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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프라하의 봄

프라하의 봄.jpeg

 

이 소설의 화자는 누구인가요? 저자 자신인가요? 

 

너무 몰입하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찾아보니 저자 나이 55세(1984년)에 발표한 소설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한 주에 한권씩 지정된 소설을 읽고, 그 이면에 숨은 어려운 철학적 내용들은 선생님의 수업을 통해 듣는 요즘 너무 즐겄습니다. 인사원이 끝나도 주욱 계속 이 수업이 지속되었으면 하는 강한 개인적 바램! ^^

 

소설의 감동에 떠밀려 1989년에 개봉한 영화 ‘프라하의 밤’을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멋진 배우들이 어색한 영어로 연기를 하던데요. 체코어(혹은 독일어?)로 했으면 더 좋았을텐데 불가능했겠죠? 세계시장에 내놓아야 하니까요. 유명감독의 영화이긴 하지만, 소설의 깊은 감동을 다 담아내지 못해 조금 아쉬웠습니다. 어려웠겠지요. 그에 반해 영화 ‘빌러비드’는 극장개봉 없이 바로 비디오 출시된 영화였지만 소설 ‘빌러비드’를 잘 담아냈던거 같고요.

 

‘사랑은 사랑이고 섹스는 섹스다’라는 토마시의 생각을 실천해보려는 테레자. 결국 실패한걸로 이해되었는데 제 이해가 맞나요? 프란츠는 투명하게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반면에 사비나는 감춰줘야 한다고, 너무 까발려지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삶은 일회성이고 정답이 있겠습니까...

 

이번 수업의 주제가 베토벤 ‘현악4중주 16번’과 함께  ‘불협 : 예술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  인데요. 선생님께서 이 소설을 가지고 어떤 말씀을 하실지 무척 기대됩니다. 도저히 가늠이 되질 않네요. 무슨 말씀을 풀어가실지~ ^^;; 소설 중간에 니체와 파르메니데스에 관한 이야기가 나와서 솔깃했습니다. 아, 저자가 이 철학자들을 좋아하는구나. 밀란 쿤데라의 다른 소설은 어떨지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안아르케이즘의 정치학' 인사원도 현재 같이 듣고 있는데요. 그 연장선상에서 1968년 소련의 체코 침공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밀란 쿤데라1.jpeg

 

아래는 소설속에 인상 깊었던 문구 발췌 했습니다.

그런데 소설만 있는 주차는 발제는 어떻게 하는건가요? 궁금합니다~  

 

+ + +

 

에로틱한 우정(24)

 

“카레닌이라 부르면 이 개의 성 의식에 혼란이 오지 않을까?” “주인이 항상 수컷 이름으로 부르는 암캐는 레즈비언 성향을 보일 수도 있지.”(45)

 

토마시는 스위스 의사의 제안을 망설임 없이 거절했던 것은 테레자 때문이었다.(47)

 

자신이 사는 곳을 떠나고자 하는 자는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다.(50)

 

독학자와 학교에 다닌 사람의 다른 점은 지식 폭이 아니라 생명력과 자신에 대한 신뢰감의 정도 차이다.(97)

 

외국에 사는 사람은 구명줄 없이 허공을 걷는 사람이다. 그에게는 가족과 직장 동료와 친구, 어릴 적부터 알아서 어렵지 않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언어를 지닌 나라, 즉 조국이 모든 인간에게 제공하는 구명줄이 없다.(131)

 

여자로 사는 것, 이것은 사비나가 선택하지 않는 조건이다. 선택의 결과가 아닌 것은 장점이나 실패로 간주될 수 없다. 우리에게 강요된 상태에 대해서는 그에 대한 적합한 태도를 찾아야만 한다는 것이 사비나의 생각이다. 여자로 태어났다는 사실에 분개하는 것은 그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만큼이나 그녀에게는 부조리하게 보였다.(153)

 

배신한다는 것은 줄 바깥으로 나가는 것이다. 베신이란 줄 바깥으로 나가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것이다. 사비나에게 미지로 떠나는 것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없었다.(156)

 

음악, 그것은 문장의 부정이며 음악, 그것은 반(反)언어다!(160)

 

세상에는 폭력을 통해서만 이룰 수 있는 것이 있다. 육체적 사랑이란, 폭력 없이는 생각할 수 없다.(186)

