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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수유너머 104 겨울강좌: 강사인터뷰 

헤겔을 넘어선 헤겔

강사: 오지호

 먼저 선생님 강의를 듣게 되어 너무 기쁩니다! ^^ 지난 11월 화요토론회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헤겔의 광기론을 엿볼 수 있었던 흥미로운 시간이었는데요, 이번 강의도 역시 기대됩니다! 강의에 앞서 우리가 함께 공부하게 될 것들을 간략 이야기해주세요~

Q. ‘헤겔을 넘어선 헤겔’라는 제목이 흥미롭습니다! 그만큼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헤겔 철학에서 가장 주변적인, 가장 헤겔답지 않은” 주제들을 다룬다고 하셨는데요. 이런 강의의 큰 그림을 개괄해주신다면? (내지는 이런 강의 주제를 택하게 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도 이렇게 강의로 여러분을 뵙게 되어서 설레고 기쁜 마음입니다. “헤겔을 넘어선 헤겔”이라는 강의 제목에 대해서 질문을 주셨는데요. 어쩌면 너무 야심 찬 계획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강의 준비를 하면서 긴장도 되고 설레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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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겔 철학은 사실 매우 매력적이고 사람을 끌어들이는 강력한 힘이 있습니다. 그만큼 또 많은 반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요. 그토록 많은 철학자들과 연구자들이 헤겔에 매달리는 이유일 텐데요. 그러면 헤겔 철학이 어떤 점에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가, 다시 한번 곰곰 생각해봤습니다. 한 마디로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지만, 헤겔 변증법이 갖는 독특한 측면에 대해서 말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헤겔은 언제나 한 사태의 두 측면을, 그것도 양자의 역동적 관계 속에서 본다 할까요? 헤겔은 그 어떤 것도 아무것도 섞이지 않은 채 그 자체로 순수하게 존재하는 어떤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어떤 것에는 항상 그에 부정적인 것이 함께 하고, 바로 그 부정적인 것 속에서 그 어떤 것으로 생성이 된다고 보고요. 그게 사태를 참되게 보는 것이라 생각하고 그렇게 기술을 합니다. 예컨대, 존재는 그 안에 무를 포함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생성이 된다, 이런 식입니다.

