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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환

시인. 문학평론가.

2003년 『문학동네』 신인상에 시가, 2005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에 비평이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시집 『당신이 있다면 당신이 있기를』(2019) 『클로로포름』(2011) 『드라이아이스』(2007)

비평집 『전체의 바깥』(2019) 『측위의 감각』(2010) 등이 있다.

 

Q: 안녕하세요~ 2020년 봄학기 인문사회과학연구원(이하 인사원) 강좌에 관심이 많지만 정보가 부족한 분들을 위해 짧지만 핵심에 다가서는 인터뷰를 진행해보려 합니다. 이번 〈모리스 블랑쇼: 바깥의 사유와 비인칭 글쓰기에 대하여〉 인사원 강좌를 맡게 되셨는데요~ 모리스 블랑쇼는 수유너머104 인사원 강좌에서, 특히, 글쓰기에 초점을 두고는 처음 다루지 않나 싶습니다. 지금 우리는 왜 모리스 블랑쇼를 만나야 하나요?

A: 최근 미디어의 변화에 따른 글쓰기의 필요성과 함께 개인의 삶에 대한 고민 속에서 ‘글쓰기’에 대한 관심이 무척 높아졌습니다. 일상과 독서 일기, 여행기와 영화 리뷰뿐만 아니라 학교와 직장에서도 글쓰기의 능력은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항목이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글쓰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른바 백지 앞의 공포처럼 우리는, 글쓰기 앞에서 한없이 도망가고 싶거나 거의 죽는 심정을 매번 겪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우연히, 첫 낱말, 첫 문장을 쓰게 되는데, 그마저도 지워야 할 상황이 빈번합니다.

우리는 글을 써야 하는데 쓸 수가 없는 것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하나의 비유로서 ‘유서’라는 글쓰기에 대해 말해보겠습니다. 살아있는 동안 한 번도 글을 써보지 않았던 사람들조차도 죽기 직전에는 ‘유서’라는 형식의 글쓰기를 시도합니다. 제가 아는 선배는 해외 여행가는 비행기를 탈 때마다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여 유서를 쓴다고 합니다. 죽음을 직면하거나 죽음을 가정하여 쓰는 유서는, 마지막 글쓰기이며 완성된 글쓰기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유서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단번에 완성되지 않고 자꾸 다시 써야만 하고 뭔가 완성되지 못하고 미진한 글쓰기가 된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항상, 다시, 써야만 하고 완전히 쓸 수 없는 글쓰기처럼 느껴집니다. 또한 내가 쓰면서도 내가 죽어가면서 쓰는 글쓰기처럼 느껴집니다. 더 나아가서 내가 쓰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나를 대신하여 쓰는 기분까지 듭니다. 1인칭의 ‘나’도 아니고, 3인칭의 ‘그/그녀’도 아니라 ‘비인칭’이 불러준 것을 쓴 것처럼 느껴집니다. 마치 누군가 문장을 불러주고 나는 지워지면서 받아쓰는 느낌까지 드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어느 날, 밤의 자정을 가로질러서 단편적인 것이 완성됩니다. 그러나 아침에 일어나서 다시, 단편적인 것, 그 글쓰기를 살펴봤을 때, 실패한 것처럼 보입니다.

지난밤의 글쓰기를 통해 나는 무엇을 한 것일까요? 나는 글쓰기를 통해 무엇을 체험한 것일까요? 글쓰기를 통해 나는, 어떻게 다른 존재가 되었던 것일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득, 글쓰기가 나를 변화시킨 것 같습니다. 이 변화는 무엇인가요? 그렇다면 글쓰기, 를 통해 구현되는 ‘문학의 공간’은 무엇일까요? 라는 물음들을, 모리스 블랑쇼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제기하고 사유하기를 권유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인사원 강좌는 문학을 좋아하고 자신의 글쓰기를 고려하는 분들과 함께 모리스 블랑쇼의 글쓰기에 대한 물음과 사유를 공유하고 글쓰기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Q: 최근 출간하신 비평집 제목이 『전체의 바깥』(2019)인데요, 모리스 블랑쇼가 선생님께 어떤 의미인지 간략하게 이야기해주신다면? 소설가, 철학자, 비평가로서 그 누구와도 다른 글쓰기를 했던 모리스 블랑쇼는 송승환 시인, 비평가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요?

