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여름강좌, 문학예술존재론 강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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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경 선생님

 

 Q. '문학과 예술의 존재론'이라는 제목이 상당히 심오해요. 보통 존재론은 철학의 영역이라고 생각하잖아요. 문학 예술로 존재론을 설명하고자 하시는 이유를 조금 더 쉽게 이야기해주세요.

 

 A. 심오하다 하시니 약간 의외에요. ㅎㅎ 무거운 제목을 달면 사람들이 도망갈까봐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제목을 패러디해서 '문학과 예술의 존재론'이라고 한 것인데...

강의소개에서 간단히 말했지만 좀 더 부연하자면, 존재란 '이다' 라는 말과 연결되는 규정성이 아니라, 그저 '있다' 라고만 말할 수 있는 어떤 것입니다. '이다' 뒤에 숨은 무규정성 이지요. 다가가려는 자에 의해 가시적인 세계에 불려나오지만, 그 순간 사라지는 무규정성. 그래서 그것은 빛 아닌 어둠 속에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철학은 기원의 형상에서나 일반적 형상에서나 대개 '진리'를 추구하며, 확고한 근거를 묻고 이유를 빌어 말하고자 합니다. 진리를 추구한다 함은, '이다' 라고 규정될 수 있는 것을 찾는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철학은 심지어 존재론의 형식을 취하는 경우에도 많은 경우 인식론적 지반을 떠나지 못합니다.

반면, 문학은 언제나 확고해 보이는 것의 취약함을 보려 하고, 명료하고 뚜렷하게 규정된 것을 모호한 다의성 속으로 끌고 들어갑니다. 많은 경우 문학은 희망보다는 차라리 절망에 다가가려 하고, 빛이 아닌 어둠 속을 방황하고자 하며, 확실한 이유를 찾기보다는 이유없이 밀려드는 사태를 다루고자 하지요.

밝은 진리 속에서 어둠을 보고자 하며, 따뜻한 봄기운에서조차 죽음의 냄새를 맡고자 합니다. 그런 어둠과 방황 속에서 다른 삶의 출구를 찾고자 합니다. 그런 점에서 문학은 철학과 반대로 본성상 '존재론적'입니다. 의식하지 않은 채 존재론적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문학에서 의식되지 않은 채 진행되는 존재론적 사유를 발견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Q. 다루는 작품이 만만치 않아요. 수강생중에 이 작품들을 다 읽은 분이 많지 않을 것 같아요. 꼭 읽기를 권하시는 작품이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A. 안내문에 있는 작품만 언급하지는 않을 겁니다. 시들도 언급할 텐데, 시들은 짧아서 강의 시간에 같이 읽을 수 있습니다. 적어 놓긴 했지만 "랭보""말라르메"도 그렇습니다.

소설은 그게 불가능하여 길게 언급할 것들만 적어놓은 것인데, 가능하면 모두 읽어오시면 좋겠습니다. 소설을 요약하는 걸 듣는 것은 스포일러 담긴 영화 소개글을 읽는 것과 비슷하니까요. 읽고 무슨 얘기를 하려는 걸까 한 번 생각해보고 오시면 더 좋겠구요^^ 매주 소설 두 편을 읽는 것은 어려울 수 있으니, 미리 읽어주시면 좋을 듯해요.

[빌러비드]는 여러 군데서 언급될 것이라 좀 길지만 읽어오시면 좋겠어요.

[암흑의 핵심]은 가령 탈식민주의 비평과 관련하여 많이 논란이 되는 작품인데, 저는 그와 조금 많이 다른 해석을 할 것 같으니, 작품을 읽지 않으면 제게 속아 넘어갈 수 있습니다. 꼭 읽으셨으면 해요.

[존재하지 않는 기사]는 아주 재밌습니다. 제가 요약을 하며 할 것이나 안 읽으셔도 따라오는데 지장은 없겠지만, 안 읽고 듣기엔 아까운 소설입니다. [암흑의 핵심]과 [존재하지 않는 기사]는 짧으니까, 맘만 먹으면 어렵지 않게 읽어오실 수 있을 겁니다.

