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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세르 <자연계약> 발제

 

시간과 날씨

오늘날 우리는 날씨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되면서 그것을 걱정하고 있다. 자연의 변화에 우리는 거대한 더하기를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우리는 어떤 위험을 무릅쓰고 있는가? 이제 무엇을 언제 어떻게 할 것인가?

 

농부와 선원

현대의 인간들은 기후의 영향을 받지 않는 실내에서 생활하면서 바깥 날씨로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농부의 삽도 선원의 노도 우리에게는 한없이 낯설다. 권력을 가진 사회의 다양한 결정자들-과학자들, 행정가들, 저널리스트들-도 다르지 않다. 그렇게 실내에 머무르면서, 우리의 삶은 언어로 가득 차있다. 우리는 언어를 매개로 한 우리들만의 네트워크로 바쁘다. 그렇게 실내와 언어 속에서 우리는 자연을 잊어버렸고, 세계를 잃어버렸다.

 

장기 및 단기

실내에 살면서 자연을 잊어버린 우리는 자연의 리듬과 범위 또한 잊어버렸다. 이는 우리가 항상 단기적인 차원에서 생각한다는 점에서 드러난다. 자연의 규모에 걸맞은 장기적인 시간이 아니라, 그것으로부터 멀리 있는 단기적인 시간 말이다. 우리는 이런 단기적인 시간에 입각한 대책만을 놓고 떠들고 있는데, 이는 사회의 시간을 통제하는 과학과 행정과 언론이라는 세 권력이 단기적인 시간대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런 단기의 사고로부터 벗어나 자연에 관해 새로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

 

과학의 철학자

데카르트적 사상은 자연에 대한 과학의 폭력에 동조한다. 이 철학은 자연에 대한 우리의 관계를 전쟁과 재산으로 만들었다.

 

다시 한 번, 전쟁

오늘날 선진국들은 평화롭다. 하지만 그 평화가 담보하는 자본주의적 생산의 발전은 전쟁이 낳을 것과 매한가지의 결과, 즉 자연의 파괴를 생산한다. 그렇게 선진국들은 자신들끼리 싸우는 대신에 세계 전체와 싸움을 벌이는 중이다.

 

깨끗한 것과 더러운 것

더럽히는 행동은 자신의 영역에 대한 소유의 의도를 갖기도 한다. 이런 관점에서 인간이 지구에 남긴 오염은 인간이 지구를 지배하고 전용하고자한 흔적으로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이 더럽혀진 세계가 위험에 빠졌다면, 이는 인간이 독점적으로 사용한 결과이다. 이런 독점을 내려놓기 위해, 인간이 자연의 중심에 있다고 가정하는 환경이라는 단어를 버리자. 우리를 세계에 주변부에 놓는 관점의 변화가 필요하다.

 

반전

지구는 인간을 다시 지배하겠다고 위협한다. 과거에 지구가 인간을 때는 국지적이었으나, 지금은 다르다. 이제 지구는 우리를 글로벌하게 소유하고자 할 것이다. 파멸을 암시하는 자연의 위협 앞에서 우리는 이제라도 우리의 지배를 통제하려 노력해야 한다. 데카르트의 사상이 지시하는 태도를 버리고 자연의 기생자에서 공생자로 돌아서려 애써야 한다.

 

법학자. 세계가 없는 세 가지 법들

사회계약의 사상은 마치 농촌을 벗어나 도시로 향한 역사처럼 보인다. 이 사상은 우리가 자연을 잊었다는 점을 나타낸다. 이제 자연은 우리로부터 한없이 멀다. 사회계약과 함께 철학자들은 자연법을 이야기했는데, 이 자연법은 보편적이기에, 인간 이성으로부터 나오며, 따라서 이는 자연을 인간 본성, 즉 이성으로 환원하고 인간 외부의 자연세계를 제거한다.

 

인권 선언

인권 선언은 권리들을 자연법을 통해 보장하는데, 따라서 사회계약과 같이 자연에 대해 침묵한다. 정복된 대상인 바깥 자연에게 주어진 권리 따위는 없는 것이다. 자연은 마치 법적 주체로써 온전히 인정받지 못하는 미성년자와 같이 취급되어 인간에 의해 파괴의 운명을 맞게 되었다. 자연이야말로 인간의 존재의 모든 조건을 생산하는 주체인데도 말이다.

