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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진행 : 탁선경​

 

안티오이디푸스 세미나 뒷풀이 시간에 우발적으로 인터뷰가 시작되었고 나머지는 서면으로 진행되었습니다. DMZ 다큐멘터리 영화제 참석으로 바쁘신 와중에 밤새 질문 작성해 주신 선생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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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변성찬 선생님 반갑습니다. 선생님과 『안티오이디푸스』 세미나를 함께 하면서 이 어려운 책을 이렇게 다채롭게 읽을 수도 있구나하며 매료되지 않을 수 없었는데요.이번 『의미와 논리』는 어떤 '의미'를 만들고 확장해 나갈지 기대됩니다. 책과 수업방식에 대해 소개 부탁드려요.
 
A. 『의미의 논리』가 어떤 책인지에 대해 소개하려면, 먼저 들뢰즈의 철학적 화두가 무엇인가에 대한 얘기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내 식으로 말해보자면, 그것은 “우리(인간)는 어떤 과정을 거쳐 우리(인간)이 되었나?”입니다. 이 물음은 “우리는 우리로부터 어떻게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라는 윤리적이고 실천적인 물음과 맞닿아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의미의 논리』는 우리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인 ‘언어의 발생’에 대해 탐구하고 있는 책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969년에 발간된 이 책은 『차이와 반복』(1968)과 『안티오이디푸스』(1972) 사이에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차이와 반복』과 거의 동시적으로 집필된 책입니다. 이런 점에서 『스피노자와 표현의 문제』와 함께 『차이와 반복』에 대한 일종의 번외 편을 이루고 있는 셈이지요. 잘 알려져 있다시피, 『차이와 반복』 이전 들뢰즈의 ‘철학적 도제시기’에 출간된 책들은 그 제목에 거의 모두 특정 인물의 이름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흄, 니체, 칸트, 프루스트, 베르그손, 자허-마조흐 등 이 그 인물들입니다. 이런 점에서 『의미의 논리』는 『차이와 반복』과 함께 특정 인물이 아니라 특정 개념을 표제로 내세우기 시작한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인물들의 이름이 등장하는 『차이와 반복』과는 달리, 『의미의 논리』에는 일종의 주인공이라고 할 만한 인물이 하나 등장합니다. 바로 루이스 캐럴이지요. 들뢰즈는 캐럴을 아르토의 말을 빌려 ‘작은 변태’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런 점에서 『의미의 논리』는 『자허-마조흐의 소개』(1967)과 함께 들뢰즈의 ‘변태’에 대한 관심과 탐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책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분열증과 어린 소녀’라는 제목이 붙은 ‘계열13’에서 아르토와 캐럴에 대한 간략한 비교를 하고 있는데, 아시다시피 『안티오이디푸스』는 분열증자 아르토가 본격적인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책이기도 하지요. 물론, 변태나 분열증자에 대한 들뢰즈의 관심과 탐구는 앞서 말한 들뢰즈의 근본적인 철학적 화두와 맞닿아 있습니다. 들뢰즈는 그들의 언어를 이정표 삼아 인간의 발생 및 언어의 발생 과정을 역으로 추적해가고 있습니다. 들뢰즈 자신의 말처럼, ‘논리학적이고 정신분석학적인 소설’인 셈이지요. ‘논리학’이 ‘의미에서 명제’로 이행하는 ‘정적 발생’과 관련되어 있다면, ‘정신분석학'은 ‘먹기에서 말하기’로 이행하는 ‘동적 발생’과 관련이 있습니다.
 
수업 방식에 대해서는 이번 강좌가 저와 수강생이 함께 책을 읽어나가는 ‘강독 강좌’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방점은 ‘함께’에 있습니다. 처음에 이번 가을 강좌에서 6강 정도로 읽기를 끝내려고 했다가 그러면 아무래도 저의 강의 중심이 될 것 같아서 그 양을 절반 정도로 줄였습니다. 분량을 줄이되 각자 음미하고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갖자는 취지입니다. 나중에 따로 안내를 드리게 될 터이지만, 매번 강의 전에 사전 질문을 받을 것이고 그 질문들을 중심으로 함께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할 생각입니다.
 
 
Q2. 책 제목인 『의미의 논리』는 그 자체가 흥미롭기도 하지만 모호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도대체 그 ‘의미’는 어떤 의미인가요?^^ 그리고 이 책에서 ‘의미’는 ‘생성’이나 ‘사건’ 등 들뢰즈의 보다 잘 알려진 개념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인가요?
 
A. 우리는 흔히 “같은 사물도 사람에 따라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말하곤 합니다. 먼저 이 책에서 말하는 ‘의미’는 그런 뜻 또는 차원과는 다른 것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의미의 논리』는 각각의 개인이나 집단마다 같은 것이 다른 의미를 갖게 되는 이유가 무엇인가를 묻고 탐구하고 있는 책이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각 개인이나 집단마다 같은 것을 다른 의미로 받아들인다면, 그것은 각각이 다른 프레임을 갖고 있기 때문일 터인데, 그 프레임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묻고 있는 셈이지요. 그 프레임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들뢰즈는 ‘선험적 또는 초월론적 장’이라고 부르는데, 그 과정은 결코 주관적이고 의식적인 것이 아니고 객관적이고 무의식적인 것이라는 것이 이 책의 핵심적인 주장이기도 합니다.
 