 

사비나에게 있어 진리 속에서 산다거나 자기 자신이나 타인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군중 없이 산다는 조건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행위의 목격자가 있는 그 순간부터 우리는 좋건 싫건 간에 우리를 관찰하는 눈에 자신을 맞추며, 우리가 하는 그 무엇도 더 이상 진실이 아니다. 군중이 있다는 것, 군중을 염두에 둔다는 것은 거짓 속에 사는 것이다. 사비나는 작가가 자신의 모든 은밀한 삶, 또한 친구들의 은밀한 삶까지 까발리는 문학을 경멸했다. 자신의 내밀성을 상실한 자는 모든 것을 잃은 사람이라고 사비나는 생각했다. 또한 그것을 기꺼이 포기하는 자도 괴물인 것이다. 그래서 사비나는 자신의 사랑을 감춰야만 한다는 것을 괴로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은 ‘진리 속에서’ 사는 유일한 방법이었다.(188)

 

프란츠에게 있어서 ‘진리 속에서 살기’란 사적인 것과 공개적인 것 사이에 있는 장벽을 제거하는 것을 뜻했다.(189)

 

프란츠의 하반신은 남자이지만 상반신은 젖을 먹는 신생아 같았다. 신생아와 동침하고 있다는 생각에 그녀는 거의 혐오스러움을 느꼈다.(194)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탄 자세로, 두 사람 모두 말을 타고 달리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그들이 원하는 먼 곳을 향해 가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그들을 구원하는 배신에 도취했다. 프란츠는 사비나를 타며 그의 부인을 배신했고, 사비나는 프란츠를 타고 프란츠를 배신했다.(195)

 

제네바에서 사 년을 지낸 후 사비나는 파리에서 살았으며 여전히 우울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녀를 짓눌렀던 것은 짐이 아니라 존재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었다.(203)

 

우산의 조우는 힘의 대결이었다. 처음에는 테레자가 비켜섰으나, 그녀의 정중함이 한 번도 보답을 받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는 다른 사람들처럼 그녀도 우산을 꼭 쥐었다. 그녀의 우산은 앞에서 오던 우산과 격렬하게 충돌했으나, 어떤 여자도 사과를 하지 않았다. 대개의 경우 아무 말없이 지나갔다. 두서너 차례 “망할년!” 또는 “쌍!”하는 말이 들려왔다.(221) 외국군대와 맞서던 그 집요함으로, 그들의 우산은 뻔뻔하게도 한치의 양보도 하지 않는 것이다.(222)

 

커다른 사격 표시판 같은 검붉은 색 젖꼭지 (227)

 

진정 심각한 질문들이란 어린아이까지도 제기할 수 있는 것들뿐이기 때문이다. 오로지 가장 유치한 질문만이 진정 심각한 질문이다. 그것은 대답 없는 질문이다. 대답 없는 질문이란 그 너머로 더 이상 길이 없는 하나의 바리케이드다. (238)

 

달리 말하자면 애교란 성교가 보장되지 않는 약속이다.(233)

 

왜냐하면 이 건물은 그녀의 정조라는 단 하나의 기둥으로 지탱되기 때문이다.(282)

 

범죄적 정치 체제는 범죄자가 아니라, 천국으로 가는 유일한 길을 발견했다고 확신하는 광신자들이 만든 것이다.(291)

 

다른 사람들을 경멸하는 사람이 그들의 판단에 그토록 매달릴 수 있는 것일까?(301)

 

아첨 앞에서는 누구나 무력해지기 마련이다!(305)

 

달리 말하자면 그때까지 자신의 소명이라 믿었던 모든 것을 털어 버렸을 때 삶에서 무엇이 남는지 보고 싶은 욕망.(323)

 

그는 내면적 “es muss sein!”에 의해 인도되지 않은 직업에 종사하며 일단 일을 끝내며 모든 것을 잊을 수 있는 사람들(그때까지 항상 동정했던 사람들)의 행복을 이해했다. 그는 한 번도 이런 행복한 무관심을 체험하지 못했다.(324)

 

그가 왜 100만 분의 1의 상이성을 섹스에서만 찾으려고 했는지에 대한 물음도 당연히 제기될 수있다. 예컨대 그들의 행동, 입맛 혹은 아름다움의 선호도에서 찾을 수 있지 않았을까? 물론 100만 분의 1의 상이성은 인간 삶의 모든 분야에 존재하지만, 다만 그것은 어딜 가나 대중 앞에 드러나서 발견할 필요도 없고 메스도 필요 없는 셈이다.(328)

