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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변적 우화: 새로운 동맹을 위하여> 강사인터뷰

 

강사 최유미

이론물리화학으로 박사학위를 했고, 10여년간 IT회사를 운영했다. 지금은 수유너머104에서 서로 너무도 다른 우리 인간, 비인간들이 어떻게 함께 살 수 있을까에 관해 실험하고 공부하고 있는 중이다. 이 주제에 자양분을 주는 철학자는 도나 해러웨이, 질베르 시몽동, 브뤼노 라투르, 공자, 그리고 SF작가들이다. 『해러웨이 공-산의 사유』를 썼고, 『트러블과 함께 하기』, 『종과 종이 만날 때』(근간)를 번역하셨다. 그리고 『진보평론』, 『우리시대 인문학 최전선』에 글을 실었고, 도나 해러웨이, 시몽동, 공자에 관한 강의를 했다.

 
Q. 이번 인사원 강의 ‘사변적 우화 -새로운 동맹을 위하여-’의 밑바탕에 깔린 문제의식은 인류세와 관련된 것이지요. 선생님께서는 인류세가 기존의 동맹이 파탄 나버리고 새로운 동맹이 가동되기 시작한 시대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인류세를 ‘동맹’이라는 개념을 통해 이해하는 시각은 아무래도 익숙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여기서 말씀하시는 동맹을 어떻게 받아들이면 되나요? 그리고 동맹이라는 관점에서 인류세를 바라본다는 것은 어떤 시사점을 갖나요?

 A. 인류세를 연상시키는 단어들은 화석연료, 지구온난화, 기후격변 등입니다. 기후격변은 어느 정도 항상성이 유지되던 지구물리 시스템에 이상이 생긴 현상이지요. 지구의 온도가 급격하게 올라가고 있으니 당연히 지구물리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는데 그 원인으로 화석연료의 과도한 사용을 꼽습니다. 뭐 틀린 분석은 아니지요. 하지만 여전히 인간의 활동에만 집중하고 있지요. 인간 말고 다른 존재들은 그저 배경인 것처럼 말이지요.

고야의 <곤봉결투>라는 그림이 있어요. 뻘밭에서 두 남자가 긴 막대를 휘두르며 싸우는 그림이예요. 그런데 고야는 이 두사람의 발을 진흙 속에 무릎까지 빠뜨려요. 두 남자는 자신들이 진흙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느지도 모르고 싸움에 열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요. 고야의 의도가 무엇이었든지 간에 이 그림이 말해주는 것은 그 결투에서 플레이어는 두 남자만이 아니라는 점이에요. 뻘밭이 제 3의 플레이어이지요. 두 남자는 무시하고 있지만 말이지요. 이들이 더욱 격렬하게 싸울수록 그들은 더 빨리 빨려들어 갈 거예요. 그들이 대칭적으로 서로의 움직임을 되돌려주고 있는 것처럼, 진흙도 그들의 움직임을 되돌려 주고 있는 셈이지요.

화석연료만을 이야기 하는 것은 자신들 둘만 싸우고 있다고 여기는 <곤봉결투>의 두 남자와 같은 것이죠. 플레이어는 우리만이 아니에요. 그런데 우리는 언젠가부터 인간 말고는 다 그냥 배경이나 자원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지요. 인류세는 그런 무시의 결과인 셈입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우리가 그렇게 살았던 것도 아니고, 모든 인간들이 그렇게 살았던 것도 아닙니다. 동맹을 통해 인류세를 다시 생각한다는 것은 우리가 자연이라고 통칭하는 비인간들과 지금까지 어떤 관계를 만들어왔었는지를 살피고, 어떤 것을 계승하고 어떤 것과 단절해야 할지를 생각해보자는 의미입니다. 제가 새로운 동맹이 가동되고 있다고 했는데요. 아무것도 살지 못할 것 같은 파괴된 땅, 가령 체르노빌 같은 곳에서 가장 먼저 나타난 것이 송이버섯이예요. 버섯은 다른 식물들을 이용하고 자신이 기꺼이 이용당하면서 유한한 번창을 도모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가진 생물이지요. 파괴와 폭력이 난무하면 어떻게든 손상된 자들에게 응답하고 그것을 복구하려하는 움직임도 또한 증가하게 되지요. 재난 공동체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집니다. 새로운 동맹의 네트워크는 바로 이런 재난 공동체들이지요. 지금 수많은 재난 공동체들이 생겨나고 있고,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이야기할지를 배워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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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선생님께서는 사변을 ‘사유의 모험’이라고 하셨지요. 흔히 사변이라고 하면 현실과 동떨어진 머릿속에서만 펼쳐지는 망상의 이미지를 연상하는데요, 이런 일반적인 시각과는 다르게 사변을 모험으로 규정하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갖나요?

