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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인의 형이상학 10장 11장 발제

헤이즈 2021.03.31 14:14 조회 수 : 106

10장 생산이 전부가 아니다: 되기들

되기란 “미메시스(memesis)” 즉 기억과 역사로부터, 또한 미메시스, 즉 모방과 재생산으로부터 문자 그대로 탈주하고 도망가는 것이다. 되기는 기억상실, 전역사, 도상적이지 않은 것(aniconique), 비생산적인 것이다. 되기는 실천 중에 있는 차이다(202).

<천개의 고원> 10장은 레비스트로스가 확립한 계열적-희생적 논리(인간과 동물 사이의 상상적 동일시)와 토템적-구조적 논리(사회적 차이와 자연적 차이 사이의 상징적 상호관계)의 대립으로 시작된다. D&G는 계열과 구조라는 두 가지 유비적 모델 사이에 베르그손적 모티브(되기)를 도입한다. 되기는 구조적 대응으로도, 계열적 유사성으로도 환원불가능한 관계다(202). 되기란 실재적, 분자적, 강도적 관계이며 이런 관계는 구조주의의 지나치게 형태학적(morphologique) 관계성의 음역대(registre)와는 다른 음역대에서 작동한다. 되기의 분리접속적 종합은 실재적 다양체들이 거주하는, 평형상태와는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작동한다. “되기와 다양체는 하나이며 같은 것이다”(203).

되기는 은유도 아니고 변신도 아니며 자신이 창조하는 관계의 두 항을 탈영토화하는 운동이다. 이는 새로운 “부분적 연결”을 이용해 그 항들을 연관 짓기 위해서다. 토템적 재규어 안에서 한 인간은 “희생의 방식에 따라” 스스로 변형되는데 그 재규어는 상상적이지만 그 변형은 실재적이다. 되기 그 자체가 고양이과 동물인 것이다. 즉 재규어-되기에서 “재규어”는 행위의 내재적 양상이지, 행위의 초월적 대상이 아니다. 왜냐하면 되기는 자동사이기 때문이다(재규어-되기(devenir-jaguar)와 제규어가 된다는 것(devenir un jaguar)은 혼동되어서는 안된다).

되기는 자기 자신의 일관성을 분명히 가지고 있는 동사다. 모방하기, 나타나기, 존재하기, 대응하기가 아니다. 또한 생산도 아니고 혈통도 아니다(204).

<천 개의 고원>에서 되기 개념은 사실상 <안티 오이디푸스>에서 생산개념이 담당했던 것과 동일한 우주론적 주축 역할을 수행한다. 이는 “모든 것은 되기다”라는 것 때문이 아니라, <천 개의 고원>에서 재현 작업을 차단하는 대표적인 반재현적 장치가, 되기 개념이고, <안티 오이디푸스>에서는 생산이 반재현적 장치였기 때문이다. 생산과 되기는 구별되는 두 가지 운동이고 둘 다 자연과 관련되고 강도적이고 전-재현적이다. 되기는 욕망의 과정이고, 욕망은 실재적인 것의 생산이고 되기와 다양체는 하나이며 같은 것이고 되기는 리좀이고 리좀은 무의식의 생산과정이다. 생산은 인간과 자연의 동일성이 실현되는 과정이고 그 과정에서 자연은 생산의 과정으로 드러난다. 그와 반대로 되기는 인간과 자연의 “반자연적인” 참여다. 되기는 이질적인 것 사이의 포획, 공생, 횡단적 연결이라는 순간적 운동이다(205). “되기는 후손과 혈통에 의한 진화가 아니다. 되기는 혈통에 의해서는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는다. 모든 혈통은 상상적인 것이다. 되기는 항상 혈통의 질서와는 다른 질서에 속한다. 그것은 동맹에 속한다.”(206).

도곤 신화의 야행적이고 모호한 강도적 혈통을 긍정했던 <안티 오이디푸스> 분석과 그런 관계양식에 어떤 실정적 역할을 부여하기를 거부한 <천 개의 고원> 사이에 D&G의 시선의 주요한 방향 전환이 있다. 즉 욕망의 인간적 경제에서, 종 횡단적 정서들의 경제를 향한 방향 전환이다. 정서의 우주적 경제의 시점에서는(즉, 비인간적 힘인 욕망의 시점에서는) 이제 혈통이 자신의 상상적 동일시를 이용해 이질적 존재자들 사이의 동맹을 제한하게 된다. “만일 진화가 참된 되기들을 포함한다면, ...그 공생의 영역은 어떤 가능한 혈통도 없이 전혀 다른 생물계와 존재자들이 함께 어울리도록 만든다”(207).

<천 개의 고원>에서 두 가지 동맹이 나타난다. 첫 번째 동맹은 사회체는 물론이고 남성젠더(1차적 집단동성애)에도 내적이다. 되기에 내재적인 두 번째 동맹은 상징적 교환과 분류(족외혼 동맹, 토테미즘)로 환원 불가능하고 또한 상상적인 생산과 변신(신화적 계보, 동물에 연관된 혈통)으로도 환원불가능한 것이다(209).

