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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여름강좌>

루쉰에 다가가는 6개의 단어

강사: 최진호

 

 

1.첫 강의에서 다뤄질 주제지만, 그래도 여쭤보겠습니다. 루쉰에 대해서 간략히 소개해주세요. 

 

 "루쉰은 1881년에 태어나 1936년에 사망합니다. 이 시기 동안 중국 사회를 상징하는 단어의 하나가 ‘혁명’일 것입니다. 제국의 약화와 해체, 신해혁명, 국민혁명, 사회주의 혁명 등등. 혁명은 사람을 살리는 것이었지만 ‘혼돈’을 불가피하게 수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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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한테 루쉰은 이 혼돈의 시기를 터벅터벅 걸어가는 이미지로 남아 있습니다. 루쉰이 죽기 직전 미완성으로 남긴 글의 등장인물도 흥미롭습니다. 루쉰은 그 글에서 일본 유학시절 만나 중국 혁명의 지도자 황싱(黃興)을 추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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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싱(黃興)(1874~1916)

 

 

황싱은 1900년대 도쿄에서 사범학교를 다녔는데 그 시절에 다른 ‘혁명군자’들처럼 변발을 자르지도 않았고 소리 높여 혁명을 외친적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가 ‘반항적 기질’을 딱 한 번 드러낸 적 있다고 루쉰은 회상합니다. 그것은 일본인 학감이 학생들에게 웃통을 벗지 말라고 하자 한사코 웃통을 벗고 세숫대야를 들고서 목욕탕을 지나 ‘슬렁슬렁’ 자습실로 들어간 일입니다. 루쉰은 혁명의 시대에 혁명가는 ‘공담’이나 ‘한담’을 말하는 이가 아니라 ‘실재로’ 적에게 타격을 주는 동시에 계속 살아내는 존재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루쉰 역시 글을 무기로 삼아 혼돈의 중국을 횡단했다고 생각합니다."

 

 

 

 

 

2. 강의 소개에서 가장 눈에 띄는 키워드는 '잡문' 입니다. 잡문이라 함은 어떤 걸까요? 또 그것이 루쉰을 이해하는데 있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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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루쉰은 「광인일기」나 「아Q정전」등을 쓴 작가로 알려져 있지만, 1918년부터 1936년까지의 문단 생활 속에서 루쉰이 주력했던 것은 ‘번역’과 ‘잡문’이었습니다. 특히 ‘잡문’에는 변화하는 중국 상황과 사람에 대한 루쉰의 통찰이 담겨져 있습니다. 중국 공산당 2대 서기장이자 평론가였던 취추바이(瞿秋白)는 루쉰의 잡문을 급변하는 시대의 산물이라고 말합니다. 급변하는 중국 사회, 특히 정치적 압제가 강고했던 중국 사회에서 작가는 통상적인 예술 형식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할 수 없었습니다. 작가가 자신의 사상과 감정을 작품 속에 충분하게 녹여낼 여유가 없었다는 것이죠. 잡문은 이런 조건에서 탄생한 ‘예술성을 띤 논문’입니다. 동시에 잡문은 ‘자질구레’하기는 하지만 시대를 담고 있어서, 모든 사람이 아니라 저항하고 싸우는 누군가에는 필요한 수단이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루쉰의 잡문은 사회의 일상적 사건에 대응하기 위한 투창과 비수입니다. 이 투창과 비수에는 비장미만이 아니라 유머와 시대에 대한 통찰이 녹아들어 있습니다."

 

 

 

 

 

3.이번 질문은 좀 큰 질문인데요. 연구실에서 동양사상가를 다루는 건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20c에는 루쉰을 비롯한 동양사상가들은, 물론 서양의 철학을 배웠겠지만 이것을 똑같이 반복하지 않고 각자가 처해있는 상황에 맞게 변용을 시켰을 것 같습니다. 그런 지점들을 설명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루쉰을 사례로 좁혀서 답해주셔도 됩니다.

 

 

"루쉰의 「광인일기」는 달 빛을 본 주인공의 각성에서 시작합니다. 통상 계몽의 이미지는 태양의 빛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어둠에 빛을 비추는 것이 통상적인 계몽이지요. 그러나 루쉰에게 각성은 달 빛 속에서 이루어집니다. 그는 ‘중국의 역사’가 ‘식인’의 역사였으며,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 역시 ‘식인’을 하는 사람임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들을 비판합니다. 그런데 그 비판의 끝에서 또 다른 자각을 하게 됩니다. 그것은 자신 역시 ‘식인’ 문화의 일부였다는 것입니다. 이 순간 비판하는 자와 비판 대상으로 구분하는 길이 막혀 버리게 됩니다. 어떤 비판도 불가능하게 됩니다. 이 침묵의 순간이 그의 진정한 각성이었던 것입니다. 깨어났는데 그 곳이 쇠철방이었다는 것이지요. 깨어난 뒤에 가야할 길이 보여야하는데 길이 없다는 자각이었습니다. 이것을 깨어난 노예의 자각이라고 말합니다. 서양에서는 깨어나면 주체라고 말하지만, 루쉰은 깨어났는데 노예인 상황을 이야기합니다. 이 자각 속에서 더듬더듬하면서 계속 길을 찾는 것이 루쉰의 저항이었습니다."

 

 

 

 

 

 

4. 강의구성이 6개의 키워드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자선집, 출구, 이이, 논쟁, 윤리, 잡} 루쉰을 다루는데 있어 이 6개의 단어를 고른 이유는 무엇인가요? 또 이런 순서를 정한 건 어떤 이유가 있나요?

 

" 강의는 루쉰이 기록한 루쉰에서 시작합니다. 루쉰 식의 ‘이 사람을 보라’인 것이지요. 자신의 글과 활동에 대한 그 자신의 규정을 통해 ‘루쉰’의 삶에 접근하는 것입니다. 루쉰의 삶이란 혼돈의 중국 사회에서 새로운 ‘출구’를 찾는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출구의 모색은 적들과의 지난한 ‘논쟁’ 속에서 이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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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적을 공격하는 동시에, 그들을 훌륭하게 조형해냄으로써 루쉰은 자신의 길을 만들어갑니다. 중국의 급변하는 상황은 루쉰을 글을 쓸 수 없게 만들기도 합니다. 적과 싸우는 데 있어 ‘잡감만 있을 따름’(而已)이었는데 했는데 이 무기조차 절망해야 순간이 온 것이지요. 그 순간 루쉰은 ‘잡감’마저도 버립니다. 그리고 ‘따름’의 세계와 마주합니다. 어떤 대의나 명분이 아니라 아주 사소하더라도 자신에게 절실한 것을 쓸 ‘따름’(而已)이었습니다. 바위에 짓눌린 들풀이 곧게 자라는 대신 옆으로 구불구불 자라는 것처럼, 루쉰은 자신의 글을 씁니다. 아주 ‘자질구레한 것’조차 무기로 삼습니다. 루쉰은 이 과정에서 새로운 주체의 탄생을 열망합니다. 이것인 이 6개의 단어를 고른 이유입니다."

 

 

 

 

 

 

5. 강의 시작 전 읽으면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소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루쉰 전기는 꽤 많이 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린시엔즈의 『인간루쉰 상하』(사회평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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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신평전』(실천문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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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오 쯔네키의 『노신』(제이앤씨)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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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쉰을 포함한 당대 중국 지식인들의 운동을 다룬 조나선 스펜스의 『천안문』(이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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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어보시면 전체 흐름을 잡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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