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내 마음의 무늬 읽기

하녜스 2019.11.14 23:32 조회 수 : 87

 

진은영 시인을 알게 된 것은 친구들과의 시모임 덕분이다. 국어교사이면서도 시와 친하게 지내지는 않았는데, 시를 좋아하는 이들과 가까이 지내다보니 시집을 읽고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종종 생겼다. 작년 가을에 친구가 같이 진은영을 읽자고 했다. <훔쳐가는 노래>. 모여서 진은영의 시들을 하나씩 낭독하고 모르는 부분을 묻고, 또 자기 감상을 이야기하다보니 시집이 점차로 불어났다.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와 ‘그 머나먼’을 한동안 주머니 속에 넣어두고 살았다. 그 시집의 뒷면에는 심보선 시인의 추천사가 있었는데 나는 그걸 읽을 때마다 뭉클했다. 


언젠가부터 예술가가 꿈이라고 말하고 다녔는데, (공무원이 아닌 예술가가 되고 싶었다) <문학, 내 마음의 무늬 읽기>의 서문은 예술가-되기로 시작한다. 이 책에는 푼크툼이 너무 많았다. 거의 모든 문장에 밑줄을 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톱님이 내게 수유너머에서 이 수업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이 책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감사했는데, 소개된 활동을 직접 체험을 해볼 수 있다니! 이 강좌 자체가 하나의 운명처럼 느껴졌고, 같은 것을 보고 아름다움을 느끼는 동료들에게 책과 강의를 소개해서 5주째 저자직강(!)을 함께 듣고 있는 중이다. 


매주 금요일, 서둘러 강의실을 빠져나오고 나면 차가운 공기가 코끝을 스친다. 운이 좋으면 달 구경을 한다. 돌고래님과 같이 종종걸음으로 버스정류장까지 걸으며 상기된 얼굴로 오늘의 활동을 이야기한다. ‘나 아까 시 읽다가 울었어.’ ‘내 시가 운동감이 넘친대!’ ‘나 시좀 쓰는 거 같아ㅋㅋㅋㅋㅋ’ ‘아 오늘 좀 어렵던데’ ‘오늘 내 앞에 계신 00님이 쓴 시가 너무 좋았어.’ ‘어, 버스 왔다 안녕’ 


헤어진 후에도 우리는 시 대화를 멈추지 못한다. 카톡방에서 각자가 쓴 시들을 올리는 2차 공유가 시작된다. 서로의 시에서 우리가 알고있는 모습과 몰랐던 부분을 발견한다.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돌고래와 달의 시를 읽으며 기쁨이 솟아나기도 하고 마음을 쓸어내리기도 한다. 그러면서 창빛 모둠의 시들을 다시 읽어보는 것은 물론이다.


일주일의 누적된 피로가 단어를 자르고 붙이는 과정에서 사르르 녹는다. 나도 몰랐던 내 마음을 들여다본다. 처음 맛보는 이 세계가 너무 재밌어서 매주 금요일을 기다리게 된다. 마치 꼬마 예술가가 된 것 같은 기분이다. 여기에서 나는 뭐든 쓸 수 있고 무엇도 될 수 있다. 수업을 떠올리기만 해도 사각사각 연필소리가 난다. 


시를 쓰는 것도 재밌지만 시를 나누는 건 더 재밌다. 세렌느, 싹, 슬아의 시에서는 저마다 다른 냄새가 난다. 창문과 빛들다의 애정어린 시선으로 우리의 시는 새롭게 태어난다. 시 쓰는 시간은 짧게, 나누는 시간은 길게- 이렇게 누군가의 시를 열심히 읽어보는 일이 처음이다. 단어 하나하나 곱씹으면서 시의 맛을 더욱 세심하게 느껴본다. 오래 씹을수록 단맛이 난다.


연희동이라는 이름이 다르게 기억될 것 같다. 예술가로서의 첫 발을 내딛은 기분. 이 세상을 더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

 

 

+ 강좌별 후기는 블로그에 써둔 일기들을 링크해둘게요.

 

n개의단어로된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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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애가나타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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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가 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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