A: 저는 모리스 블랑쇼를 계간 작가세계1990년 가을호를 통해 처음 만났습니다. 그때 저는 시를 쓰려는 대학생이었고 작가세계외국문학의 열렬한 독자였는데, 특히, 보들레르와 랭보를 비롯한 프랑스 문학을 좋아하던 문청이었습니다. 그런데 작가세계 1990년 가을호에서 모리스 블랑쇼를 해외작가 특집으로 만났습니다. 거기에 모리스 블랑쇼의 첫 중편 소설 「또마, 알 수 없는 사람」이 실려 있었는데, 사실주의 계열의 소설이 아니어서 당시의 저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 소설을 이해하기까지는 좀 더 많은 독서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1990년, 그 해에 출간된 문학의 공간(박혜영 옮김, 책세상, 1990)을 구해서 읽었습니다. 물론 쉽지 않아서 즉시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반복해서 읽으면서 모리스 블랑쇼가 언급한 작가들, 카프카와 릴케, 말라르메와 호프만스탈 등의 작품들을 찾아서 읽기 시작했던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뜻밖에 모리스 블랑쇼의 이름을 다시 만난 것은  김수영 전집: 산문(민음사, 1981)이었습니다. ‘모리스 브랑쇼’라는 이름으로 나타난 모리스 블랑쇼는, 1965년의 김수영이 불꽃의 문학(1949) 일본어판으로 읽었다는 기록으로 남아있었던 것입니다. 그 이름이 반가웠고 김수영이 놀라웠습니다. 연이어 출간된 모리스 블랑쇼의 미래의 책(최윤정 옮김, 세계사, 1992)은 그의 문학과 비평 세계를 엿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또한 외국문학(열음사, 1997) ‘말라르메’ 특집도 블랑쇼를 다시, 읽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블랑쇼의 문학에 대한 이해를 심화할 수 있게 된 것은, 황현산 선생님의 번역으로 출간된 스테판 말라르메의 시집(문학과지성사, 2005)이었습니다. 말라르메의 시집은 말라르메의 시세계뿐만 아니라 블랑쇼의 문학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켜주었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시절을 거치면서 저는 시를 쓰고 비평적 글쓰기에 대한 갈망도 있었는데요, 그 과정에서 저는 시인으로, 비평가로 등단하게 되었던 듯 싶습니다. 말라르메와 블랑쇼의 문학적 지향점을 일정 부분 공유하면서요.

 

Q: 모리스 블랑쇼는 ‘철학자의 철학자’, ‘작가의 작가’로 유명하지만 사실 일반인들이 이해하고 다가가기가 쉽지 않은데요. 선생님은 처음 모리스 블랑쇼를 만나고자 하는 사람들을 어떤 말로 매혹시키려고 하시는지요?

A: 글을 쓰고 싶으신가요? 그런데 어떻게 써야 할지를 모르시나요? 그렇다면 모리스 블랑쇼의 문장으로 답변해드리겠습니다. “나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내가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게 될 것이라는 것을 나는 안다.” 그러니 모르지만 일단 써보세요. 써보고 나면 나중에 그것이 내가 쓰려고 했던 것임을 알게 되실 거예요. 모르지만 쓰고 나서 나중에 알게 되는 시간! 바로 이번 인사원의 ‘모리스 블랑쇼’ 강좌입니다.

 

Q: 모리스 블랑쇼가 쓴 대표적인 문학작품과 비평 중에서 이번 강좌를 위해 꼭 읽어야 할 교재 외의 책이 있다면?

A: 모리스 블랑쇼의 책들과 함께 읽어야 할 책들이 있는데요, 꼭 먼저 읽지 않았어도 됩니다. 그냥 이번 강좌를 통해 함께 읽으시면 됩니다. 주로 언급되는 작가들은 카프카와 릴케와 말라르메의 작품들인데요, 릴케의 두이노의 비가 外(책세상, 2000)와  말테의 수기(책세상, 2000), 말라르메의 시집(문학과지성사, 2005), 카프카의 카프카의 일기(솔, 2017)와 (솔, 2017), 소송(솔, 2017)과 중단편 전집 변신(솔, 2017) 등등입니다. 혼자 읽으면 힘드니까 이번에 그 어려움을 극복하실 수 있으실 거예요.

 

Q: 그렇다면 이번 인사원 모리스 블랑쇼 강좌는 어떻게 진행되는지요?

A: 인사원의 강좌는 일방적인 강의 중심의 강좌가 아니라 대학원 과정의 수업처럼 진행됩니다. 일정한 조원들이 번갈아가며 발제와 질문지를 작성해오면 그 발제와 질문에 대해 수강생들끼리 토론과 답변을 합니다. 그리고 내용을 정리하는 강의로 마무리됩니다.

 

Q: 마지막으로 강좌를 듣기로 거의 결심하신 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가능한 것에서 시작할 것인가. 불가능한 것에서 시작할 것인가. 이 물음은 시인 폴 발레리의 문장인데요, 강좌를 신청해서 공부를 하겠다는 결심을 하신 분들은 자신의 한계를 조금씩 극복해보려는 분들입니다. 가능한 것만 계속 하면 익숙한 삶의 틀거리 안에 갇히게 됩니다. 지금은 어려워서 잘 못하지만 조금 더 잘 해보려는 도전이 자신의 다른 삶을 만들어갑니다. 누구에게나 쉽고 흔한 것은 가치가 없습니다. 어렵고 귀한 것이 가치가 있습니다. 한 학기 동안 조금 어렵지만 귀한 것을 얻기 위한 삶의 도전, 그 ‘바깥’을 함께 경험해보시면 어떠실까요?

 

감사합니다. 인터뷰를 끝내며 많은 분들이 이번 강좌를 통해 블랑쇼의 문학의 공간에서 바깥의 사유와 비인칭 글쓰기의 거대한 심연에 매혹당하기를, 휩쓸리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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