 A. 네 사변은 통상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라 여겨지지요. 여태까지 경험된 적이 없는 것을 말하는 것이 사변이니까요. 그런데 여태까지 경험된 적이 없다고 그것은 진실이 아닐까요? 정말 그렇다면 과학도 없었고 철학도 없었겠지요. 제가 잘 드는 예인데요. 코페르니쿠스의 시대에 지동설은 사변이지요. 지구가 그렇게 빠른 속도로 움직인다는 주장을 하려면 엄청나게 많은 것을 해명해야 했어요. 도대체 우리의 머리털은 옷은 왜 하나도 휘날리지 않는지, 하늘을 나는 새는 어떻게 그렇게 빨리 달리는 지구를 따라 잡을 수 있는지...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은 온통 경험과 반하는 것이었어요. 갈릴레오는 코페르니쿠스는 경험과 반하는 자신의 생각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고 칭송하지요. 실패가 뻔한 경험과 반하는 생각을 밀어붙이는 것 그것이 사변이고 사유의 모험입니다. 지금은 아니지만 언제가는 진실이 될 지도 모를 무언가를 생각하는 것, 관습적인 존재론에서 벗어나서 생각하는 것. 그런 것이 사변이고 사유의 모험입니다.

 

 

Q. 강의의 제목을 단순히 사변이 아니라 사변적 ‘우화’로 정하셨습니다. 이와 관련해, “이론화가 아니라 잊힌 이야기들을 다시 불러들이고 다시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셨습니다. 이 말씀은 이론과 대비되는 우화의 필요성을 강조하신 것으로 읽혔는데요, 선생님께서 비판하시는 기존의 이론적 시도에는 대표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그리고 그들의 어떤 한계점 때문에 이론이 아닌 우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셨나요?

A.  요즘은 사변적 유물론, 사변적 실재론 등 사변적이라는 말이 붙은 이론이 많이 제안되고 있습니다. 기존의 유물론과 실재론을 사유를 더울 밀어붙여서 새롭게 변형하려는 시도이지요. 그런데 이론이란 대개 전체를 하나로 꿰려하지요. 저는 이를 사유의 가부장주의라고 불러요. 어떻게 모든 것이 하나의 설명체계로 꿰어지겠어요? 그것은 필시 중요한 것과 부차적인 것을 나누게 되지요. 하지만 이야기에는 언제나 여러 버전이 있지요. 버전에 따라 주인공이 바뀌기도 하고 말이지요. 그래서 우화에는 전경화 되는 것과 배경화 되는 것이 미리 정해져 있지 않아요. 버전에 따라 어떤 것이 전경화되면 또 다른 것은 배경으로 물러나게 됩니다. 그러니까 중요한 것과 부차적인 것, 전경과 배경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것이 고정되어 있다는 것이 문제이죠. 또한 이론은 전체를 아우르려 하기 때문에 디테일은 중요하지 않아요. 하지만 이야기에서는 디테일이 중요하지요. 우리의 삶도 그런 것 아닐까요? 우리는 언제나 특정한 상황에 놓여 있고, 윤리와 정치가 요구되는 지점도 바로 거기죠. 그래서 우리는 우화들이 필요하지 전체를 아우르는 이론이 필요한 것은 아니에요.

