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난주 드디어 첫 강의를 마쳤습니다.
지난주는 첫 강의인 만큼 진경 선생님의 강의로 시작을 하고 질의응답으로 2부를 마쳤습니다.
지난주에는 먼저 타자에 대한 이전의 철학적 사유의 흐름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서구 철학에서 타자가 명시적으로 철학의 대상이 된 것은 레비나스부터였습니다. 레비나스는 타자의 고통 받는 얼굴을 주체가 어찌할 수 없는 절대적인 것으로 명명하고, 그런 타자에 다가가는 윤리학이야말로 진정한 제1철학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타자가 절대적인 무한자의 위치에 선다 해도 그것은 주체가 능동적으로 다가가야 하는 ‘대상’에 불과한 것이었습니다. 타자는 언제나 주체의 넘어섬을 위해 타자로 남아 있어야 했고, 주체가 명명한 타자의 표상에 갇힐 수밖에 없었습니다.
반면 푸코는 타자를 동일자가 만들어낸 권력의 산물로 보았습니다. 동일자는 자신을 동일자로, 정상으로 정의하기 위해 그 밖에 타자라는 비정상성을 만들어냈습니다. 푸코의 타자가 동일자에 의해 발명된 타자라고 했을 때, 이제 중요한 것은 그런 타자가 동일자를 향해 역으로 움직이는 정치의 필요성입니다. 이는 주체에서 대상으로 향하는 레비나스의 윤리학과 정반대의 방향을 가리킵니다.
대상이라고 명명된 것, 타자라고 명명된 자들을 새롭게 이해하고 그를 통해 역으로 동일자, 주체를 사유하려는 이런 사유의 흐름은 인류학에서 적극적으로 이뤄집니다. 주체에서 대상으로 향하는 일방적인 사유는 식민주의적 역사와 맞닿은 것이었기에 인류학의 방향 전환은 식민주의적 서구를 넘는 것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류학의 이러한 방향전환은 여전히 ‘인간’의 인류학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진정으로 인간(이성)을 넘어선다는 것은 인류학에서 자연학으로 나아가야함을 보여줍니다. 인간중심주의의 연장인 동물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식물로, 더 나아가서 사물로까지 나아가는 사유는 결국 존재자의 존재론으로 향합니다.
『식인의 형이상학』에서 카스트루는 관점주의를 이야기하면서 서구적 사유로 환원되지 않는 원시인의 사유를 보여줍니다. 그는 레비스트로스를 인용하면서 영혼-육체를 이해하는 원시인의 방식이 서구와 전혀 다름을 보여줍니다. 가령 원시인의 신화는 연속적인 변이를 가진 하나의 다양체입니다. 신화에서 동물과 인간, 혹은 사물들은 계속해서 다른 것들로 변이합니다. 인간에서 동물이 되거나, 동물에서 인간이 되는 변이는 어떤 외연적 제약 없이 강도적으로 이뤄집니다. 이때 이러한 변이를 가능하게 하는 건 신화 속 관계입니다. 관계 속에서 다른 것들로 변이하는 신화는 그 자체로 하나의 강도적 다양체입니다. 그리고 동물에서 인간으로 변이하는 신화는 모든 존재자에 인격이 있음을 보여줍니다. “즉 신화들은 인간을 통해 계승되고 보존된 특성들을 동물이 어떻게 잃어버렸는지 들려준다. 인간이 과거에 비인간이었다는 것이 아니라, 비인간이 과거에는 인간이었다는 것이다.”(61) 또한 이는 모든 것에 인격을 부여하는 원시인의 사유 방식이 모든 존재자를 평등하게 다루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카스트루는 원시인의 이러한 독특한 사유방식을 통해 인류학자의 개념적 장치, 서구 사유의 개념적 장치를 바꾸고자합니다. 이때 강조되는 것은 원시인과 인류학자의 연속성입니다. 카스트루가 4장에서 중요하게 다뤘던 번역은 이런 연속성 속에서의 변형을 사유하게 해줍니다. 원시인의 사유방식과 그곳으로 자신을 밀어 넣는 인류학자는 일정한 연속선상에 있습니다. 인류학자는 원시인의 사유-실천을 번역하면서 원시인-되기를 행합니다. 이는 동시에 원시인의 다른 것-되기를 동반하고 있습니다. 인류학자가 원시인의 사유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고 그저 받아쓰는 것이 아니라고 할 때(그리고 그런 재현은 불가능하다고 할 때), 그것은 번역을 통해 원시인의 것도 인류학자의 것도 아닌 어떤 것으로 그들의 사유-실천을 변형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때 인류학자가 원시인의 사유를 번역하는 것은 동시에 원시인이 인류학자의 사유를 번역하고 있음을 역시 보여줍니다. 인류학자는 변형하는 번역 속에서 원시인에게 다가가며 원시인 역시 그 속에서 다른 것으로 된다고 할 때 이들은 강도적 변이 속에 있게 됩니다. 원시인과 인류학자의 연속적 변이 역시 하나의 다양체입니다.
