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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두아르도 콘 <숲은 생각한다> 서론 발제

“이 책은 아마존에서 일어나는 ‘인간적이지 않은’ 일련의 만남들을 민족지적으로 주시함으로써 스핑크스의 수수께끼에 대해 숙고하려는 하나의 시도이다.” 스핑크스가 오이디푸스에게 던진 수수께끼, 그리고 거기에 오이디푸스가 내세운 ‘인간’이라는 답변은 그리스 신화의 널리 알려진 한 일화를 구성한다. 저자 에두아르도 콘은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인간적인 것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바를 의문시하도록 만든다”고 재해석한다. 그러면서 그는 “인간적인 것 너머에 있는 존재들과 우리가 맺는 관계에 주목”할 것을 제안하면서, 이를 통해 우리가 “인간적인 것에 관한 우리의 잘 정돈된 답들에 의문을 던지게 된다”고 한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저자가 강조하듯 “여기서 목표는 인간적인 것을 폐기처분하자는 것도 아니며 되새김질하자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저자가 목표하는 바는 “단지 그것을 열어 놓자는 것”뿐이다. 그것‘뿐’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나 심오하고 난해한 이론적 실천의 과정이 될 것 같지만, 어쨌든 인간적인 것을 일방적으로 집어던지자는 식으로 혼자 오버해서 생각하는 일은 없도록 하자.

이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콘은 특히 퍼스의 기호학 연구를 끌어들인다. 그가 주목하는바 “퍼스는 우리 인간이 그로부터 비롯된 광대한 비인간적 우주의 작동과 논리 속에 표상 과정을 위치시킴으로써 인간적인 것 너머로 나아간다.” 이에 따라 콘은 표상을 관습적·언어적·상징적인 것과 연관시키는 우리의 익숙한 사고법과의 단절을 예고한다. 상징적인 표상 양식은 “그와 다른 표상 양식들에서 창발하며 다른 표상 양식들과 연관되어 있다.” 실제로 우리 인간은 상징적 기호와는 “다른 기호 양식들을 그 밖의 비인간적 생물체들과 공유한다.” 이렇게 상징적 표상 양식 너머를 탐색하려는 시도는 숲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탐구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첫 번째 단계이다.

데스콜라와 카스트루는 “상이한 세계관들이 아니라 상이한 세계들이 있다”고 제시하지만, 콘은 세계의 ‘상이성’을 관통하는 일반적 존재 방식을 향해 나아가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존재론적 일반성이 인간에 의해 부여된 무엇이기를 거부하려면 표상에 관한 우리의 익숙한 전제를 뒤집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인간적인 것을 넘어서는 존재론적 시도를 행하는 “인류학은 우리가 사용하는 인식론적 개념들을 다시 사고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개념들을 전개하는 특별한 위치로 우리를 이끈다.”

그런데 이런 존재론적 시도는, 그러니까 인간적인 것을 넘어서려는 존재론적 문제의식으로 수행되는 민족지적 탐구는 매우 정치적인 성격을 갖는다. 저자가 함께 지내며 연구한 “루나족이 다른 부류의 존재들과 맺는 관계 방식에 주목함으로써 우리는 그로부터 생겨나는 도구들을 통해 정치의 가능성과 그 현실화를 기존과 다르게 사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저자는 자신의 책이 “하나의 분석 방법을 발전시키려는 시도”라고까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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