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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주 바타유], [불가능]3부 발제문

박소원 2022.12.19 14:30 조회 수 : 31

<불가능>,147p-195p 발제, 박소원

 

제3부

 

오레스테이아*

 

 

오레스테이아

천상의 이슬

생명의 풍적(風笛)

 

거미들 바글거리는

숱한 망상의 밤

눈물의 비정한 게임

오 테양이여 내 가슴속 파고드는 죽음의 장검이여

 

쉬어라 내 뼈를 타고 내려와

쉬어라 너는 벼락이니

쉬어라 독사여

쉬어라 나의 심장이여

 

사랑의 강줄기들이 피로 붉게 물들고

바람은 살인자인 나의 머리채를 헝클어뜨렸다

 

운(運)이여 오창백한 신성이여

심장 속에서 천둥 치는

벼락의 폭소

보이지 않는 태양이여

발가벗은 운이여

 

흰색 롱 스타킹 신은 운이여

레이스 속옷 입은 운이여.

 

 

 

불화

 

 

일천 채 집이 무너진다

일백 명 다음엔 일천 명이 죽는다

구름의 창가에서.

 

배를 가르고

머릴르 잘라내면

도도한 밀운(密雲)의 그림자

광대한 천상 이미지.

 

하늘의 어두운 정점보다

더 높이

광란의 탈출구 속으로

더 높이

은은한 빛의 궤적은

죽음의 후광.

 

나는 피에 굶주렸다

피 젖은 흙에 굶주리고

물고기에 굶주리고 분노에 굶주리고

오물에 굶주리고 혹한에 굶주렸다.

 

 

 

빛을 탐하는 심장

애무가 아쉬운 복부


짜 태양 가짜 눈

역병을 퍼뜨리는 말들

 

땅은 차가운 몸뚱어리를 좋아한다.

 

결빙의 눈물

속눈썹의 애매함

 

죽은 여자의 입술

누그러뜨릴 수 없는 치아

 

생명의 부재

 

죽음의 알몸.

 

거짓말, 무심함, 이빨 딱딱거리는 소리, 미칠 것 같은

행복, 확신을 지나

여기는 우물 밑바닥, 이에는 이로 죽음과 맞서, 눈부신

삶의 미립자 하나 쓰레기 더미에서 태어난다,

나는 외면하고, 녀석은 매달린다. 피맺힌 이마에서 가

느다란 핏줄기 하나 흘러나와 내 눈물과 섞이고, 내 넓적

다리를 적신다,

파렴치한 탐욕과 속임수에서 태어난 미립자,

하늘 높은 곳만큼이나,

비명을 자르는 폭발과 사형집행인의 순수함만큼이나

초연하다.

나는 내 안에 극장을 세운다

거짓 수면

목적 없는 트릭

나를 곤혹스럽게 만드는 수치심이 거기서 공연한다

 

희망은 없다

죽음

꺼진 촛불.

 

그러는 사이, 나는 나의 절규와 내 인생의 괴리감에 놀

라며,『10월의 밤』을 읽는다. 요컨대, 나는 제라드 드 네르

발처럼 선술집과 하찮은 것들(좀 더 수상쩍은 것들?)이 그저

흐뭇하기만 하다. 티이*에 머물 때, 그곳 마을 사람들에게서

느꼈던 훈훈한 애정이 떠오른다. 비와 진창, 추위가 물러나

면 술집 여걸들은(진흙투성이 장화를 신고 고주망태가 된)

덩치 큰 농장 일꾼들의 코(주먹코)와 술병들을 자유자재로

다루었다. 밤이면 변두리 유행가가 투박한 목청들을 내내

슬피 울렸고, 광장에는 흥청망청 이어지는 술판과 함께

아가씨들 웃음소리와 방귀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나는 지저

분한(그리고 추운) 방에 누워 수첩에 무언가를 끼적이면서,

그들의 삶에 귀 기울이기를 즐기곤 했다. 노래의 흥취와 고

함의 열기에 기분이 좋아져, 권태의 그림자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163)

 

 

 

 

성전지붕*

 

 

이제 나로서도 우회할 길이 전혀 없을 것 같은 결전의

느낌. 더 이상 싸움을 피할 수 없을 거라는 확신이 들자

나는 두렵다.

 

“나는 질문을 잊어먹곤 한다”가 곧 답변이 되지 않을까?