헤겔 철학이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데는 바로 이런 측면이 있을 것 같습니다. 존재라는 말, 독일어로 das Sein, 영어로 a/the being, 이것이 사실 아무 내용도 갖지 않고, 아무 것도 지시하지 않고, 아무 것도 아니라는 헤겔의 논리에 설득이 되면, 존재는 무엇인지 알았던 거 같은데 도통 모르겠는 이상한 것이 되면서, 생성, 양, 질, 본질, 등으로 쭉 나아가는 헤겔 『논리학』에 빠져들게 되는 거죠. 『정신현상학』의 첫 장 「감성적 확신」도 마찬가지입니다. 직접적 감각, 지금 바로 여기에서 내가 보고 만지는 “이것,” 우리는 이것이 가장 구체적이고 그 내용이 가장 풍부하다고 믿죠. 그렇지만 우리는 이것 A도 “이것”이라 하고 이것 B도 “이것”이라 하고 이것 C도 “이것”이라 하죠. 그러면 “이것”이란 것은 사실 가장 추상적인 것 아닌가. 이게 「감각적 확신」 장에서 헤겔이 논의를 진행하는 방식입니다. 이 이야기가 그럴 듯하게 들리는 분이시라면 헤겔 철학에 빠지기가 쉬울 것이고, 전혀 쓸데없는 소리처럼 들리시는 분이라면 반감을 느끼시기가 쉬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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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헤겔 철학에서 주변적인 것, 혹은 부정적인 것, 그러한 주제들 속에서 헤겔 철학을 살펴보면, 그 안에서 헤겔 변증법의 힘은 어떻게 나타날까, 충분히 탐구해 볼 만하지 않을까요? 헤겔은 분명히 이성의 힘을 옹호하는 철학자입니다만, 헤겔 변증법에 따르면 이성 혹은 합리성은 광기 속에서 나타나는 게 아닐까요? 또, 이성적 존재인 인간 역시 동물성이란 것과 어떤 방식으로든 간에 내적 연관을 맺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이런 생각에서 이번 강의를 기획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앞서 예를 든 존재와 무, 그리고 “이것”의 변증법에 반감을 느끼시는 분이더라도 이 주제들에 대해서는 아마 재미있게 헤겔 철학을 공부해보실 수 있을 것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광기에는 그 어떤 합리성도 없고 인간은 그 어떤 면에서도 동물이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아주 강력한 이원론자가 아니시라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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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에 대해서 간략히 소개를 하자면, 첫 두 주는 앞에서 말씀드린 광기/이성, 인간/동물의 문제를 다뤄보고자 하고요. 세 번째 주에서는 헤겔이 생각하는 여성의 문제를 다뤄보려 합니다. 『정신현상학』에서 헤겔은 소포클레스의 비극 안티고네를 다루는데요. 헤겔에게 안티고네는 사실 영웅의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동체의 명령을 자기의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목숨을 건다는 데서 말입니다. 그러나 안티고네가 대표하는 공동체는 국가가 아니라 가족이지요. 헤겔이 여기서 여성은 가족의 수호자고 남성은 국가에서 행위하는 자라고 하기 때문에, 헤겔의 안티고네 해석은 성차별적이라는 비판도 상당히 많습니다. 그런데 헤겔은 또 “여성은 공동체의 영원한 아이러니”라고 말하며, 여성이 공동체 밑에 있는 무시무시한 힘이라고도 말합니다. 그래서 여성이 대표하는 이 무시무시한 힘이란 게 뭘까, 한 번 생각해보려 합니다. 헤겔의 안티고네 해석은 사실 데리다가 『글라』에서 아주 재밌고도 세밀하게 다룬 적이 있습니다. 이번 강의에서는 그래서 데리다가 『글라』에서 관련 대목도 찾아 읽어보려 합니다.

네 번째 주는 폭도라는 주제를 다뤄보려 하는데요. 폭도는 공동체와의 연대감을 잃고 폭동을 일으킬 정도로 경제적으로 소외된 계급을 가리키는데요. 헤겔은 이것이 자본주의 경제 체제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거라면서 매우 진지하게 다룹니다. 약간 엉뚱해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폭도가 철학자가 될 수 있을까, 철학자는 폭도일 수 있을까, 이런 물음을 생각해보려 합니다. 다섯 번째 주제는 헤겔의 미학, 희비극론에 대한 것인데요. 헤겔 철학은 보통 부정성, 비극, 죽음, 이런 요소들에 연관지어 이해되고는 하는데, 헤겔 철학에 웃음의 요소는 없을까, 있다면 어떤 웃음일까, 이런 생각에서 주제를 선택해 봤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주제는 헤겔의 종교론에서 특히 동양종교론에 대한 것인데요. 매우 독특합니다만, 헤겔은 동양종교를 식물성 또 식물의 무성(無性)적 특징에 연결지어 이해합니다. 재미있을 것 같지 않나요? 재미있게 한 번 해보지요^^

 

 

