 하시고 (관객분들은) 전시를 관람하시면 되겠습니다.

인선 : 저는 너무 좋아요 이렇게. 이렇게 와주셔서... 자족적이지만, 자족적이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그것의 접점을 찾는게 숙제고 제 작업의 묘미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런 것들을 보여드리게 되서 저는 좋고, 많은 말씀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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