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해지기까지 적잖이 걸렸다. 그리고 솔직함을 공개적으로 쓰기가, 나를, 후기일 자정까지 후기를 쓰지 못하게 했던 것 같다. 니체는 적어도 한 강독자에게 만큼은 감명을 주지 못했다. 니체는 훌륭한 시인으로, 차고 뜨거운 물을 동시에 등에다 때려붓는 듯한 온도감 있는 문장들을 유려하게 구사해냈었다. 그러나 인간 니체는 너무나 고독해보였고, 차라투스트라는 고독의 아름다움을 내게 노래했을지언정 고독이 가지는 가치를 내게 설득시키지 못했다. 아름다움은 공유되지 않았다.
산문의 대가 니체에게 산문으로 화답함으로써 이번 강의에서 저의 니체 만나기는 종료하겠습니다.
나는 하늘을 보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무너진 바벨탑의 잔해 위에서 하늘을 보는 것 같았다. 지상에는 수많은 저잣거리의 욕지기와 끈적한 얽힘, 지독함 설킴이 나를 피곤하게 했기에 하늘을 바라보았던 것이다. 하늘에는 웬걸, 수많은 비눗방울들이 운무처럼 떠다니고, 흘러가고, 하늘 속에서도 비상하고 있다. 하늘은 자신을 감히 바라본 자를, 이제는 벼락을 주기는 커녕, 비눗방울을 주는 것 같다. 나는 방울 속에 들어가 운무를 경험하고, 비상하는 나를 온몸으로 느끼고, 방울 속의 또다른 초인들을 바라본다. 그들을 향해 손을 뻗는다. 그러나 손은 비눗방울의 막을 느껴버린다. 막에 비친 내 모습에서 만개하는 수선화들이 참을 수 없이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막을 터뜨려 추락하고, 부러진 사지를 수습하려다 만다. 비눗방울에 올라타려는 사람들이 있다. 난 그들을 조약한 내 경험으로 말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 중 추락한 이들과 즐겁게 저잣거리를 누빌 생각에, 나는 바벨탑의 잔해에서 달콤한 잠을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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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는 개성이 강한 철학자이고 자기철학이 진리가 되는 것을 경계한 사람이지요. ㅎㅎ
그리고 니체를 읽는 것과 상관없이 '건강한 삶'을 사는 사람들은 많지요.
정신착란 직전에 1888년에 쓴 [이 사람을 보라]에서 언급하는 철학자의 모습인데, 니체는
자기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비독자로서 자신을 기쁘게 했던 토리노 노점상을 이렇게 추억합니다.
"내 독자들은 도처에 있다. 빈,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톡홀름, 코펜하겐, 파리와 뉴욕, 어디에서든 나는 발견되었다. (*반면) 유럽의 얕은 지대인 독일에서는 나는 발견되지 않는다. 그리고 내가 고백하거니와, 내 이름을 들어보지도, 철학이라는 말도 들어보지 못한, 나의 비독자들이 나를 더욱 기쁘게 한다. 예를 들어 이곳 토리노에서처럼 내 눈길이 닿으면, 모든 얼굴이 명랑해지고 즐거워한다. 지금껏 나를 가장 기분 좋게 했던 일은 늙은 노점상 여인네들이 자신들이 가진 가장 달콤한 포도를 내게 찾아주지 못해서 안절부절 못했던 일이다. 이 정도가 되려면 철학자가 아니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