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여름강좌] 다른 삶들은 있는가 : 시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의 마주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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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 : 송승환

 

2003년 『문학동네』 신인상에 시가, 2005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에 평론이 각각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시집 『드라이아이스』(문학동네, 2007) 『클로로포름』(문학과지성사, 2011) 평론집 『측위의 감각』(서정시학, 2010)이 있다.

시와 시론, 문학이론과 세계문학을 강의하면서 계간 『문학들』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Q1 처음 뵙겠습니다, 선생님! 선생님께선 주로 시인으로 소개되시는데요, 젊은 날 시를 쓰시게 된 계기가 있는지, 또 아직까지 시를 쓰시는 이유가 궁금해요. 왜 문학을 하시는지요?

  열여덟 살의 봄날. 저는, 이름도 낯선 미지의 이름, 아르뛰르 랭보(1854-1891). 그의 시집 『지옥에서 보낸 한 철』(민음사, 1974)을 문학평론가 김현(1942-1990)의 번역으로 읽었습니다. 한 번 읽었지만 읽었다, 라고 말할 수 없는 수준의 독서였습니다. 그러나 “결핍 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랴?”(「헛소리 Ⅱ」)는 저를 위해 미리 준비한 시구처럼 읽혔고 “다른 삶들은 있는가Est-il d'autres vies?”(「나쁜 피Mauvais Sang」)라는 물음은 단번에 심장에 박혔습니다. 그리하여 제가 당장 답할 수 없는 물음을 품은 그 시집은 쉽게 내려놓을 수 없었습니다.

  저는 17살 랭보의 놀라운 문장이 전개하는 ‘경이’ 앞에서 오랫동안 머물렀는데, 그 중에서도 “모든 감각들의 착란을 통해서 미지에 이르는 것”과 “나는 타자입니다”에서는 거의 정지 상태로 있었습니다. ‘미지’라는 낱말과 ‘타자’라는 이름은 제가 줄곧 탐색해온 ‘다른 삶’과 다른 것이 아니었습니다. 시인은 보이지 않는 세계를 투시하고 미지를 향해 나아가는 사람이라는 것과 ‘지금’의 ‘나’와 ‘다른’ ‘타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랭보의 편지를 통해 직감하였다. 저는 랭보를 통해 다른 삶에 대한 가능성은 무엇보다 다른 나, 타자가 되는 지점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시를 쓰기 시작하였고 지금까지 시를 쓰기 위해 긴장하고 있습니다. 시, 그것은 18살의 소년이 이전과 다른 삶을 발명시킨 원동력이자 다른 삶을 향한 긴장, 그 자체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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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2 "다른 삶들은 있는가!" 선생님께서 하시는 강의의 제목인데요, 이에 관해 궁금해하시는 분들을 대신해 질문드립니다. 우리 현대인들은 각자의 고립된 섬에서 각각의 걱정을 안고 살아갑니다. 그러나 우리의 걱정과 고민들, 그리고 우리 시대에 책을 읽는 사람들이 알게 되는 것들은 광야에서 맴도는 메아리에 그치는 듯합니다. 즉 생각이 그치지 않고 삶과 세계도 지속하지만, 이 세 가지는 만나지 못하는 듯해요. 그런데 선생님께서 소개하실 시인들 또한 현대라는 시공간, 도시의 속도와 폭력과 마주해 다른 삶을 살기 위한 "사유이자 저항이자 미학"으로 시를 씁니다. 이런 관점에서 문학을 이해할 수 있다면, 선생님께서는 문학이 우리의 생각과 우리의 삶과 세계를 만나게 하고 변화시킬 힘이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한마디로, 저처럼 전공자도 아닌 보통 사람이 하필 문학을 알아야할 이유가 있나요?​

  저는 아르뛰르 랭보의 시집 『지옥에서 보낸 한 철』(민음사, 1974)에서 랭보만을 만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랭보를 번역한 문학평론가 김현(1942-1990)도 만났습니다. 김현의 『한국문학의 위상』(1977, 문학과지성사)에서 그 유명한 문장을 만났습니다. “문학은 동시에 불가능성에 대한 싸움이다. 삶 자체의 조건에 쫓기는 동물과 다르게 인간은 유용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것을 꿈꿀 수 있다. 인간만이 몽상 속에 잠겨들 수가 있다. 몽상은 억압하지 않는다. 그것이 유용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의 몽상은 인간이 실제로 살고 있는 삶이 얼마나 억압된 삶인가 하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문학은 그런 몽상의 소산이다. 문학은 인간의 실현될 수 없는 꿈과 현실과의 거리를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드러낸다. 그 거리야말로 사실은 인간이 어떻게 억압되어 있는가 하는 것을 나타내는 하나의 척도이다. 불가능한 꿈이 아름다우면 아름다울수록, 삶은 비천하고 추하다. 그것을 깨닫는 불행한 의식이야말로 18세기 이후의 (근/현대)문학을 특징짓는 큰 요소이다. 아무리 불가능한 것이라 하더라도, 꿈이 있을 때 인간은 자신에 대해서 거리를 취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반성할 수 있다. 꿈이 없을 때, 인간은 자신에 대해 거리를 가질 수 없으며, 그런 의미에서 자신에 갇혀버려 자신의 욕망의 노예가 되어버린다…중략…문학은 인간을 총체적으로 파악하게 만드는 것이다. 문학은 배고픈 거지를 구하지 못한다. 그러나 문학은 그 배고픈 거지가 있다는 것을 추문으로 만들고, 그래서 인간을 억누르는 억압의 정체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그것은 인간의 자기 기만을 날카롭게 고발한다”라는 문장 앞에서 오랫동안 서성거렸고 그 문장(文章/紋章)의 힘, 문학의 힘을 통해 나를 억압하는 것에 대한 성찰과 반성을 거듭했습니다. 그리고 문학을 통한 다른 삶의 가능성을 더욱 믿게 되었습니다. 지금 돌이켜서 생각해보니 김현의 저 ‘문장’이 시와 비평을 제가 동시에 감행하게 된 출발점인 듯 싶습니다.

