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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성의 자연학 에세이 프로포절(다시)

CLA22IC 2021.06.17 19:30 조회 수 : 66

**언급된 지인들 사례는 왜곡하지 않는 한에서 재조합하고 가공한 거예요.

 

내겐 투병 중인 2명의 친구가 있는데, 한 명은 우울증으로 1년 가까이 칩거 생활을 하고 있고, 다른 한 명은 양극성 기분장애로 2년째 투병 중이다, 위기가 없는 시대에 자기 자신이 위기가 된 거란 말에 동의한다. 그러나 나는 다시 자살/자해/우울증을 들여다보자고 하고 싶다. 생명은 소중하니까 그래도 살아야 하니까 때문이 아니다. 계속 자살을 시도하는 친구가 내게 왜 살아야 하냐고 물은 적 있었다. 나는 차라리 네가 죽으면 그래도 편안해졌겠구나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삶은 잔인하게도 죽음에도 실패하게 만든다. 그는 아직 살아있고, 자책과 자해, 비관과 무기력 속에서 죽기만을 기다리는 삶은 고통이다. 그렇게 사는 사람들은 분명히 존재하고, 그들의 고통도 실재한다.

그러나 나는 그리고 우리는 그들의 고통을 들여다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서도, 그냥 철없는 한때의 일이라고 생각해서도 아니다. 답이 없기 때문이고, 그들의 답 없음이 우리의 안정과 일상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불온한 것’들이다. 매일 밤 자해를 해 응급실에 실려 가지만, 본인이 입원을 거부하고 보호자에게 알리기를 거부하면 경찰도 의사도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지인은 뭘 할 수 있겠는가. 악을 쓰고 틈만 나면 칼을 찾는 사람 옆에서 같이 밤을 보내는 것, 잠깐 기분 좋은 순간을 만드는 것, 위로하는 것, 그러다 멀어지는 것...이 존재자들이 대면하게 하는 건, 세상에 뜻대로 되는 일이란 없고, 나는 몰아닥치는 파도에 매번 얼굴을 후려 맞는 작은 존재라는 것, 세상엔 어떻게 노력해도 해결할 수 없는 일도 있다는 것이다. 그건 적절한 거리와 나의 공간, 그리고 노력에 이어지는 보상과 예측이라는 우리가 꾸려놓는 ‘안정’의 조건을 모두 흔들어버린다.

이들이 우리의 얼굴 앞에 들이미는 ‘불안’이 존재의 자리다. 한번 정한대로 흘러가는 인생은 없고 안정은 잠시 찾아오는 그리고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상태다. 그러나 우리는 사막에서 모래를 쌓듯이 노력을 쌓아서 오아시스를 만들어보려 한다. 단지 그 사실을 직면하는 순간을 미루거나, 혹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시점에서 남을 탓한다. 나의 안정을 위협한다고 느끼는 모든 존재자에게 칼을 겨눈다.

그래서 나는 ‘불온함’들을 ‘불안함’으로 바꿔 부르고 싶다. 불온함이란 단어엔 온당함과 온당하지 않다는 ‘넘들’의 잣대가 있다. 그러면서도 ‘매혹’될 수밖에 ‘넘들’의 이중심리도 있다. 그러나 우울증 투병자 옆에서 내가 싸워야 했던 건 ‘넘들’의 공고한 잣대가 아니라, 몇 번이나 도망쳐 돌아가고 싶었던 나의 작고 따뜻한 방 한 칸이었다. 강렬하게 갈구해왔던, 그래서 겨우 손톱만큼 만들어놓은 내 삶의 안정이었다. 우리가 싸워야 할 것은 안정이고, 삶의 중심에 두어야 할 것은 불안이다. 그게 불안에 놓인 사람을 살게 하고, 불안의 곁에 있는 사람을 살게 하지 않을까. 그래야 나의 안정을 해쳤다는 원망 없이 고통의 옆자리에 그나마 오래 머물 수 있지 않을까.

 

1. 자살과 자해, 우울증

2. 자살과 자해, 우울증이 가리키는 ‘안정’의 조건들

-답 없음/ 통제감/ 거리

3. 존재의 자리, ‘불안’

4. 불안을 중심에 놓는 삶

 

참고도서

이진경, 불온한 것들의 존재론

케이 레드필드 재미슨, 조울병 나는 이렇게 극복했다/ 자살의 이해

앤드루 솔로몬, 한낮의 우울

훌거 라이너스, 우울의 늪을 건너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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