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노자와 표현문제 

-긍정과 기쁨의 철학자, 스피노자- 

강사: 현영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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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철학과

대학원에서 스피노자에 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학에서 철학 강의를 하고 있고, <수유너머104>에서

다양한 삶의 방식을 배우고 경험하고 있다. 

 

 

스피노자의 재발견

- 반갑습니다. 세미나를 같이 하다 인터뷰이로 만나니 새롭네요

 네, 반갑습니다. 김충한 선생님


- 소개문 첫 문장에 '들뢰즈의 『스피노자와 표현 문제』를 통해서 사람들은 스피노자를 재발견했고' 란 말이 있네요. 이 부분에 대해 좀 더 설명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철학사 수업에서 스피노자는 합리주의자 중 하나로 가볍겨 지나치는 철학자였습니다. 데카르트 철학을 상속받은 철학자 정도? 물론 독일 낭만주의 시대에 스피노자가 주목을 받았던 적이 있었지만 곧 잊힙니다. 그리고 20세기 초에 잠시 관심을  받았는데, 세계 대전 이후 또 잊혀지죠.


-그렇군요

 그런데 68혁명 즈음 프랑스에서 스피노자에 대한 뛰어난 연구서들이 나옵니다. 게루, 마트롱, 들뢰즈, 스피노자 연구의 전환점이 됩니다. 급진적이고 전복적인 철학으로 스피노자의 사유가 재발견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90년대 국내의 스피노자 르네상스가 이들의 저서들과 무관하지는 않은 듯합니다. 특히 맑시스트들은 새로운 길을 찾고자 했고, 알튀세르나 아니면 들뢰즈에서 그 가능성을 보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들의 사유의 기초에는 스피노자가 있었습니다.


- 말씀 중에 68혁명과 스피노자라고 하셨을 때..얼핏 전혀 연관 없어 보이는데 신기하네요. 68혁명에 합리주의자로 일컬어지던 철학자가 소환된 건 왜 그랬을까요?

 구조주의 사상가들에게 스피노자가 매력적이었을까요. 탈주체에 대한 관심도 높았고요.그리고 <신학정치론>에서 스피노자가 물었던 질문인데, 왜 사람들은 예속 상태를 마치 자신의 구원인 것처럼 욕망하는가?


- 아 들어본 적 있어요

그것은 68 혁명 당시 사람들이 던졌던 질문이기도 하지 않았나 싶어요.

 


일의성에 대하여
- 소개문에 '일의성' 이란 개념이 등장하네요. 일의성이 뭔가요?

모든 존재가 하나의 의미로 말해진다는 것입니다. 가령 “신이 존재한다”, “피조물이 존재한다”고 말할 때, 전통적으로 “존재”가 다른 의미를 갖는다고 보았죠. 반면에 스피노자는 그것이 동일한 의미라고 주장합니다. 스코투스나 스피노자의 철학에서 들뢰즈가 주목하는 사유이고, 들뢰즈가 자신의 현대 철학의 핵심에 놓는 개념인 것 같습니다. 들뢰즈가 스피노자를 철학의 왕자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아마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 같아요.


-신과 피조물이 하나의 존재에 있다는 것이 일의성이 어떤 의미를 함축하는지 혹은 어떤 효과가 있는지 좀 더 풀어주실 수 있으실까요

 글쎄요, 일의성이 가질 수 있는 함축이야 많겠지만. 윤리적 측면, 윤리적 효과에 대해서 말해보자면, 초월적인 것, 저 너머에 있는 것에 대한 부정이라고 할까요. 모든 것이 마치 한 평면 위에 있는 것과 같습니다. 약간 다른 이야기로 바꿔서 말하자면, 근대 철학에서 양과 질이 주요 문제인데요, 모든 존재자들은 더이상 위계적인 질적 질서를 따르는 것이 아닙니다. 개체들은 양적인 차이를 통해서 이해될 수 있지요.  좀 추상적인가요. 스피노자의 형이상학과 자연학에 대한 텍스트를 읽으면서 함께 논해야 할 거 같아요.


-컴퓨터 마우스와 제가 그저 양적인 차이만 있다니 왠지 서글프네요^^;;

네, 그게 스피노자 철학의 급진적인 측면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이 컴퓨터도 정신을 가지고 있지요. 인간과 질적으로 다른 것이 아닙니다. 스피노자는 모든 사물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정신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요.


- 비생명체도요? 

