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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불교를 철학하다 : 1강 후기

앨리스 2023.01.17 21:34 조회 수 : 102

‘선불교를 철학하다’의 첫 강의는 ‘백척간두에서/불교와 선, 간화선 (간화선에서 선으로)’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강의장은 ‘대강의실’이라는 명칭이 무색하리만큼 많은 사람들로 채워졌고, 이동을 위한 통행로가 간신히 만들어졌다.

 강의는 이진경 선생님께서 처음 벽암록의 매혹에 휘말리게 된 사건을 통해 벽암록의 구성과 성격, 그리고 매혹이 가지는 힘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했다..

벽암록은 깨달음을 주기 위한 선사들의 언행을 다룬 1800여 공안들로 이루어졌고, 공안에서 보여지는 선사들의 언행은 제자들의 식견을 깨고 본래면목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갖게 한다.

선사들은 “목구멍과 입을 막고 말해보라.”고 한다. 이 역시 “진정 말해야 하는 것은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라는 말의 다른 말이 아닌가. 불가능성으로 나가는 시도. 백척간두에 내몰리는 경험. 그러나 그 경각의 위급함 앞에서도 선승들은 물러나지 않는다. 한걸음 더 나간다. 심연(죽음)을 향해서. 오직 깨달음, 그 불가능성에 이르겠다는 절박함만을 안고서. 이러한 (비인칭적)죽음을 통해서야 새로 태어날 수가 있다. 새로운 세상을 볼 수가 있다.

‘사유가 불가능한 지점에서 사유가 시작된다.’고 한다. 기존의 앎에서 나온 것들로는 새로운 것이 나올 수 없으며, 새로운 것은 새로운 틀, 혹은 언어로 말해야 하는 것이다.

선의 요체는 의정(물음)이다.

기존의 상식(담론)들을 모두 와해시키고, 그것들을 물음으로 바꿔야 한다. 삶에 유용성으로 작용했던 아상을 깰 수 있는 힘이야말로 의정이다. 자신의 동일성의 세계를 확대시키고, 동일성의 범주로 포획할 수 없었던 타자들을 동일성의 외부로 배제했던 아상의 관성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죽어야 한다. 모든 것에 의문을 붙이기 위해서는 죽어야 한다. 죽음을 살아야 한다.

죽음의 경험, 그것만이 의정을 일으키고 깨달음에 이를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에 선승들은 극단적인(끔찍한) 방법까지 동원한 것은 아닐까? 호통을 치고, 멱살잡이를 하고, 때로는 지나가는 수레바퀴 밑에 다리를 내놓은 채로. 아연실색할 만한 기행들. 그러나 그 거리낌 없는 행보들. 깨달음을 향해가는 제자들이 자신의 아상을 깨고 의정을 갖도록 하는 유일한 방법으로서 말이다.

(질문)

강의 중에 아상을 깨는 것에 대해 아상이란 기존에 하던 대로 하게 하는 틀로 그것에 사로잡히면 그 틀(혹은 방식)의 외부에 있는 것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한 아상을 깨기 위해서는 당혹스러운 경험이 있어야 한다고, 그 초험적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능동성이 아니라 ‘수동성’이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궁금한 것은, 초험적 경험(당혹스러운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수동성이란 무엇 혹은 어떤 사태인가요?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는 초험적 경험은 마치 내 속의 것들을 다 비워낸(내가 죽고) 그 자리에, 외부에 있던 낯선 존재가 내 안에 임하는 모습이 연상됩니다. 강력한 에너지를 가진 타자가 무력한 나(아상)를 대체하는 역전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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