전통적으로 논리학은 인간의 언어 중에서도 진위를 판단할 수 있는 ‘명제’만을 그 대상으로 다룹니다. 들뢰즈는 이 책에서 그 ‘명제의 일상적인 차원들(지시작용, 현시작용, 기호작용)’ 이전에 그런 차원들이 발생하는 네 번째 차원을 해명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고, 그것을 ‘의미의 차원’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들뢰즈가 이 의미의 차원을 설정하고 해명하고자 하는 이유는, 인간의 언어를 다루면서 명제의 세 차원만을 다루면 논리적으로 일종의 악순환 또는 막다른 골목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과정을 해명하지 않으면 우리는 진정으로 ‘자유’로와 질 수 없다는 윤리적이고 실천적인 문제의식 때문이기도 합니다.
 
위험을 무릅쓰고 하나의 비유를 해보고 싶습니다. 명제가 어른이라면 의미는 아이입니다. 어른이 자신의 관점이나 위치에서 아이를 설명하고 규정하려고 하는 것이 일종의 폭력인 것처럼, 의미를 명제의 관점에서 설명하고 규정하는 것 역시 일종의 폭력이라는 것이 들뢰즈의 문제의식입니다. 그런데 어른이 자유롭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아이에 대한 그런 태도일 것입니다.
 
말씀하신대로 이 책에서 ‘생성’이나 ‘사건’은 ‘의미’와 분리 불가능하게 관련되어 있습니다. 그 미묘하고 복잡한 관계에 대해서 이 자리에서 길게 말씀드리기는 어려울것 같고, 그 관계를 이해하는 것을 이번 강좌를 함께 하는 우리 모두의 물음 중 하나로 남겨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다만 그 관계가 미묘하고 복잡해지는 이유는 그 문제에 들뢰즈의 심오한 ‘시간론’이 개입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은 미리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들뢰즈는 이 책에서 어떤 때는 사건과 의미를 동의어처럼 쓰기도 하고, 때로는 그 미묘한 차이에 대해 말하기도 합니다. 말하자면 서로 분리할 수 없는 ‘분신’의 관계에 있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사건이 사물과 언어의 경계쪽 얼굴의 이름이라면, 의미는 언어와 명제 사이의 얼굴의 이름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건이 동적 발생 과정의 주인공이라면, 의미는 정적 발생 과정의 주인공인 셈이지요. 들뢰즈는 의미의 이중적 본성(두께 없는 두 얼굴의 공존) 때문에 포착이 어렵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의미는 명제로 표현된 것 또는 표현 가능한 것이며, 동시에 사태의 부대물이다. 그것의 한쪽 얼굴은 사물들로 향하고, 다른 한쪽은 명제들로 향한다...의미는 명제들과 사물들의 경계선이다.”(78)
   
일종의 트레일러라고 생각하시고 각자 음미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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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의 논리. 질 들뢰즈. 이정우 옮김. 한길사(1999)
 
 
Q3. 이 책에서 유독 눈에 띄는 것이 각 장에 ‘계열’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왜 이런 특이한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일까요?
 
A. 두 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먼저 이 책의 역자가 원본에는 없던  「구조주의를 어떻게 식별할 것인가」를 ‘특별보론’으로 첨부한 데서 알 수 있듯, ‘계열’은 들뢰즈가 당대의 담론 지형에서 핫한 아이템 중의 하나였던 ‘구조주의’의 영향 또는 비판적 대화와 관련이 있습니다. 계열은 ‘요소’와 함께 구조주의의 기초 용어이자 그 방법론을 드러내는 말입니다. 이 질문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 또한 강의 중에 해야 할 것 같네요. 또 하나의 이유를 들자면 들뢰즈는 자신이 앞서 말했던 ‘새로운 사유는 새로운 스타일을 필요로 한다’는 테제를 직접 이 책을 통해 실험해보고자 했던 것 같습니다. 『의미의 논리』는 무엇보다 각각의 ‘계열(장)’이 서로에 대해 가장 중요한 참조자료가 되는 독특한 구성방식을 취하고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Q4. 마지막으로, 지식에 대한 갈망으로 철학을 찾기도 하지만 개인이 겪는 사건과 혼돈을 사유하고자 하는 지점에서 철학의 문을 두드릴 수 있다고 보는데요. 이 강좌는 『의미의 논리』를 듣고자하는 수강생에게 어떤 수업이 될 수 있을까요?
 
A. 들뢰즈의 모든 책이 그렇듯, 『의미의 논리』 또한 결코 이해하면서 따라가기가 쉽지 않은 책입니다. ‘철학적 도제시설’을 통해 갈고 닦았던 철학적 개념을 바탕으로 당대의 주요한 담론들과 대화 또는 대결하면서, 그것을 매우 압축적인 방식으로 폭발시키고 있는 책이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때론 머리 아프게 하고 또 때론 현기증을 유발하기도 하는 그 과정이 우리 모두의 ‘삶의 해방’을 위한 절실한 윤리적이고 실천적인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읽어 나갔으면 합니다. 저에게는 들뢰즈의 이 근본적인 문제의식에 대한 공감이 그의 어려운 책을 계속 읽어나가도록 만들어준 동력이었습니다. 이번 강좌를 통해 수강생 여러분과 그 어려우면서도 짜릿한 사유의 모험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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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소개 : 변성찬 선생님

2002년 <씨네 21>을 통해 영화평론가로 등단하여 영화 글쓰기를 시작했고, 같은 해 대학로에 있던 '수유너머'에서 철학, 영화, 자연학 등에 대해 공부를 해왔다.  2008년 인디포럼영화제, 2009년 인디다큐페스티발과의 만남을 계기로 한국독립영화와 오랜 인연을 유지해 오고 있다.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출강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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