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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봄강좌] 불교를 미학하다:: 이진경 강사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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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번 강의에서 가장 전면에 부각된 개념은 ‘내재성의 미학’으로 보입니다. 내재성의 미학이란 무엇인지 미리 간단히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아시다시피 내재성immanence이란 초월성과 대비되는 개념입니다. 구체적 현실이나 조건을 넘어서 있는 불변의 실체나 원리에 대한 추구가 초월성의 사유를 이끈다면, 내재성이란 구체적 관계와 무관한 불변의 실체 같은 것은 없다는 입장이지요. 모든 것이 이웃관계에 따라 달라지는 본성을 갖는다는 것, 그게 내재성의 사유입니다. 어떤 것도 연기적 조건에 따라 달라지는 본성을 가질 뿐 불변의 본성 같은 건 없다는 게 바로 불교적 사유의 핵심이니, 불교는 이런 내재성의 사유를 요체로 합니다.

사유방법이 그러하다면 ‘미술품’을 만드는 미학 또한 그렇다 해야 하겠지요. 그러나 불교미술을 다룰 때 사용되는 개념은 초월성을 전제로 하는 서양미학의 개념들입니다. 그러다보니 ‘초월성’이나 ‘숭고’, 혹은 ‘비례’ 같은 초월성의 미학 개념에 작품이나 감각이 포섭되어 있습니다. 석굴암에 숨은 기하학이나 비례를 찾아내고, 본존불이나 그 뒤의 보살상에서 초월적 숭고미를 찾는 게 그런 경우지요. 이는 미학적으로나 철학적으로나 부당하다 싶지 않나요?

반대로 그런 멋진 작품을 통해서도 작동하는 내재성의 감각을 통해 세상을 보아야 합니다. 그러려면 서양 미학의 초월론적 구도를 벗어나서 내재성의 감각을 가동시킬 수 있는 미학적 개념을 창안해야 합니다. 제가 과문한 탓인지, 저는 아직 이런 시도를 본 적이 없습니다. 정말 ‘창안’이 필요한 작업이란 생각입니다. 그래서 저는 저 초월성의 미학과 대결하며 내재성의 미학을, 그걸 다룰 수 있는 개념들을 창안하는 일종의 실험을 감행해보려는 겁니다. 이는 불교미술 뿐 아니라 비서구의 작품을 새롭게 보도록 해주리라 저는 믿습니다. 이로써 어디서 무얼 보든 동일한 개념으로 비슷하게 보는 단순하기 짝이 없는 미감을 벗어나 새로운 감각으로 작품을 보고 세상을 보도록 촉발하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니 ‘불교미술’에 대한 강의가 되겠지만, 불교미술로 한정되지 않는, 서양미술조차 다른 눈으로 보려는 실험적 시도라고 이해해주시면 좋겠습니다.

 

2. 불교철학에 대해선 이미 두 권의 책도 내셨고, 얼마 전에 강의도 하셨지요. 그렇다고 불교미술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는 건 아닐 텐데, 불교미술에 관심을 갖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예전에 [수유+너머] 시절에 가산불교문화연구원과 해인사 홍제암에서 컨퍼런스를 한 적이 있었어요. 전에 동국대 총장도, 조계종 총무원장도 하신 적이 있고, 대단히 탁월한 학승이기도 한 가산 지관스님이 만드신 연구원이죠. 그걸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산불교문화연구원을 방문했었지요. 그때 거기서 너무 아름다운 그림을 보았어요. 눈을 뗄 수 없더군요. 이게 어떤 그림인지 물었더니, 일본 카가미 신사에 소장되어 있는 고려불화 [수월관음도]라고 하시더군요. 예전에 호암미술관에서 전시회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주최측에서 준 사본이라더군요.

그런데 며칠 뒤 가산에서 다시 연락이 와서 그 그림을 가져가라는 거예요. 대화하는 와중에도 그 그림에만 눈이 쏠려 있는 걸 유심히 보셨던 현원스님께서 가산스님께 말씀드려 제게 준 거였지요. 우아, 이런! 너무 좋았어요. 이렇게 고마울 데가. 원래 대단히 큰 그림이고, 사본 또한 꽤나 큰 그림이었는데, 얼른 가서 넙죽 받아와선 좁은 집 벽에 걸어두었지요. 그리고 그때까지 매일 빈 벽을 보며 하던 백팔배를 이젠 그 그림 앞에서 하게 되었어요. 지금도 아주 좋아하는 그림이라, 핸드폰 잠금 화면에 넣어두고 핸드폰을 켤 때마다 보고, 명상할 땐 그 얼굴을 떠올려 관하는 관상수행을 합니다. 그리고 그 그림 덕에 고려불화에 관심이 생겨, 전에 시공사에서 출판한 아주 두툼하고 멋진 책을 구입해서 보고 또 보고 했어요. [수월관음도] 말고도 다들 아주 아름다운 그림이더군요.

