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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장 페티시스트: 사랑의 존재론 혹은, 페티시스트로의 초대

 

사랑의 존재론은 매혹으로부터 시작되어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세계 속으로 들어가 개체적 한계를 넘어서도록 잡아끄는 연대의 쾌감 속에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것이다.

언제나 수동형으로만 사용되는 ‘매혹’은, 우리가 유기체의 경계를, ‘나’의 경계를 넘어서게 만든다. 사랑은 매혹에 의해 야기되어, 나의 개체성, 경계, 동일성을 허물고 자아를 뜻하지 않은 곳으로 이끈다. 사랑은 성적, 인간적 관계에서 끄집어내 타자와 새로운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욕망과 뗄 수 없는 것은 억압이고, 성욕은 성적 억압과 연결지어 해석되곤 했으나, 대공황 이후 프로테스탄트적 금욕주의와 포드 공장의 대량생산이 부딪치며, 절약 대신 소비를 촉구하는 사회로, 금욕주의에서 욕망을 자극하는 체제로 전환이 일어났다. 자본의 욕망과 더불어 양지로 나온 성욕은 탈생식화되었고 욕망의 긍정에 기초해 사랑과 성을 사유하기 시작하였다.

사랑의 욕망은 성을 뛰어넘는다. 사회문화적으로 구성된 섹슈얼리티를 다루기 위해 젠더 개념을 창안했지만 젠더에 작용하는 권력은 젠더를 다시 성적 분할을 따라 이항적인 것으로 만들어낸다. 성의 ‘자연적 본성’이 사실은 조건에 따라 다양한 양상으로 형성되는 것이고, 그것의 이항성이 인위적으로 ‘구성’된 것임을 보여줌으로써 성적 분할과 결합의 이항성은 깨질 수 있다. 생물학적 차원에서도 자연적 성은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사물에 대한 성욕은 사물에 대한 소유욕으로 귀착될 수 있는 욕망과는 다른 경로로 사물에 대한 사랑을 사유할 수 있게 해준다. 남성의 페티시즘이 생식적 연원을 갖는 인간화된 욕망, 남녀의 이성애적 욕망, 성적 대상을 영유하고 소유하려는 ‘능동적’ 욕망의 극이라면, 여성의 페티시즘은 생식뿐 아니라 이성애로부터도 벗어난 욕망, 비-성적일 뿐만 아니라 비-인간적인 욕망, 사물화된 욕망이고 사물에 매혹되어 금지의 선을 넘는 ‘수동적’ 욕망의 극이다. 생식적 기원을 갖는 욕망으로부터 탈영토화된 욕망의 지대에 이르는 양극 사이에 중간적 욕망들이 존재한다. 이 선을 따라 탈생식적이고 탈이성애적인 욕망, 탈인간화된 욕망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인간 아닌 사물들을 향한 욕망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여성의 페티시즘마저 넘어서서 그려진 페티시즘의 선을, 성과 젠더는 물론 인간과 비인간, 생명과 비생명의 벽을 넘어서는 사물에 대한 사랑을 ‘일반화된 페티시즘’이라고 명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모든 것이 가능한 사랑의 대상이라는 이름으로 하나로 묶일 수 있게 된다. 모든 것이 ‘사랑’이라는 이름의 한 평면상에 놓이게 된다. 자신의 개체성을 넘어 무언가에 이끌려 사랑하게 되는 한, 더구나 성욕으로 환원되지 않는 어떤 사랑의 대상을 갖는 한, 우리는 모두 이 사랑의 평면에 있는 것이다.

한편, 상품 페티시즘이나 화폐 페티시즘은 본질적으로 사물에 대한 사랑과는 거리가 멀다. 그것은 사물에 대한 욕망, 사랑의 형식을 취할 때조차 사실은 언제나 그것의 뒤편에 있는 화폐에 대한 욕망이고 사랑일 뿐이다.

 

 

 

8장 프레카리아트: 프롤레타리아트의 불가능성

 

대중은 상황에 소속되지만 소속에서 이탈하는 자들의 ‘집합’이고, 상황의 부분에 포함되지만 그 부분에서 벗어나는 자들의 ‘집합’이다. 한편, 계급은 다른 계급과의 관계 속에서 규정되는 위치와 역할을 가지며, 그것들을 자신에 속한 요소들에게 분배한다. 즉, 계급이 귀속의 방식으로 자기의 존재를 확인하고 작용한다면, 대중은 이탈의 방식으로 자기 존재를 구성하고 작용한다.

자본주의는 전제조건은 대대적인 대중의 존재이다. ‘무산자’에서 출발한 프롤레타리아트는 부랑자라는 형상으로부터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급속하게 노동자계급으로 변환되었다. 무산자대중은 자본이 존재하기 위한 항상적이고 공시적인 조건이다. 우리는 이탈의 선을 그리는 대중으로서 자본주의와 대면하며, 그런 무산대중으로 ‘태어난다’. 계급이 조직되고 구성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존재하는 무산자대중은 아직 계급에 포섭되지 못한 무리라는 점에서 ‘비계급’이라고 할 수 있다.

자본은 무산자대중을 자본화하여 자본의 운동 주위에는 ‘계급화’와 ‘대중화’라는 상반된 벡터가 항상-이미 존재한다. 자본주의 아래에 상존하는 대중화의 벡터에서 기반하여, 모든 사람은 잠재적으로 대중이다. 대중의 흐름은 억압에 저항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이 자신의 자리에서 이탈할 이유를 발견할 때 가시적으로 형상화된다. 대중의 시대를 맞이하였지만 실패하는 혁명은, 혁명적 대중의 흐름을 혁명적 권력의 장악으로 인도할 명확한 조직을 필요로 했고 이러한 점에서 ‘프롤레타리아트’는 대항계급 혹은 반계급이다. 프롤레타리아트는 이탈의 벡터로 정의되는 대중과 달리, 귀속의 벡터에 의해 파악된다.

노동자의 정규성과 안정성이 제거된 비정규직 노동자가 급속히 증가하면서 출현한 ‘프레카리아트’는 노동자계급을 분할하며 분해한다. 노동자이면서 충분히 노동자이지 못한 존재자들인 프레카리아트는 비계급이 되어가는 과정 중에 있다. 계급에서 이탈하는 것은 기존의 계급에 의해 강요되지만 그렇기 때문에 기존의 계급에서 벗어나게 하는 어떤 포텐셜을 갖기도 한다. 프레카리아트는 노동자계급을 초과하는 것이다. ‘탈계급’은 넘침의 포텐셜로 이탈의 벡터를 끌어들이고 이탈의 벡터를 따라 나아갈 수 있는 새로운 장소와 새로운 삶의 방식을 끌어들인다. 프레카리아트는 불안정한 노동자계급이 아니라 불안정하게 만드는 계급이다. 계급적 규정 자체를 동요시키고 지워 계급 자체를 불안정하게 만들어 불온성의 벡터를 가동하는 존재자다.

이탈의 벡터가 노동자를 그의 소속에서 이탈하게 하는 것처럼, 프레카리아트는 대항계급으로서의프롤레타리아트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그가 속한 자리에서, 그에게 할당한 역할과 기능에서 이탈하게 할 것이다. 기존의 모든 프롤레타리아트의 규정성을 반복하여 비워내고 지워버리는 이 어두운 모호성 속에서 다른 가능성들이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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