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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의 인간학과 타자로서의 장애인

고병권 강사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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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고병권 선생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선생님을 인사원에서 뵙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선생님께서는 노들장애인야학 교사이자 노들장애학궁리소의 연구원으로 활동을 하고 계시지요. 이번 강좌 “칸트의 인간학과 타자로서의 장애인” 또한 선생님께서 평소 가지고 계신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커리큘럼이라 생각됩니다. ‘장애’에 천착하시게 된 계기가 있는지, 장애를 학문으로 접근한다는 것에 어떤 의미를 두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A. 장애를 주제로 혹은 장애를 퍼스펙티브 삼아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최근이라고 말해도 좋을 정도입니다. 마르크스의 <자본>에 대해 책을 쓰고 강의하는 일로 시작이 많이 늦어졌습니다. 2016년부터 2021년까지는 <북클럽자본> 프로젝트에 매여 있었고, 이 작업을 끝내고 나서야 장애학 공부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셈입니다.
공부의 계기는 오래 전에 이미 주어져 있었습니다. 노들장애인야학에서 강의를 시작한 게 15년 전이니까요. 공부의 계기에 비해 공부가 너무 늦은 셈입니다. 처음에는 장애인들에게 인문학 강의를 하러왔는데요. 얼마 지나지 않아 인문학의 한계와 폭력성을 느꼈습니다. 제가 소개하는 철학들 상당수에는 장애인이 부재했거나 장애인을 배제하고 있었습니다.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묵인하거나 심지어는 정당화하고 있었죠. 게다가 언제부턴가 야학에서 지적장애인들이 학생의 다수를 차지하게 되었는데요. 그럴수록 철학교사였던 저는 무력해졌습니다. 이성과 언어에 기대고 있는 철학은 지적장애인들 앞에서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저에게 지적장애인들의 한계가 아니라 철학의 한계로 다가왔습니다.
장애를 학문적으로 접근한다는 것의 의미를 제게 물어보셨는데요. 사실 제가 하려는 작업은 장애를 학문적으로 접근한다기보다 장애로부터 학문에 접근한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장애를 방법론으로 삼아 주류 인문학, 특히 주류 철학의 한계를 성찰해보려고 합니다. 근대 철학이 어떻게 장애에 대한 배제를 필요로 했는지, 어떻게 장애를 배제함으로써 성립할 수 있었는지를 살펴보는 겁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장애를 사유의 희생자만이 아니라 새로운 사유의 원천으로서 접근해보려고 합니다. 장애가 품고 있는 사유의 잠재성 발굴해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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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최근에는 장애학을 정체성의 문제나 돌봄의 문제로 접근하는 경향이 많이 보이는데요. 이번 “칸트의 인간학과 타자로서의 장애인”에서는 칸트의 인간학을 경유한다는 점에서 눈에 띕니다. 대표적 근대철학자인 칸트는 인식론이나 미학에서 많이 논의되고 있는데 장애학의 관점으로 칸트를 공부한다는 것이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선생님께서 “칸트의 인간학”을 이번 강좌의 중심으로 두는 것은 근대적 인간중심주의가 어떠한 인간을 상정하는지를 분석함으로써 비장애중심주의와 인간중심주의 모두를 비판하고자 하시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A. 네, 말씀하신 것처럼 근대 인간학에 내재한 비장애중심주의를 비판하고, 당장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는 인간중심주의 비판, 니체식으로 말하면, ‘인간의 극복’을 시도해보려고 합니다.  사실 칸트 연구자들은 국내에도 많고 해마다 많은 논문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 칸트 철학과 장애 문제를 연결짓는 논문은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해외에서는, 특히 장애학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칸트 철학에 대한 연구가 꽤 나오고 있습니다. 장애인들, 특히 지적장애인들의 권리를 사고할 때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칸트의 철학과 마주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가 칸트 철학이 틀렸음을 입증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칸트 철학에서 엿볼 수 있는 인간에 대한 이해가 어떤 것인지를 그려보려는 겁니다. 저는 근본적으로 그의 인간학이 우리시대의 인간학이기도 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인간학을 토대로 했을 때, 인간의 권리, 진보, 해방 등이 어떤 형태를 취하게 되는지를 그려보고 싶습니다. 물론 이는 근대 사회에서 왜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배제가 나타나는지, 이런 차별과 배제가 여성, 어린아이, 인종, 비인간동물에 대한 차별과 어떻게 연관되는지도 살펴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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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주교재로 <실용적 관점에서의 인간학>이라는 텍스트를 삼으셨습니다. 강좌 소개를 통해 살짝 추론해보자면 칸트의 3대 비판서는 ‘이념적 인간’을, <실용적 관점에서의 인간학>에서는 ‘경험적 인간’을 다루고 있는 것 같은데요. ‘이념적 인간’을 통해서는 도달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것인지, 선생님께서 ‘경험적 인간’에 대해 탐구하고자 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A. <순수이성비판>과 같은 비판서에는 장애인이 거의 등장하지 않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이념적 인간’을 다루기 때문이지요. 반면 <실용적 관점에서의 인간학>에는 장애인이 도처에서 출몰합니다. 칸트는 이 텍스트에서 선험적 능력들에 문제가 생긴 여러 경험적 사례를 언급하기 때문입니다. 칸트는 각각의 능력들이 손상되거나 부재한 경우들을 분류하는데요, 이 분류표는 인지장애에 대한 분류표라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게다가 칸트는 이런 능력들에 문제가 생긴 이들의 권리와 처분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습니다. 제가 볼 때 <인간학>은 칸트의 인간다움에 대한 규정이 장애와 긴밀히 관련되어 있다는 것, 이렇게 말해도 좋다면, 그의 인간에 대한 규정에는 장애가 ‘배제적으로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가 장애를 어떻게 이해하는지를 살펴봄으로써 그가 인간을 어떻게 이해하는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가 상정하고 있는 이념적 인간이, 우리가 거기에 이르지 못할 때조차, 인간에 대한 현실적 차별과 어떻게 맞물려 있는지도 엿볼 수 있고요.