불상이든 불화든 별 관심이 없었고, 사실 흔히 ‘탱화’라고들 하는 그림에 대해선 아름답다는 생각을 한 적도 없었는데, 그 그림은 너무 아름다웠고, 불교미술에 대한 제 생각을 뒤흔들어 놓았어요. 그래서 그 뒤에 절에라도 가면 건물이나 불상, 그림을 유심히 보게 되었죠. 한 장의 멋진 그림 덕분에 불교미술에 관심을 갖고 빠져들게 된 셈이지요.

수월관음도_PYH2009050106590000500_P2.jpg  카가미 신사 소장 [수월관음도]

 

3. 불교미술과 미학에 대해 공부를 하게 되면서, 특별히 눈이 가는 작품이 있었다면 어떤 게 있나요?

서구의 미학에서 가장 중요한 미의 척도가 되는 것은 그리스적 기하학이었죠. 비례란 개념 뿐 아니라, 원 같은 도형에 ‘완전성’이나 ‘우주’, 인간 같은 걸 포개고, 기단과 기둥과 지붕으로 요약되는 구조미학 같은 게 모두 그걸 ‘근거’로 합니다. 이는 불교미술에도 큰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가령 무량수전에 대한 책 때문에 더 유명해진 배흘림기둥 같은 것도 직선으로 시각을 교정하려는 것이라며 기둥과 건축, 기하학에 대한 그리스적 관념에 두들겨 맞추는 게 그겁니다. 한국 절의 기둥이 파르테논 신전 기둥의 영향을 받았다고 쓴 책도 있더군요.

그러나 솔직히 저는 아무리 그런 관념을 갖고 보아도 배흘림기둥의 배가 불룩 나온 게 직선으로 교정되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한국의 사원건축에 대한 책을 보다 구부러진 기둥이나 들보 같은 걸 보았어요.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그런 기둥이 가장 두드러진 절로 개심사를 정일영선생(인터뷰를 하시는)이 추천하셔서 같이 답사를 갔었지요. 구부러진 정도가 아니라 춤추든 비틀린 기둥들, 일부러 사용한 구부러진 부재들이 약간 강하게 표현하면 충격적이라 싶은 절이었어요. 건축에 대한 관념이 얼마나 서구와 달랐는지를 아주 잘 보여주는 사례였지요.

약간 거슬러 올라가지만, 2015년인가 티베트에 간 적이 있었는데, 티베트인들도 시각예술에 탁월한 감각을 갖고 있더군요. 그들 또한 기하학적 감각을 갖고 있었어요. 그런데 제가 거기서 본 것은 그리스-서구와 다른 종류의 기하학적 감각이었어요. 서구의 기하학이 ‘근거와 떠받침’을 근간으로 한다면, 티베트의 기하학은 ‘매달림의 기하학’이었어요. 기하학이 하나가 아니란 생각을 하게 해주더군요. 최근에 태국의 사원을 보면서, 이들도 탁월한 기하학적 감각을 갖고 있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들은 얼핏 보면 그리스와 비슷해 보이지만, 실은 그와 다르더군요. ‘상승의 기하학’, 맞아요, 상승의 기하학이 거기에 있더라고요. 또 하나의 다른 기하학이 있는 거죠.

제가 건축사에 대한 관심으로 서양미술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기 때문인지, 아무래도 건축양식에 눈이 많이 가게 되는 거 같아요. 그런데 불교건축은 수학과 다른 의미에서 다른 기하학적 감각이 있음을 보여주었어요. 이는 철학적으로도 대단히 중요한 것이란 생각인데, 그래서인지 가장 인상적인 것을 꼽으라면 이걸 꼽을 거 같아요.

 

4. 불교미술에 고유하면서, 불교철학의 특징적 면모를 잘 보여주는 게 있다면 무어라 생각하시나요?

