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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 인간학 1강을 마치고

현옥 2023.03.19 14:33 조회 수 : 71

칸트를 비판하기 전에 ‘칸트에게 공감하고 좋아하는 게 먼저’라고 하셨던 쌤의 말씀이 생각난다. 니체를 오래 공부하셨기 때문에 칸트에게 어쩔 수 없는 간극을 느끼기도 하지만,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공부법은 ‘어떤 사유를 넘어설 자원을 그 사유 안에서 찾는 것’이라고 하신 말씀과도 닿아있는 맥락이다.

칸트의 인간중심주의가 어떤 인간성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그런 규정 속에 장애가 어떻게 배제적으로 포함되어 있는지를 제대로 살펴보고, 더 나아가 ‘적극적 비이성’이나 ‘비사회적 사회성’ 같은 칸트의 개념들을 통해 장애가 품고 있는 사유의 잠재성을 탐색하기. 아울러 그 과정을 통해 ‘정상성으로서의 근대의 인간의 이미지를 공고히 하는 데에 기여해 온 인문학을 비판하고자 하는 것‘이 쌤의 이번 공부의 목표라고 나는 이해했다. 물론 스승님의 목표는 나에게는 언감생심이지만, 나 역시 ‘이 공부를 왜 시작했는지, 그리고 어떤 과제를 가지고 이 수업에 임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나름의 정리는 필요할 것 같다.

솔직히 말해서 요즈음의 나는 약간의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나는 ‘나의 생각과 느낌, 말과 행위’가 대체 어떻게 결정이 되는 건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건지를 알고 싶어서 공부를 시작했고 이제 어느 정도나마 그 의문을 풀게 되었다. 그런데 궁금증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내 감수성 내지 감각 역시 변화했고 점차로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에 균열이 생겨가고 있다는 걸 느낀다. 예를 들어 식사를 하다가 누군가가 하는 얘기에 대해 무심코 나온 나의 반응이 그들을 당황시키거나 화나게 한다든지, 가족들이 내게 공감받고 위로받고 싶어할 때에 적절하게 응답하지 못해서 상처를 주기도 한다.

물론 그들을 모두 만족시켜서 안정되고 평화로운 상태에 도달하기를 바라는 건 아니지만, 혹시 내가 ‘원래 인간은 이러저러한 게 맞다‘는 또 하나의 전제를 세우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은 생긴다. 마르크스가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이라는 현재의 역사적 조건을 완전히 인정하고 난 후에 ’적극적 비판‘으로서의 (현재를 존재하게 한 논리적 과정에 대한) 분석을 시작했듯이, 나 역시 ’나의 모습‘이자 ’근대적 인간의 현주소‘인 ’인간주의‘를 충분하게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싶다.

그동안 칸트에 대해서는 제대로 책 한 권 읽은 적이 없으면서 니체나 들뢰즈의 말이 주는 이미지로 멋대로 칸트에 대해 떠들기도 했고, 무엇보다 내 머릿속에서나마 칸트를 폄하하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이런 이미지들을 단번에 지우는 건 물론 가능하지 않겠지만, 적어도 그런 선입견으로서의 이미지들을 알아차리면서 칸트를 새롭게 맞이하고 이해해보려는 노력은 해야 마땅하리라. 칸트의 ’인간주의‘를 이해하는 것이 곧 나와 내 곁의 사람들을 이해하는 길이기도 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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