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자본주의는 이렇게 작동해왔다

 

가게모토 츠요시

 

히라이 쇼지, <무연성성 – 일본자본주의의 잔혹한 역사>, 후지와라서점, 1997(2010년에 신판이 나옴).

원제목:平井正治, 『無縁声声 日本資本主義残酷史』, 藤原書店, 1997(신판, 2010), 379쪽, 3000엔+세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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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의 책 정보 -> http://www.fujiwara-shoten.co.jp/shop/index.php?main_page=product_info&products_id=1153

 

이 책은 저자가 모아놓은 신문기사나 여러 현장을 다니면서 찍은 기념비 등의 사진, 그리고 필자 자신의 생활/투쟁 경험을 바탕으로 구성된 오사카 하층민들의 근현대사라고 할 수 있다. 아니 근현대사라기보다 선사시대의 지층 등의 ‘자연사’를 포함한 매우 오랜 시간의 두꺼운 역사서술이라고 할 수 있다. 오사카라는 간척지는 지리적 조건 때문에 쌀을 만들 수 없었다는 논의를 하면서 오사카는 에도(도쿄)의 기름을 담당하는 에너지 도시였다는 것으로부터 역사서술은 시작한다. 시체를 태운 재로 비료를 만들며 기름의 원료가 되는 면화를 만들었다는 등 오사카 사람들의 생활을 일본 전체의 산업구조의 연결지어 논의한다. 따라서 이 책은 모든 생업이 전체적 구조 속에서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가 논의되어 있으며 아무리 보잘것없이 취급되는 생업이라도 재생산의 흐름 속에서 의미가 부여된다.

근대에 들어와 1905년의 오사카 박람회(이는 아이누, 오키나와, 조선, 대만의 산 인간을 전시한 ‘인류관 사건’으로 알려진 박람회이다)가 오사카의 도시구조를 바꾸어놓았다는 점은 이미 많이 논의된 바 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어떤 식으로 논의하고 있을까? 저자의 시선은 빈민촌의 추방과 공중변소의 탄생이라는 측면을 야쿠자라는 요소를 통해 논의한다. 당시 변소는 비료 원재료가 되기 때문에 돈이 되었는데 행정 쪽은 빈민촌 추방을 위해 야쿠자를 동원함과 동시에 그 야쿠자들에게 박람회에서의 변소 이권을 주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박람회의 노동력에는 빈민촌 사람들을 쓰자는 것이다. 그러나 박람회가 끝나 일자리를 잃은 자들은 갈 곳이 없어 필리핀으로 간다,,, 는 식으로 어떠한 사건을 생활에서 국제 자본주의의 흐름으로까지 연결시켜 논의하는 스타일은 이 책의 매력적인 부분이다. 1970년에는 다시 오사카에서 박람회가 열렸다. 이때 또한 많은 노동자가 일용직으로 동원되어 죽었고, 또한 1995년의 고베의 대지진 때 또한 오사카의 일용직 노동자가 사는 가마가사키(釜ヶ崎)에서 고베 항으로 일하러 가는 노동자들이 죽었다. 고베에서는 이재민들이 학교 체육관 등을 파난소로 만들며 자치활동을 했으나 일용직 노동자들은 ‘당신 이 지역 사람 아니야’라고 배제하기도 했다(268쪽). 일본 자본주의는 값이 싸고 바로 버릴 수 있는 일용직노동자 층을 구성하는 빈민들을 항상 필요로 하면서 그들을 멸시해왔으며, 멸시당한 사람들의 위치에서부터 그들의 생활과 투쟁을 기록한다는 것이 이 책을 관통하는 흐름이다.

빈민들의 생업 중 하나가 폐품회수였다. 이는 자원부족이 심각해진 아시아 태평양전쟁 시에는 국가통제를 받게 되었다. 저자 자신이 어렸을 때 집에서 폐품회수에서 모은 물건을 다시 학용품으로 만드는 일을 했었기 때문에 이러한 폐품을 재생하는 과정에 대한 구체적 묘사가 이어진다. 저자가 착목하는 부분들을 통해 보이게 되는 것은 결코 인간사회라는 것이 생산과 소비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소비의 결과 나온 물건들(쓰레기)을 해체해 다시 원료로 만드는 ‘해체’(필자는 이 용어를 쓰지 않지만) 영역이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것이 다시 노동의 원재료가 되는 부분이다. 공중변소든 폐품회수이든 이 부분들이 없었으면 생산을 위한 원료가 생기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인간사회에서 가장 핵심적이라고 할 수 있는 영역의 임금은 가장 적고 가장 차별을 당하는 사람들이 속하는 생업이 된다. 저자는 그 영역을 ‘자가 영업이자 노동’(52쪽)이라고 주장한다. 이 책의 ‘노동’이라는 말은 결코 정규직 노동자의 전유물이 아니다.

또 근현대 오사카의 노동 중 핵심이 된 것이 항만노동이다. 그것은 군사물자를 다루는 노동이기도 했으며 한국전쟁에서도 오사카나 고베의 항만은 가동했다. 한국전쟁의 전장에서 실어온 미군병사의 썩은 시체를 일본의 항만에서 관에 옮기는 작업 또한 그들이 한 것이었다. 그것뿐만 아니라 ‘고도경제 성장’시기 선박의 체류시간을 줄이기 위해 항만노동은 밤에 쉬지 않고 계속 일해야 했다. 이 때문에 업자는 노동자들에게 마약을 먹였다(148쪽). 그 약값이 임금에서 빠지기 때문에 몇 일간 쉬지 않고 밤새 일했는데 얼마 받을 수 없다는 사태가 빈번했다. 또한 항만노동에서는 냉동식품(새우, 고기, 생선)을 육지에 운반하는 일도 많았다. 이 경우 여름철에는 30도를 넘는 날씨 속에서 마이너스 25도나 되는 냉동 창고에 들어가 작업을 하게 되며, 노동자들은 건강해도 혈압을 조절 못하게 된다(201쪽). 항만이 기계화됨에 따라 이러한 항만노동은 줄어졌지만 이와 같은 노동력 배치의 구조는 지금도 여전히 원자력발전소에서 활용되고 있다.

그리고 저자가 꼼꼼하게 수집 및 연구한 자료들에서 보이는 것은 수해의 피해자는 항상 임의적으로 빈민들이 선택되었다는 것이다. 저자 스스로 일용직 노동자로 제방공사에 간 경험들에서도 논의된 것인데, 항상 제방은 빈민들이 사는 쪽이 쉽게 잘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116쪽). 하천 공사는 수해에서 사람들을 지켜준다는 명목으로 수행되지만 항상 하천의 한 쪽에 ‘어떠한 사람’만이 지켜지며 다른 한편에 사는 사람들은 희생된다는 것이 명확하다는 것이다.

이 책의 구조에 대해서도 한 마디 해야 할 것이다. 저자의 이야기를 기록한 것이 기반이 되어 저자가 살아오면서 쓴 다양한 전단지나 모은 신문기사가 여러 곳에 삽입된다. 즉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책이기 때문에 말의 힘, 증언의 힘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이 코너에서 소개한 바 있는 <외침의 도시>나( http://nomadist.tistory.com/entry/아무도-번역-안해줄거잖아도시의-목소리-듣기<함바로>(http://www.nomadist.org/s104/BookReviewK/35581) 의 저자들의 문제의식의 바탕을 구성한 것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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