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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철학 5강 후기.

프라하 2021.10.15 12:57 조회 수 : 46

2021년 2학기 수요너머 인사원 “접목적 상상력” 제5강 후기 (박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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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을 읽은 것 같은데 실은 완독을 못했던 책들이 더러 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그랬다. 세미나에 참석한 뒤, 유튜브 일당백과 배경현의 논문「쿤데라의 소설속에 나타난 키취와 카니발의 세계-『참을 수 없는 존재』을 중심으로」를 참고하여 후기를 준비했다. 소설“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을 가로지르는 개념이 ‘키치le kitsch’이다. 키치를 '예술의 적'으로 간주하는 인물인 사비나와 토마스를 통해 쿤데라식 키치가 탄생했다. 쿤데라가 의미하는 키치는 현상학적 의미로서, “거짓으로 예쁘게 보여주는 거울에 자신을 비추어보고 흡족한 마음으로 자신을 인정하고자 하는 욕구”를 뜻한다. 이렇듯 쿤데라에게 있어 키치란 ‘미의 부재’‘추함’ 또한 ‘시시한 예술’을 뜻하지 않는다. 작가는 키치를 방대한 형이상학적 역량에 이르는 미학적인 범주에서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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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데라의 키치에 대한 현상학적 분석은 스탈린의 아들 아이코프의 죽음을 통해, 키치란, 구체적이고 생생한 현실을 삼켜버리고 ‘미화되고’ ‘꾸며지고’ ‘날조된 조형적 삶으로 게워’내는 능력을 가졌으며 이러한 현상을 통해 ‘죽음’에 대한 갈망을 연상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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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치는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토마스는 ‘춤’을 키치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토마스는 그렇게 생각했던 ‘춤’을 추러 테레사와 함께 간다. 테레사와 토마스는 드디어 같은 표정을 갖게 되었다. 시대의 수레바퀴에 깔려서 토마스는 사랑하는 사람을 아프게 하지 않는 흐믓함으로 ‘행복’의 표정을 테레사는 토마스를 무너뜨린게 아닐까 하는 죄책감으로 ‘슬픔’의 표정을 갖게 되었다. 과연 진정한 행복은 무엇일까. 테레사는 강아지 ‘카레닌’에게서 절대적인 사랑을 느낀다. 그 자체가 행복이고 선물이 되어 주는 존재. 있는 그대로를 수락하는 관계성. 내 뜻대로 상대를 바꾸려고 하지 않는 태도. 테레사는 카레닌을 통해서 사랑의 원형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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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야만 한다” 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당위성. 그것을 따르지 않는 인물들을 통해서 혹은 그것을 따르는 인물들을 통해서 작가는 ‘질문’ 한다. 당신은 어떻게 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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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움과 가벼움의 차이가 동전의 앞뒷면처럼 공존하는 토마스는 테레사와 사비나를 동시에 사랑함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고 한다. 토마스와의 사랑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테레사는 끊임없이 다른 여자를 만나는 토마스의 가치관을 이해하지 못하고 갈등한다. 한편 자유분방하며 독립적인 삶을 영위하는 사비나는 그 대가로서 조국 체코의 예술과 아버지, 그리고 진지한 애인 프란츠를 배신해야 하는 외로운 존재로서 자신을 삶을 고수한다. 프란츠는 여자를 배신하지 않고 충실한 것을 순수한 사랑으로 여기고, 정조를 가장 큰 미덕으로 여긴다. 그는 사랑에 관한 한 순수성의 법칙을 고수하고, 여자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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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엇나간 운명적인 사랑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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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은 끊임없이 존재를 무화시키려 하는데, 잊혀지지 않는게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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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이 없는 질문을 통해 인간의 가능성이 한계지어지고, 인간 존중에 줄을 긋는다.” 철학자 레비나스가 말한 철학은 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밑줄을 긋는 것이다. 라는 관점과 연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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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행복은 오랫동안 슬픔의 표정을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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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은 참아야 한다. 행복은 결국 미래이다. 미래는 지금을 참아서 성취할 수 있는 것.

반면에 쾌락은 즉각적으로 충족되는 것. 인생은 지금이다. 외부의 욕구가 아닌 스스로 내면에서 우러나는 욕구에 집중하는 것”

두 관점의 대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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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한 가볍게 대할 것.

열정에 사로잡힘은 다시 말해서 ‘무거움’에 진입하게 된다는 것.