더 자세한 후기는 진경선생님이 주신 강의록을 보시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번 주에는 계속해서 『식인의 형이상학』 5~9장까지를 읽습니다.
발제는 다희 선생님과 정섭 선생님입니다.
쪽글은 질문으로 대체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고 중점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으신 것이나 궁금한 내용들은 댓글로 남겨주시면 됩니다. 질문은 되도록 모두 남겨주세요!
그럼 목요일에 봬요~
댓글 10
-
창근
-
초보(신정수)
이번 강의와 관련될 뿐만 아니라 이전시간에도 나왔던 서술인데요... 까스투루는 '낭만적', '바로크적' 이라는 표현을 자주 씁니다. 지금까지 읽은 분량에서만도 P33 , P128, P133 등에 나오는데... 대조적으로 쓰이는 두 개념의 의미는 무었인가요...?
P33 인간 본성을 전형적으로 드러내 주는 것 가운데 하나가 인간 자신의 고유한 일반성을 부정하는 것이란 사실에서 나타나는 바로크적 알레고리이다.
P128 이는 낭만적이라기 보다는 바로크적인 복잡성의 개념화다. 실제로 낭만주의의 유기적 전체성들과 계몽주의의 원자적 연합들을 대체하게 된 준 대상이다.
P133 크바는 앞서 인용한 논문에서 '사회를 유기체로 보는 낭만주의적 개념화와 유기체를 사회적으로 보는 바로크적 개년화 사이의 근원적인 차이를 지적했다. -
1. 국제사회에서 반인륜적 행동이라 공격을 당하는 사례에 대해서도 관점주의가 적용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윤리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의문이에요....이해는 하지만 동의할 순 없다인지?
2. 자신의 외부에서만 자기 자신이 되는데 성공한다 (178)라는 말은 타자가 필수적이라는 말과 주체가 내포된 것인지 궁금합니다.
-
흰꼬꼬
변이, 관계, 다양체에 관한 질문입니다. 창근 샘 1강 후기 중 "인간에서 동물이 되거나, 동물에서 인간이 되는 변이는 어떤 외연적 제약 없이 강도적으로 이뤄집니다. 이때 이러한 변이를 가능하게 하는 건 신화 속 관계입니다. 관계 속에서 다른 것들로 변이하는 신화는 그 자체로 하나의 강도적 다양체입니다. "에서 "변이가 어떤 제약 없이 강도적으로 이뤄진다"는 것은 관계와 상관없이, 관계 외부에서 변이가 이루어진다는 말씀이신 것 같은데, 뒤의 "이러한 변이를 가능하게 하는 건 신화 속 관계"라고 하셔서, 모순되는 것 같습니다. 책 133쪽 위에서 4번째 줄에 " 다양체에서는 관계들이 변이하는 것이 아니라, 변이들이 관계를 만든다"는 것과 연결하여, 변이, 관계, 다양체의 관계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
(1)연결(connection), 결합(conjunction), 분리접속(disjunction) 설명해 주세요. 논리힉에서의 두 항 A,B는 서로 독립적이어서 상호 배타성 혹은 부정성이 전제될 수 있는데 들-과는 독립성을 전제하지 않는다는 것 까지는 이해되는데 그런 연결은 분리접속에만 해당되나요? (.p.129)
(2)"다양체들을 서로 비교하는 것은 그것들의 발산이 가지는 특징적인 양식, 그것들의 내외부적인 거리를 규정하는 것이다"; 이 문장은 인류학자들이 탐구하는 부족들의 관계들을 하나의 다양체로 보고 그것들 사이의 비교를 그것들 사이의 동일성을 찾는 것이 아니라다양체의 비교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했는데...비교분석은 분리적 종합과 동등하다는 게 뭔 말인가요?(133쪽) 다양체의 비교는 다양체의 발명이라고 했는데 앞의 문장과 연결시키면 은데.. 분리적 종합을 통해서만 다양체의 특이성을 말할 수 있다는 말인가요?