한국문학의 위상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Q3 그런데 선생님, 에드가 앨런 포가 시인이었군요! 이제서야 문학을 접한 저로서는 소설을 쓴 사람으로만 알고 있었어요.^^ 강의 소개에 포가 보들레르에게 많은 영향을 줬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인공미로 아름다움에 다다르려고 했던 포를 보들레르가 어떤 식으로 계승했다는 말인지요? 보들레르 하면 아름다움이라기보다는 우울과 죽음에 관한 인상이 떠오르는데 말이에요.

  에드가 앨런 포Edgar Allan Poe는 「작시의 철학The philosophy of composition」(1846)에서 “글을 쓰는데 있어서 한순간도 우연이나 직관이라고 할 수 있는 때가 없었다는 것, 즉 작품이 수학 문제의 정확성과 엄밀한 귀결로 결말을 향해 한 단계 한 단계 나아갔다는 것을 명확하게 밝히는 것이 나의 목표”라고 말합니다. 또한 “미(美)라고 할 때는 그 성질이 아니라 그 효과를 뜻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보들레르는 포의 작품을 읽고 시집 『악의 꽃』(1857) 출간하기 전까지 포의 소설을 15년간 완역, 출간하는 번역가의 면모까지 내보입니다. 그리고 포의 시론을 시집 『악의 꽃』에 그대로 적용합니다. 일례로 보들레르는 시집 󰡔악의 꽃󰡕 목차를 매우 치밀하게 완성함으로써 독자의 반응과 그 시적 효과를 극대화하였습니다. ‘우울과 이상’, ‘파리 풍경’, ‘술’, ‘악의 꽃’, ‘반항’, ‘죽음’의 주제순으로 목차를 구성합니다. 그 목차는 이상에 다다르지 못하고 추락하여 우울한 시인, 그 시인이 살아가야 하는 도시, 파리. 대도시 파리의 노동자와 노인, 변두리의 소외된 익명인, 그 도시에서 알 수 없는 도취와 고통을 망각하기 위한 술, 기이한 사랑으로서의 ‘악의 꽃’, 끝까지 반항하지만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그려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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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4 "나는 더 이상 이 세상에 있지 않다," "나는 침묵들, 밤들에 대해 썼고, 나는 표현할 수 없는 것을 적었다," "사랑은 다시 창조되어야 한다." 랭보의 이 감동적인 시구는 저의 마음 속에 들어와 둥지를 틀었습니다. 단 몇 마디 문장인데도 우리가 쉽게 내리는 판단들을 정지시키고 무너뜨리네요. 사실 우리가 평소에 쓰는 말이 이미 편견에 물들어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때문에 랭보의 삶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랭보는 어떤 삶을 살았던 사람이었나요?

  랭보는 16세부터 19세까지만 시를 썼는데, 특히 자유시의 출발과 산문시의 혁신, 새로운 언어의 발명을 통해 다른 삶의 가능성을 끝까지 탐문하고 모험함으로써 현대시의 한 극지점을 이뤄냈습니다. 20살부터는 조국과 가족을 버리고 바람처럼 떠돈 젊은 시절에 그는, 무기 밀매를 하고 아프리카와 유럽 전역을 방랑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방랑에서 걸린 암 때문에 한쪽 다리를 절단하고 3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납니다. 그는 현실의 안주와 권태를 부정하고 언제나 다른 삶을 실천하였습니다. 그는 ‘바람구두를 신은 사내’로서 현실이라는 ‘지옥으로부터의 자유’를 감각의 극단을 통해 실천하고자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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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5 지금 우리 사회에 살고 있는 다수의 사람들은 불투명한 미래와 사라져가는 인간과 인간의 따뜻한 유대감으로 인해 불안해하고 있어요. 아도르노의 말처럼 우리에게 "비명을 지를 권한"이 있을까요? 우리의 "끊임없는 괴로움"은 정말로 "표현의 권리"를 지닐까요? 지금 여기를 사는 우리는 파울 첼란에게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요?

