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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블연구소] 기후정의 선언문

Jae 2022.11.08 19:56 조회 수 : 87

기후정의 선언문

 

테제1. 기후위기는 젠더위기, 소수자위기, 비인간위기이다. 
해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행성은 모든 것이 관계로 얽혀 있다. 한 생명이 태어나면 다른 생명들이 영향을 받으며, 그 생명이 죽으면 다른 생명체들이 그 죽음을 연료로 살아 간다. 이 관계 안에는 인간과 생명체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비인간은 이 생명의 그물 속 능동적인 행위자로 오랫동안 행성을 유지해 왔다. 대지와 그 대지 위의 모든 암석들, 물과 공기 그리고 우주에 붙박힌 별들과 날아 다니는 유성들 ... 비인간들은 이 전체 그물망 안에서 제 역할을 해 왔으며, 지금도 그러하다. 따라서 기후위기는 당연하게도 비인간의 위기이기도 한 것이다. 그리고 이 위기 안에서 비인간의 능동성이 침해되고 그로 인해 환경이 급속히 쇠락할 때, 인간은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모든 인간인가? 이 물음에는 예/아니오가 분명하지 않은 답변이 준비되어야 한다. 기후위기는 모든 인간에게 평등한 묵시록을 선사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억눌린 자들, 소수자들에게 더 가혹할 것이다. 소수자들은 이 위기의 생산자의 위치에 있는 순간 보다, 그것으로부터 고통을 겪는 순간이 더 많다. 인류세와 자본세의 시기에 전체 인구의 20%가 저지르는 환경 범죄는 80%에 달하는 소수자들에게 재앙과 같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소수자들 중 여성들, 그 중 주류 계급과 인종에 속하지 않는 여성들은 그 자체가 기후 위기에 더해 젠더 위기를 겪을 것이다. 젠더 위기는 이런 여성들을 더 길고, 위험하고, 가혹한 노동으로 몰아 넣고, 생계를 위해 목숨을 걸라고 위협한다. 

 

테제2. 기후위기는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 배태되었고, 따라서 기후정의는 자본주의의 변혁을 동반한다.
해제: 인류세는 자본세를 핵심으로 한다. 즉 인류세의 기후 위기는 자본주의의 발전과 더불어 심화되었다. 17세기 산업혁명 이래 대기와 물, 그리고 토양 속에는 독성물질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자본가 계급은 이러한 기후 위기의 책임을 지기는커녕, 그것을 다시 상업화하여 이산화탄소 배출권을 사고 팔며, 자신들의 근본적인 범죄행위들을 은폐하기 급급하다. 기후정의는 최종적으로 경제적 불평등이 기후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것을 똑똑히 직시하면서 시작될 것이다. 이 불평등은 곧 개발도상국들의 경제개발을 부추기고, 무한경쟁 안에서 국가간에 경제 수준의 격차를 좁히라는 위협으로 다가온다. 개발하고 진보하고, 발전하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것, 하지만 그 어떤 개발도 경제위기를 막지 못하며, 더욱이 기후위기를 벗어나게 만들지 않는다. 따라서 개발, 진보, 경쟁이라는 자본주의의 그릇된 방향성은 기후정의를 통해 변혁되어야 한다. 

 

테제3. 기후정의운동은 사회불평등을 악화시키는 녹색자본주의가 아닌 생태적 전환 경제를 추구한다. 
해제: 지구행성은 하나의 신진대사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신진대사를 기능부전 상태에 빠트리는 것은 바로 자본주의의 사회적 불평등이다. 국내 자본가들과 다국적 기업들은 이 불평등을 은폐하고, 기후위기의 심화의 책임을 교묘하게 위장하여 상업화한다. 녹색자본주의는 이 교묘한 사기의 다른 말이다. 이는 마치 부실채권에 대한 보험을 다시 채권화하여 팔아 치우며 이윤을 획득하는 금융자본의 사기질과 너무 닮았다. 환경위기를 상품화하고 사람들의 불안감을 극대화하여 환경 상품 따위를 팔아치우고, 그것이 곧 기후위기의 극복 대안인양 녹색자본주의자들은 떠들지만, 그것은 위장된 개발일 뿐이다. 따라서 우리는 지속가능한 개발이 아니라 지속불가능한 개발, 항구적인 생태적 전환 체제로 나아가야 한다. 이 경제는 보다 가난할 것이고, 보다 비경쟁적일 것이며, 또한 보다 느릴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이 기후위기를 해결할 진정한 길이다.  

