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좌자료 :: 강좌의 발제ㆍ후기 게시판입니다. 첨부파일보다 텍스트로 올려주세요!


[동물권강좌 후기1] 법 그리고 동물의 현실

고광현 2022.04.18 09:03 조회 수 : 63

김도희 선생님의 강의를 통해 법과 동물의 관계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해러웨이를 다루어주셔서 기쁘기도하고 동물권사회학, 동물정치를 연구하는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지난번 강의와 관련하여 저의 법률관련 경험담과 해러웨이의 사유에 대한 단상을 공유하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도움이 될까하여 글을 올립니다.

반려동물을 기르시는 분이라면, 유기동물을 접해보신 분이라면, 그렇지않더라도 저와 유사한 사례들을 언론이나 미디어를 통해 접해보셔서 친숙할 수도 있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근래에 접하게 된 주디스 버틀러, 린 마굴리스, 해러웨이의 사유는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는 듯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맑시즘 철학의 영향을 많이 받은 저에게 그들의 사유는 전향적인 발상의 전환을 저에게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저의 이야기가 동물관련 법률이 현실에서 어떻게 드러나고있는지, 해러웨이를 통해 동물권이 착목해야 할 지점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논의하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합니다.

“물건이라 함은 유체물 및 전기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을 말한다.”

- 형법 제98조(물건의 정의)

 

콜리는 ‘물건’이다

‘콜리’를 만난 것은 2020년 12월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집에 들어서는 골목길에서 보더콜리 한 마리를 마주치게 되었다. 녀석은 목줄도 하지않은 채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었다. 처음엔 주변에 주인이 있겠지하고 생각했지만 사람은 아무데도 보이지않고 나타나지 않았다. 일단 우리집으로 데려간 후에 주인을 찾아줘야겠다고 생각해서 녀석을 불렀다. 보더콜리 특성이 사람을 잘 따라서 그런지 콜리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순순히 나를 따라 집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콜리는 동물등록이 되어있지 않았다. 포인핸드같은 사이트에 주인을 찾는 글을 올리고 동네에서 잃어버린 개라 생각되어 동네사람들에게 수소문도 해보았다. 며칠후 한 남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자신이 콜리의 견주라는 것이다. 나는 어떻게 된 상황인지 그에게 물었다. 일단 관리에 문제가 있었다. 얼마전 집을 나가 보호소에 가서 찾았는데 이틀만에 다시 집을 나가서 잃어버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좀 상황이 어이없고 함께 한 지 반년 정도의 기간 동안 동물등록을 하지않은 것이 미심쩍었다. 나는 그에게 콜리의 주인이라는 것을 입증하라고 요구했고 그렇지않으면 개를 내줄 수 없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콜리는 이백만원 상당의 가치가 있는 개이고 펫샵에서 구매한 것이라며 오히려 나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돈을 원하는 거냐며 따지듯이 말했다. 나는 그에게 콜리와 함께 찍은 사진과 펫샵에서 구매할 당시 명세서 등을 요구했고 당신이 주인이라는 것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절대 내줄 수 없다고 맞섰다. 그가 문자로 사진을 보내왔다. 사진 속 콜리는 홀로 앉아있었고 그의 모습은 보이지않았다. 거래 내역이 담긴 명세서는 그로부터 한두달이 지난 후에야 받을 수 있었다. 거기에는 금액 사십만원이라고 나와있었다.

일단 거래가 된 것은 사실인지 펫샵에 연락을 했다. 펫샵 주인은 그를 기억하고 있었다. 자주 오는 손님이라고. 그런데 자신도 좀 미심쩍어 현재는 더 이상 그에게 판매하지않고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독 삼사십만원 상당의 저가 강아지들만을 사갔다고 한다. 개를 자주 사는 것도 그렇지만 가져간 개들이 잘 지내고 있냐고 물으면 한 아이는 아파서 죽었다고 말하곤했다는 것이다. 펫샵 주인으로서도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콜리의 주인이라는 자가 우리동네에 살고있으며, 반지하원룸에 살고있으며, 배달라이더 일을 하고있으며, 여친과 함께 살고있으며, 경제적으로 넉넉하지않다는 사실을 전화통화를 통해 알고있었다. 나는 그가 빈곤하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영화 기생충의 박사장네 집의 품종견들처럼 최고급 사료를 먹어보지못하더라도 충분히 인간과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가는 반려동물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심각한 문제는 그의 집에 그동안 구매했던 개들이 어디론가 사라진 채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그는 펫샵을 통해 저가에 구매해서 품종견이라고 이야기하며 주변에 되팔며 수익을 챙겼을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반려견을 통해 과시욕을 채우거나 자존감을 높이려는 수단이 아니었을까 등의 추측을 해보았다. 여하튼 나는 콜리를 당신같은 사람에게 돌려줄 수 없다고 단호히 말했고 그는 입증까지했는데 뭔소리하는 거냐고 흥분하며 반발했다. 결국 험한 말이 오가며 더 이상 대화가 되지않았다.