"페르난데스"의 소설은 아주 특이합니다. 그는 "보르헤스" 부친의 친구였고 보르헤스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하는데, [계속되는 무]는 아주 짧은 단편들의 모음집입니다. 매우 흥미로운 책이지만, 제가 직접 언급할 것은 자서전에 대한 것이고, 그건 몇 쪽 되지 않습니다. 안 읽어도 별 문제 없을 겁니다.

[폭풍의 언덕]은 중학교 다니던 시절 책을 그리 잘 안 읽던 제 아들 넘이 너무 좋아하며 반복해 읽던 책인데^^ 내용은 대강 아시는 바일 겁니다. 시간이 없다면 영화를 보시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꼭 읽어주셨으면 하는 책은 [보이지 않는 인간] 입니다. 두 권으로 된 긴 소설인데, 저는 아주 중요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내용도 그저 요약으로는 충분히 파악하기 어려우니 미리 읽어주시면 좋을 듯해요.

[빼드로 빠라모]의 전반부는 아주 놀라웠습니다. 이 역시 얘기를 하면 작품을 망칠 수 있는데, 길지 않으니 반이라도 꼭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송승환" 시인의 시집은 3번째 시집인데 아직 출판되지 않았습니다. 시들이 아주 길어서 올려놓았는데, 머 출판도 안 되었으니 그냥 강의시간에 같이 읽기로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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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흔히 문학은 예술의 한 분과라고 여기는데요. 강좌 소개글을 보면 대체로 문학을 다루시는 것처럼 보여요. 문학과 예술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강의를 들으면 도움이 될까요?

 

 A. 문학, 예술의 한 분과지요. 강의에선 문학 아닌 것도 좀 다룰 겁니다. 특히 미술 얘기를 같이 할 듯합니다.

그런데 이번 강의에서 중심은 문학에 쏠려 있음은 사실입니다. 다른 예술도 존재에 다가가는데 중요한 통로를 제공하지만, 문학에 초점을 만춘 것은 지금 제가 공부하고 있는게 주로 문학인지라..^^

문학도 미술도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려 합니다. 현대음악도 그렇지요. 그런데 미술이나 음악은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것을 보이고 들리게 하기에, 우리를 낯설게 보이고 들리는 것과 대면하게 합니다. 그래서 종종 다시 보이게 된 것, 다시 들리게 된 것에 매이기 쉽고 그것을 따라가면서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것을 놓치거나 잊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문학 역시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기에 말에 끌려가게 하지만, 말할 수 없는 것임을 말할 수 있고 볼 수 없는 것 속에 헤매는 모습 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가 다가가려는 것이 보이지 않고 말할 수 없는 것임을 상기할 수 있고, 그런 것들과 대면했을 때의 감응을 환기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존재에 다가가는 데 좋은 입구가 되어줄 수 있을 듯합니다.

 

 Q. 선생님께서는 다방면을 공부해오셨잖아요. 불교 방송에도 나오시고^^ 지금 이 시점에 문학 강좌를 하시게 된 계기를 알고 싶어요.

 A. 앞서 문학이 존재론적이라고 하면서 했던 말과 연관된 것인데요. 요즘 저는 존재의 존재론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존재론에 대한 관심은 사실 좀 오래된 편인데, [코뮨주의][불온한 것들의 존재론]은 명시적으로 그 주제를 천착한 책입니다.

그런데 제 시선은 대비하자면 존재자의 존재론에 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존재자 아닌 존재의 존재론으로 시선을 돌리게 된 셈입니다.

[불교를 철학하다]에서 그런 문제의식의 중요한 일부분을 보실 수 있을 텐데, 거기서는 ‘공’의 개념이 갖는 존재론적 의미를 알게 되면서였습니다.

좀 더 본격적인 것은 “김시종” 선생에 대한 강의에서 시작되었고 머지않아 책으로 출판될 겁니다. 물론 진은영의 시집과 송승환의 시집이 “김시종” 선생 전후로 존재의 존재론으로 시선을 돌리는데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시인들의 사유를 통해서 존재의 존재론에 다가가게 된 셈인데, 최근에는 존재의 존재론에 자원이 되어주는 소설들을 발견하게 된 거지요. 그래서 문학에 초점을 맞추어 존재의 존재론 을 밀고 나가보려는 생각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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