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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_후기] 선악의 저편 4-5장

aporia 2019.11.06 23:24 조회 수 : 255

 

[니체_후기] 선악의 저편 4-5장

 

제4장 잠언과 간주곡

5장에서 '도덕'을 생각하며 4장을 다시 보니 아포리즘들 중 '도덕'과 연관된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스스로 자신의 부도덕함을 부끄러워하는 것 :이는 마지막에는 자신의 도덕성도 부끄러워하게 되는 층계의 첫 계단이다."(95번)

도덕성이 부도덕성보다 오히려 높은 층위의 수치심을 유발하게 된다고 여겨지는 이 아포리즘에서 도덕에 대한 니체의 부정적, 상대주의적, 관점주의적 해석이 드러난다.

바로 밑에 보니 이런 말도 있다. "뭐? 위대한 인간이라고? 나는 언제나 자기 자신의 이상을 연기하는 배우만을 볼 따름이다."(97번)

헤겔의 '역사의 꼭두각시'가 떠오르지만, 니체는 절대정신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이상'을 얘기한다. '위대한 인간'을 '배우'로 격하시킨 배후에서 역사의 단락마다 다른 연기를 해야하는 슬픈 개인의 운명을 본다. 하긴 니체가 아니라도 인생이 연기라는 생각은 수없이 나를 괴롭혀 왔다.

"도덕적인 현상이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현상에 대한 도덕적인 해석만이 있을 뿐이다…"(108번) 이 낯익고 손쉬운 댓구는 이제 약간 지겹기까지 하다.

"한 시대가 나쁘다고 느끼는 것은, 보통 전에는 좋다고 느꼈던 것의 반시대적인 여운이다. - 낡은 이상의 격세유전"(149번)

이 아포리즘에 이어 "광기는 개인에게는 드문 일이다. - 그러나 집단, 당파, 민족, 시대에서는 일상적인 일이다"(156번)에 이르면서 니체의 '도덕'은 개인의 것이라기보다는 특정 시대 특정 집단의 것임이 확실해진다. 라인홀드 니버의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를 떠올리게 되는데, 니체에게 시대의 광기는 비도덕이 아니라 오히려  도덕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덧붙임) 괴물과 심연에 대한 토론을 보며, '지금 나에게' 괴물은 무엇이고, 심연은 무엇인지, 계속 생각하게 된다. 앞으로도 계속 생각할 것 같다.

 

제5장 도덕의 자연사

▲ 5장은 '도덕'에 대한 얘기다.

1. 절대 도덕이란 없으며, 역사성과 상대성을 가지고 있다.

"도덕의 본래 문제들은 모두 많은 도덕들을 비교함으로써 비로소 나타나게 된다"(186)…도덕의 유형학

2. 도덕은 충동을 나타내는 기호 언어일 뿐이다.

3. 도덕은 오랫동안에 걸친 강제다.

"모든 도덕은 방임과는 반대의 것이며, '자연'에 대한 폭압이고 '이성'에 대해서도 폭압이다:"(188)

4. 도덕은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공포에서 비롯됐다.

5. 현대 민주주의의 도덕은 무리 동물의 도덕이다.

6. 좀더 차원 높은 도덕이 필요하다. 이는 새로운 철학의 과제다.

 

※ 조금 더 축약하면…

'공포'에서 비롯된 도덕은 폭압이며, 충동의 기호이며, 역사성과 상대성을 가진다. 현재의 도덕은 무리 동물의 도덕이며, 더 높은 차원의 도덕은 새로운 철학의 과제다.

 

▲ 세미나 시간에 집중적으로 토론되지 않았던 것들 가운데 191번이 있다.

니체는 소크라테스가 이성의 편에 섰지만, 결국 본능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고, 플라톤은 이성과 본능을 모두 하나의 목적(신)을 향하는 것으로 묶어버렸다고 지적한다. 플라톤 이래 모든 신학자와 철학자는 플라톤의 논리를 지켜왔다.

니체는 이에 대해 "말하자면, 도덕의 문제에서는 지금까지 본능이나 그리스도교인들이 부르는 것처럼 '신앙', 또는 내가 부르는 것처럼 '무리'가 승리를 거두었다"고 결론 짓고 있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니체가 '신앙 vs 지식'에 '본능 vs 이성'을 등치시키고 있는 점이다. 그리고 "소크라테스가 그리스도교보다 이미 오래전에 정신을 분열시킨 오래된 도덕적 문제"라고 표현한다.

이 아포리즘에 따르면 신앙=본능, 지식=이성이라는 등식이 성립하는데 지식=이성은 이해가 가지만, 신앙=본능은 언뜻 이해하기 어렵다. 추측컨대 이는 인간의 본능을 그리스도교에서는 '신이 부여한 것' 나아가 신앙의 문제로 본 것으로 니체가 이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또 플라톤이 이성과 본능을 모두 하나의 목적(신)을 향한 것으로 간주한 것은 정신(본질)을 육체(현상)과 분리한 뒤 전자를 우위에 둔 서양의 형이상학적 이원론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 '엇결'님은 무리형 인간을 만들어 내는 '복종'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내놓았다. 무리 도덕을 가진 자가 '복종'을 내면화하는 과정에는 '명령-복종'이라는 메카니즘이 작동하기 때문에, '자기입법'이 내재돼 있으며, 따라서 자기 자신을 신뢰하는 사람이라면, 무리 도덕에서 벗어나 '주인의 도덕'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텍스트에서 벗어나 한 단계 더 나간 사유의 결과로, 동의 여부를 떠나 새로운 문제 제기로 평가하고 싶다. 다만 이 명제가 더 많은 동의를 얻기 위해선 '복종'의 메카니즘 안에 정말로 '자기 명령'이라는 과정이 개입하고 있는지에 대한 판단이 선행되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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