 

100만 분의 1의 상이성의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대목은 오로지 섹스에서뿐이다. 왜냐하면 섹스란 공개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정복해야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반세기 전만해도 이런 유의 정복에는 많은 시간(수주일 심지어는 몇 달까지!)이 요구되었고, 정복된 것의 가치는 정복하기 위해 쏟아 부은 시간으로 가늠되었다. 심지어 정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엄청나게 짧아진 오늘날에도 섹스는 여전히 여성적 자아의 신비가 숨어 있는 금고처럼 보인다. 따라서 그를 여자 사냥에 내모는 것은 관능의 욕구(관능은 말하자면 덤으로 따라오는 것이다.)가 아니라 세계를 정복(지상에 머무는 육체를 메스로 개봉하고자 하는)하려는 욕망이었다.(329)

 

수많은 여자를 추구하는 남자는 두 범주로 쉽게 나뉠 수 있다.(330)

 

각양 각색의 키치도 있게 마련이다. 카톨릭 키치, 개신교 키치, 유대인 키치, 공산주의 키치, 파시스트 키치, 민주주의 키치, 페미니스트 키치, 유럽 키치, 미국 키치, 민족주의 키치, 국제주의 키치.(422) 프란츠가 미치도록 좋아했던 대장정이라는 개념은 모든 시대와 모든 성향의 좌익 인사들을 하나로 묶어 주었던 정치적 키치였다.(423)

 

신이 정말로 인간이 다른 피조물 위에 군림하길 바랐는지는 결코 확실하지 않다. 인간이 암소와 말로부터 탈취한 권력을 신성화하기 위해 신을 발명했다고 하는 것이 더 개연성 있다.(472)

 

신이 “너는 다른 모든 별들의 피조물 위에 군림하거라.”라고 말한 다른 행성에서 온 방문자가 있다면, 창세기의 자명함은 금세 의문시된다. 화성인에 의해 마차를 끌게 된 인간, 혹은 은하수에 사는 한 주민에 의해 꼬치구이로 구워 지는 인간은 그때 가서야 평소 접시에서 잘라 먹었던 소갈비를 회상하며 송아지에게 사죄를 표할 것이다.(473)

 

그녀는 대충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 자기와 비슷한 대상에게 잘 대해 준다는 것은 아무런 미덕도 아니다. 테레자는 다른 마을 사람들에게 정중하게 대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거기에서 살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심지어 토마시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이 사랑받는 여인으로 처신해야만 했다. 왜냐하면 그녀는 토마시를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477)

 

토리노의 한 호텔에서 나오는 니체. 그는 말과 그 말을 채찍으로 때리는 마부를 보았다. 니체는 말에게 다가가 마부가 보는 앞에서 말의 목을 껴안더니 울음을 터뜨렸다. 그 일은 1889년에 있었고, 니체도 이미 인간들로부터 멀어졌다. 달리 말해 그의 정신 질환이 발병한 것이 정확하게 그 순간이었다. 그런데 내 생각에는 바로 그 점이 그의 행동에 심오한 의미를 부여한다. 니체는 말에게 다가가 데카르트를 용서해 달라고 빌었던 것이다. 그의 광기(즉 인류와의 결별)는 그가 말을 위해 울었던 그 순간 시작되었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니체가 바로 그런 니체 (478)

 

그것은 이해 관계가 없는 사랑이다. 테레자는 카레닌에게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 그녀는 사랑조차 강요하지 않는다.(490) 사랑을 의심하고 저울질하고 탐색하고 검토하는 이런 모든 의문은 사랑을 그 싹부터 파괴할지도 모른다. 만약 우리가 사랑할 수 없다면, 그것은 아마도 우리가 사랑받기를 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말해, 아무런 요구 없이 타인에게 다가가 단지 그의 존재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무엇(사랑)을 원하기 때문일 것이다.(491)

 

그러나 무엇보다도 어떤 인간 존재도 다른 삶에게 전원시를 선물할 수 없다. 오로지 동물만이 할 수 있는데, 동물만이 천국에서 추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간과 개 사이의 사랑은 전원적이다. (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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