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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인지16] 4주차 후기

수형 2023.05.26 14:28 조회 수 : 54

[청인지 16 사랑할만한 삶이란 어떤 삶인가] 4주차 후기

  후기 작성이 좀 늦어졌습니다. 세미나 후 최대한 빨리 했어야 생생한 후기가 가능했을 것 같은데 죄송하고 아쉽네요. 그래도 제가 발제를 하며 느꼈던 부분과 세미나 때 다른 선생님들의 말씀을 들으며 느꼈던 부분 등을 최대한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한 주를 쉬고 2주 만에 하는 세미나였기에 발제할 시간이 충분하리라 생각했는데 역시나 저란 사람은 미리 준비하는 사람은 안 되더라구요. 한주 푹 쉬고, 또 미루고 미루다가 세미나 3~4일 전에 조급한 마음으로 발제를 해서인지 책 내용도 머리에 잘 안들어오고, 깔끔하게 요약도 못했으며, 하다보니 인상깊은 부분들이 많아서 발제보다는 발췌에 가깝게 진행이 되었고, 결국 4장을 훌쩍 넘긴 6장의 발제 문서를 만들고 말았습니다.

 

제 8장 민족의 생리학

1) 미래의 유럽인

  니체가 당시의 유럽인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앞선 글들에서 니체가 개개인들의 성향이 평준화되어 모인 패거리들, 더 나아가 민주주의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고 저는 그렇게 이해하고 있는데 여기서도 유럽인들이 점점 서로간의 교류가 잦아지며 각자의 민족성을 잃고 비슷한 모습이 되어 가고 있음을 부정적으로 말합니다. 하지만 그런 환경이기 때문에 또한 유용하고 매력적인 성질의 인간, 다른 감각, 다른 사고, 다른 삶의 방식을 스스로 밀고 나감으로써 다른 사람들의 그것들도 바꿔나갈 수 있는 ‘전제적인 지배자’가 나타날 것이라고 희망을 가졌다는 점이 재밌었고, 그게 정치가가 아닌 예술가일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점이 인상깊었습니다. 다른 글에서도 그렇고 니체가 창조하는 것에 대해 높이 평가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2) 민족성과 민족주의

  영국인들을 강하게 비난하고, 프랑스인들에게는 우호적이었던 게 재밌었습니다. 여기서 ‘모럴리스트’란 말이 나오는데 제가 좋아하는 프랑스 영화 감독 에릭 로메르를 ‘이 시대의 모럴리스트’ 라고 표현했던 글이 떠올라서 그 말에 대해 찾아보게 됐었습니다. 에릭 로메르 감독이 종종 어떤 ‘도덕성’을 주제로 영화를 만들 때가 있어서 단순히 ‘도덕주의자’를 의미한다고 생각했는데, 인간 심리와 내면을 심리학적 민감성과 호기심을 가지고 관찰하는 사람들을 ‘모럴리스트’라고 하는구나, 하고 알게 됐습니다.

 

3) 민족은 언제 어떻게 태어나는가?

  지금 우리가 흔히들 생각하는 민족, 민족주의라는 말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한국과 프랑스의 예시를 통해 재밌게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민족주의란 ‘패배한 영혼의 음각화’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복수를 꿈꾸는 원한의 정신이 담겨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부정적인 영혼, 배타적인 영혼이 가득 차 있다는 점에서 니체는 민족주의를 고귀하지 않은 천민적인 힘이라고 말할 것이란 점이 재밌었습니다.

  민주 선생님께서 다른 분들께 각자가 생각하는 ‘한국적인 것’이 무엇인지 물었고, 다양하고 재밌는 대답들이 나왔던 것 같은데, 그 중에서 ‘2002년 월드컵’ 때의 획일화되고 폭력적이기까지 했던 응원문화의 기억을 공유해주신 선생님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저 역시 당시에 친구들과 몰려 다니며 응원을 했었는데 주변의 많은 붉은 악마들이 그 분위기에 취해 ‘어느정도는 괜찮다’는 식으로 합법화하며 비도덕적 행위들을  저질렀던 것들이 떠올랐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무섭다는 생각도 듭니다. 

 

제 9장 고귀함이란 무엇인가?

1) 니체의 눈으로 니체를

  저는 이 부분을 시대상을 고려하여 현재의 시선으로 당시 니체의 철학을 생각해봐야한다는 것으로 이해를 했습니다. 비슷한 느낌인지는 모르겠지만 예전에 만들어진 영화들을 볼 때 현재의 관객 시점에서 영화를 봐야할지 아니면 최대한 현재의 관점들을 피해 그 당시의 기준으로 봐야할 지 고민하곤 하는데 아직까진 저만의 확고한 기준은 없고 때에 따라서 다르게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영화인지에 따라 기준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2) 니체와 생물학