Q. 아직 텍스트를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부재, 상실, 실패, 일탈의 가능성들 속의 능력에서 찾는 인간의 모습, 즉 이념적 인간으로 가기 이전의 인간의 모습을 통해 인간을 탐구한다는 점이 흥미롭고 신선하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칸트의 텍스트에서 선생님이 장애학에서 도달하고자 하는 대안까지도 얻을 수 있을까요?

A. 이번 세미나에서는 거기까지 갈 수는 없을 겁니다. 칸트의 인간학을 기초로 근대 인간의 이념적 얼굴을 그려보는 수준까지만 가도 대성공입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몇몇 대목에서 칸트 안에 칸트의 인간학을 넘어서게 해주는 자원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볼 때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칸트가 <인간학>에서 정신장애인의 한 유형을 언급하며 쓴 ‘적극적 비이성’이라는 표현이나 <보편사>에서 언급한 ‘비사회적 사회성’ 같은 표현에서는 어떤 영감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직은 공부가 많이 부족합니다. 솔직히 이런 말씀 드리면 이런 데도 세미나를 열었느냐고 화를 내실 분도 있을 겁니다. 이제 공부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죄송합니다. 다만 제가 좋아하는 공부법은 어떤 사유를 넘어설 자원을 그 사유에서 찾는 것인데요. 칸트에게서 칸트를 넘어서는 칸트를 발견할 수 있다면 정말로 좋겠습니다.

 

Q. 구체적인 강좌의 진행 방식이 궁금합니다. 매주 발제와 토론, 강의로 진행된다고 하셨는데, 수강생들이 발제를 맡으면 해당 주차의 발제자가 먼저 발제를 하고, 토론을 진행한 후, 선생님께서 강의하시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일까요? 그리고 매주 쪽글을 작성해야 하는데, 어떤 점에 유의하면서 작성하는 것이 강좌를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까요?

A. 조금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제가 공부가 부족합니다. 너무 뻔뻔한 말이지만 제 공부를 좀 도와주세요. 발제와 토론, 강의로 진행된다고 했는데요. 매주 발제는 제가 하려고요. 제가 <인간학>을 재밌게 읽기는 했는데요, 이번에 정리를 좀 해보려고요. 기본 발제는 제가 할 생각입니다. 제 발제가 끝나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요. 학인분들은 자기가 읽은 것, 세미나에 참여해서 생각하게 된 것, 매주 세미나가 끝나고 조금 더 생각하게 된 것들을 정리해서, 매주 게시판에 올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인간학>에 대한 자신의 공부 노트를 만들어간다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제가 그 글을 읽어보고 다음  전에 언급할 게 있으면 간단히 하겠습니다). 매주 글을 작성할 때는 ‘자신의 말로’ 텍스트의 내용을 정리하는 데 주력해주시고요, 나중에 에세이 쓸 것을 염두에 두면서, 정리글에 메모를 해두세요. 해당 주가 지난 뒤에도 생각나는 게 있으면 앞으로 돌아가 메모를 해두시고요. 이런 식으로 이번 세미나가 모두 끝나면 공부 노트 한 권을 갖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노트를 가지고 있으면 에세이 쓰기도 훨씬 수월하실 겁니다. 매주 이것을 작성하는지 제가 체크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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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어떤 수강생들에게 이 강좌를 추천하시나요? 논문이나 책을 읽어본다든지, 강좌를 수강하기에 앞서 준비하면 좋을 것들이 있을까요?

A. 강좌 소개글과 강사 인터뷰에서 흥미를 느낀 분이면 누구라도 좋습니다. <인간학>은 비판서들에 비해 읽기가 좀 수월합니다. 칸트 자신이 ‘대중적’으로 썼다고 했으니까요. 칸트를 처음 접하는 분들도 일종의 입문서로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강좌를 준비하며 칸트에 대한 짧은 개론서를 읽어두는 것도 좋겠습니다. <인간학>과 관련해서 제가 주의 깊게 읽은 책은 미셸 푸코가 쓴 <칸트의 인간학에 관하여>입니다. 쉬운 책은 아니었습니다. 칸트의 인간학에 대한 저의 접근법은 푸코의 <말과 사물>, <광기의 역사> 등에서 많은 영감을 받은 것이니, 이 텍스트들을 읽었다면 좋겠습니다만, 분량도 그렇고 난이도도 그렇고 읽기 쉬운 책들이 아닙니다. 너무 준비를 많이 하지 마시고, 힘을 좀 빼고 칸트의 흥미로운 책을 하나 읽는다는 마음으로 임해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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