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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너머104 인사원, [조르주 바타유:위반의 시학]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에 대한 비평.

 

히스클리프의 애도(mourning) 불가능성

 

  (박소원)

난 한 가지만 기도하겠어. 내 혀가 굳어질 때까지 되풀이하겠어, 캐서린 언쇼! 당신이 내가 살아 있는 동안은 편히 쉬지 못하기를! 당신은 내가 당신을 죽였다고 했지. 그러면 귀신이 되어 나를 찾아오란 말이야! 죽은 사람은 죽인 사람에게 귀신이 되어 찾아온다면서? 난 유령이 지상을 돌아다닌다는 것을 알아. 언제나 나와 함께 있어 줘. 어떤 형체로든지, 차라리 나를 미치게 해 줘! 제발 당신을 볼 수 없는 이 지옥 같은 세상에 나를 버리자만 말아 줘. 아! 견딜 수 없어! 내 생명인 당신 없이는 못 산단 말이야! 내 영혼인 당신 없이는 살 수 없단 말이야!(274)

 

  히스클리프는 캐서린의 ‘죽음’을 알려주는 넬리를 향해 이렇듯 울부짖는다.

 

  <폭풍의 언덕>에서 히스클리프는 정상적인 애도의 단계를 거치지 못하고, 병리적인 애도 반응을 보인다. 죽음으로 끝난 캐서린과의 인연을 끊임없이 연장시키며 다른 가족(타자)들과의 정서적 회복을 못하고 있다. 히스클리프의 '사랑과 이별'에 대한  태도는 조르주 바타유의 하류 유물론과 연결된다. 즉, 이상, 선, 사랑과 같은 고귀한 개념을 낮은 곳에 내려놓고 물질, 악, 죽음의 의미를 중요시하면서 새로운 가치 체계를 세우는 바타유의 중심개념을 연관하고 있다.

  히스클리프를 통해 브론테는 애도 (불)가능성의 서사를 보여준다. 볼칸Vollcan은 이것을 “대상과의 연결됨”을 통해 상실한 대상의 표상을 영구히 간직하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아내인 이사벨라를 더욱 고통으로 몰아가고, 또한 본인도 캐서린의 죽음을 부정함으로써 고통으로부터 도피하고자 하지만, 그와 관계하고 있는 모든 인물은 고통을 겪어야만 한다. 히스클리프의 애도 (불)가능성, 데리다에 따르면 애도는 주체가 타자를 내면화하거나 말살하는 것이 아니라 타자의 타자성을 유지하면서 “생각하는 기억(Gedachtnis)”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러한 과정을 거친 주체는 새로운 주체로써 열린다. 하지만 히스클리프는 타자의 타자성을 무너뜨리는 것을 거부한다. 저항한다. 이 처절한 몸부림 속에는 “염원”과 “애절”이 자리한다. 애도 대상(죽은 캐서린)과 결합된 주체(살아있지만 죽음)로 등장한다. 주체와 타자의 동일성에 대한 염원과 애절은 시시각각 폭력으로 표출된다.

  상실 주체에 대한 애도 불가능성은 광기로 돌변하고, 주체가 슬픔을 통해 나아갈 수 있는 새로운 차원의 가능성을 닫아버린다. 새로운 차원의 윤리와 연대를 닫아버린다. 상실 대상에 대한 애도의 불가능성은 상실의 고통을 통과하지 못한다. 캐서린의 죽음을 용납하지 않음으로써 바타유의 끝없는 위반을 통해 끈질긴 한계를 확인하고자 하는 이질성의 ‘내적 경험’을 추동한다. 이치에 맞지 않는 착란 상태.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에 대한 처절한 몸부림, 통제할 수 없는 분노는 두 사람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침입한 잇따른 결별의 상황과 끝내 죽음을 맞이한 대상에 대한 저항이다. 분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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