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디서’ 사물은 시작되는 걸까요?
사물은 이 세계와 더불어 시작됩니다.
사물은 곧 이 세계입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로댕론} 중에서---------
전각 5주차 수업
문득 목요일 “바깥의 문학” 강의에서 들었던 '로댕론'이 생각났다.
내가 전각과 마주 앉아 있는 것도 한 세계가 시작된거구나.
한 세계를 만나면서 나는 왜 조급증을 냈던가?
그 세계가 나에게 살며시 스며들도록 기다려주지 않고,
왜 내가 원하는 대로 안되냐고 속으로 나를 다그쳤을까?
내가 모르던 낯선 세계와 마주하여 새로운 관계가 펼쳐진다는 생각보다는
내가 원하는 물건 하나 만들어 본다는 생각이 앞섰기 때문이다.
그것도 아주 쓸모 있고 아름다운 도장 하나 얻을 수 있다는 생각.
이 얼마나 오만한 생각인가?
어쩌면 내가 만나는 모든 것들에서 우월한 한 인간만이 있었는 지도 모른다.
"사물은 이 세계와 더불어 시작된다"
우월한 나를 지우고 사물로서 다가갈 때 나는 아름다운 도장 하나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는 능력을 습득” 할 수 있다.
돌에 새겨질 내 이름 석자를 종이 위에 그려본다.
전각을 배우기 전까지만 해도 난 내 이름 석자만 또렷하게 파면 되는 줄 알았다.
도장을 팔 때 원고 역할을 해주는 글씨 도안 과정을 '인고'라고 한다.
인고 작업을 하면서 내 이름 석자는 지워지고
선의 간격과 두께, 기울어짐고 꺽임, 표면을 차지하는 변화가 보였다.
날 다치게 할 지도 모른다고 묘한 두려움을 주던 칼은
표면의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습득하게 해준다.
유현당 최순 샘이 만들어 낸 아름다운 전각들에서
표면의 변화들이 보이시나요?
매번 싫증내지도 않고 조금씩 조금씩 다가가시는 모습이 좋습니다.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습득하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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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잘 읽었어요.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칼끝을 사용하는 능력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