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포함해 니체에 호기심을 가지는 분들, 좋아하시는 분들과 함께한 활기찬 세미나였습니다. 세 번째 세미나는 <선악의 저편> 제3장을 읽고 의견을 나누었어요. 이번에도 김충한 선생님이 만드신 질문지에 각자 써온 의견들을 말하며 시작을 했습니다. 그리스도교의 특성부터 시작해서 성자에 관한 이야기, 현대인의 신앙에 관한 이야기, 니체가 말하는 ‘신’이나 ‘죄’와 노인에 관한 이야기 등을 하며 각자 가지고 계신 의견을 나누었어요.
그런데 이번 시간에 저는 저도 제가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겠네요.ㅎㅎㅎ 분명 저도 니체에게 매력을 느껴서 그의 생각을 통해 생각해보려는데 동시에 자꾸 속으로 ‘이건 아니야’라고 밀어내게 돼요. 그래서 니체를 붙잡지도 보내지도 못하고 있어요. 세미나를 하니까 붙잡아보는 게 맞는 거 같긴 하지만요. 저는 유럽대륙과 싸우며 왕따당했던 니체에게도 속하지 못하게 될까요, 아니면 니체란 사람 자체가 누구도 자신에게 속하게 하지 못하도록 하는 사람인 걸까요.^^ 제가 오해한 니체로 니체적으로 말하면(?), 니체에 대해 말한다는 건 자신이 경험해왔던 기억을 통해 니체의 언어를 사용해서 ‘니체는 이렇다’고 그럴 듯하게 말할 뿐이지 말로는 ‘진짜 니체’를 말할 수 없을 거 같다고 생각돼요. 그렇다면 '니체적이지 않은' 말을 해도 충분히 니체적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저는 니체를 공부하기가 버겁습니다. 말에 속는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요? 사람과 사람 사이라면 말보다 말 이전의 소통이 낫다고 생각하는데, 생각의 집을 만들기 위해 공부하는 거라면 글쎄요.
그렇지만 실은, 아마도 같이 읽으시는 분들이 니체를 읽으며 느끼셨을 것을 저도 느껴요. 저도 니체의 천재성이 담긴 통찰에 흠뻑 젖어들며 읽었어요. 그런데도 니체와 공명하기 힘든 이유가 정확히 뭘까 싶어요. 글의 형식 때문일까요, ‘철학책인데’ 다양하게 해석되기 때문일까요, 말과 달리(어쩌면 말 때문에) 괴로웠던 사람처럼 보이기 때문일까요. 이유야 더 댈 수 있겠지만, 계속 읽어가다 보면 더 멀어지거나 더 가까워지거나 하겠죠. 그런데 저는 문학적인 표현을 별로 안 썼었는데, 니체와 만난 이후로 그런 표현을 조금씩 하고 있어요. 니체 귀신이 이미 제 등 뒤에 올라탄 걸까요.ㅎ 후기니까 제가 느낀 점을 짧게 써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