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여름강좌워크숍 :미지의 시쓰기]  송승환 시인 인터뷰

                                                                                                                           송승환_시인. 문학평론가  :   황정화_수유너머104 문학세미나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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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송승환 선생님.

수유너머104에서 진행된 <시창작 워크숍>이 벌써 세 번째 시즌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여름을 시쓰기와 함께 할 미지의 신청자들을 위한 인터뷰를 시작하겠습니다.

 

Q1 시창작 워크숍 <미지의 시쓰기>, ‘미지’에 앞서 ‘시쓰기’에 대해 질문드립니다. 글쓰기에 대한 욕구와 수요가 그 어느 때보다 왕성하다고

생각됩니다.   다양한 글쓰기 강좌 중에서 우리는 왜 ‘시쓰기’를 시도해야 하는지, ‘시쓰기’가 다른 글쓰기와 어떻게 다른지,

어떤 매혹의 순간이 찾아오게 될지 궁금합니다.

 

A. 다른 무엇도 아닌 글쓰기는 글 쓰는 사람의 생각이 전제되어 있어야 합니다. 쓰는 사람은 생각하는 사람인 것이죠. 다양한 글쓰기가 있겠지만

이 글들의 커다란 공통점은 ‘나’의 관점에서 시작해서 ‘나’의 관점으로 끝난다는 점입니다. 즉 어떤 ‘동일’한 ‘나’를 상정한 다음에 그 ‘나’에 의한,

‘나’를 통한, ‘나’에게로 귀환한다는 점입니다. 그 과정을 통해 ‘나’는 성찰하고 세상과 만나고 좀 더 성숙한 ‘나’가 될 계기를 만듭니다.

그런 점에서 글쓰기는 ‘나’를 생각하고 사회와 공동체를 생각하도록 만듭니다. 그런데 시는, 좀 다릅니다. 시도 ‘나’로부터 시작하는 글쓰기이지만

‘나’에 머물러 있으면 ‘시’가 오지 않습니다. 시는 어떤 사물과 대상, 그리고 ‘나’를 집중하면서 긴장한 상태로 바라볼 때, 문득, 내가 알고 있는

사물과 대상, 내가 알고 있는 ‘나’가 아닌 내가 몰랐던 ‘나’가 떠오르고, 낯선 사물과 대상의 의미가 나타납니다. 그 순간이 시를 쓰는

매혹의 순간입니다.

 

 

Q2 그렇다면 ‘미지未知’를 과연 우리가 ‘시쓰기’를 통해 만날 수 있을까요, ‘미지’는 어떻게 ‘시’와 함께 우리에게 올까요?

 

A. 앞서 말씀드렸듯이 시는, 어떤 사물과 대상, 그리고 ‘나’를 집중하면서 긴장한 상태로 바라볼 때, 문득, 내가 알고 있는 사물과 대상,

내가 알고 있는 ‘나’가 아닌 내가 몰랐던 ‘나’가 떠오르고, 낯선 사물과 대상의 의미가 나타납니다. 그 순간이 나의 ‘미지’이며 ‘사물과 대상’의

낯선 미지의 매혹입니다. 그 미지의 순간과의 마주침이 이전과 이후를 가르는 “아까와는 다른 시간”(김수영)이 됩니다. 이전과 달라지는

‘나’의 순간입니다. 그래서 시는, 지금까지 내가 몰랐던 ‘나’를 만나는 순간의 ‘받아쓰기’입니다. 시는, 내가 쓴다, 가 아니라 내가 쓰여지는

것입니다. 내가 꽃을 이해한다, 가 아니라 내가 꽃으로 이해되어진다, 입니다. 이 말이 무슨 뜻이냐고요? 음… 궁금하시면 이번 여름에 우리 함께

시를 쓰면서 스스로가 새롭고 낯설게 이해되는 순간을 마주쳐보시면 어떨까요?(웃음) 함께 써보시고 합평회를 해보시면 이 말의 뜻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느끼실 수 있다고 보장합니다(웃음).

 

 

Q3 수유너머104에서 진행되는 워크숍에는 시 합평뿐만 아니라 전반부에 송승환 선생님의 열정적인 강의를 통해서 시 읽기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

귀한 기회가 있습니다. 이번 전반부 강좌(랭보, 로트레아몽, 프랑시스 퐁주)의 구성은 어떤 읽기인지 궁금합니다.

 

A. 랭보는 17살에 쓴 편지에서 “나는 타자다”라고 쓴 적 있는데, 로트레아몽은 『말도로르의 노래』에서 “내가 존재한다면 나는 타자가 아니다”라고

씁니다. 랭보의 타자는 ‘나는, 내가 아닌 모든 것이 될 수 있다’를 의미하는데, 로트레아몽의 타자는, ‘나는 모든 것의 나’를 의미합니다. 즉 “나는 모든

사물이 될 수 있다”라는 문장과 “나는 모든 사물의 나다”라는 문장으로 비유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랭보는 내가 아닌 것의 극단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로트레아몽은 내가 아닌 것의 모든 극단이 ‘나’로 수렴됩니다. 그래서 두 문장 사이에는 큰 간격이 있는데, 그 간격을 매개해주는 것이 바로 ‘사물’입니다.

