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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 미와 숭고] 4강 후기

해돌 2022.02.16 17:01 조회 수 : 80

'칸트, 미와 숭고' 4강 후기 :

<칸트와 잭슨폴록의 추억> 김혜영

잭슨 폴록의 그림을 처음 본 건 1999년 로댕갤러리가 개관했던 해 였다. 아름답고 비싼 것들이 많은 곳이 미술관이라고 배워온 터라, 삼성이 들여온 로댕의 엄청 비싸고 유명한 명품조각이 궁금해 들러보았다 <no.18>을 만났다.

그 그림은 미술수업 교과서에서 알려 준 적이 없는 처음보는 형식 이었다. ‘이게 그림이라고?’, ‘이런 것도 그림이라고할 수 있는거야?’ 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누군가의 그림을 보고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을 꼽으라면  나는 꾸준히 이 작품을 떠올렸으며 그 이후 소위 예술작품을 대상으로 이 때의 충격을 능가하는 순간은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세월이 흐르며 폴록이 국내에서 대중적으로 점점 더 유명해 지고 그의 그림이 비현실적으로 비싸질수록 이 때의 감정이 지식이 미천한 나의 무식이 원인인 낯설음 이었을 뿐이라는 의심이 시작 되었으며, 작가의 창작 목적과는 별개라 해도 현대미술 시장을 주도한 미국의 정치적 전략 아래 굉장한 수혜를 입은 폴록의 지위 또한 명성만큼 걸맞는가 라는 색안경 까지 끼고 그를 기억하게 되었다.

그 기억조차 희미할 무렵 칸트 수업이 시작 되었다. 사실 첫 수업의 충격적인(?) 칸트식 철학 단어 해설 단계에서 예술에 대한 수업이라고 추천을 해주신 분에게 사기를 당했구나 싶었다. 그러나 이 수업을 포기하지 않게 해준 일말의 이야기는 첫 수업 후기 교수님이 이야기하신 잭슨폴록에 대한 평이었다. 칸트의 천재론에 따르면 예술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은 매우 적은데, 어떠한 새로운 형식이나 사조를 최초로 만들어낸 존재 정도를 천재라 하고 현대미술에선 잭슨폴록 일것 같다 라는 말씀.잭슨폴록의 그림은 무관심의 관심으로 설명되어 지기도 했는데, 수업이 진행되면서는 현대미술에 대한 해석의 열망이 뜨거워진 요즘은 이미 공통감으로도 설명될 수준 아닌가란 생각도 들었다. 

‘칸트가 지금의 예술이란 것들을 보았다면 뭐라고 할까?’ 라는 가벼운 생각으로 남은 수업을 임해야 겠다라는 결심이 진짜 한없이 가벼웠던 탓인지 사실 지금도 드높고 엄격한 그의 기준에 막막 하긴 하다. 태어날때 부터 이미 경제인간이란 시스템 안에서의 미술(예술), 미디어를 통한 감정 몰입의 극대화가 당연했던 우리들에게  관조(무관심의관심)와 천재는 너무도 낯선 사유 방법이다. 또한 자연과 같은 목적없는 합목적성이란 생산자 의도에 부합하는 예술이 현대 자본주의 예술시장에서 존재할 수 있는가도 의문이다. 

최근 회사 후배들과 예술시장(대중 문화 시장)에서의 NFT 발행 사업을 두고 이야기 하다, 이것을 예술이라 부를 수 있느냐 라는 질문을 한 적이 있다. 후배가 벤야민 이라면 그럴수도 있다고 할것 같은데 칸트는 절대 아니라고 할 것 같다는 대답을 해서 함께 깔깔 웃었다. 일례로 회화나 조각작품의 복제본에 화폐와 같은 지위를 부여, 투자 대상이란 그 목적성에 단순 복제 NFT를 칸트가 예술의 대상으로 인정하기 어려울 것이 뻔하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은 내가 생각 하는 것처럼 1차원 적이지만은 않다. 요즘은 음원 NFT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기본 비트와 트랙별, 구간별 멜로디에 개별 사용 권한을 설정하여 구매자들이 얼마든지 새로운 곡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인지자본주의적 공유경제 신모델로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이도 있었다. 완성된 음악을 불변의 완료된 존재가 아닌 언제든 변신 가능한 유기체로 설정할 수 있다는 점이 사실 놀랍기도 했다.인지자본주의적 문화계의 저작권이라는 아이러니란 개념을 초기 자본가로부터의 탈중앙화 시킬 수 있다면 긍정적이지 않겠냐 라는 의미부여 까지 해몽이 그럴싸 했다. 

여기서도 음악은 어렵다. 아무리 위대한 악보로 완성되었어도 수용자의 자세에 따라 쾌적한 소음일 뿐이라 결국 천재가 만든 예술은 ‘기보’ 라고 봐야 한다는게 칸트의 설명 이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이 ‘기보’를 질료로 하는 새로운 변주의 ‘기보’들은 예술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으나 아직 코인를 실제 구매해보지 못한 트렌드에 뒤떨어지는 나에겐 실재로 경험하고 생각할 시간이 더 필요해 사유를 진전시킬 순 없었다. 

수업을 몇주 듣는다고 갑자기 칸트의 사고 방식을 다 이해할 수 있는 해박한 사람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과거부터 현재까지 내가 판단하고 기억했던 소위 예술이라 불리우는 것들에 대한 환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 한다. 

그래서 애정하는 우엘벡의 책을 다시 한번 읽을 참이다. 나는 작가가  그의 소설에서 잭슨폴록을 꽤나 비꼬고 있다고 기억하는데, 이 수업을 들으면서 그 반대인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현대 자본주의 미술시장을 비난하는 무드 속에서 폴록이 왜 등장하는지 칸트는 어떻게 생각할지 상상하며 읽기를 시도해 볼 요량이다. 

경제인간 나아가 부채인간의 삶을 성실히 살아가는 현대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칸트의 이상은 정말 도달할 수 없는 소실점이 맞다. 다만 여러 철학자들이 예술을 주목했던 그 이유에서 인간 실존의 의미를 찾았듯 우리도 이 시대를 기꺼이 그러나 조금 더 즐겁게 살아내기 위해, 취미판단이 내 기준선이 아니라도 예술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질문하고 상기해야 함은 분명하니 엄격한 칸트는 훌륭한 시작이었음은 틀림이 없다. 

 

참고문헌 : 칸트 미학이 대중의 현대미술 감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가? : 칸트 미학의 대중적 적용가능성에 대한 시도적 고찰 / 임성훈 / 한국칸트학회, 2014.12.15

https://dlps.nanet.go.kr/SearchDetailView.do?cn=KINX2015013962&sysid=nhn#none

p.s : 첫 수업 후 재빠르게 책 읽기를 포기 했습니다만(추천하신 대로 훌륭한 장식품이 되었습니다.), 김상현 교수님 강의를 인사원 수업으로 더 깊고 시간을 들여 공부하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제가 임금노동자 신분에서 은퇴해야 칸트 책을 읽을 수 있을 것 같으니 부디 그때까지(?) 계속 좋은 강의 많이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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