무거움의 극단은 ‘침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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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움의 중간, 무거움의 중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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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쯤 역사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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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기, “우리가 절망이라고 말할 때는 정말 절망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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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 쿤데라는 1929년 4월 1일 체코슬로바키아 브르노에서 태어났다. 그는 상당히 기품 있는 집안에서 루드빅 쿤데라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작곡가 레오슈 야나체크의 문하생이었다. 체코의 주요한 음악학자이자 피아니스트이기도 하였다. 쿤데라는 아버지에게서 피아노를 배웠다. 이러한 음악적 배경은 그의 작품의 근간이 된다. 심지어 그는 악상 기호를 텍스트 속에 그려 넣기도 했다. 쿤데라는 프라하 카렐 대학교의 예술학부에서 문학과 미학을 공부 했으나, 두 학기만에 프라하의 공연예술 아카데미의 영화학부로 옮겼다.

쿤데라는 민주주의의 체코슬로바크를 경험하지 않은 젊은 세대에 속했다. 당시 체코슬로바키아의 젊은이의 사상은 체코슬로바키아 공산당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았다. 1956년에 밀란 쿤데라는 ‘공산당에 재입당’한다. 하지만 1970년 그는 또 다시 당에서 ‘추방’당했다. 체코가 소련군에 점령 당한 후 시민권을 박탈 당했다. 프랑스로 망명, 1981년 프랑스 시민권을 땄다. 이후 1989년 체코 민주화 이후 본국으로 임시 귀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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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의 봄은 1968년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일어난 민주자유화 운동이다. 이 운동을 막기 위하여 불법침략한 소련군의 군사개입 사건을 포함하여 ‘체코사태’라고도 한다. -1956년 소련 내에서 스탈린 격하운동이 있은 후에도 체코슬라바키아에서는 스탈린주의나 노보트니 정권의 보수정책이 계속되었고 체코슬로바키아 국민들의 민주 자유화의 열망이 점차 고조되어 갔으나,노보트니 정권은 이를 외면한 채 소련만을 추종하였다. 1960년대 이에 반발한 체코슬로바키아의 지식층이 중심이 되어 민주 자유화의 실현을 위한 조직적인 운동을 펴기 시작하였다. 이 물결에 밀려 마침내, 1968년 1월 노보트니 당 제1서기가 물러나고, 개혁파의 둡체크가 당제1서기를, 체르니크가 수상을, 온건파 스보보다가 대통령직을 각각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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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두려운 것은 과거가 소멸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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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가벼움

<토마스>

소설은 니체의 영원회귀에 대한 성찰로 시작된다. 소설 속 화자는 영원회귀에 대한 부정논법을 통하여 인생의 덧없음과 역사의 망각에 대하여 문제제기를 한다. 그 성찰의 목소리는 지나간 역사의 상황이 매순간 반복된다면,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몸짓 하나하나가 견딜 수 없는 책임을 더맡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바로 그 때문에 니체는 영원회귀의 사상은 가장 무거운 짐이라고 말했던 것이다. 이에 대한 부정논법인 영원회귀가 존재하지 않는 세계 속에서 인생이란 그림자와 같과 아무런 무게도 없으며 새털보다도 더 가볍다는 지점에서 토마스는 태어난다. 토마스가 바람둥이라는 사실은 토마스가 정한 3자원칙에서 드러난다. 짧은 기간을 두고 만나는 여자와는 3번이상 만나지 아니하고, 오랫동안 기간을 두고 만나는 여자와는 3주이상의 간격을 두고 만나는 것다. 토마스는 정부들과 에로틱한 만남을 가진 후에는 곧바로 여자에 대한 혐오감을 느끼고, 그 어떤 여자와도 ‘에로틱한 우정’이상을 갖지 않는다. 첫 아내와 아들마저도 우연의 산물이라고 여긴다. 우연히 알게 된 ‘테레사’에게서 ‘모세신화와 오이디푸스 신화의 이미지를 투과하여 운명으로 받아들인다. 운명은 필연적으로 무겁다.

토마스는 우연히 발표한 글이 문제가 되고 결국 병원을 그만 두게 된다. 창문 청소부가 된다. 직업을 하강하며 자신의 보호하고자 한다. 의사를 할때는 퇴근을 한 후에도 걱정이 되곤 했는데, 청소부가 된 후에 자유로움을 느낀다. 서정적 바람둥이와 서사적 바람둥이 중 토마스는 서사적 바람둥이라고 할 수 있다. 여자를 만날때마다 자신이 확장된다는 생각을 가진 인물이기 때문이다. 아들이 왔을 때, 성명서에 서명을 요구받을 때, “자기가 한 일을 모른 것에 대해서 죄를 묻는 것은 폭력이다”.라고 말한다. 가볍고 진지함. 선인과 악인은 따로 없다. 어떤 상황에 처하느냐에 따라 인간은 달라진다. 좋은 결단 나쁜 결단이 없다. 제2의 삶이 있다면 모를까. 과정에서는 어떤 것을 판단할 수는 없다는 관점을 견지한다. 청소부가 되면서 새로운 세계를 갖고 16시간을 자유롭게 즐긴다. 의사가 청소부가 되었다는 새로움으로 오히려 가벼운 삶을 지속한다. 테레사와의 관계를 통하여 삶이 진지하다고 무거운 것은 아니고 무거운 것이 엄숙한 것은 아님을 체험하게 된다.