그로부터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경찰로부터 전화가 왔다. ‘점유이탈물 횡령’ 건으로 사건이 접수되어 연락하게 되었다고. 사건 수사를 하기 전에 자신들도 상황을 파악하고자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당시까지의 상황을 이야기했고 오히려 그를 동물관련 법률 위반으로 고발할 생각이었다고 이야기했다. 경찰은 내부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다시 연락하겠다고 했다. 결국 경찰은 사건이 성립되기에 모호하다고 판단했고 나는 ‘개도둑’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현재 콜리는 우리집에서 살고 있다. 처음에는 똥도 먹고 문제 행동도 많았는데 점차 개선되고 나아지고 있다. 워낙 에너지가 넘치는 종이다보니 사고를 많이 치는 편이다. 슬리퍼, 의자, 책 등 녀석의 손길이 닿는 족족 남아나질 못한다. 평소 집에 사람이 없을 때 녀석의 ‘난동’을 막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해놓지만 번번히 당하고만다. 얼마전에는 우리집 통신망을 마비시켰다. 인터넷 선을 끊어 놓은 것이다. 콜리 이 녀석 정말 ‘물건’이다.

 

“누구든지 덫, 창애, 올무 또는 그 밖에 야생동물을 포획할 수 있는 도구를 제작·판매·소지 또는 보관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학술 연구, 관람·전시, 유해야생동물의 포획 등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10조

 

올무와 시고르자브종 백구

이웃집 아주머니와 함께 돌보는 백구가 있다. 몇 달전의 일이다. 집안에서 살지는 않지만 때가 되면 밥을 먹으러 오고, 아주머니 집옆의 개집에서 잠을 자던 백구가 삼사일동안 나타나지 않았다. 어찌된 일일까 걱정하고 있던 때에 백구가 피투성이가 된 채 나타났다. 기진맥진한 모습으로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 가슴쪽에는 철사같은 것이 둘러져있었다. 급히 병원으로 데려갔고 응급처치와 치료를 했다. 올무에 걸린 것이었다. 나는 말로만 들어본 올무를 그때 처음 보았다. 백구가 올무에서 벗어나려고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올무는 움직일수록 조여들기 때문인지 백구의 살을 파고들어 박혀있었다. 올무는 엄청난 고통을 수반하는 포획도구로서 야생동물 포획에 관한 법률에서 엄연히 금지되어있다. 그럼에도 이렇게 현실에서는 이용되고 있다.

나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sbs동물농장에도 제보했으며, 지자체 담당 부서에 ‘올무 사용은 금지입니다’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게시해 줄 것을 요청했고 알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경찰의 반응은 미온적이고 몇 개월째 여전히 수사중이다. 아마도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한 채 미제사건으로 남을 것이다. 지자체에서 내건 현수막은 여전히 거리에 보이지않는다. 법의 존재 이유를 묻지않을 수 없다. 이곳은 법보다 관행, 힘과 이익의 논리가 위에 있다. 결국 문제 해결은 ‘정치적’인 것인가.

 

※ 너무 이야기가 길어져서 ‘해러웨이의 사유에 대한 단상’은 다음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 반려견 입양하실 분을 찾고있습니다

앞서 얘기한 백구가 작년 11월에 새끼를 낳았었는데 컨테이너 밑에서 구조된 바가 있습니다. 총 아홉 마리였는데요 현재 세 녀석들이 저희집에 있습니다. 혹시 시고르자브종을 가족으로 맞이하여 책임지실 반려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주변에 관심있는 분이 계시다면 연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68 동물권 4강-동물권, 복지원, 보호소-후기 [1] 이시스 2022.05.04 76
567 [김진완의 시 세미나] 4강 후기 [1] 안호원 2022.05.02 68
566 [김진완의 시 세미나] 3강 후기 [1] 낙타 2022.04.28 73
565 [동물권 3강후기] 김도희선생님 강의는 재밌다! [2] 고키 2022.04.27 104
564 [김진완시문학]3강후기-내가 가장 예뻤을 때 [1] 황정 2022.04.27 89
563 [김진완의 시 세미나] 1,2강 후기 [1] pobykim 2022.04.24 74
562 [김진완의 시 세미나] 3강 후기 [1] 윤춘근 2022.04.22 87
561 [시문학2강 후기] 김진완의 시집 <모른다>를 주문했습니다 [1] 최유미 2022.04.22 87
560 [김진완의 시 세미나] 2강 후기 [2] sim 2022.04.22 86
559 [김진완의 시 세미나] 2강 후기 [3] 잘잤다! 2022.04.21 88
558 [시문학 2강 후기] 다시, 연애하고 싶다. [3] 탄환 2022.04.20 131
» [동물권강좌 후기1] 법 그리고 동물의 현실 [1] 고광현 2022.04.18 63
556 [동물권 2강 후기] 고양이 집사라는 말의 당위성 [1] 이은임 2022.04.18 69
555 [동물권 2강 후기] 지하실에서 들은 것들 [2] 최철민 2022.04.17 107
554 [동물권 2강후기] 타자화와 동일시 사이에서 [1] 누구 2022.04.16 99
553 [김진완의 시 세미나] 1강 후기, 호명이라는 인식 확장의 가능성 [1] 파도의소리 2022.04.15 90
552 [김진완 시인 시 강의] 1강 후기, 새로운 변곡점이 시작하는 순간 [2] 젤리 2022.04.15 94
551 [동물권 1강후기] Anti-Humanism, 동물권의 출발 [2] oracle 2022.04.14 105
550 시가 당신의 삶을 겨냥하고 있다 1강 후기 [2] 안영갑 2022.04.13 76
549 [김진완의 시 세미나] 1강 후기 [1] file 재연 2022.04.13 99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