 

이용과 남용: 기생자

기생자는 언제나 폭력적인데, 이용과 남용을 분간하지 못하며 숙주를 파괴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생 생활은 일방적이다. 숙주로부터 기생자에게 가는 것이 아무리 많아도 그 역으로 기생자가 숙주에게 되돌려주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법의 정의는 이러한 기생자의 일방성을 멈추는 힘이 될 수 있다. 법은 남용적인 불균형에 맞서 균형을 맞추려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대 자연법은 오직 사람만을 법적 주체로 상정하면서 기생의 옹호자로 돌아왔다. 우리는 모든 대상들을 주체로 인정하게끔 법을 고쳐야 한다.

 

자연계약

이제 배타적인 사회계약에 상호성의 자연계약이 더해져야 한다. 이는 장기적으로 스스로를 죽음으로 이끄는 기생 생활에서 벗어나 숙주의 권리 또한 인정하는 공생자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것을 취하고 아무것도 주지는 않는 기생자가 아니라, 받는 만큼 돌려주는 공생자 말이다. 부르주아 혁명이나 프롤레타리아 혁명이나 모두 인간들 사이의 평등이라는 배타적인 사회계약에 갇혀있었을 뿐이다. 그 사회계약 속에서 바깥의 자연은 언제나 배제되어 왔다. 이제 자연의 말을 들어야한다. 사회계약이 기록하지 않은 자연의 언어는 분명히 존재한다. 지구는 충분히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고, 우리는 자연계약을 통해 거기에 응답해야 한다.

 

정치적인 것

바다에 떠있는 배 위에서 선원들은 자신들끼리 싸우면 배가 난파할 것이라는 점을 알기에, 예의의 법이 지배하는 사회 상태를 설립한다. 선원들은 말하자면 자연에 의해 사회계약을 직접 얻은 셈이다. 이런 배 위의 사회는 글로벌성의 모델을 제공하는데, 글로벌성이란 우리가 그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거꾸로 말하자면 도망칠 공간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선상의 사회는 이런 맥락에서 글로벌하다고 할 수 있겠다. 현대 사회는 지구 전체를 차지한 복잡한 상호관계로 발전함으로써 선상 사회와 같이 글로벌해졌고, 그 결과 우리는 사회계약을 넘어선 자연계약을 맺을 것을 강요당한다.

 

통치에 관해서

정치가는 사람들에 대해서만 말할 뿐이지, 세계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정치가는 역사와 전통이 가르쳐준 대로 세계의 사물에 대해 그저 무지하면 될 뿐이다. 하지만 이제 정치라는 말이 부정확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정치는 폴리스에 국한된 행정조직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통치자들은 사회계약을 넘어서는 새로운 자연계약을 발명해야 한다.

 

역사, 다시

자연계약이란 다른 모든 것들처럼 글로벌 세계에서 살고 일한다는 사회계약, 법률계약, 과학적 계약에 의해 구성되는 집단성에 의한 형이상학적 인식이다. 이는 여러 국지적인 전문성들과 물리학의 일반 제약을 넘어서기 때문에 형이상학적이다. 이 인식은 우리가 세계에 글로벌하게 개입하는 힘과 세계의 글로벌한 힘들 사이의 균형을 인식하고 인정한다.

 

사랑

사랑 없이는 유대나 동맹은 없다. 사랑에는 두 법이 있는데, 첫 번째는 서로 사랑하라는 법이다. 이 첫 번째 계율은 오직 사람에 대해서만 이야기할 뿐이다. 이에 반해 두 번째 법은 우리에게 세계를 사랑하라고 요구한다. 두 법을 분리해서는 안 된다. 사람들은 땅을 지키려 서로를 죽이기도, 반대로 다른 사람과 싸우기 위해 세계를 파괴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어느 한 가지만 지키려 해서는 둘 다 지킬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사회와 자연을 묶어내야 한다. 세계와 사람을 잇는 연대를 사랑해야 한다. 이것이 두 가지 법이 만들어내는 궁극적인 하나의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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