<사비나>

사비나는 토마스와 프란츠와의 관계에 의해 규명된다. 독신주의자인 사비나는 토마스의 바람기를 능가하는 ‘방탕한 쾌락주의’자로 묘사된다. 유능한 화가인 사비나는 우연히 터득한 ‘이중 기법’을 일상에 응용하며 실행한다. “앞은 이해할 수 없는 거짓말이고, 뒤는 알 수 없는 진실이다.” 사비나의 모든 작품은 두 주제, 두 세계의 동시적 만남이자 마치 이중 노출로 탄생한 사진 같다. 사비나는 시대정신과 융합하지 않고 반항과 조롱으로 자신의 독창성을 발휘한 것이라 이해될 수 있다.

토마스와 테레사의 관계처럼 사비나와 프란츠도 대칭적이고 서로 모순된 성향을 갖고 있다. 남녀관계에 있어서 사비나는 에로틱한 자극에 휩쓸리는 반면, 프란츠는 순수하고 순정적인 사랑에 기반한다. 사비나의 주요 모티프는 ‘중절모’이다. 이 중절모는 사비나에게 조상의 유물이며 에로틱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장치로 차용된다. 독창성의 상징이자 추억을 상징한다. 사비나는 그녀의 삶의 지침으로 삼은 표면적 거짓과 내면적 진리를 표현하는 이중 노출 기법으로 ‘배반’을 아름다움으로 규정한다. 그녀에게 있어 ‘배반’이 아름답다는 의미는, 미리부터 결과와 목적이 정해져 있는 일렬형대에서 벗어나 미지의 세계로 떠난다는 점 때문이다. 사비나에게 일렬형대를 따르는 것은 거짓속에 사는 것을 의미한다.

사비나에게 있어 진리속에 산다는 것은, ‘군중’없이 산다는 조건 하에서만 가능하다. ‘군중’이 있다는 것과 ‘군중’을 염두에 둔다는 것은 ‘거짓 속’에 산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의 내밀성을 상실한 자는 모든 것을 잃은 사람이라고 사비나는 생각했다. 사비나는 프란츠의 서정성이 주는 무거움 때문에 결별을 하고 토마스는 테레사만을 사랑하는 바람둥이와는 반대되는 서정성이 나타나기 때문에 이별을 한다.

사비나의 에로틱하고 쾌락적인 삶의 기반인 ‘배반’. 배반은 대열에서 빠져나가서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는 것. 무한 반복은 의미가 없다는 것. 배반할수록 ‘내 삶’에 충실하다는 것. 음악에 관해서도 사비나는 다른 태도를 보이는데, 음악을 너무 불쾌하게 여긴다. 사비나에게 삶은 ‘본다’이다. 사랑을 할때도 ‘불’을 켜고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보아야 하고 사비나는 눈을 감는 ‘프란츠’가 보기 싫어서 눈을 감는다. 사비나로 등장하는 의미는 자본주의 이데올로기, 반대 이데올로기도 독선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쿤데라는 사비나를 통해서 극단 혐오를 드러낸다. 사비나는 ‘진실’은 비밀이 없는 사람은 거짓이라는 것이다. 삶은 근본적으로 거짓일 수밖에 없‘다. 사람은 ‘비밀’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그것이 진실이라는 것이다. ‘맞춰’살 수밖에 없는 삶. 자신의 은밀성을 상실한 사람은 ‘괴물’이라는 관점. 배반의 순간마다 흥분과 재미가 살아난다는 사비나 말. 모두가 죽고 누구를 배반하지?. 사비나는 서정적 감상주의와 키치를 혐오하며 강박적으로 배반을 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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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무거움

<프란츠>

토마스와 테레사의 관계에서 힘의 구도가 토마스를 중심으로 세워졌다면, 반대로 사비나와 프란츠의 관계에선 프란츠가 나약하고 서정적인 인물로 나온다. 그리고 이성을 대함에 있어, 프란츠 역시 테레사처럼 ‘죄의식’에 의해 ‘정조’를 제일의 가치로 삼는다. 어릴 적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은 어머니에 대한 연민 때문에 가슴 아파 했던 프란츠는 여자를 배신하지 않고 충실한 것을 순수한 사랑으로 여기고, 정조를 가장 큰 미덕으로 여긴다. 그는 사랑에 관한한 순수성의 법칙을 고수하고, 여자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 한다.

