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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7일 수유너머 104 봄강좌 중 하나인 <플라톤 세계로 들어가는 여섯 개의 문> 강대진 선생님의 첫 강의가 시작되었다.
스물 한 명이 모여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부터, 플라톤 철학을 형성하기까지의 주요 개념들과 범주들을 짚어 보는 시간이었다.
각자가 만나고자 하는 플라톤은 과연 누구이며, 그의 철학은 또한 무엇일까?


니체는 플라톤에 관하여 농담조로도 말한다. ㅎㅎ 니체도 농담을 즐겨 했다는 사실!
'플라톤이 묘사한 소크라테스란 "앞에도 플라톤이요, 뒤에도 플라톤이요, 가운데는 키메라"가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라고.

플라톤의 모든 저작은 대화체로 되어 있고, 대부분 소크라테스와 그의 제자들,
그들을 찾아오는 손님들의 주고 받는 대화로 작품들이 이루어져 있다.

이런 농담을 하는 이유는, 주 내용을 이루는 것이 소크라테스의 '철학'인데,
이에 대하여 니체는 어떤 냄새, 즉 '천민'의 냄새를 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도덕의 공리주의에서 추정할 수 있는 선악의 문제에 관한 근원을 냄새맡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니체가 보기에 플라톤의 도덕설 중에는 본래는 플라톤의 것이 아니고 플라톤에 반하는 것으로서 소크라테스의 철학이 있다는 것이다.
"모든 해석가 중 가장 대담한 그는 마치 대중가요나 민요와 마찬가지로 소크라테스 전체를 거리에서 가져와 끝없이 희한한 것으로 변주했다"고 본다.

니체의 호메로스식 농담은 <일리아스> 6권 180~181행에 언급되는 키마이라에 빗댄 것이다. 
"앞쪽은 사자요, 뒤쪽은 뱀이요, 가운데는 염소였는데,
입에서는 활활 타오르는 불길의 사나운 기운을 토하고 있었소."

플라톤 철학에서 어디까지가 소크라테스의 견해고 어디서부터가 플라톤의 견해인지를 구분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후기 플라톤으로 갈수록 '이데아'론에 반하는 견해들도 발견된다고 한다.

니체도 거쳐가야 했던 플라톤의 소크라테스를 만난다는 것이 첫 강의, 거기에 모였던 우리들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의외로 수십년 동안 '수유너머'의 변천사를 지켜보기만 했던 분들이 강의에 참석하셨다.
세미나나 강의 등 수유너머의 다양한 흐름 속에 발을 직접 들여놓은신 적은 없지만
늘 예의주시하며 지켜보고 있는 수많은 눈들이 여전히 깜박이며 빛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절감하는 순간이었다.
달리 말하면, 매혹적인 것이 있을 때면, 언제든 기꺼이 달려올 준비가 되어 있다는 의미는 아닐까?

"어떤 한 이론에 대하여 그것을 반박할 수 있다는 것은 사실 적지 않은 매력이 된다:
바로 이 때문에 이 이론은 치밀한 두뇌 소유자들을 끌어당긴다.
백 번이나 반박된 '자유의지'의 이론이 존속하는 것은 오직 이러한 매력에 힘입은 것처럼 보인다-:
그 누군가가 항상 다시 나타나 이 이론을 반박함으로써 스스로 충분히 강하다고 느낀다."

이것은 단지 칸트나 쇼펜하우어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플라톤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플라톤을 공부한다고 하면 마치 니체나 들뢰즈를 배신하는 것같은 느낌을 갖는 것은 왜일까?
니체가 넘어서고, 들뢰즈가 넘어선 플라톤은, 내가 넘어선 플라톤은 결코 될 수 없다.
그들이 왜 넘어섰는지, 어떻게 넘어섰는지를 알려주면, 우리 또한 스스로 그 고산준령들을 넘어서야만 강자가 될 수 있다.

단지 어떤 철학을 비판하기 위해서만 공부한다면, 그야말로 약자의 모습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왜 수천년동안 플라톤은 버림받지 않고, 수많은 사람들이 넘어서는 발바닥 아래에서도 키케로의 말처럼 '철학의 신'으로 살아남아 있는 것일까?

내가 십수년 전부터 플라톤의 <국가>,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오뒷세이아>,
아이스퀼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와 아리스토파테스 등의 번역된 희비극 전부를 만난 것은 니체의 힘도 크게 작용하였다.

니체의 비행을 따라 날 수 있으려면, 그가 가졌던 날개의 깃털들을 내 몸에서도 돋아나게 해야한다고 생각했고,
그가 소화시킨 무수한 고대 이후의 사상와 예술들을 나도 한 번 따라가며 살아보고 싶었다.

그러나 플라톤은 번역서도 충분하지 않았었고, 강의를 듣기도 쉽지 않았다.
소위 '맛이 가서'도 아니고, 할 게 없어서도 아니다. 니체나 들뢰즈가 어떤 철학을 비판할 때,
왜 비판을 하는지, 도대체 그게 무엇이길래 이름이 불려지는지 궁금하지 않겠는가?

물론, 예를 들어 니체가 언급한 모든 작품들을 다 읽거나 공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 니체가 타고 넘어온 산등성이 위에서 내려다보는 안목은 가져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겸손과 도전의 의지를 가진다면, 언젠가는 플라톤의 키마이라 앞에서도 그 내어뿜는 불꽃에 놀라
나자빠지지는 않을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일단 모였다. 이제 갓 스물도 채 안된 이부터 국가를 열심히 읽고 계시는 선배님들까지.
각자 어떤 길을 내며 플라톤의 키마이라, 플라톤의 소크라테스를 넘어설지가 매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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