Q. 그런 헤겔의 숨겨진(?) 면모를 찾으려는데 우리에게 방해가 될 요소는 무엇일까요? 가령 ‘최초의 차이의 철학자이지만 종국에는 차이를 동일성에 종속시킨, 마지막 근대철학자로 남고 만 최초의 현대 철학자’ 헤겔이라는 수식어구에 대해서 약간의 부연 설명을 해주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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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사실 매우 형이상학적 문제, 특히 형이상학의 역사성에 대한 문제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존재로서의 존재를 탐구하는 것이 제일철학이라 규정했고, 이후 아리스토텔레스 주석가들은 그의 제일철학이 수록된 텍스트에 “형이상학(metaphysics)”라는 제목을 붙였죠. 그리스어에서 “meta”는 시간이나 순서상 다음(after)을 의미하기도 하고 어떤 것을 너머(beyond)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말로만 보면 형이상학은 “자연학 다음” 혹은 “자연학을 너머” 정도로 이해할 수 있을 건데요. 애초에 주석가들은 그 텍스트가 순서 상 자연철학 다음에 오는 것이다 정도의 의미에서 그런 제목을 붙였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어찌 되었건 형이상학은 경험적 자연/물질 세계를 넘어 존재 그 자체를 다루는 철학의 분야라는 생각이 서양 철학 전통 안에 자리 잡게 되고, 서양의 사유가들은 이 분야를 오랜 기간 아주 깊고도 풍부하게 발전시켰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형이상학이 서양 철학 전통의 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여기에는 많은 분들이 동의하실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꽃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이건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이 꽃은 참으로 예쁘다 그러니 잘 가꾸고 보살펴서 계속 꽃피게 하자 할지, 예쁘기는 했는데 이제는 죽어 없다 해야 할지, 죽어서 슬프다고 해야 할지 잘 됐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예쁘게 살아 있기는 한데 가시와 독이 있으니 조심스럽게 만지자 해야 할지, 예쁘고 아니고는 중요치 않고 가시와 독을 제거하는 게 중요하다 해야 할지, 아니면 그 꽃 자체가 가짜고 사람 현혹시키는 요물일 뿐이라서 뽑아버려야 한다 해야 할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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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겔이 최초의 차이의 철학자이지만 결국에는 마지막 근대철학자로 남고 말았다는 것은 데리다의 평가인데요. 비유가 적절할지 모르겠습니다만 데리다는 서양 형이상학 전통을 독버섯 같은 것으로 본다 해야 할까요? 화려하고 맛있어 보여서 알아채기는 어려운데 사실은 독을 품고 있다는 의미에서요. 『그라마톨로지』에서 데리다는 서양 형이상학 전통 전체에 대한 비판을 시도합니다. 서양 형이상학은 로고스 중심주의, 음성 중심주의, 민족 중심주의의 결합 속에서 구성되고 유지되어온 전통이라는 것인데요. 형이상학 전통을 관통하는 절대적 진리에 대한 추구, 근원적인 어떤 것에 대한 추구는 현전하는 자기 동일적 주체 관념을 전제하거나 그것의 논리를 강화하고, 결국에는 차이 혹은 현전하지 않는 모든 것들을 짓누르거나 배제하는 폭력의 논리로 작동해왔다는 것입니다. 해체란 사실 이 독버섯을 다루는 데리다의 전략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전략은 버섯의 그 독을 끄집어내고 분석해서 만천하에 보여주는 거죠. 그리고 외치는 거죠. “여보시오 사람들! 이것은 사실 독버섯이오!” 제가 개인적으로 품고 있는 물음은 이게 그래서 버섯 자체까지도 해체하는 것일까, 독을 해체하기 위해서는 버섯에 매달려 있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닐까, 버섯 자체를 안 먹는 이에게는 아무 문제가 아닌 것 아닐까, 나는 버섯을 먹는 자인가 아닌가, 나에게 버섯은 무엇인가, 뭐 이런 것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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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마톨로지』로 돌아가면 여기서 데리다는 헤겔이 “마지막 책의 철학자이고 최초의 글쓰기 사유가”라고 말을 합니다. 『글라』를 빌어서 좀 쉽게 풀자면, 데리다는 전통 형이상학이 선/악, 진리/거짓, 동일성/차이, 남성성/여성성, 등등 이렇게 이항대립의 체계 속에서 모든 것을 파악하고, 그 중 한쪽(선, 진리, 동일성, 남성성 등)에 우위를 주면서 다른 한쪽을 배제하는 식으로 작동했다고 보지요. 그게 “책의 철학자”라는 말로 비유적으로 가리키는 것이고요. 데리다는 반면 동일성과 차이라는 이항대립의 근저에서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게 차이의 움직임이라 보는 것이고요, 그 차이의 움직임을 『그라마톨로지』에서는 “글쓰기”라는 말로 개념화하는 것입니다. 차이의 움직임에 대한 데리다의 생각이 해체적인 것은 바로 그것이 동일성과 차이의 우위 관계를 전도시킨다는 데 있습니다. 동일성과 차이의 대립을 낳는 것은 동일성이 아니라 차이이니까요. 이게 또 전통 형이상학의 어떤 견고한 통일성을 그 안에서 파열시키는 데리다의 방식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헤겔이 “마지막 책의 철학자이고 최초의 글쓰기의 사유가”라는 것은 헤겔은 전통 형이상학자 중에서도 유일하게 그 차이의 움직임을 본 철학자이지만, 그럼에도 결국은 전통 형이상학자로 남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헤겔은 한편에서는 여성성의 무시무시한 힘이 남성/여성의 대립을 낳는 힘이라는 것을 보았으나, 다른 한편에서는 여성성을 남성성에 종속되는 것으로 만들고 말았다, 이런 것입니다.

