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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신곡 4강후기

여니 2017.11.16 14:57 조회 수 : 242

<단테 신곡 ; 지옥편> 4강후기

(사실은 지금까지 전체 강의 후기임^^)

 

1. 단테의 신곡 지옥 편에서 1300년 피렌체의 정치와 문화를 격렬하게 살아낸 한 지식인의 죽음에 대한 상상도를 만난다. 오래도록 잊혀 지지 않고 자신의 족적을 남기는 고전일수록 시간의 제약을 넘어서는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원적인 통찰을 제시해 준다는 건 당연한 사실이다. 찬찬히 읽어보면 오늘의 현실에도 여전한 삶과 죽음에 대한 상상도가 낯설기도 하고 친숙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다.

 

단테가 죽음이후의 세계를 이토록 생생하게 그려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테가 베르길리우스의 도움을 받아 지옥의 여행길에 오른 이유는 세상의 죄에 대한 배움을 위해서다. 크게 보면 ‘부절제-폭력-기만-배신’이 단테가 죄를 분류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물론 세부적으로 종류가 다양하게 나누어지기는 하지만, ‘부절제하고 폭력을 사용하고 기만하고 배신하는 것’이 단테가 그려놓은 지옥을 구성하는 죄의 전부라니 세상에서 펼쳐지는 인간의 죄란 참으로 단순하게 연결되는 한 묶음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강대진 선생님의 자료에 따르면, 단테의 신곡은 중세 말에 만들어진 기독교 서사시다. 전체는 100개의 노래로 구성되어 있고, 세부분 지옥 편 34곡, 연옥편 33곡, 천국 편 33곡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당시의 고상한 작품을 쓸 때 일반적으로 사용되던 라틴어가 아니라 피렌체가 있는 이탈리아 중북부 토스카나어로 쓰여 졌다고 한다. 이 하나의 작품으로 토스카나어가 현대 이탈리아 표준어가 되었다니 하나의 예술작품이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놀라운 것이다.

 

2. 단테는 자신의 시대에 겪은 정치 문화 종교적 상황 속에서 자신의 상상력을 펼쳐내었겠지만 이 글을 읽는 독자로서 나는 21세기 현실을 사는 사람으로 읽는다. 단테의 지옥은 죽음이후의 세계다. 죽음은 무엇일까. 솔직히 나는 죽음 이후의 삶도 지옥도 생각하며 살아 본 적이 없다. 단테의 생생한 묘사 탓인지 윌리엄 블레이크나 구스타브 도레 등 많은 작가들이 단테의 상상을 눈앞에 그려 보여주기까지 한다.

 

시인의 시대는 목소리의 시대였으니 단테의 목소리가 가진 파급력은 어쩌면 그림의 묘사력을 능가했을 것 같기도 하다. 단테의 목소리로 지옥 편을 듣는다고 상상해 본다. 둘러싼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그 지옥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운율에 맞추어 그의 목소리 속으로 빠져드는 사람들을 생각해 본다. 그렇게 생각하면 구술문화시대를 살았던 고중세의 시인들은 오늘날 영화처럼 이미지를 밖으로 투사하면서 더 많은 대중들에게 자신의 머리 속에 상상하는 그림들을 보여주는 주술사였을지도 모르겠다.

 

단테의 지옥도를 읽으면서 목소리와 문자 사이의 간격, 그리고 문자문화와 시각문화 사이의 간격을 떠올린다. 단테의 신곡은 아직은 목소리로 읊으면서 전달되는 시인의 노래일 것이다. 깔끔하게 행과 연을 구분하고 ‘3행씩 묶어서 한 연을 구성하여 각 연의 첫 행과 마지막 행이 각운이 맞고 둘째 행은 다음 연의 첫 행, 마지막 행과 각운을 맞추어 놓은 것도 그러한 리듬감을 위해서였을 테니 말이다. 리듬은 목소리에 더 어울리는 것이고 그리하여 시는 노래가 될 테니까 말이다.

 

3. 단테의 지옥 편을 읽다보면 떠오르는 건 수많은 지옥의 광경을 그린 그림들이다. 윌리엄 블레이크의 그림도 있고 구스타브 도레의 그림도 있다. 수업에서도 책을 읽으면서 그림을 보면 훨씬 친숙하게 다가온다. 이미지의 힘이다. 동일한 이유로 모든 문자에 다가가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교회는 그림을 그렸다. 교회를 장식하는 그림들은 그려진 성서였고, 그 중 지옥의 상상도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신앙심을 전파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였을 것 같다.

 

단테의 지옥편이 목소리로 읊어지는 상황을 상상하다가 떠올린 장면은 언젠가 새로운 매체로서 환등기의 원리가 발견되던 시기의 지옥도 이야기다. 새로운 매체 환등기의 원리를 발견한 사람은 반종교개혁시기 예수회 선교사였고 환등기 원리는 예수회의 창시자인 로욜라가 자신의 영성수련을 통하여 보았던 지옥불의 환각을 많은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선교를 위한 새로운 매체로 활용되었다고 한다. 그림보다 영화가 훨씬 대중들에 미치는 영향력이 훨씬 크듯이 말이다. 영화관에 모인 사람들이 검은 방에 모여 앉아 스크린에 투영되는 영화를 함께 지켜보고 있듯이, 초기의 환등기 속의 작은 촛불이 렌즈를 통해 과장되어 투사되는 지옥불의 이미지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은 지옥 불에 대한 강력한 두려움에 사로잡히지 않았을까. 새로운 매체는 이렇게 인간의 가장 강력한 욕망을 건드리는 심리학을 저변에 깔고 있을 것이다. 전쟁무기라든가, 은밀한 성적 욕망의 도구라든가 하는 것들 말이다.

 

단테의 신곡이 중세를 넘어서려는 움직임 속에서 고대 구술 시인의 목소리를 잃지 않은 신앙전파였다면, 루터의 성서는 인간의 각성과 인쇄술의 발달로 비롯된 문자를 통한 신앙전파였을 것이고, 반종교개혁시기 17세기 바로크적 환영은 강력한 환각효과 이면에 도사린 과학의 승리가 준 환영을 통한 신앙전파일 것이다. 바로크시대의 건축이 보여주는 환영이미지는 이러한 환등기의 원리가 그림에 적용되어 원근법 원리를 넘어서면서 등장한 것이기도 하다. 인공지능이 인간지능을 위협하는 시대, 21세기 오늘의 과학과 예술과 종교는 어떻게 만날까 궁금해진다. 혼자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에 말이 되는지 안 되는지 모를 이야기들을 늘어놓았다.

 

[사족하나]

지금까지 읽은 내용 중에 어디가 가장 무서웠냐고 묻는다면? 그리스도 이전의 훌륭한 사람들이 억류되어 있는 ‘림보’다. 난 케르베로스 보다 풀루톤 보다 림보가 무섭다. 많은 사람들이 림보의 사람들을 축복의 언어로 이야기 하는데 난 왜 그럴까. 아무런 죄도 짓지 않았고 업적도 있지만 아주 중요한 일, 신앙으로 가는 관문인 세례를 받지 못해 영원히 희망 없는 희망 속에서 살고 있는 훌륭한 사람들의 영혼이 억류된 세계, 아담과 아벨과 노아와 모세와 다윗 왕과 야곱과 이삭과 그 자손들과 라헬만 선택하여 축복을 내린다는 림보, 나에게 림보는 원죄로 다가온다. 나는 원죄가 부담스러운가보다. 아직은 신앙인이 못 된다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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