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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릴린 스트래선, <부분적인 연결들> pp.115~164.

 

   스트래선의 문제의식은, 어떤 인류학자가 한 지역(부족) 삶에 대한 ‘전체’를 조망하고, 그들의 삶을 기록함으로써 ‘재현’ 할 수 있다는 믿음의 불가능성에서 기인한다. 단일하고, 닫힌 전체로서의 대상이 존재하지 않는 만큼, 전체에 대한 재현적 접근을 통한 파악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스트래선은 ‘단일 대상’에 대한 ‘재현’이 아닌, ‘환기’ ‘공명’을 위한 부분적인 연결/절단, 파생/성장으로의 접근을 강조한다.

 

 

  페미니즘 비평

 

    <페미니즘 비평>에 관한 장에서도, 스트래선이 강조하는 것은 단일한 페미니즘, 하나의 전체로서 파악 가능한 페미니즘은 환상이라는 것이다. (해러웨이 인용) 객관성objectivity이란 초월성이 아니라 특정하고 구체적인 신체화embodiment에 관한 것이고, 오직 부분적인 퍼스펙티브만이 객관적인 시야를 보증한다.(118)

   셀 수 없이 많은 페미니즘 이론들이 있기 때문에, 페미니즘 이론을 두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는 “다중 전선에서의 동시 활동”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그러한 전선들 간의 지속적인 차이, 즉 “다중의 내적인 차이”의 문제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하는 일과 그들이 하는 일 사이에는 단지 유비유추analogy 혹은 병행성parallelism이 있을 뿐이다. “그녀/그들은 각기 다른 앎의 방법들을 산출”한다.(121) (책 전반에 걸쳐, ‘유비유추’의 방법론이 강조되는데, 유비유추의 사전적 정의는 “두 개의 사물이 여러 면에서 비슷하다는 것을 근거로 다른 속성도 유사할 것이라고 추론하는 일. 서로 비슷한 점을 비교하여 하나의 사물에서 다른 사물로 추리”하는 것이다.)

   페미니즘은 자신의 정체성의 또 다른 측면에 대해 ‘스스로 만드는 차이’에 존재한다. “어떤 페미니스트의 입장도 부득이하게 부분적”이다. 사람은 부분적으로만 페미니스트일 뿐이다. 이것은 몰입이나 외곬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전혀 다른 담론들 사이에서 페미니즘 담론이 네트워킹하는 문제다. 중요한 것은 그것의 외부적인 관심사가 갖는 다-학제적, 초-학제적, 횡-학제적 성격이다.(123) 즉 외부 참조점과의 맥락화와 함께 페미니즘의 내부적 차이의 어떤 ‘부분’을 절합-연결하는지에 대해 접근하는 게 필요한 것이다.

   사이보그가 신체도 아니고 기계도 아닌 것은 그것의 각기 다른 부분들이 작동하는 원리가 단일 시스템을 형성하지 않기 때문이고, 내부의 연결들은 집적회로로 이뤄져 있지만, 단일한 단위는 아닌 것처럼(127), 하나의 전체로써의 페미니즘을 구획하는 것, ‘특정의’ 페미니즘을 전체화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해러웨이] “더 큰 전체 속으로 용해되지 못하는 모순들” “양립될 수 없는 사물들이 둘 다 혹은 전부 필요하고 진실하기 때문에, 이것들은 한데 뭉치는 긴장에 관한 것”, 즉 작동 가능한 양립성에 대한 부분적 접근이 중요하다.(124)

   [해러웨이] “총체적 유기체론에 맞서야 한다. (···) 나의 희망은 사이보그가 적대적인 대립, 기능적인 단속, 신비한 기능에 의해서가 아닌 부분적인 연결에 의해서 차이와 관계하는 것이다.” 사이보그는 “통합적인 정체성을 추구하지 않으며 그래서 적대적인 이항대립을 끝없이 발생시킨다.”(129-130)

   사이보그는 연결을 만들어낸다면 어떠할지를 생각해보라고 한다. 그것은 비교가능성 없는 양립성, 즉 한쪽이 다른 쪽을 확장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다른 쪽의 입장에서 확장한다. 확장이 산출하는 것은 각기 다른 역량들이다. 이 관점에서 사람과 도구 사이에 존재하는 것은 주체-객체의 관계가 아니라 확장되거나 실현되는 역량이다. (133)