네, 무생물체에서 생명체, 식물, 동물, 인간 모두 연속적인 선 위에 있다고 봅니다. 각각 그 자체로 완전한 존재이고요. 「자연학 소론」에서 스피노자는 인간 정신이 다른 개체들의 정신보다 어떤 점에서 우월한지 설명하고자 하는데, 그 때 흥미로운 방법을 선택합니다.  신체의 본성에 대해서 말하면 정신의 우월성이 설명된다고 하거든요. 인간의 정신이 왜 우월한가? 인간의 신체가 더 복잡하기 때문이다...라고요


-정신을 설명하는데 신체로 얘기를 하는 부분이 특이하군요. 우리에게 좀 더 익숙한 데카르트는 어떤가요?

데카르트가 스피노자에 앞서 과학적 세계관을 받아들였죠. 그리고 그는 고전 철학을 뒤엎고 이렇게 말합니다. 물체들, 연장은 그 자체로 자율성을 가진다고 말이죠. 물체의 영역에는 그 나름대로 독자적인 필연적인 법칙이 존재합니다. 

- 그렇죠

그런데 필연성을 세계 전체로 확장하지는 않습니다. 특히 도덕의 문제를 생각하면 그렇습니다. 인간은 기계인가? 그렇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인간의 신체는 기계입니다. 동물도 기계이고요. 하지만 인간은 동물과 달리 신체로만 구성되어 있지 않다고 봅니다. 인간은 영혼도 가지고 있습니다. 인간을 인간답게 해주는 것, 필연 법칙 세계의 외부에 있게 하는 것. 그것이 영혼이고, 거기에 자유의지가 있습니다. 그래야 책임을 질 수 있는 존재가 되고요. 그런데 스피노자는 데카르트처럼 멈칫거리지 않습니다. 그 과학적 세계관을 끝까지 밀고 갑니다. 정신은 특별하지 않다는 거죠. 물체가 기계라면, 우리의 정신 또한 기계다. 그래서 그는 정신적 자동기계라는 유명한 표현을 씁니다. 그래서 스피노자는 필연의 왕국과 자유의 왕국을 구별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이, 신조차도 필연적입니다.


책에 대해서
- 사실 전 [차이와 반복],[의미의 논리]등은 읽어봤는데 [스피노자 표현문제]는 보지 못했어요. 난이도는 어떤가요?

아무래도 보통 읽기 어렵다라는 말씀을 많이 하시죠. 하지만 전 들뢰즈의 다른 저작들보다 훨씬 읽기 수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왜죠?

 학위 논문이기 때문에, 엄밀하고 명료하게 논변을 제시하거든요.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있을 수는 있지만, 아예 이해하기 힘든 부분은 별로 없습니다. 아마 근대 철학 전공자가 아닌 분들에게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학위 논문이어서 일거에요. 논문이니까 일반 대중이 독자가 아니라 철학사가가 독자로 상정되어 있겠죠. 전공자들에게 공유되고 있는 것들은 생략되어 있어요. 하지만 약간의 노력만 들인다면 이 장애물은 넘을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데카르트나 라이프니츠 텍스트들이 많이 번역되어 있고, 좋은 참고 서적들도 많거든요. 그런 텍스트를 옆에 두고 확인해 나가면서 읽으면, 다른 책들에 비해서 주장하는 바를 빨리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상당히 재밌어요. 들뢰즈의 독해가 종종 “아, 이렇게도 읽을 수가 있구나”라고 무릎을 탁 치게 민드는 게 있거든요. 별거 아니라고 지나친 것들이 철학사의 도도한 흐름과 연결되는 것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 그래서 참고 문헌에 스피노자의 윤리학 외에도  데카르트의 성찰 라이프니츠의 형이상학 논고를 첨부하신 것이군요

 네, 지금, 우리가 쓰지는 않는 개념들이 팍팍 튀어나오기 때문에 어렵게 느껴지실 수도 있지만, 생각보다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원전을 읽는 재미도 꽤 있습니다. 

 

- 들뢰즈가 제목으로 단 '표현'이란 개념이 등장해요. 아마 중요해서겠죠?^^

 네, 들뢰즈가 철학사를 하는 스타일 중에 하나인데, 개념어를 하나 잡고, 그것으로 사상 전체를 제시합니다. 주체, 표현, 주름.. 등등 그렇죠. 하여간 이전에는 스피노자의 텍스트에서 사람들이 그다지 주목하지 않았던 개념인데, 들뢰즈가 발굴해 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 짧게 설명해주실 수 있으세요?