 

테제4. 모든 생명체를 위한 생태민주주의와 지구민주주의를 수립해야 한다.
해제: 지구행성의 신진대사 안에 엄청나게 복잡한 관계성을 구축하고 있는 생명체들은 그 자체가 유일하고, 고유한 존재다. 하나의 생명이 태어나고 죽는 것은 그 그물망을 질적으로 변환시킨다. 우리는 이러한 변환을 대규모 멸종 사태가 도래하고 나서야 깨닫곤 한다. 그리고 그런 사태를 어떤 개별적인 생명체의 죽음 정도로 여기곤 한다. 하지만 북극곰의 개체수 축소는 곧 지구 온난화와 얽혀 있으며, 아마존 밀림에 서식하는 어떤 개체군의 멸종은 대규모 벌목과 그로 인한 토양침식과 연관된다. 우리는 이 생명체들을 인간과 동등한 개체들로 인정해야 하며, 그들을 멸종시키고 서식처를 훼손하는 행위 자체가 민주주의 질서에 어긋난다는 것을 끊임없이 외치고, 정당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생태민주주의와 지구민주주의를 전인류의 가치로 승격시켜야 한다.  

 

테제5. 기후 재난의 당사자로서 함께 연결되어 있는 우리 모두의 공동체적 관계에 응답해야 한다.
해제: 지구행성은 얽힘의 공동체다. 따라서 기후재난은 인간/비인간 모두의 책무가 된다. 인간중심주의적인 시각에서 이 재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선도해야 한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왜냐하면 그러한 선도주의는 또 다른 기술의존이나 과학주의를 낳을 것이고, 그것이야말로 백해무익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떤 것을 이끌고 간다기 보다, 기다릴 필요가 있다. 즉 움직임보다 멈춤, 가속보다 감속이 요구되는 것이다. 그렇게 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이 공동체적 관계에 응답할 수 있는 감응의 역량을 구비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이 관계 전체가 바로 거대한 성찰의 시간 속에 흐르는 물질의 능동적 힘이기 때문이며, 그것을 느끼고 그에 따라 움직이는 신체를 제조하기 위해 이 천천히 움직이는 힘 자체가 우리를 관통하도록 멈추어 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천천히, 다소 게으르게 움직이는 것, 그것이 바로 응답의 요건이다.    

 

테제6. 기후정의 주체의 자리에는 모든 살아있는 것이 쓰여야한다.
해제: 책임과 응답, 그리고 책무를 진다는 것은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의 고귀함을 드높이는 일이다. 따라서 기후정의 주체는 모든 생명체, 또는 비인간 전체가 포함되어야 한다. 그렇게 되었을 때, 지구 민주주의는 제대로 작동할 것이고, 궁극적으로 우주적인 정의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기후정의는 단지 국지적인 움직임, 소공동체의 자족적이며 나르시시즘적인 만족감으로 퇴행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언제나 기후정의 주체의 자리에 모든 생명체, 비인간들을 시시각각 채워 넣을 필요가 있다. 

 

테제7. 세계가 파국을 향해 나아간다는 사실이 우리의 연대와 투쟁을 무의미하게 만들 수는 없다.
해제: 파국은 언제나 존재해 왔다. 그것은 갑작스럽게 닥친다기보다 비둘기 걸음으로 우리 주위를 서성인다. 하나의 생명의 무도한 죽음, 또는 기후위기의 검은 휘장은 아주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다가온다. 파국은 무로부터 나오는 것도 아닐뿐더러, 무로 돌아가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언제나 파국과 파국 사이에서 정의와 평등과 자유를 외쳐 왔다. 따라서 비관론자들이 디스토피아를 외치며 생을 무가치하게 바라보거나, 허무주의에 빠질 때 우리는 그 허무를 똑바로  쳐다보고 단숨에 도약할 것이다. 연대와 투쟁은 이 도약의 무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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