아마도 눈치채셨을 것 같은데요. 이 강의의 전체 구성 뒤에 배경처럼 있는 것이 데리다의 이러한 헤겔 해석입니다. 데리다 식으로 말해서 헤겔 철학에서 동일성에 대립된, 그리고 동일성에 비해 열등한 것이라 할 수 있는 그러한 차이의 요소들, 제가 말씀드린 헤겔 철학에서 주변적인 주제들, 그것들이 정말 그렇게 결국은 동일성의 요소들에 종속되는 것으로 남아있는 것일까요? 설령 헤겔 철학에서 차이의 요소들이 동일성의 요소들에 종속되는 것이 사실이라 해도, 우리는 그럼 그 차이의 요소들 속에서 그것들이 동일성의 요소들을 전복적으로 뒤집는 힘을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요? 이게 또 강의 제목을 “헤겔을 넘어선 헤겔”이라고 붙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Q. 한편으로는 주변부라는 것이 중심을 모르는 상태에서도 들어갈 수 있을까 고민이 되기도 합니다. 헤겔 철학을 잘 모르는 사람도 이 강의를 들어도 이해할 수 있을까요? 이를테면 헤겔에게 왜 “절대정신의 형이상학자, 전체주의 국가철학자”라는 수식어구가 따라다니는지 모르는 헤겔잘알못이 바로 헤겔의 주변부로 가는 강의를 따라갈 수 있을까요?^^;

미처 생각지 못했던 질문이라 고민을 좀 했습니다. 곰곰 생각해보니 헤겔잘알못 분들께 이 강의는 어쩌면 잘알못이라서 쉽게 따라오실 수 있을 것 같고, 또 잘알못이라서 좀 어려워하실 대목도 있을 거 같습니다. 이번 강의에서는 동물, 광기, 여성, 폭도와 같은 “주제들”에 주목을 해보려 합니다. 사실 이런 주제들은 헤겔뿐만 아니라 많은 철학자들의 책을 뒤지면 나올 것이고요. 굳이 철학자가 아니더라도 또 철학 공부를 전혀 하지 않은 이더라도 이런 주제들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생각을 해봤거나 또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 경험을 말씀드리자면, 저는 뱀이나 바퀴벌레 정도 빼고는 대부분의 동물을 좋아하고 관심도 많습니다. 인간을 동물로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자주 해보고, 날씨 좋은 날 공원에 옹기종기 모여서 사람들이 한가롭게 쉬고 있는 풍경을 보면 가끔 사자들이 서로 몸을 부대끼거나 원숭이들이 서로 털을 골라주며 휴식하는 장면을 떠올리기도 합니다. 과연 동물과 인간이 뭐가 다른 걸까, 많은 철학자들이 인간이 이성의 능력을 갖고 있어서 동물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아주 당연한 것으로 보는데, 왜 그게 당연한 걸까, 혹은 이 당연함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호모 사피엔스는 지구상에서 속된 말로 가장 지랄 맞은 동물이 아닐까, 그 지랄 맞음을 어떻게 이해할까, 이런 생각들을 해보는 거죠. 이런 제 경험을 말씀드리는 것은 이번 강의에서 다룰 “주제들”이 우리가 철학을 하든 하지 않든 생활 속에서 알게 모르게 경험하고 생각하는 것들일 것이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이 “주제들”을 생각하기 위해서 “절대정신의 형이상학”이나 “전체주의적 국가철학”이 무엇인지 반드시 알 필요가 없겠죠. 어떤 의미에서 헤겔이 절대정신의 형이상학자나 전체주의적 국가철학자라 비판받는지 또 그 비판이 어디까지 정당한지 등등, 이번 강의에서 이러한 문제들은 오히려 앞서 말씀드린 “주제들”을 헤겔이 어떻게 다루는지 살펴보는 과정 속에서 “부수적”으로 다루게 될 겁니다.