시에서 사물은 굉장히 중요하지요. 바로 그 사물의 시인이 ‘프랑시스 퐁주’입니다.

 

 

Q4 앞선 두 번의 워크숍에서 시와는 거리가 먼, 시쓰기를 상상하지도 못했던 이들의 글이 시가 되어 가는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였습니다.

이번 워크숍을 통해서 생애 최초의 ‘시쓰기’를 하고자 하는 미지의 신청자에게 어떤 말씀으로 시의 세계로 안내할 수 있을까요?

 

A. 다름 아닌 황정화 선생님께서 지난 1-2월의 ‘최초의 시쓰기’, 4-5월의 ‘바깥의 시쓰기’를 직접 참여하시면서 스스로 그 ‘무엇’을 체험하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무엇’이란 자신도 몰랐던 자신의 낯선 모습과 망각 속에 잊고 있던 모습 등을 새롭게 발견하신 것입니다. 시는 “내가 알고 있는 것,

할 수 있는 것을 멸시하는 것(발레리)”에서 출발합니다. 그리하여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고 그 한계 바깥으로, 미지로 나아가면서 자신의 불가능성을

극복하고 가능한 것의 첫 발걸음을 내딛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합니다. 그러니까 생애 최초의 시쓰기를 두려워하시거나 어려워하시는 분에게

필요한 것은 그 ‘첫 발걸음’을 내딛는 용기! 믿음!이 가장 필요합니다! 잘 모르는 길로 내딛어야 여러분 삶의 세계 지도가 확장되는 것이지요.

 

 

Q5 <시창작 워크숍>을 통해서 수강생들은 실로 많은 변화를 겪게 됩니다. 쓰기를 시도하면서 보지 못한 것을 보게 되고,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게 되고,

익숙한 삶의 발길을 바깥으로 디딜 용기도 생깁니다. 시인 송승환은 <시창작 워크숍>을 통해서 무엇을 꿈꾸는지요?

 

A. 그 누가 부여하고 규정한 언어가 아니라 오직 자신만의 언어로 자신의 삶을 새로운 이름으로 명명하고 자신의 삶과 사랑과 세계를 새롭게

발명하는 것입니다. 거기에 새로운 시간과 새로운 삶의 진실이 생성되기를 바랍니다. 새로운 언어 없이 새로운 세계는 없습니다.

 

 

Q6 5월, 송승환 시인의 세 번째 시집 『당신이 있다면 당신이 있기를』(문학동네, 2019)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시인의 말이 인상적입니다.

‘나는 있는다’ 시를 읽는 이의 각자의 몫이겠지만, 송승환 선생님은 시인 송승환의 ‘나는 있는다’가 어떤 의미로 읽히시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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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세 번째 시집 출간을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좀 수줍네요(웃음). 음… 우회적으로 답할 수밖에 없음을 이해해주세요.

너는 아빠를(삶과 세계와 타자를) “믿는다? 믿지 않는다?” 질문했더니 10살 소년은 이렇게 답했다고 합니다. “믿어본다!” 좀 놀라운 대답, 아닌가요?

저도 믿어보고 싶습니다. ‘있는다’를. “있다”의 반대는 “없다”가 아니라 “있지 않음이 함께 있다”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나는 있는다’와

근접한 응답일 듯 싶습니다.

 
 

Q7 마지막으로 이번 워크숍을 통해 시를 쓰고자 하는 이들이 준비 과정에서 읽어보면 좋을 시집 추천 부탁드립니다.

 

A. 현재 번역되어 있는 랭보의 시선집 랭보 시선(곽민석 옮김, 지식을만드는지식, 2012) 로트레아몽의 말도로르의 노래(황현산 옮김,

문학동네, 2018), 프랑시스 퐁주의 일요일 또는 예술가(박동찬 옮김, 솔, 1995)와 사물에 대한 고정관념(권오룡 옮김, 청하, 1986)

구해서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이 책들 중에는 절판된 책도 있는데, 강의시간에 나눠서 함께 읽을 예정입니다. 두 발 자전거, 처음 타기가

어려웠지만 연습하면서 두 발 자전거를 탔듯이 익숙하지 않은 시집 읽기와 시쓰기도 연습하면 그 어려움이 조금씩 감소됩니다. 이번 여름,

미지의 시공간에서 미지의 분들과 미지의 사건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여러분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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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있다면 당신이 있기를 그친다면 당신이 드러난다면 마침내 당신이 밝혀진다면 이름은 부서져서 이름들이 된다”

시집 당신이 있다면 당신이 있기를 <심우장尋牛莊> 중에서

 

인터뷰를 마치며,

시쓰기를 통해서 우리의 읽기가 새로워지며, 삶의 시간이 달라집니다.

뜨거운 여름, 나를 발견하고, 언어를 발명하는 서늘한 현장에서 여러분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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