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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수유너머104 겨울강좌: 강사인터뷰

 

『의미의 논리』 읽기 2

강사: 변성찬                          

 

 

Q. 안녕하세요, 변성찬 선생님! 이번 『의미의 논리』 읽기 강좌에서는 지난 가을강좌에 이어 이 책의 후반부를 읽습니다. 저처럼 전반부를 함께 읽지 못했던 사람들을 위해서 『의미의 논리』가 어떤 책인지, 특히 전반부와 후반부가 어떤 관계에 있는지 소개해주셨으면 합니다.

 

A. 『의미의 논리』가 어떤 책인지에 대해서 가장 잘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들뢰즈 자신이겠지요.^^ 언젠가 스스로 했던 말처럼, 들뢰즈는 가장 마지막에 썼을 서문에 ‘루이스 캐럴에서 스토아학파로’라는 제목을 달아놓았고, 글의 끝 부분에서 이르러서는 “이 책은 논리학적이고 정신분석학적인 소설이 되고자 한다.”라고 써놓았습니다. 그러니까 『의미의 논리』는 캐럴의 문학, 스토아학파의 철학, 정신분석 담론의 들뢰즈 식 콜라주 작품인 셈입니다.

 

그 서문을 다시 읽으면서 다음과 같은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철학자 들뢰즈에게 캐럴의 문학적 형상과 스토아학파의 철학적 개념 사이의 친연성에 대한 아이디어는 아마도 이른 시기에 떠올랐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집필하게 만든 보다 절박하고 직접적인 동기는 그 둘과 정신분석 담론을 결합시켜보아야겠다는 문제의식이었을 것이다. 『자허-마조흐의 소개』(1967)에서 『안티오이디푸스』(1972)에 이르는 5년 여 사이의 시기는 들뢰즈가 정신분석학과 가장 강도 높게 대화를 나눈 시기라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특히 『차이와 반복』(1968)의 2장 ‘대자적 반복’과 『의미의 논리』(1969)의 ‘동적 발생’ 부분에서 그렇습니다. 이 시기에 들뢰즈는 당대 성행하던 정신분석 담론에 대해 일종의 양가감정을 갖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당대의 정신분석학적 문학비평이 마조흐, 사드, 캐럴 등에 대해 내리고 있는 진단과 평가에 대한 강한 불만을 드러내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정신분석 담론의 ‘철학적 전유’의 가능성과 필요성에 대한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습니다.

 

『의미의 논리』의 전반부가 ‘논리학적 소설’이라면, 후반부의 핵심은 ‘정신분석학적 소설’입니다. 들뢰즈는 후반부의 ‘동적 발생’ 부분에서 정신분석학의 몇몇 핵심 개념들을 철학적으로 전유하여 언어 또는 의미의 발생이론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지난 강좌에서 이 책의 전반부를 함께 읽지 않으신 분들은 그 상태에서 후반부를 읽는 것이 너무 어렵지 않을까하는 염려를 하고 계실 터인데, 솔직히 말하자면 그렇습니다. 역으로 전반부를 함께 읽으신 분들 중에서 이제 후반부는 좀 더 쉽게 읽을 수 있겠지, 라고 낙관하시는 분들 또한 없을 겁니다.

 

다행인 것은 이번 겨울강좌에서 읽게 될 후반부의 앞부분, 그러니까 계열16에서 계열26에 해당하는 부분은 앞서 읽은 전반부에 대한 일종의 재진술에 가깝다는 겁니다. 이 부분을 3회에 걸쳐 나누어 읽게 될 터인데, 그 사이에 수강생들의 진도 차이를 최대한 좁힐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이 강사로서 저의 책무이겠지요. 최선을 다 하겠지만, 그 결과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캐럴.PNG정신분석.PNG

 

Q. 강의 소개에서 서구 형이상학의 오랜 전통인 “재현적 사유”를 전복시키는 것이 들뢰즈의 화두라고 말씀하셨는데 “재현적 사유”란 무엇이고, 이 프레임이 들뢰즈에게 왜 문제가 되나요?

 