헤겔 잘알못 분들게 이 강의가 어려울 수 있다면 그것은 아마 헤겔 텍스트를 직접 다룰 때일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이건 사실 헤겔 잘알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일 것 같습니다. 헤겔이라는 철학자의 사유 스타일 자체가 매우 복잡하고 방대하기도 하지만 글 스타일도 그렇죠. 그래서 헤겔은 문턱이 매우 높은 철학자라는 게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이것은 강의를 하는 저의 몫이자 책임 문제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주제들에 대한 헤겔의 생각이 무엇인지 그 사람의 텍스트로부터 뽑아내서 이해될 수 있게 만드는 것, 그건 헤겔 철학을 전공해서 헤겔 강의를 하는 사람이 응당 해야 하는 일일 것입니다. 그렇지만 또 제가 마치 헤겔 철학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헤겔의 대변자인 양 일방적 강의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을 것이고 또 제가 생각하고 있는 강의의 그림도 아닙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성실하게 헤겔 철학에로 안내를 해드리고요. 그 다음에 같이 호흡하고 같이 생각하고 같이 따져보고요. 이번 강의가 그렇게 해서 저에게도 배우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Q. 주로 어떤 텍스트를 참조로 강의가 진행될까요? 혹시 이 강의를 듣기 전에, 미리 읽어보면 도움이 될 만한 텍스트가 있을까요?

강의에서는 주로 『철학대계』, 『정신현상학』, 『법철학』에서 선별한 텍스트를 활용할 건데요. 『철학대계』는 텍스트 자체가 혼자 읽기도 쉽지 않고 또 스타일 상 지루하기도 하고 해서 미리 읽어보시라고 추천드리지 못하겠습니다. 아무래도 『정신현상학』이 어렵기는 하지만 그래도 많이 알려져 있으니 특히 「정신」 장에서 안티고네 이야기를 다루는 부분, 그리고 「종교」 장 정도 읽어보셔도 좋을 거 같습니다. 입문서로는 스티븐 홀게이트가 쓴 『헤겔의 정신현상학 입문』이 괜찮을 거 같고요. 매우 두껍기는 하지만 테리 핀카드가 쓴 『헤겔』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이 책은 헤겔의 전기적 사항들부터 철학적 요소까지 통합적으로 다루고 있어서 과연 헤겔이란 사람이 역사적으로 어떤 사람이었고 철학적으로 어떤 사유가였는지 구체적으로 그림을 그려보기에 아주 좋습니다. 그리고 이 강의에서 직접 다루지는 않겠지만, 수전 벅모스가 쓴 『헤겔, 아이티, 보편사』도 한 번 읽어볼 만합니다. 이 책은 사실 헤겔 철학에 대한 역사적이고 비판적인 분석을 담고 있는데요. 헤겔 철학에서 논쟁이 되는 요소뿐만 아니라 서양 근대철학에 대해 객관적이면서도 비판적으로 생각해볼 기회를 줍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 개인 취향일 수도 있지만, 재밌습니다^^). 또, 남기호 선생님께서 쓰신 『헤겔과 그 적들』은 헤겔의 사회정치 철학을 이해하시는 데 좋은 안내서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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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사 소개

헤겔의 1830년 『철학대계』의 「인간학」장에 대한 연구로 미국 피츠버그 소재 듀케인(Duquesne)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서울대학교 철학사상연구소 객원 연구원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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