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수유너머104 겨울강좌① 강사인터뷰]

 

중동태와 그 너머: 예술, 케어, 삶

 

<강사소개>

박성관 : 자유연구자. 요즘 연구 주제는 자연학을 진화시킬 방법, 성선택의 새로운 버전 등이다. 『아인슈타인과 광속 미스터리』, 『종의 기원』, 『생명의 다양성과 인간 소멸의 자연학』, 『다윈에게 직접 듣는 종의 기원 이야기』 등을 썼고, 『중동태의 세계』, 『저항에의 초대』, 『장소의 운명』, 『굿바이 다윈?』, 『시간과 공간의 문화사』, 『표상공간의 근대』 등을 옮겼다.

김남시 : 서울대학교 미학과와 같은 과 대학원을 졸업한 뒤, 독일 훔볼트 대학 문화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프리드리히 키틀러』(공저) 『광기, 예술, 글쓰기』, 『본다는 것』 등이, 옮긴 책으로 『새로움에 대하여』, 『권력이란 무엇인가』, 『모스크바 일기』, 『한 신경병자의 회상록』 등이 있다.

 

** 이번 강사 인터뷰는 질의, 응답 방식이 아닌 강의를 맡으신 박성관, 김남시 선생님과 강좌 전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했습니다. 강좌를 어떤 방식으로 운영할지에 대한 의견이 오고 가다 자연스럽게 강좌에서 다루어질 내용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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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동태와 능동/수동

박성관 : 어떤 일에 대해서 ‘너 왜 그렇게 했냐?’고 말할 때 내가 100% 원해서 한 것도 아니고, 강제로 누군가가 시켜서 한 것도 아닌 경우가 있죠. 글을 쓰다보면 글이 글을 쓰는 것 같다던가. 내가 능동적으로 쓰고 있는 건지, 아니면 쓰고 있는 글 때문에 오히려 내가 쓰여지고 있는 건 아닌지, 이런 체험이 있을 것 같아요. 이것이 능동과 수동 의 중요한 주제이죠.

능동적이지도 않고 수동적이지도 않은 중동태. 이 논의는 일본에서 이미 광범위하게 있었고, “중동태의 세계(고쿠분 고이치로)”라는 책은 이를 들뢰즈와 스피노자주의를 가지고 비판한 책이에요.

 

김남시 : 중동태는 언어 표현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어요. 우리는 능동 또는 수동이라는 두 범주 내에서만 행위나 활동 등을 생각해왔는데, 그걸 좀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관점을 제시해주죠. 예를 들면 ‘내가 달린다’는 말을 중동태적 관점에서 미시적으로 들여다보면 ‘달리는 것을 추동하는 힘이나 의지가 있는가, 발은 움직이지만 팔이나 다른 신체의 일부는 쫓아가는 격인데 이 상황을 능동적인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등의 질문들이 제기되죠.

그래서 일상적인 것들을 이야기해 보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요. 중동태가 어떤 개념인지를 얘기하기보다 기존에 우리가 언어로 표현해왔던 행위들을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는, 새로운 퍼스펙티브를 열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 선택과 책임의 문제

박성관 : 많은 분들이 잘 모르시겠지만, 포항 지진 피해자들은 지금도 체육관에서 살고 있어요. 오키나와에서도 제기되는 문제인데, ‘불만이 많다면서 왜 수 십년 동안 그곳에 사느냐’, ‘자기가 선택해서 그곳에 사는 거지 누가 나오지 못하게 막았냐’고 그들에게 물어요. 여기에는 자기 책임의 문제가 있어요. ‘나는 달린다’라는 표현을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는 주제이지만, 어쩌면 일반인들은 관심이 없을 수 있어요. 중동태의 문제는 포항과 오키나와와 같이 우리 삶과 연관되어 있어요. 나의 선택이 어디까지 인지에 관한 문제고, 절실함의 문제죠.

 

김남시 : 일본에서 학교를 안다니는 아이들에 대한 논의가 있어요. 과연 학교를 간다/가지 않는다는 두 선택지 중에서 가지 않기로 스스로 선택한 것인가에 대한 논의예요. 학교를 가는 게 어려워지게 된 상황을 학교를 가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로 선택한 것처럼 보는 패러다임 자체에 대한 논의죠. 앞서 이야기했듯이 중동태는 정리된 개념이나 이론이 아니에요. 그래서 저는 다양한 퍼스펙티브에 대해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박소라 : 제 삶의 경우에도 저를 대상화시켜서 본 사람들은 ‘너가 선택한 거잖아’라며 책임을 묻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경우가 많아요. 저 자신도 상황을 해결해보고자 얽혀 있는 부분을 한 두 가지의 개념이나 이론으로 정리하거나 환원시켜 버리기도 하고요.