A. 이 문제와 관련해서 저에게 가장 큰 깨달음과 감명을 주었던 것은, 『천 개의 고원』 서론에 나오는 소위 사유의 ‘재현 모델’에 대한 다음과 같은 비판입니다. “또한 사본은 자신이 다른 어떤 것[원본]을 복제하고 있다고 믿지만 실상은 자기 자신을 복제하고 있을 뿐이다. 사본이 그토록 위험한 것은 바로 이런 까닭이다.” ‘재현적 사유’란, 개인적 차원에서나 집단적 차원에서나, 언제나 ‘자기 정당화의 욕망’에서 시작되는 사유이자, 그것을 위해 정교하게 만들어진 논리 체계이기도 합니다. 소위 ‘인정 욕망’이 그 ‘자기 정당화의 욕망’의 다른 이름일 터인데, 어떤 의미에서 그 욕망은 사회적 동물로서의 인간에게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일견 자연스러워 보이는 그 욕망이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동일성의 논리에 의존하거나 기초하고 있다는 겁니다. 다시 말해서 필연적으로 타자의 차이 또는 타자라는 차이에 대한 지배와 배제의 논리가 된다는 것이죠.

 

들뢰즈가 보기에, 그가 ‘국가철학’이라고도 부르는 서구철학의 지배적인 경향은, 아무리 정교하고 어렵게 구축된 것이라 할지라도, 결국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우리의 고질병이기도 한 그 자기동일성의 논리를 뒷받침하거나 부추기는 것에 불과합니다. 자기 정당화를 위해 자기 밖에 어떤 모델이나 근거를 구축하는데, 결국 그 모델은 자기 투사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그래서 ‘재현적 사유’란 논리적으로는 ‘자기 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유이고, 윤리적으로는 타자에 대한 지배와 배제를 정당화하기 위한 사이비-윤리학 즉 지배적 도덕에 불과합니다.

 

들뢰즈는 블랑쇼나 푸코와 같은 자신의 동지와 함께 ‘바깥의 사유’의 문제설정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때 ‘바깥’이란 무엇보다 우리의 자연스러운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자 그 욕망과 결탁하고 있는 ‘재현적 사유’의 작동방식의 바깥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 바깥의 사유 또는 윤리학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계급적, 인종적, 성적 등 다양한 차원의 타자에 대한 공감 및 소통도 필요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사물 그 자체’라는 궁극의 타자와의 공감 및 소통까지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들뢰즈의 문제의식일 겁니다. 이것이 들뢰즈의 사유가 ‘(신)유물론’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고, 언어의 발생에 대한 추적이 결국 우리 신체의 차원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탐색에로까지 전개될 수밖에 없는 이유일 것입니다. 후자가 들뢰즈가 『의미의 논리』의 ‘동적 발생’ 부분에서 하고자 하는 일이지요.

 

앞서 들뢰즈가 서문에서 “이 책은 논리학적이고 정신분석학적인 소설이 되고자 한다”라고 써놓았다고 했는데, ‘소설이다’가 아니라 ‘소설이 되고자 한다’라는 다소 신중하고 겸양어린 어조가 흥미롭습니다. 그러나 이 신중한 시도의 이면에는 그 바깥에 대한 존재론적 긍정의 태도가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재현적 사유’는 안과 바깥 사이에 질서(코스모스) 아니면 무질서(카오스)라는 이분법으로 장벽을 놓고 시작하는, 또는 결정적인 시점에 뒤로 물러서는 사유이기도 합니다. 들뢰즈는 이 책의 서문에서 다음과 같은 말로 이 이분법을 넘어설 필요성, 심지어 그 즐거움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책(캐럴의 작품)이 던져주는 가장 심층적인 즐거움은 의미와 무의미의 놀이, 카오스와 코스모스의 얽힘[카오스모스]일 것이다.” 즐거움과 놀이, 그것은 바깥에 대한 두려움을 넘어선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선물일 것입니다.

 

욕망.PNG

 

Q. 가을 강좌 인터뷰에서 들뢰즈의 화두가 “우리는 우리로부터 어떻게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라는 윤리적이고 실천적인 문제라고 말씀하셨는데 “우리”로부터 자유로워진다는 것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그것이 [의미의 논리]에서 다루는 “언어의 발생”과 어떤 관계인지 궁금합니다.

