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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 실존의 미학] 9강 후기

해돌 2022.05.11 22:21 조회 수 : 71

[푸코, 실존의 미학] 9강 후기 김혜영

강의초반 자기배려의 일환으로 아우렐리우스가 스승에게 보낸 서신의 내용이 너무도 일상적이라 페이스북에 글쓰기도 자기돌봄 행위일 수 있을지 질문을 했었다. 이 질문을 쓰며 서신의 주인공 처럼 나도 나를 돌보아 보자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요일 하루를 온전히 나를 위해 써보았다. 일단 기거하는 집을 단정히 했다. 고양이 화장실은 물론 물걸레질을 포함 집 청소를 꼼꼼히 완료. 제대로 된 식사를 해야 할 것 같았다. 배달음식을 포기하고 된장국을 끓이고 파스타를 만들었다. 약간의 체력단련도 필요하니 동네 둘레길 트레킹을 70분간 진행했다. 교양과 학식 증진을 위해 첼로연습을 40분 하고 책을 한시간 이상 읽었다. 하루를 마감하기전 구태여 반신욕으로 몸을 정갈히 하며 나를 돌아보았다. 

자기돌봄적 반성의 결론은 개피곤해 죽겠다 였다.

고대인들의 일상적 자기배려 활동은 여가가 충분치 못한 현대 샐러리맨들에게 너무나 완벽한 자기관리 시스템이라 숨이 막히게 피곤했다. 역시 경제인간에게 자기돌봄이란  사치일뿐인가 싶어 헛웃음이 나왔다. 

푸코 강의를 신청한 것은 <예술인간의탄생>이란 책을 읽고 있을 무렵이었다. 푸코의 해석을 빌린 부분에서 흥미를 느꼈고 이렇게 각박한 세상에서 어떻게 삶을 미적으로 승화시키라는 것인지 궁금증이 일었다.

아우렐리우스와 같은 특권층적 여가가 없더라도, 누구나 자기를 돌볼수 있고 실천한다면 완성적 삶에 도달할 수 있다고 고대인들은 이야기 한다. 이들의 사례를 들어 푸코는 진실과 권력사이에 주체를 대두시키고 다른 삶을 살자고 부추겼다. 그런데 한낱 경제인간이자 부채인간으로 옴짝달싹 없이 삶이 옥죄어 있는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자기수련이란 과연 무엇일까? 

어쩌면 현자의 삶이 더 도달하기 쉬워 보인다. 파레지아에  대한 가장 큰 문제는 실천으로 나를 증명하면서도 끊임없이 옳지 못한 것들에 대해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나는 어떤 사건에 문제제기를 해야 하는가.  

대수롭지 않게 성희롱적 발언을 계속 하는 남성 관리자들의 행태? 주52시간 근무제와 상관없이 밤새워 일하고 있는 후배들의 근무조건? 우크라이나에서 반려인과 함께 탈출했으나 검역절차를 준수하지 않아 전쟁터로 반송될 위기의 어느 고양이에 대한 정부의 태도? 동성애는 정신병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 새정부 비서관의 뻔뻔함? 

푸코의 미학적 삶에는 나의 가치를 지키고 있다는 자신에 대한 당당함만 중요한 것이 아닌 이타적 배려가 꼭 필요하다. 이 배려란 나도 타인에게 받아야 하는 것이고 나 또한 타자를 배려해야 하기에 진실의 용기가 필요하다.

주변에 진실의 용기를 실천하는 자가 있을지 두리번 거려 보았다. 내가 청년이었다면 조금 희망적 이었겠지만 불행히도 어느덧 중년기에 접어들만큼 삶을 살아버렸다. 그나마 파레지아스트 였을것 같은 선배들은? 아 지금은 다들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평범하게 살아온 내 주변에선 청년기를 지나 나이가 들어 여전히 파레지아스트의 면모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을 발견할 순 없었다. 우리시대 진실의 말하기를 완성한 자는 역시 열사나 단명한 운동가 밖에 없는 것인가 갑자기 어지럼증이 일었다. 

청년기의 교육에서 전 생애에 걸쳐 자기배려가 확대된 헬레니즘 시대의 정신에 푸코가 특별히 관심을 가진 이유가 이해되기 시작했다. 미적으로 생을 완성한다는 것이 지금 시대에서는 너무도 불가능해 보이기 때문이다. 푸코 또한 근대시대 이후 파레지아적 말하기는 독자적으로 실현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22년의 우리는 어떻게 살라는 건지 여전히 아우렐리우스의 서신만큼이나 당혹스러운 파레지아 이다. 앞으로 남은 강의에서 푸코의 마지막 의도를 조금 더 찾아볼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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