인도부터 서역, 중국에 걸쳐 석굴사원이 대단히 많지요. 우리가 가봐야 할 중국의 불교유적을 든다면, 둔황, 윈강, 롱먼 같은 석굴 사원이 일순위로 듭니다. 한국도 최고의 작품 중 하나가 석굴암임을 부정할 사람은 없지요. 인도에는 힌두교, 자이나교도 석굴사원을 만들었지만 얼마 되지 않아요. 대부분의 석굴사원은 불교사원입니다. 석굴사원이란 불교에 고유한 것이라 해도 좋을 겁니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석굴사원을 이리 애써 만든 걸까 갑자기 궁금해졌어요. 지금이야 전기가 있으니 조명을 해서 비추지만, 촛불이나 등불 정도가 있었을 뿐인 당시라면 석굴사원은 언제나 어두웠을 겁니다. 불탑이나 불상을 만들고 벽화를 그렸는데, 왜 잘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 만들고 그렸을까요?

이는 빛과 어둠에 대한 흔한 감각과는 아주 다른 어떤 감각이 아니라면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지상의 사원보다 훨씬 만들기도 어려운 게 석굴사원이니까요. 감각이란 감각할 수 있는 것을 대상으로 하게 마련인데, 왜 감각하기 어려운 것을 애써 만들었을까? 이는 상 있는 것 속에서 상 없는 것을 볼 때 여래를 보리라는 [금강경]의 가르침과 관련된 것 같아요. 상 없는 것을 저 높이 있는 초월자, 빛으로 다가오는 초월자가 아니라, 모든 규정이나 본성이 사라진 공성 속에서 보려는 철학적 사유, 그것이 이처럼 빛과 어둠에 대한 다른 감각을 낳은 것 아닐까 싶어요. 이는 형상 있는 것을 만들지 말라는 기독교나 이슬람교의 교리와는 아주 다른 것이에요. 우상에 대한 근심으로 상을 만들지 않는 것과 달리, 여래 자체를 보려는 시도 속에서 어둠 속의 불상을 만든 것이니까요. 아마 불교 말고는 다른 어디서도 찾기 힘든 종류의 미감이 여기 있지 않나 싶어요.

 

5. 강의와 관련하여 읽어두면 좋은 책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읽기로 하면 서양 미학의 기본 개념에 대한 책, 서양 미술사와 건축사, 동양 미술사 등 한이 없을 겁니다. 불교미술에 대해서도, 인도, 중국, 동남아와 티벳, 그리고 한국과 일본 등 여러 지역에 대한 책들이 참고가 되겠지요. 넓게 말하면 이런 거 다 읽어 달라 하고 싶지만, 굳이 그럴 건 없을 듯해요. 필요한 건 제가 사진으로 보여드리며 강의할 테니까요. 동양미학에 대한 책은 대개 중국의 전통미학에 대한 것인데, 종종 그걸 불교미술에 적용하는 분도 있어요.

그러나 불교적 세계는 중국보다 훨씬 광범위하여, ‘동양미학’이란 말은 자칫 불교미학을 중국미학에 가둘 위험이 있다는 생각입니다. 무엇보다 불교미술은 인도인의 감각을 바탕으로 하는데, 중국적 ‘동양’이란 말에서 인도는 빠져 있지요. 게다가 티베트나 태국, 미얀마, 인도네시아 등은 중국이 아니라 인도 문화권에 속하면서 독자적인 개성을 갖고 있어요. 저는 여기서 오히려 불교미학에서 중요한 것들을 본 것 같습니다.

중국미학에 대한 책은 리쩌허우가 잘 보여주듯이 중국에서도 한족, 사상 중에서도 유교를 중심으로 하며, 이는 불교와 차라리 대립되는 면이 훨씬 강합니다. 차라리 불교미학과 관련해서는 야나기 무네요시가 쓴 책 [미의 법문]이 더 나을 거 같아요. 이 책에 대해선 강의 중에 언급하게 될 겁니다. 그러나 이는 제가 하려는 미학과는 거리가 멀고 제가 보기엔 국지적이어서, 오히려 비판적 참조점을 제공합니다. 하여, 이보다는 오히려 내재성의 철학으로서의 불교에 대해 공부해 오시면 더 좋을 거 같아요. [불교를 철학하다]라는 좋은 책이 있는 거, 아시죠? 다들 읽으셨을 거 같지만, 혹시 아직 안 읽으셨다면 읽고 오시길 부탁드려요.

불교를 철학하다_h390.jpg  설법하는 고양이_h390.jpe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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