 

 

Q. 이번 강의에서 저희는 총 5권의 책을 읽게 됩니다. 5권의 책은 다양한 주제들을 담고 있는데요, 얼핏 봐서는 주로 다루게 될 분야가 어떤 것인지 감이 잘 오지 않네요. 이번 학기를 통해 주로 공부하게 될 분야는 어떤 것인가요? 그리고 그런 맥락에서 5권의 책을 선정하게 되신 배경은 무엇인가요?

 A. 사변적 우화들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책들을 골랐어요. 그러니까 뭔가 낯설고 잡다하겠지요?^^

첫 번째 책은 미셸 세르의 『자연계약』인데요. 이 책은 기후위기에 관한 세르의 사유를 담은 책이예요. 제가 예로든 고야의 그림에 대한 이야기도 이 책에 있습니다. 불어에서 날씨와 시간은 temps이라는 같은 단어를 쓴다고 해요. 그러나 지금 우리는 날씨 속에 살고 있지 않지요. 거의 실내에서만 생활하니까요. 그래서 바깥에서 사물과 날씨를 겪으면서 작업하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기후위기에 무감한 것은 이 때문일 것입니다. 세르의 책은 우리 사유의 전반에서 우리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를 이야기 해 줍니다. 이 책은 번역이 안되어 있어서요. 「자연계약」파트만 제가 번역본을 드리고 나머지는 강의를 할 생각입니다.

두 번째 책은 에두아르도 콘의 『숲은 생각한다』인데요. 콘은 생각한다는 것이 반드시 언어, 상징적인 것, 혹은 인간적인 것에 제한되지 않다는 것을 알기 위해 사고를 탈식민화해야 된다고 말해요. 이것은 사변적인 것을 위한 새로운 도약을 요구하겠지요. 왜냐하면 우리의 사고는 언어적인 것에 사로잡혀 있어요. 콘은 우리가 관계성을 생각할 때조차도 언어적 질서를 벗어나지 못한다고 비판하지요. 언어적이지 않은 관계성을 사유하기 이것이 이 책에서 요구하는 도약입니다.

세 번째 책은 도나 해러웨이의 『종과 종이 만날 때』인데요. 이 책은 주로 우리가 일상적으로 만나는 동물들과의 관계를 새롭게 생각하기 위한 책이에요. 사변적이라고 하면 뭐가 기묘한 것을 떠올리기 쉬워요. 그런데 해러웨이는 익숙한 것이야말로 기묘한 것이 숨는 장소라고 말하지요. 이 책은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개와 인간의 관계입니다. 정말 익숙한 것이지요. 그러나 해러웨이는 이를 여태까지와는 아주 다른 사변적 우화로 구성해 내지요. 그러면 지금의 세계와는 다른 세계가 열려요.

네 번째 책은 메릴린 스트래선의 『부분적인 연결들』입니다. 제가 이론과 우화의 차이를 말씀드렸지요. 부분적 연결은 전체로 환원되지 않는 연결들에 관한 새로운 고찰이지요. 사유의 가부장주의를 벗어나기 위해서 꼭 같이 읽고 싶은 책입니다.

다섯 번째는 아네마리 몰의 『바디 멀티플』입니다. 이 책의 부제는 의료실천에서의 존재론인데요. 이 책은 뭐랄까 존재론 같지 않은 존재론이지요. 몰 자신도 존재론이 정말로 무엇에 관한 것인지를 최종적으로 아는 소수의 전위적인 이론가들 속에 끼일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해요. 이 책은 동맥경화와 관련된 패치워크 같은 실천들에 관한 것이고 그것들이 서로 어떤 간섭을 일으키는지에 관한 책입니다. 이 또한 이론적 형태를 띤 사변적 우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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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강의에 앞서 가볍게 읽어볼 만한 책이 있다면 추천 부탁드리겠습니다.

 

A. 이번 강의에서는 다루지 않지만 해러웨이의 『트러블과 함께 하기』를 추천하고 싶어요. 제 책 『해러웨이 공-산의 사유』도 함께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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