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을 읽는 감각
정 진 영
지난 겨울 화물연대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해 타협하지 않고 강경한 태도를 보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올라갔다고 한다. 지지율 반등에 반색한 정권은 반노동 기조를 정당화 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연일 노조를 먹잇감으로 이용하고 있다. 화물연대에 소속된 어느 노동자는 길바닥에서 12시간을 일해도 200만원을 벌기 어려웠다고 했다. 그래서 파업에 나섰던 것인데, 화물연대를 압박하는 정권에 더 공감하는 국민들의 감각이란 대체 어떤 것인가? 나에게는 낯설고 두려운 감각이다.
맑스가 자본주의적 축적의 일반 법칙을 예증하기 위해 기술한 각국의 보고서에는 공업,농업 프롤레타리아트들이 어떻게 생활했는지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생활’보다는 ‘생존’이었다라고 하는 것이 정확하겠다. 놀라운 것은 160년이 지난 지금도 맑스 당대의 보고서에서 ‘기시감’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사회의 부가 늘어났지만 노동자의 비참한 상태는 자본의 축적과 함께 일어나는” 자본주의적 취득법칙이 더 공고해졌기 때문이다.
이 찬란한 ‘자본가의 낙원’에서 다수가 노동자인 우리는 무슨 꿈을 꾸어야 하는가?
우리들이 자고 있을 때조차 ‘자본의 유기적 구성’은 스펙타클하게 고도화되고 있는 이때에 말이다.
개인의 삶이 불안정한 것을 넘어 이제는 ‘불안정 노동’을 확대하려는 모양새다. ‘노동의 유연화’라는 미명하에 노동자의 ‘생활권’과 ‘건강권’이 위협 받을 것이다. 맑스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자본’을 증명하고자 했던 것은 ‘자본주의’와 ‘노동’ 그 너머의 것을 상상하라는 외침이 아니었을까? 어찌되었든 ‘종말’은 올 것이나 다른 삶에 대한 상상을 멈추지 말자. 목소리를 내자. 살아가자. 노동자의 실상에 공감하기 위해서라도 ‘자본을 읽는 감각’은 유지되어야 한다.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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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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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찬란한 자본가의 낙원에서 우리는 무슨 꿈을 꾸어야 하나?"우리가 [자본]을 읽을 수록 알게 되는 진실이 있습니다. 21세기는 맑스의 세기를 문명화된 형태로 반복하고 있다는 거지요. 그렇습니다. 19C [자본]은 모든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결국은 21세기가 이렇게 진행될 것을 말이지요.
"어찌되었든 ‘종말’은 올 것이나, 다른 삶에 대한 상상을 멈추지 말자." 진영샘의 '건강한' 허무주의에 비트겐슈타인의 말을 추가합니다.
[당신이 지금까지 살아온 것처럼 앞으로도 살아간다면 세계도 지금까지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당신이 살아가는 방식을 바꾼다면, 그에 따라서 세계도 새로운 얼굴을 보여줄 것이고 더욱 커질 것이다. 당신과 세계는 별개로 존재하지 않는다. 또 어떤 단단한 세계의 단편에 당신이 놓여있는 것도 아니다. 당신 자신이 바로 당신의 세계다. 그리고 그곳에 당신을 살고 있다. 따라서 당신이 살아가는 방식으로 당신의 세계는 얼마든지 좋아질 수 있다. 사실, 당신 자신이 하나의 소우주다.]
니체적으로 표현하면, 나의 신체는 자본주의적 욕망과 그것에 대항하는 욕망이 서로 싸우는 전장일 것입니다. 자본주의적 욕망을 다른 방식으로 재구성할 수 있을 때에야, 우리는 다른 세계를 꿈꿀 수 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내 자신이 바로 나의 세계이고, 사실 나 자신이 하나의 우주인 까닭입니다. 이러한 미시적 세계와 미시적 우주가 서로 부딪치고 결합하는 방식에 따라, 다른 방식의 세계가, 다양한 형태이 우주가 그때마다 새롭게 열릴 것입니다. 내가 새로운 세계를 만들고 있는 동안, 나의 세계는 바로 그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한번도 자본주의 외에 다른 세계를 살아보지 못한 사람이 있을 것이고, 또 한번도 자본주의에서 살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당신은 지금 어떤 세계에 살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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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동안 니체의 친구이자 나의 친구로서 함께 한 진영샘에게, 우정의 마음을 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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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숙샘~!! 인용하신 비트겐슈타인의 말이 너무 감동적입니다.내게는 큰 폭풍과도 같았던 2022년이 지나면서 정리되어졌던 세계관과 흡사한 부분이 있어서일 것입니다. 우리의 눈 앞에 놓여진 매순간은 너무 소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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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오에 읽는 니체, 저녁에 읽는 맑스.. 인생의 어느 언저리에서 모두 행복한 기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재숙샘에게도 저의 우정의 마음을 전합니다 ^.^
자본을 읽는 감각~ 자본의 속성에 둔감해 지지 않는 감각...잃지 않기 위해 계속 공부를?! ㅎ 함께 공부할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