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망이란 이름'으로 기형도는 길을 떠났다.

 

 4주차 수업은 기형도의 글, 산문중심으로 탐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산문 「짧은 여행의 기록」 「참회록-일기 초」 「시작메모」 「서평」을 1,2부를 거쳐 세미나가 진행되었다. 튜터님은 기형도의 산문에 들어가기 전에,  산문으로 시인과 시를 좀 더 알아 갈 수 있는 동시에 기형도의 시 세계를 하나로 일치시킬 때 경계의 틈에서 그의 작품을 읽어나가야 한다고  하였다.

 「짧은 여행의 기록」 은 ‘1988년 8월 2일(화요일) 저녁 5시부터 8월 5일(금요일) 밤 11시까지 3박 4일간의 짧은 여행의 기록’으로 기형도의 파란 노트에 기록된 산문이다. 그는 서울이란 시공간에서 떠나고 싶었나보다. 8월 2일 화요일 느지막이 일어나 주섬주섬 가방에 w.페이터의 문예비평서 『르네상스』, 장 그리니에의 산문 『카뮈를 추억함』과 『일상적 삶』, 세 권의 책을 담고 강남고속터미널에 도착하여 큰 계획 없이 대구행 버스를 탄다. HOPE가 새겨진 새로 산 노트를 들고.

 ‘만약 여행을 떠난다면 어떤 책을 들고 가시렵니까?’라는 튜터님의 질문에 원님들은 시집 한권, 이론서 한권, 간단히 읽을 수 있는 책 한권 기타 등등의 책을 들고 가겠다고 했다. 여행가서 몇 줄 읽을지 모르겠지만. 왠지 모르게 기형도처럼 그가 들고 간 책을, 나도 똑같이 들고 그가 지나간 자리를 밟으며 떠나고 싶어졌다.

 여행의 목적은 ‘희망’이다. 어떤 희망을 말하는가? 그는 자신이 철저히 파멸하고 망가져버리는 상태까지 가고 싶다고, 사막이나 황무지 그리고 물구덩이까지 절망적이다. 하지만 기형도는 그 상태에서 ‘욕망’이란 이름의 희망에 대해 지칠 때까지 가고자 하는 젊은 기형도의 열정을 볼 수 있었다. 들뢰즈와 가타리는 욕망에 대해 “욕망은 ‘억압’이나 ‘결여’가 아니라 ‘흐름’이자, ‘생성’이라고 했다. 기형도의 욕망 또한 새롭게 지금보다 더 나은 또는 현실의 자리에서 더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 있지 않았을까. 그의 글은 죽음, 고독, 어둠의 이미지로 주체의 분열과 유령화자가 자주 등장한다. 그로인해 그의 작품을 그로테스크한 리얼리즘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의 글을 찬찬히 읽어 나가다보면 그가 얼마나 끊임없는 삶에 대해 질문과 답을 찾고자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죽음이 아닌 ‘자신의 구원’의 여행이라는 것을. 3박 4일의 여행은 대구, 지리산, 전주 서고사, 광주 망월동 공원묘지, 순천, 부산을 거치면서 지인을 만난다. 장정일, 강석경 등 유명한 작가들과의 만남 그리고 우연히 이한열의 어머님과의 만남. 1980년대의 큰 사건들에 대해, 기형도의 시 ‘입 속의 검은 잎’에서 그의 심정을 읽어낼 수 있다. 그는 “내 책은 두 부분으로 이루어졌다. 이 책에 씌어진 부분과 씌어지지 않은 부분이 그것이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부분은 이 두 번째 부분이다.”(「시작메모-작가의 말」) 그는 “우리가 ‘말할 수 없는 것’에 관해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은 거의 필연적”이라고, “이러한 불행한 쾌락들이 끊임없이 시”를 괴롭히며 시인의 목소리로 거듭 그려내고 있다.

 기형도 산문에 대해 금은돌 튜터님의 설명과 함께 원님들의 의견은 열띤 토의로 이어졌다. 기형도의 시는 “거리의 상상력”으로, 기형도의 미의식이 강한 탐미주의로, 마조히즘적 신체훼손은 자기 전정(剪定)으로, 역설과 모순이 강한 아이러니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음을, 각자의 의견을 주고받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번 세미나를 통해 기형도의 시 세계를 좀 더 깊이 공부할 수 있었다. 4차 세미나를 마치며, 기형도의 발자국이 남아있는 순천에서 아침 일찍 출발하여 세미나에 참석한  유수님, 나무님의   면밀한 작품분석, 그 무엇보다 몸이 안 좋은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맛있는 간식과 수업을 함께한 강빛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세미나가 거듭될 수록 기형도의 작품 세계를 알아간다는 점에 왠지 뿌듯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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