  가장 어려웠던 부분입니다. 생물학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어서 그랬던 것 같은데, 발제를 하며 여러번 읽어서 간신히 조금 이해했던 것 같고, 세미나 때 선생님들의 설명을 통해 절반 정도는 이해 하게 된 것 같습니다. 공생에 대해 지담 선생님께서 얘기해주신 예시가 참 좋았는데, 시간이 지나서 다 까먹어버렸네요. 적어놨어야 하는데 발제를 하며 평소보다 힘이 빠져있어서 메모하는 걸 깜빡했네요. 나에게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어떤 것과의 공생을 통해 내가 더 강해질 수 있음을 얘기했던 것 같은데, 혹시나 댓글로 남겨주실 수 있는지, 부탁드려봅니다…

 

3) 자연학에서 강함과 약함

4) 투쟁하는 자와 적응하는 자

  2절에 이어서 다음 3~4절 모두 생물학과 관련하여 이야기를 이어간다는 점에서 어렵기도 했지만 또 재밌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니체가 말하는 진짜 강함이란 뭘까? 시작할 수 있고, 창안할 수 있는 능동성! 단순히 싸워서 이기고 극복하는 게 아니라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나를 변화시켜 어떤 상황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적응력을 가지는 게 진짜 강함이라는 것에서 앞서 말한 ‘공생’도 떠오르고 고개를 끄덕이게 됐습니다.

 

5) 생명과 도덕

  니체가 강조했다는 ‘고귀함’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앞에서 등장한 강함과 약함, 투쟁과 적응에 빗대어 고귀함과 비속함에 대해서도 설명하는 듯 했는데, 이어져서 ‘정의’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원래 니체가 생각했던 강함의 징표, ‘한 유형이 고정되고 굳세어진다’는 것이 과연 그 반대인 ‘부드럽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과 비교했을 때  강함이 정말 강함인건지… 이에 대한 이진경 선생님의 의문 제기는 저 또한 덕분에 깊게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6) 청결함과 고귀함

  애초에 불교를 통해 마음공부를 하면서 니체에 관심을 갖게 된 저로써는 이번 절에서 언급하는 ‘더러움 속에 있어도 물들지 않고 자신의 남다른 감각과 태도를 견지하는 청결함’에 대한 설명에서 흔히 ‘더러운 물에 살면서도 물들지 않고 깨끗하게 피어나는 연꽃’에 비유되는 보디 사트바, 보살에 대해 떠올리게 됐습니다. 더 나아가 더러움을 청결의 힘에 물들게 만들 수 있다는 것도 화엄경에서 말하는 사사무애법계를 떠올리게 하여 재밌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7) 기다림, 혹은 우정에 대하여

8) 거리의 파토스

  갑작스럽게 우정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응? 했지만 가장 많이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고, 스스로를 많이 반성하게 되었고, 그래서 많은 것이 남는 부분이었습니다. 저는 관계에 좀 서툰 편인데, 그래도 그나마 가장 오랫동안 잘 해내고 있던, 그래서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던 한 관계의 균열을 발견했을 즈음에 이 부분을 읽게 되어서 그런지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친구란, 우정이란, 기다릴 줄 아는 것. 무언가 이유가 있겠지 하며 적절한 때를 기다려주는 것. 이때 당시에 제가 못하고 있던 부분이라 더 와 닿았습니다. 그래서 니체, 혹은 이진경 선생님의 말씀대로 적용해서 그냥 기다려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사실, 여전히 기다리는 중입니다. 함께 보낸 시간이 길었기 때문에 어쩌면 그만큼 더 오랜 시간 기다려야할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 시간을 통해 되려 나를 돌아볼 수 있어서 고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나는 과연 누군가에게 고귀함을 찾는 고귀한 자인가, 천박함을 찾는 천박한 자인가... 돌아볼 수 있어서 다행이기까지 합니다.

“다른 사람의 고귀한 점을 보지 않으려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천박하고 표면적인 점은 그만큼 더 예리하게 포착한다. 그리고 그것으로 자기 자신의 정체를 폭로한다. (275절)” 

  리뷰로 시작해서 자기 고백으로 끝나는 것 같아 조금 부끄럽긴 한데, 삶이라는 게 참 시기적절하고 재밌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모태 천주교 신자이지만 무종교에 가깝던 제가 불교를 만나 수행을 시작하고, 불교 공부를 하다가 니체에 궁금함이 생겨 처음으로 철학 세미나까지 참여하게 됐다는 게 참 신기합니다. 세미나의 첫번째 책 [사랑할만한 삶은 어떤 삶인가]를 마치며 ‘천한 것을 비난하는 부정의 정신이 아니라 높은 것을 감지하는 긍정의 정신’을 가질 수 있도록 ‘지속적인 자기 극복’을 해보자, 는 다소 전형적인 삶의 목표를 가지게 됐는데, ‘삶에 직접 적용시켜보고, 부딪히고, 계속 실험해봐야만 진짜’라고 말한 니체의 말처럼 그렇게 한번 살아봐야겠다고 생각하며 두 주먹을 불끈 쥐어봅니다. 남은 시간도 여러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아서 끝까지 한번 가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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