모든 되기는 동맹이다. 그러나 모든 동맹이 되기라는 말은 아니다. 외연적, 문화적, 사회정치적 동맹이 있고(혈통을 구별) 그리고 강도적, 반자연적, 카오스모스적 동맹(종들이 뒤섞이고 함축적 종합에 의해 연속적 차이들을 역실행함)이 있다(209). 되기는 [혈통, 환유적 연속성, 계열적 유사성] vs. [동맹, 은유적 불연속성, 대립적 차이]의 계열체적 이원론에 횡적으로 놓여있다(210). 인류학의 가장 주요한 일반개념인, 관계 개념의 미래는 그 학문이 차이와 다양체, 되기와 분리접속적 종합이라는 개념들에 주의를 기울일 줄 아는지에 달려있다. 관계성에 관한 탈구조주의 이론, 즉, 구조주의가 관계적 존재론과 맺은 “비근본적인”타협을 존중하는 이론은 들뢰즈 철학이 구축한 계열(라이프니츠, 스피노자, 흄, 니체, 새뮤얼 버틀러, 화이트헤드, 베르그손, 타르드같은 인물 + 관점, 힘, 정서, 습관, 사건, 과정, 포착, 횡단성, 되기, 차이와 같은 관념들로 가득 채워진 소수 구조주의의 계보)을 무시할 수 없다(221). 

11장 체계의 강도적 조건들

까스뜨루가 혈통과 동맹에 대한 D&G의 작업을 검토한 것은 단지 철학적 영감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의 개념을 바탕으로 아마존 종족지학을 새로운 지평으로 옮겨놓기 위해서다. 잠재력적 인척관계(potentail affinity)라는 개념이 그 결과물이다. 저자는 이를 들뢰즈의 잠재성 개념에 따라 아마존 인척관계를 재정의하기 위해 ‘잠재적(virtual) 인척관계’로 고쳐 부르게 된다(227쪽 주).

아마존 친족관계와 사회성의 구축을 인척관계라는 잠재적 차원이 현실화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것이다. <친족의 기본구조>의 고전모델에 따르면, 혈통(descent; filiation) 그룹이 친족의 기본단위를 구성하고 서로 다른 혈통 그룹들이 동맹(alliance)를 통해 연결되고 이런 식으로 사회 체계가 구성되는 것이다. 반면 까스뜨루는 이러한 혈통 중심 모델이 아니라 동맹 중심 모델을 제안한다. 혈통이라는 고정 항보다 관계로서의 동맹이 먼저 존재하고 동맹이 혈통에 비해 위계적으로 우세하다는 것. 이때 동맹은 지역적으로 차원의 관계가 아니라, 자연적 한계의 구애를 받지 않는, 초지역적(supra-local) 차원의 관계(부족 간, 종족 간 뿐만 아니라, 동물, 식물, 정신, 신들과도 관계 맺음)이며 여기에는 정치적 전략으로의 혼인동맹, 공식적 친선이나 무역관계, 공동 잔치나 제의 관계, 적대자와의 관계 등이 포함된다(338). 초지역적 동맹관계는 우주의 모든 존재자들을 연결하는데 이들 모두를 인척관계라 부른다. 이 인척관계는 잠재적인 것으로서 상징적이고 유적인(generic) 특성을 가진다(338). 여기에는 개인의 특수한 인척관계들(무역파트너, 제의의 동료, 샤먼과 동물 및 정신들, 살인자와 희생자들)과 현실적 인척관계도 존재한다.

아마존 사회에서는 이러한 인척관계를 숨기려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이는 인척관계의 차이를 혈족관계의 동일성으로 수렴시키는 운동임). 서구적 관계가 동일성을 통한 관계라면 아마존에서는 타자성 자체가 곧 관계성이다. 어떠한 매개도 없는 다름 그 자체가 곧 관계 맺음을 함축한다. 레비스트로스의 어휘로 말하자면 인척관계는 사회학적 범주가 아니라 철학적 관점이다(339).

이러한 존재론적 전제에 따르면, 잠재적 인척관계란 “잠재적 사회성의 무한한 배경”이고 잠재적 사회성을 구성하는 것은 동일성이 아니라 타자 혹은 차이다. 까스뜨루는 인척관계의 극한은 혈족관계라고 한다. 하지만 ‘극한’은 말 그대로 인척관계의 차이를 0으로 만들 수는 없다. 결국 어떤 혈족집단도 완전한 동일성에 도달할 수 없고 항상 0에 가까운 차이를 내포할 수 밖에 없다.

까스뜨루는 남아있는 차이로부터 근친상간(상상적 근친상간은 혈통의 근친상간이나 부모자식간의 프로이트적 근친상간보다 남매간 근친상간이나 동맹의 근친상간)과 쌍둥이(똑같지 않은 쌍둥이는 세계의 조건을 형성하는 “불가피한 비대칭”이 신화적으로 인격화된 것)의 문제를 설명한다(339). 인척관계의 환유인 혈족관계와 차이의 은유인 쌍둥이 관계의 반어법을 음미하려면 조금은 라이프니츠주의자가 되어야 한다(238).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경계를 횡단하는 <천 개의 고원>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강도적 동맹과 외연적 동맹이다. 강도적 동맹이란 곧 되기를 말한다. 되기란 강도적 에너지가 외연화한 결과물로서의 관계가 아닌, 강도적 에너지 그 자체인 관계다. 아마존 사회를 사유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은 강도적 에너지로서의 되기다. 까스뜨루는 잠재적 인척관계라는 사회우주론적 개념을 제안하고 타자-되기로 재정의한다(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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