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수유너머 여름 강좌 거의 모든 강의를 매일 저녁 듣고 있다. 

영화 만드는 일을 하고 있어서 당연히 영화 관련 강좌도 시간을 내어 참여하고 있는데,

들뢰즈의 시네마는 언젠가 공부해야겠다고 오래 전부터  벼르고 있던 것이기도 해서... "이번이 아니면 안돼" 정신으로 신청을 했다.

3-4주 강의가 진행되는 동안 ( 바빠서..ㅠ) 책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변성찬 샘의 말만 경청했다.  

그나마 영화용어라든가 영화사 전반(무성영화 시기, 누벨바그, 네오리얼리즘, 독일 표현주의 영화 등)에 대한

기초 지식을 갖고 있어 그 개념들을 철학적으로 사유하고 전복하는 들뢰즈의 새로운 언어를 흥미롭게 배워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 들뢰즈 월드에서 자유롭게 뛰어놀기엔 더 많은 시간과 공부가 필요하다)

영화사 초기의 실험들은 100년이 훌쩍 지난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어떤 형태로든 접하게 되는 이미지이다.

영상 매체는 감화, 감응을 더욱 강화시키는 방식으로 기술의 진보와 함께 그 표현방식 또한 다양해졌지만,  

영화라는 매체가 할 수 있는 중요한 실험은 이미 영화사 초기에 거의 이루어졌고 지난 세기에 대부분 성취된 듯하다.

그런데 우리가 영화에 대해 연구한다는 것은 이 매체가 가진 독특성, 만들어지고 보여지는 방식과 과정에

그럴만한, 혹은 그래야만 하는 단서(인간과 세계의 작동 방식, 존재론과 관련한..)가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들뢰즈 후기에 쓰여진, 그래서 그간의 철학 뿐 아니라 예술,  과학에 대한 사유가 총집대성된 듯한  시네마!

나로서는 월요일 강좌 '들뢰즈-가타리의 분열분석의 기초개념'  또한 참여하고 있어 서로 겹쳐지는 이야기를 자주 비교해보게 된다.

또, 내  철학 공부 초창기에 했던 게 라캉과 지젝의 정신분석이었기에 들뢰즈와 라캉 개념의 차이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고,

예전에 배운 영화이론,  대학 영화써클 시절에 보았던 영화들, 내가 해왔거나 하고 있는 영화 작업을

들뢰즈가 이끌고 가는  탈주와 생성의 사유를 통해 새롭게 되돌아보는 기회로 만들고 있다.  

 

이번 주 내가 맡은 발제 부분은 7장: 감화-이미지: 특질, 힘, 불특정한 공간 이었다.

수업시간에서는 8장 감화에서 행동으로: 충동-이미지까지 다루었다. 

지난 시간 무성영화 시기 대표작인 그리피스와 에이젠슈타인의 영화 뿐 아니라, 파브스트의 <룰루>(원제: 판도라의 상자)를 보며

얼굴, 근접화면의 감화 이미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사실..책을 제대로 안 읽고 참여해서 그런지 그다지 와닿지 못했는데...

이번 시간에는 발제를 하느라 책을 꼼꼼이 읽고, 또 그 부분이 내가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로베르 브레송 감독을 주로 다루고 있고 해서인지

들뢰즈의 논의 전개를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된 듯하다.^^

프랑스 전전영화, 전후 누벨바그 이후 영화 형식에 대한 새로운 작업들은 프랑스 철학의 토대와 함께 풍부하게 발전되어 온 듯 하다.

그것은 프랑스 뿐 아니라 이태리, 스페인, 포르투칼, 독일, 스웨덴 등 유럽 여러 나라의 풍토인 듯 잉마르 베리만, 로베르 브레송 등

영화사의 중요한 감독들은 이미 자신의 작품과 작업에 대한 사유 체계를 갖추고 있다.

베르그손, 데카르트, 파스칼 등 뿐만 아니라 퍼스, 발라즈, 앙드레 바쟁, 베리만, 파졸리니 등 기호학자, 영화 비평가, 감독들의 글을 

들뢰즈 특유의 '자유간접화법'으로 전개해 나가는 <시네마>는 그만큼 들뢰즈의 이전 책들과 달리 매 챕터별 각주 또한 풍부하다. 

나 역시 '자유간접화법'으로 책의 몇 부분을 발췌, 인용해본다. 

 

잉마르 베리만- 영화, 얼굴, 근접화면을 연결하는 근본적인 연관을 가장 강조했던 작가. 베리만 영화 등장인물들의 '외면'과 '돌아봄':

<외침과 속삭임>의 하녀는 왜 무미건조하고도 말이 없는지,  서로 외면한 채 살아가는 두 자매..외면한 얼굴들은 무를 넘어 미이라의 주위를 돎으로써 그 충만한 힘을 되찾게 된다. 그럼으로써 자신들을 불태우는 대신 공간을 가로질러 부당한 물적 상태를 불사를 만큼 강력한 감화를 형성하는 잠재적 결합 상태로 들어갈 것이다. 그리하여 양성적인 얼굴과 아이의 얼굴을 한 그런 종류의 것들을 통해 원초적 삶에 다시 생명을 깃들이게 할 것이다(파니와 알렉산더)

감화적인 프레이밍은 자르는 근접화면들로 이루어진다. 때로는 고함지르는 입이나 이빨을 드러낸 비웃음이 얼굴의 덩어리로부터 잘려나온다. 또 어떤 때는 프레임이 얼굴을 수평으로, 수직으로, 때로는 사선으로 잘라나간다. 그리하여 움직임은 흡사 지나치게 실제적이거나 너무 논리적인 연결을 깨뜨리기라도 해야하는 것처럼 중도에서 끊기고, 연결racords은 체계적으로 허구화된다. 또한 자주 잔느의 얼굴이 화면의 아랫부분으로 밀려나는데, 그 결과 근접화면은 한 조각의 하얀 배경, 비어 있는 공간, 그녀가 영감을 길어내는 하늘의 공간을 갖게된다. 이 영화는 얼굴의 돌림과 외면에 대한 놀라운 기록이 아닐 수 없다. (칼 드레이어, 잔다르크의 수난) 

                                                                      The_Passion_of_Joan_of_Arc_01.jpg

드레이어는 열정을 황홀경의 양태로 나타냈고 그 얼굴을 통해 탈진,외면,극한에의 직면 등을 보여준 반면, 브레송에게 열정은 재판 그 자체(로베르 브레송 <잔 다르크의 재판> )를 나타낸다.

드레이어는 각자의 얼굴에 타인과의 현실적인 관계를 만들어주며 그리하여 어느 정도 행동-이미지의 특성을 띠는 양방향 촬영기법(숏-리버스숏으로 이루어지는)을 피한다. 그는 각각의 얼굴을 근접화면(클로즈업)에 고립시키는 편을 선호한다. 쁠랑(프레임)은 부분적으로만 채워지며 오른쪽 또는 왼쪽의 인물위치는 더 이상 인물들 간의 실제적 연결을 거칠 필요 없이 직접 잠재적 결합을 끌어들인다. 

 

*쓰다보니 넘 길어져서...'불특정한 공간'의 감화 이미지와 충동 이미지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도 못했네요.

궁금하신 분은 다음에 같이 공부해보도록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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