  파울 첼란은 유대계 루마니아 태생의 시인이자 번역가입니다. 부모님과 유대인 동족을 아우슈비츠에서 몰살시킨 독일인들의 언어를 모국어로 삼게 된 시인입니다. 그는 서구 근대의 이성으로 치밀하게 학살한 아우슈비츠를 체험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껴안은 채 창가에 서 있고, 사람들이 길에서 우리를 본다./알아야 할 때가 되었다!/때가 되었다, 돌이 꽃피어 줄 때,/그침 없는 불안으로 가슴이 뛸 때가./때가 되었다, 때가 되었다.”(「코로나」)고 씁니다. 그렇습니다. “때가 되었다, 돌이 꽃피어 줄 때,”를 알고 기다려야 합니다. 파울 첼란은 죽음 앞에서도 다른 삶의 가능성, ‘돌’이 ‘꽃’으로 피어나는 아름다움과 저항, 그 “때가 되었”음을 알고 고통스럽지만 끝까지 그 가능성을 말합니다. 우리는 ‘지금-여기’ 아주 많은 ‘절멸(shoah)’을 목도하면서 그 아름다움과 저항을 위해 ‘지금-여기’ 그 때를 자각하며 항상 말하기를 멈추지 않는 무수한 파울 첼란과 만나야 합니다.

파울 첼란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Q6 김수영이 생각한 "전위문학"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요? 김수영의 시를 보면 현실의 실천과 떨어져 자기세계에 갇혀 만족했던 시인은 아니었던 것 같아서요.

  김수영은 “모든 실험적인 문학은 필연적으로는 완전한 세계의 구현을 목표로 하는 진보의 편에 서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모든 전위문학은 불온하다. 그리고 모든 살아 있는 문화는 본질적으로 불온한 것이다. 그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문화의 본질이 꿈을 추구하는 것이고 불가능을 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김수영의 ‘전위문학’은 정치적 자유와 실험적인 언어의 전복성이 합치되는 문학을 의미합니다. 그리하여 “진정한 시인이란 선천적인 혁명가”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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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7 우리가 감각적인 언어를 발명하는 것이 도시의 폭력성에 맞서는 한 방법이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런데 표현할 언어들을 발명하라는 것이 한편으로는 정말 현실적인 폭력 앞에서 핵심을 불명확하게 만들고 감각적인 흥분이나 자기만족만 가져다주진 않을까 의심돼요. 선생님께서는 정치성을 띤 문학을 일개의 수사학으로 취급하는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2016년 겨울, 광화문 촛불 집회에 많은 사람들이 들어 올렸던 다양한 깃발들이 생각나시나요? ‘장수풍뎅이연구회’, ‘한국곰국학회’, ‘범쓰레기수거연합’, ‘닭요리연구회’ 등의 모임 이름들은 매우 시적이며 감각적인 언어로 발명한 정치적 발언입니다. 그 이름들은 과거의 집회를 주관한 운동 주체들에 대한 저항과 풍자뿐만 아니라 당시의 정치적 국면에 대한 비판과 조롱을 담고 있습니다. 그 깃발의 이름들은 이제 ‘시민운동’을 특정한 단체가 주관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시민 개인들의 자유롭고 느슨한 연대와 참여를 통해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현실의 지배적인 질서와 관습적인 언어에 대한 전복을 수행한 초현실주의자들의 ‘유머’ 정신과 상통합니다. 곧 감각적인 언어의 발명은, 우리가 죽어있는 말의 감각을 되살리고 언어의 ‘숨결’을 살아내면서 그 언어의 ‘시적이며 정치적인 감각’으로 도시의 폭력성을 자각하고 반성하는 출발점에 서 있도록 합니다. 시인 진은영은 “이 도시는 똑같은 문장 하나를 영원히 받아쓰는 아이와 같다”고 표현합니다. 시에서 표현은 사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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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8 수강생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해주세요!

  저는 무용하고 아름다운 ‘시와 함께’ ‘시 안에서’ ‘시를 통하여’ ‘지금-여기’에서 ‘나를 억압하는 것이 무엇인가’, ‘다른 삶들은 있는가’를 ‘지금-여기’를 살아가는 모든 분들과 ‘따로-또 같이’ 거듭 물으면서 우리의 벽을 돌파하고 싶습니다. 무용하고 아름다운 그 시를 여름밤에 함께 읽고 싶습니다.

 


 

[강좌 소개] http://www.nomadist.org/s104/LectureAD/72004 

[강좌 신청] http://www.nomadist.org/s104/ApplyR

2018년 7월 6일 개강

매주 금요일 저녁 7시 30분

총 6강

회비 120,000원

입금계좌 : 신한 110-428-732274 (김충한)

 

(http://www.nomadist.org/s104/SeminarAD/72861 <= 송승환 선생님과 함께 하는 문학 세미나도 진행중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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