 

A.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앞의 질문에 대한 대답의 반복이 될 수밖에 없을 것 같네요. 우리가 우리 자신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의지하게 되는 자연스러운 사유의 작동 방식은 우리 자신을 투사한 어떤 근사한 모델, 원본, 이미지를 구성해내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은 단지 다양한 차원의 타자를 지배하고 배제하는 것이 될 뿐 아니라, 결국 자기 자신 안에 있는 어떤 소중한 것, 즉 ‘어떤 하나의 삶’ 또는 ‘자유로운 삶’을 억압하는 기제가 되기도 합니다. 들뢰즈의 철학적 수행은 니체가 어떤 순간 강도 높게 느끼고 철학적으로 개념화하기도 했던 그 ‘어떤 하나의 삶’이 담고 있는 역능에 대한 긍정과 탐색과 분리해서는 이해하기 힘들 겁니다.

 

언어는 우리가 ‘우리’라는 모델, 원본, 이미지를 구성해 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수단 중의 하나입니다. 언어 역시 그 기원을 ‘어떤 하나의 삶’에 두고 있으되, ‘재현적 사유’의 막강한 힘에 의존할 때, 그러니까 양식과 상식이라는 배제적 이접의 논리에 빠져들어 갈 때, 삶이 지닌 풍요로운 역설의 힘을 상실하고 타자에 대한 지배와 자신에 대한 억압의 기제에 봉사하게 됩니다. 들뢰즈가 『의미의 논리』를 통해 수행하고자 하는 것은 이 전도의 힘과 메커니즘을 다시 한 번 전복시키는 것입니다. 물론 도착증자 캐럴과 분열증자 아르토의 작품을 그 전투의 중요한 무기로 삼아서 말입니다.

 

바깥.PNG

 

 

Q. 이번 강좌에 관심이 있지만 가을 강좌를 듣지 못한 분들이 부담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 이번 1강에서 지난 전반부를 다뤄준다고 하셔서 강의를 들으셨던 분들도 복습이 될 것 같습니다. 아직 강좌 시작까지 시간이 남았으니 이번 강의를 듣기 위해 수강생들이 준비하면 좋을 것에 무엇이 있을까요?

 

A. 가장 중요한 것은, 첫 날 계열16에서 계열18까지 세 부분을 반드시 읽어 오시라는 겁니다. 별도의 발제 없이 제가 강의를 하는 식으로 진행하겠지만, 최소한 한 번 직접 읽으신 것을 전제로 진행할 생각입니다. 그 다음 시간적 여유가 있으시면, 전반부의 ‘계열3 명제’을 이 부분과 비교하면서 읽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고도 여유가 있으시면, 이후 ‘동적 발생’ 부분에서 들뢰즈가 전거로 이용하는 정신분석학 담론의 글 몇 편을 미리 읽어 두시면 금상첨화일 겁니다.^^ 특히 멜라니 클라인과 프로이트를 읽어 보시길 권합니다. 클라인과 관련해서는 『멜라니 클라인』(줄리아 시걸 지음, 김정옥 옮김, 학지사)을, 프로이트와 관련해서는 「쾌락원칙을 넘어서」와 『이드와 에고』 4장을 추천 드리고 싶습니다. 요즘 강좌 준비 삼아 다시 읽고 있는데, 예전에는 보지 못했던 그 글들의 어떤 측면을 들뢰즈 덕분에 새삼스럽게 발견하는 즐거움을 누리고 있습니다.

 

변성찬선생님.JPG

 

강사소개 : 변성찬 선생님

 

2002년 <씨네 21>을 통해 영화평론가로 등단하여 영화 글쓰기를 시작했고, 같은 해 대학로에 있던 '수유너머'에서 철학, 영화, 자연학 등에 대해 공부를 해왔다.  2008년 인디포럼영화제, 2009년 인디다큐페스티발과의 만남을 계기로 한국독립영화와 오랜 인연을 유지해 오고 있다.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출강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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