 

 

침입과 비교

 

   포스트모던 담론의 전체화의 유혹에 대한 감수성은 인류학자를 관광객으로 만들어버린다. 소비자 또는 세계의 다양성을 포식하는 문화적인 탐식가가 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인류학자는 유희의 감각이 아닌 정치적인 감각”. 즉 각각의 만남들에 개입된 권력관계를 예의주시하는 것이 중요하다.(141-144) ‘역사적’ 위치, ‘물질적’ 조건, ‘사회적’ 관계의 파악은 구체성의 일부를 회복하고 선명한 맥락을 제공하지만 다만 일시적인 것이고, 그러므로 ‘지금 여기’에서 현실로 간주되는 무엇, 다시 말해 권력관계에 이르는 길에 대한 부분이 강조된다.(148)

   이러한 관점을 토대로, 스트래선은 기존의 인류학에서 해왔던 방식, 즉 인류학자가 각각의 문화들 사이를 ‘여행’하며 행하는 횡-문화적 비교에 대한 한계를 지적한다. 예컨대, 인류학자들이 많이 가지고 있는 ‘하나one의 대안은 여럿many’이라는 사고방식에 따라, 인류학자는 하나들ones, 단독의 사회들이나 속성들을 복수로 다루거나, 그렇지 않으면 특정한 목적을 위해 한데 모은 총체로서 하나의 다수성multiplicity을 다룬다. 현상들을 한데 모으면 연결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여하간 관계성은 이 현상들 밖에 존재하거나 그 사이에 존재한다.(159) 하지만 이러한 다수성, 복수성에 기반한 논의, ‘차이’를 여행하는 것은 ‘무한히 증식하는 네트워크’ 속에서 비교 가능성 자체를 잃을 수 있다.(159-160) 스트래선은, 시공간적 근접성을 토대로 해서, 어떤 사회체를 다른 사회체의 변이 및 대체, 확장의 관계 속에서 본다면, 거기서 비교가능성은 상실하겠지만, 그럼에도 일종의 양립성은 남고, 유비유추analogy는 여전히 가능하다고 쓴다.(162)

   한편, 비교란 본래 비슷하거나 다른 사물들을 찾아내서 그것들을 비교하는 일이 아니고, 비교의 선택성 덕분에 비교과정 자체가 유사와 차이의 관계를 만들어낸다는 것이고, 비교의 요점 더욱 명확히 파악되는 현상의 조합을 참조해서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을 밝혀내는 것이다.(160-161) 즉 문제는 어떤 사회들 간의 비교할 만한 것들의 목록의 작성과 관계성을 연결시키는 것이 아니라, 비교할 것들의 선택 사이에 있는 불균형에 대한 문제의식이다.

   스트래선은 사이보그에 천착한 이유를, 휴머노이드 형상이 이 균형 감각에 맞서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이보그는 단수도 복수도 아니며 하나도 여럿도 아니다. 상호동형적이지 않는 한에서는 비교 불가능한 부분들을 집적하는 연결회로다. 하나의 실체로서 혹은 실체들의 곱으로서, 전체론적으로나 원자론적으로 접근될 수 없다. 사이보그는 흥미로운 복합성[복수성]을 반복한다. 파푸아뉴기니의 고지대 사회들과 그 구성체의 요소들은 상호복합적인 부분들이자 불균등한 파생물들이다. 그것들이 연결되어 있다면, 오직 부분적으로만 그렇다. (161)

   [해러웨이는 <사이보그 선언>에서, “자연과 문화가 새로 제작되기 때문에 더는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의 전유나 통합을 위한 자원일 수 없다. (···) 이처럼 양극성과 위계적 지배의 관계를 비롯하여 부분으로 전체를 형성하려는 관계가 사이보그 세계에서 쟁점이 된다”고 쓰고 있다(『해러웨이 선언문』, p.22)

   스트래선은 잡다한 사건과 장소를 통합하는 혼합물을 경험한 여행자[인류학자]를 나는 사이보그로 대체했다고 하며, 인류학자의 글쓰기는 서로의 확장으로 작동하는 부분들 사이에서 일종의 직접회로를 형성하고, 확장의 장으로서 사이보그는 여행하지 않고 이동한다고 쓴다. (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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