실체와 양태, 정신과 신체, 관념과 관념의 대상 사이의 관계를 표현 개념을 통해서 설명합니다. 라이프니츠의 표현 개념과의 유사성이나 차이점도 중요하고요. 앞서 말했던 일의성이나 내재성과 관련이 있습니다. 궁금하시죠? 자세한 내용은 강의 시간에 함께 봐요

 

인공지능과 스피노자
-정말 짧군요 ^^;; 아까 선생님 말씀 중에 스피노자는 인간이 특별한 이유를 정신이 아닌 신체의 복잡성으로 설명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 특히 요즘은 인공지능의 시대잖습니까. 선생님께선 학부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셨는데, 인공지능을 개발할 때 흔히 신체의 문제는 거론되지 않는 것 같아요. 주로 알고리즘 위주로 논의되니까요. 스피노자라면 다르게 볼까요? 혹은 현영종 선생님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우선 약간의 부연 설명이 필요할 거 같은데요. 스피노자에게서 신체의 복잡성은 곧 정신의 복잡성을 뜻합니다. 보통 사람들이 스피노자의 심신 '평행론'이라고 부르는 부분인데요. 정신과 신체가 별개의 것이 아니라, 동일한 것의 두 표현이라는 주장입니다.


-그렇죠.
그래서 정신과 신체가 인과 관계를 맺지 않습니다. 신체가 변하면 정신도 변하는 것이죠.


-그렇군요

그래서 정신을 설명할 때, 엄밀하게 말하려면, 정신의 구성 요소 간의 관계에 대해서 말해야 해요. 그것과 동일한 신체적 요소들의 관계가 있는 것이지요.


- 신체가 변하면, 정신이 변한다면 거꾸로 정신이 변하면 신체도 변하는 거죠?

그래서 스피노자의 철학을 물리주의나 환원론으로 보기에는 좀 무리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러니까 제 말은, 요즘의 인공 지능에 대한 담론들이 탈신체화 경향이 있는데, 가령 우리의 정신을 클라우드에 업로드한다든가 하는 상상들.. 


- 예, sf 영화에 많이 나오는 모티프죠

오로지 논리의 수준, 알고리즘의 수준에서 인공 지능이 규정되는 것.. 이게 스피노자의 철학과 꼭 상반된다고는 할 수는 없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그렇다고 해서 반대로 스피노자의 철학이 인공 지능 담론들과 맞아 떨어진다고 하기에도 좀 그렇고. 물론 당대 기계론이 인공 지능 담론에 주는 시사점이 있겠지만요.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 그렇군요. 

 

들뢰즈의 스피노자

- 인공지능 시대에 스피노자를 소환하면 어떤 모습이 될까 저는 개인적으로 궁금하네요. 그건 그렇고 들뢰즈가 스피노자를 소환할 때 그려내는 특이성은 어떤 것인가요?

네. 저는 들뢰즈의 스피노자를 다소 역사적 관점에서 접근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들뢰즈가 책을 쓸 당시에 그는 어떤 기존 연구들은 참조했을까. 그리고 들뢰즈 연구는 그 이후에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가. 들뢰즈의 연구도 철학사 흐름 속에 바라보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야 들뢰즈의 스피노자론의 특이성이 잘 드러나거든요. 그냥 들뢰즈의 주장을 바로 표준이론으로 받아들이거나, 아니면 반대로 틀렸다거나 너무 나갔다라고 비판하지 말고, 그런 맥락을 읽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미 여러 뛰어난 연구자들이 이런 작업을 진행 중이신걸로 압니다. 


- 재미있겠지만 좀 어렵겠네요. 데카르트, 라이프니츠에서 현대의 스피노자 해석자들까지 풍성한 기회가 될 듯합니다. 혹시 이 강의를 듣기 전에 미리 읽어두면 좋을 책이 있을까요

스피노자에 대한 쉬운 책이 사실 별로 없어서요. 좋은 책들은 좀 있지만요. 민음사에 나온 들뢰즈의 「스피노자의 철학」, 아니면 최근에 번역된, 모로가 쓴 「스피노자 매뉴얼」, 약간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네들러가 쓴 「에티카를 읽는다」 도 믿을 만 하고 좋습니다. 참, 그리고 박기순 선생님이 네이버 연단에서 강의하신 것도 강추합니다. 스피노자 철학의 현대적 의의에 대해서 재밌게 강의하셨어요. 


- 예, 감사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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