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노자와 표현문제 프로포절

산초 2019.11.17 21:23 조회 수 : 34

스피노자의 표현철학과 일의성의 언어: <<스피노자와 표현 문제>>를 중심으로

 

이 글에서는 스피노자의 철학을 설명하기 위해 들뢰즈가 중심어로 삼고 있는 ‘표현’ 개념이 어떻게 존재들의 고유성과 동등성을 강조하는 일의성의 언어로 나타나는지를 <<스피노자와 표현문제>>를 읽으면서 소략히 살펴보려고 한다.

들뢰즈가 지적하듯이 스피노자의 철학은, 비록 표현이라는 개념을 내세우지는 않지만, 신학-철학사적으로 ‘유출’과 ‘창조’의 맥락에서 사용되던 표현 개념을 뒤집어 신과 피조물의 연속성을 강조하는 일의성의 언어로 사용한다. 동시에 스피노자의 표현 개념은 정신과 육체의 실재적 인과성이 아닌 소위 평행론과, 명석판명한 관념의 형식주의를 넘어선 적합한 관념을 설명하면서 반-데카르트주의 전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그런데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되지만 (들뢰즈가 주장하는) 스피노자식 표현 개념이 도달하는 곳은 일정한 듯하다. 그것은 절대적인 신과 신의 본질(을 표현하는 속성)의 표현으로서의 자연 내 존재들이 각기 동등할 뿐 아니라 질적으로 고유하다는 것, 또 신의 본질의 다른 표현인 적합한 관념에 대한 인식이 신에 가까워지는 길이라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이는 비교나 수량 등 우열에 따라 존재를 구별하는 (우리에게 여전히 익숙한) 방식이 아닌, 필연성(자연법칙, 인과법칙) 아래 있으나 모든 존재의 고유성과 동등성을 존중하는 태도이며, 사유에서도 관념과 대상의 일치 같은 표상적 진리를 넘어선 적합한 관념을 통해 자유와 기쁨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어떻게 보면 스피노자의 표현 개념은 형이상학과 자연학, 윤리학을 넘어 어떤 종교적인 함의를 지니는 듯하다. 한편으로는 절대적이고 비인격적인 신 혹은 자연을 상정함으로써 인간의 자유의지가 아닌 필연성에의 종속이 강조되지만 동시에 다른 모든 존재자와 마찬가지로 인간 역시 신의 본성을 표현하기에 존중받아 마땅한 존재로 상정되기 때문이다(‘우리는 모두 하나님의 자녀이다’ ‘중생이 곧 부처이다’). 더군다나 인간이 이성의 작용으로 신관념의 표현인 적합한 관념을 통해 신의 사유에 다가갈 수 있음은 ‘기쁜 소식’(복음)에 다름 아니다.

그런데 통념상 ‘표현’은 (비록 서구철학사에서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이성과 개념을 다루는 ‘철학’보다는 상상과 감각 무의식 등과 연관된 ‘문학’에서 중요한 개념이다. 들뢰즈도 (덜 충분하게) 지적한 바 있지만, 표현은 정의나 정리와 달리 기본적으로 은유와 상징을 함축하는 개념이다. 문학사적으로 본다면 표현 개념은 유비 전통이 강했던 15-16세기 르네상스와 은유와 상징이 강했던 19세기 낭만주의에 중요했던 개념이며 17-18세기 계몽주의 시대 혹은 ‘산문의 시대’에는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다. 그런데 (들뢰즈의) 스피노자는 중세 신학에서 동원했던 유비와 19-20세기에 맹위를 떨친 상징에 ‘대적’하는 개념으로서의 표현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는 스피노자적 표현성이 신인동형론(유비)이나 인간중심적 사고(상징)가 아닌 일의성과 내재성의 다른 이름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즉 (스피노자-들뢰즈의 시각에서 보면) 르네상스의 유비의 언어와 계몽주의 시대의 산문의 언어, 낭만주의(와 모더니즘)의 상징의 언어는 그 표면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모두 초월성의 언어이자 수적 구별을 전제하는 다의성의 언어라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표현의 언어가 기하학적 이성의 언어와 다르지 않음, 혹은 모든 존재는 자연법칙 같은 필연성에 종속되어 있으면서 동시에 신처럼 존귀하고 동등함--스피노자식 표현 개념은 언뜻 모순되어 보이는 이 두 가지가 사실 다른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스피노자의 표현 개념은 초월성과 인간중심주의에 기반한 언어와는 다른 내재성과 일의성의 개념이자 언어이다. 스피노자 혹은 들뢰즈의 급진성의 일단을 여기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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