사비나에게 있어 사랑은 에로틱한 육체적 사랑을 의미하는 반면, 프란츠에게는 사랑하는 이에게 절대로 해서는 안될 악으로 간주한다. 사비나에게 음악이 불쾌 감정인 것에 반해, 프란츠에게 음악은 도취를 위해 창안된 디오니소스적 아름다움에 가장 근접한 예술이다. 음악은 프란츠에게 곧 해방을 의미한다. 음악은 그를 고독과 유폐, 도서관의 먼지로부터 해방시키며 그의 육체의 문을 열며 그 문을 통해 영혼이 빠져나가 타인과 결속할 수 있게 하는 예술이다. 어떤 음악이건 프란츠로 하여금 잠시나마 일상을 망각하게 하며, 음악의 시끄러운 소리에 희열을 느끼는 존재이다. 음악에 대한 그의 도취는 춤에 대한 열정으로 연결된다. 추상적 의미로서 ‘춤꾼’은 키치에 현혹된 자들의 특징이다.

춤꾼은 현대성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유형이다. 프란츠가 두 극단의 ‘빛’과 ‘어둠’에 매료되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는 군중 속에서 자신의 ‘꿈’을 발견한다. 프란츠에게 자신의 연구와 집필활동은 시위행렬과 같은 카니발 분위기에 묻혀져 오히려 비현실적 삶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사비나에게 ‘행렬’은 악으로 간주된다. 시위행렬에 대한 프란츠의 환호는 대장정으로 이어진다. 프란츠는 쿤데라가 분류한 ‘몽상적 인물’에 속한다. 이 인물은 구체적인 현실과 대면할 수 없는 인물이다. 사비나와의 여행 중 사비나는 공산주의가 훑고 간 삭막함과 투박스러움에 미의 결핍을 느끼는 것과 달리, 프란츠는 역사의 대장정이 남기고 간 공허에 매력을 느낀다. 프란츠는 마지막 포옹 후 사라진 사비나를 관념으로 만들어낸다. 그에게서 사비나는 종교와도 같은 숭고함을 갖는다. 현실보다 비현실을 선호했던 프란츠에게 사비나는 여신으로 변모되고 이러한 사비나와 함께 지내는 것이 큰 행복감을 주었다. 하지만 이러한 감상주의는 사비나가 적으로 간주하는 ‘키치’와 흡사하다.

<테레사>

토마스가 테레사의 첫 이미지를 ‘바구니 속에 담긴 아기’라고 느끼고 받아드려야할 운명이라고 생각했다면, 테레사는 토마스와의 ‘우연적’ 만남에 이르기까지 모든 상황과 사물들을 암호화하고 약호화하여 에너지의 원동력으로 환원화한다. 그녀에게 ‘책’과 ‘베토벤’은 저속한 세계로부터 고귀한 세계로 이어주는 끈을 의미한다. 책은 테레사를 다른 여자와 구분지어주기도 하지만, 또한 시대에 뒤진 존재로 만들기도 한다. 이 점은 즉 내면에 의해 스스로 욕망되는 것을 욕망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 의해 간접화된 욕망은 변질된 욕망으로서 허영심이 된다. “사랑에 있어서 속물이 된다는 것은 질투에 헌신하는 것이다.”라는 측면에서 테레사는 속물근성을 갖었다. 테레사는 토마스에 관한한 질투의 화신이기 때문이다.

테레사의 ‘거울’에 대한 탐닉은 흔희 ‘자기 도취’와 ‘자기 혐오’의 매개물로 쓰인다.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거울은 테레사에게 ‘도취’와 ‘혐오’를 넘나들게 하는 장치이다. 테레사의 나약함. 테레사가 잠을 자는 내내 토마스의 손을 잡고 놓아주지 않듯이, 토마스의 삶을 꽉 잡고 장악한다. 결국 테레사는 자신의 ‘허약함’을 무기로 토마스의 삶을 정복해 간다. 삶의 한 극단에서 다른 극단으로 공격적으로 밀어붙인다

테레사는 남편이 빨리 힘이 없어지기를 바란다. 그래야 바람을 피우지 않을테니까. 트럭운전을 하는데 남편이 서투름을 나타내는데, 그것은 자기 때문이라는 ‘죄책감’을 갖는다. 사랑하는 사람을 믿기 위해서 신분이 하락되는 구조를 통해서 작가는 질문한다. 너무나 완벽한 사람에게 너는 나빠. 라는 식으로 테레사가 남편을 괴롭혔던 것은 아닌가. 남편이 바람을 피워서 자신을 괴롭힌 것 같았는데, 결국은 테레사의 믿음을 찾기 위해서 남편을 괴롭혀 왔던 것이 아닐까. 인간의 심리기제에 잘난 사람에게 못되게 구는 것처럼.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약점’으로 남편을 괴롭혔던 것이 아닐까. 결국 테레사는 토마스를 이해하고 성찰적 경지에 이르게 되지만 다른 의미에서 토마스도 성숙이 되고 테레사도 성숙하게 되지만......, 둘은 죽음에 이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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