-
이정섭
1.은유적 불연속성..환유적 연속성(185)..각각 토템과 희생의 상보적 관계라 할때..들뢰즈의 경도와 위도와 유비적 관계일까?
2. 식인이 강도적이란 함의를 가졌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지 만 역으로 왜 야만의 강도적 표현이 식인으로 귀결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보충적 설명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예를들어 당시 사회의 동물 단백질의 부족. 포식적 인간과 비포식적 인간의 구분이 요구되지 않는 사회 등등 다른 보충적 설명이 추가되야 하지 않을까?
3. 야만의 식인과 좀비의 식인의 차이는?
-
박찬유
안녕하세요? 둘째 시간부터 참여하게 된 박찬유라고 합니다. 좀 많이 부족해서 질문하기도 창피하지만 무릎쓰고 질문 드립니다.
우선 내용이 상당히 난해한데 문장의 복잡성, 사상의 깊이 등은 차치하고 '생소한 단어'가 너무 많습니다. 이런 단어들을 작의적, 임의적으로 해석해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1) '강도적'이란 단어가 참 많이 나오는데요. 이것도 제 마음대로 level적으로 이렇게 해석하면 되나요? 먼저 용어의 이런 사전적지침이나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책을 읽으려니 뜬구름 잡는 듯합니다.
2) 마찬가지로 '바로크적 알레고리'? 잘 감이 안옵니다.
3) '상징화', '관습화' , '차이화', 자발적인 차원, 구축된 차원...
이 책의 1장 경이로운 전환을 읽어 내는데 3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런데 대충 의미는 알것 같기는 합니다. 종래 인류학의 이해 접근방식을 서구적 타자로서 해석이 아닌 원주민적 시각에서 이해할려고 하겠다는 게 첫번째 핵심이며 두번째는 미래적으로서 들뢰즈의 다양성에 기초하여 이해하겠다게 저자의 포부이며 의도라는 것이다. 맞나요?
-
남은혜
안녕하세요, 저도 아직 내용을 한번 읽어서는 도저히 이해하기가 어려워 단어 중심으로 질문드리려고 해요. 분리접속, 강도적 이라는 단어가 자주 나오는데 특히 이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조금 있다 뵙겠습니다 ;)
-
효영
1) 연결종합(연접), 분리종합(이접), 결합종합(통접) 셋 다 강조한느 것을 카스트루도 모르지 않았을 텐데, 그러면서도 왜 카스트루는 분리종합만 자꾸 강조했을까요?
2) 들/가가 카스트루의 입장에서는 교환을 상품교환 내지 사회계약의 측면에서 다룬다는 점에서 동의하기 어렵고, 오히려 의무의 측면에서 교환을 봐야한다..(149)고 하는데, 내용을 들여다보면 들/가가 말하는 증여 개념이 결국 카스트루 자신이 교환이라는 말 속에 담고 싶었던 의미랑 유사한 것 같은데, 그럼에도 교환이라는 개념 자체가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면, 어떤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을까요?
3) 들/가가 생산 뿐 아니라 분배와 소비도 보편적 과정으로서의 생산으로 다루려는 시도가 <정경비판요강>의 맑스의 위대한 문체를 따르는 것이라고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배경 설명을 듣고싶습니다~!
-
상품의 세계 내부에 "증여"의 사회성과 "상품"의 사회성 사이의 대조가 있다는 말은 무슨 의미인가요?
[증여의 젠더]에서 논의된 내용을 알수없어서 그런지 상품에 대한 증여의 시점과 증여에 대한 상품의 시점이 다르다는 것에서 끌어내오는 비대칭적 함축을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ㅠ
7장에서 주로 쓰이는 기입과 분리접속적 종합이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어요 설명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