 

나는 어제 내 거울을 상대로 이야기한 것 같았다

나는 불안이 인도한 어느 지역을 번갯불에 비추어 제

법 멀리까지 들여다보는 것 같았다...,문장 하나를 통해

틈입한 감정. 어떤 문장인지는 잊었다. 줄을 끊는 딸깍 소

리처럼, 인지 가능한 변화를 동반한 문장이었다.(168)

.

밤의 불확실성 속에서, 미세하지만, 불시에 다가드는

운을 거머쥐고 싶은—전율하는—욕망. 그 욕망이 아무

리 강력하다 해도, 나는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

.

멍한 상태. 시간도 늦었고 몸도 지쳤지만 잠자리에 들

수가 없다. 나는 일백 년 전 키르케고르처럼 나 자신에 대

해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나는 방금 공연이 끝난 무대

처럼 머리가 텅 비었노라.” (172)

 

내 눈앞의 공허를 골똘히 응시하자, 즉시 격렬하면서

과도한 손길이 그 속으로 나를 이끈다. 그 공허를 나는 보

면서도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데, 정작 공허 자체는 나를

끌어안고 있었던 거다.

.

죽음이 내 심장에 산다

왜소한 과부처럼

그것은 흐느껴 운다 비굴하다

나는 겁난다 토할지도 모른다

.

균열들 촘촘한

무정형의 추상

망각의 허망의

축적물

한쪽에는 주체인 나

다른 쪽엔 객체인

죽은 개념들의 지리멸렬한 우주

그 안에 나는 각종 폐기물

무기력

딸꾹질

관념의 지리멸렬한 닭 울음소리를 울면서 던져 넣는다

.

오 허무여

바로 그 상자를 들여다보는 나

욕구를 토하고픈 욕구를 느끼는

 

 

 

 

 

오레스테스로 존재하기

 

 

.

밤으로의 맹목적인 추락을 통해, 나는 나(내 안에 이미

결정된 부분)도 모르게 내 의지를 넘어선다. 내가 두려운

것은 무한한 자유의 외침이다.

 

내가 투신을 통해 ‘이미 결정된 정태적’ 자연을 뛰어넘

지 못한다면, 나는 제반 법칙들에 의해 규정된 존재가 된

다. 하지만 자연은 나를 갖고 게임을 할 것이며, 범인(凡

人)들이나 좋아할 한계와 법칙들을 뛰어넘어, 자연 자체보

다 더 멀리 나를 내던질 것이다.

.

나는, 광막한 세계의 품 안에서, 그 광막함을 넘어서는

어떤 초과 분량이다. 나의 행복과 내 존재 자체가 그런 초

과 성질에서 기인한다.

.

시인이란 자연을 전적으로 정당화하지—용인하지--

않는 법이다. 진정한 시는 법칙들 밖에 존재한다. 그러나

시는, 결국, 시를 용인하고야 만다.

.

시적 광기는 자연 속에 자기 자리를 가지고 있다. 그것

은 자연을 정당화할뿐더러, 미화하는 것을 용인한다. 거부

한다는 건 명징한 의식에 속하며 그에 벌어지는 현상을

저울질하는 가운데 가능한 일이다.

.

시의 광채는 죽음의 무질서를 통해 시가 다다른 상황

들 밖에서 드러난다.(190)

.

시는 자아의 인식이 아니며, 아득하지만 가능한(전에

는 그렇지 않았던) 세계의 경험은 더더욱 아니다. 그것은

도달할 수 없는 가능성들에 대한 언어적 환기일 뿐이다.

.

환기의 풍성함이 없다면, 체험은 합리적일 것이다. 내

가 환기의 무능함에 넌덜머리를 내는 순간부터, 체험은

나의 광기로부터 파열하기 시작한다.

.

나는 세상의 한계를 계속해서 추궁하는 가운데, 그것

에 만족하는 자의 비참함을 말소시켜왔다. 나는 허구의

수월함을 오래 참아낼 수 없었다. 나는 실재를 원했다. 나

는 미쳐갔다(진실을 무시할 수 있었다).

.

나의 주도로 ‘밤을

관통한’ 이 실존은 사랑하는 이의 죽음에 임하는 연인의

실존, 헤르미오네의 자살 소식을 접하는 오레스테스의 실

존을 닮았다. ‘그것이 기대해온 것’을 밤이라는 형질 안에

서는 찾을 수가 없다.(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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