 

김남시 : 저는 부모 입장에서 중동태를 생각해봤어요. 우리 애가 공부를 열심히 했으면 좋겠지만, 애는 공부를 잘 하지 않죠. 대부분 이런 문제를 ‘남들은 참고 공부하는데 우리 애는 의지가 약해서 게임하고 딴짓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과연 내가 우리 애의 행동이나 살아가는 모습을 판단하고 생각하는 틀이 ‘의지가 있나/없나’ 밖에 없는지. 공부를 하려는 의지가 없는 거라면 나약함과 관련된 수많은 부정적 어휘를 끌어들이죠. 저는 이 틀 자체가 너무 폭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 열폭과 멘붕 사이

김효영 : 중동태 개념이 현대철학과 잘 맞는 것 같아요. 저는 요즘 사람들의 가치관이 바뀌고 있다고 느껴져요. 개인적으로 감응과도 비슷한 것 같은데요. 신체적으로 촉발시키는 능력이나 효과라는 측면에 주목을 한다는 점에서요. 그래서 쉽게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이지만, 반대로 개념 설명이 잘 안되었을 때 전반적으로 이해를 못할 수도 있어요. 그래서 쉬우면서도 어려운 이야기인 것 같아요.

 

박성관 : 늘 알던 이야기나 평소에 느끼던 것을 능동이나 수동의 극에 치우치지 않고 ‘중동’이라는 개념으로 포괄해서 이야기하는 방식이 틀린 것은 아닌데, “중동태의 세계(고쿠분 고이치로)”는 그 점을 비판하는 책이에요. 다만 정치적인 이야기를 철학적으로 써서 비판적인 측면이 잘 부각되지는 않죠.

능동으로도, 수동으로도 표현하기 힘들다든가, 우리의 행동이나 말의 대부분에 능동과 수동이 섞여 있다고 식으로 접근하는 것과 저는 관점이 좀 달라요. 지금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좀 더 열심히 해야지, 자기 계발도 하고. 대인관계도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확실히 끊기도 하고’ 이렇게 결심하고 지내다가 힘들어지면 ‘그동안 너무 아득바득 살아왔네, 날 좀 비워야겠다. 주변사람과도 잘 지내고’. 이게 몇 년 사이클로 반복되는 것 같아요. 그 이유가 사람들의 삶이 힘들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중동태는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어떤 것만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무너지지 않고 일상을 유지해가는 것과 관련이 있어요.

세상을 바꾸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데 저는 사람들이 자기 삶을 유지해가는 것에 관심이 있어요. 이것이 중동태적인 문제의식 중 하나에요. 돈, 가족, 대인관계, 학교폭력 이런 문제들을 잘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 자신이 무너지지 않으면서 그것을 내가 잘 소화해내는 것. 내 자신의 안정성과 항상성을 유지해가는 것이 사람에 따라서는 절실한 문제거든요.

마지막 강의에서 저는 열폭과 멘붕 사이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를 이야기해보려고 해요.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기존의 들뢰즈식의 대안은 매우 중요하지만 우리에게는 너무 버거워요. 물론 그것이 좋은 사람은 그렇게 살되, 그것이 정답처럼 말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때로는 웅크리고 살아야 하고 이것이 못난 건 아니죠.

 

■ 추천하는 책

김남시 : 최근 읽은 “산 자들(장강명)”이 지금시대에 먹고사는 문제를 다룬 내용이에요. 박성관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상황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관한 내용인 것 같아요.

 

박성관 : 중동태를 문법적인 문제로 오해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중동태는 더 폭넓은 내용을 갖고 있어요. “중동태의 세계(고쿠분 고이치로)”, “너무 움직이지 마라(지바 마사야)”, “숲은 생각한다(에두아르도 콘)”, “채식주의자(한강)”와 같은 책을 추천해요. 물론 강의를 듣기 위해 책을 꼭 읽지는 않으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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