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 후기를 너무 늦게 올리네요. 죄송합니다.
어떠한 경우든 첫인상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첫 시간이었나요? 기헌 선생님의 니체는 급 나누는 사람인가요? 라는 질문에 하얀 선생님이 네, 그렇습니다 라고 대답하셨던 것이 제게 니체에 대한 첫인상으로 남았습니다. 물론 지금은 니체가 어떤 생각으로 소위 급을 나눴는지 알게 되었지만 당시에는 정이 떨어질 뻔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점점 정이 들어가고 있으니 오히려 잘 된 것일까요? 미운 정이 무섭다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니며들고 있습니다.
6장에서는 니체가 비판한 학자와 철학자에 대해서 다뤘습니다. 한 곳만 파고, 성실한 노동자이며, 유용한 것만 추구하는 공리주의적 인간인 학자를 니체는 비판합니다. 박학한 교양인도 마찬가지로 비판하지요. 그런데 우리가 사는 현대 사회에는 니체가 눈살을 찌푸릴 만한 학자들이 얼마나 많은지요. 당장 유튜브만 들어가도 우리의 클릭을 기다리는 철학 동영상이 차고 넘칩니다. 그것들은 우리의 교양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겠지요. 저는 유튜브로 교양 쌓는 일은 하지 않기 때문에 그 동영상들을 클릭하진 않지만 조회수를 보면 꽤 인기 있는 듯합니다. 철학으로 밥 벌어먹는 프로도 니체는 비판하면서 아마추어가 되자고 주장합니다.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현대인은 좋아하는 일로 먹고 살기를 원하기 때문에 니체의 주장이 조금은 이상적이고 배부른 소리로 느껴졌습니다. 또 한편으로 니체는 정말 용감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진정한 미래의 철학자는 시대정신과 싸워야 한다니... 이 얼마나 용감한 주장입니까. 모든 사람이 나를 사랑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저 같은 사람은 감히 갖지 못할 삶의 태도입니다. 저도 니체가 말하는 진정한 고독에 들어갈 수 있을까요? 나는 안 될 거야, 아마.
7장에서는 니체가 말한 덕에 관해서 이야기합니다. 이 장을 읽으면서 그동안 저 자신이 얼마나 많은 가치 판단을 내리며 살아왔는지 돌아봤습니다. 니체에 대해 가진 첫인상도 마찬가지이고요. 뒷담화도 빠지면 섭섭합니다. 몇 년 전부터는 의식적으로 자리에 없는 사람 이야기는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참 쉽지 않습니다. 제가 몸담으려는 세계가 절대로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기에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그런 것일까요? 유명과 악명이 항상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기 때문일까요? 이야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소문 역시 너무나도 사랑해서 그런 것일까요? 아닐 겁니다. 아마 모두가 외롭기 때문이겠죠. 휴우. 저도 무사심의 관심을 가져야 할 텐데 말이죠. 참 어렵네요. 7장에서는 이진경 선생님의 전복적 니체 읽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역사적 감각이나 그리스 환상 부분 등이 특히 그랬습니다. 흐흐흐. 얼마나 재밌게 읽었는지 모릅니다. 가려운 데를 제대로 긁어 주는 기분이었어요. 고통과 동정 부분도 공감이 됐어요. 피해자 위치에 있기는 쉽고, 폭력적일 수 있다는 부분에서 요즘 많이 이야기되는 당사자주의를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저는 가지 못했지만 제 친구가 얼마 전 내한한 다르덴 형제 신작 영화 GV에 다녀왔는데요. 어떤 관객이 다르덴 형제에게 당신들은 난민도 아니고 흑인도 아닌데 이런 주제를 다룬 영화를 만들었냐고 질문을 했대요. 당사자주의에 근원을 둔 질문이었겠지요. 다르덴 형제는 어려운 질문이라고 굉장히 난감해하면서도 오히려 그것이 폭력적이다, 다양한 담론을 막는다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역시 거장은 거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인상 깊어서 밑줄 친 문장도 있었습니다. 227절인데요. 악의와 사랑으로 그것을 행하자. 졸렬하고 어중간한 것을 거부하고, 어떤 긍정적 계기가 있다면 금지된 것이라도 갈망하며, 모험적인 용기로 가장 섬세하고 은밀하며 까다로운 것을 찾아 나서자. 이로써 힘에의 의지나 세계극복의 의지 같은, 악마라고 불리는 것을 성실하게 추구하자. 이 부분이 마음에 콕 박혔습니다. 니체는 정말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은 사람 같아요. 저도 가능할까요? 나는 안 될 거야, 아마.
<사랑할 만한 삶이란 어떤 삶인가>의 고운 분홍 표지를 걷어 내면 벽돌색 본 책이 드러납니다. <선악의 저편>의 검붉은 표지를 암시하는 것이었을까요? 이진경 선생님의 친절하고 재밌는 풀이를 읽다가 본 게임으로 들어가니 정신 못 차리겠습니다. 읽으면서 한숨을 몇 번이나 내뱉었는지 원. 하지만 집을 떠난 이상 괴물도 물리치고, 공주도 구해야겠죠? 값진 보물과 깊은 성숙은 덤이고요. 미약한 저를 도와줄 든든한 조력자들도 있으니까요. 저의 모험은 이제 막 시작되었습니다. 끝까지 지켜봐 주세요! (찡긋)
나는 안 될 거야 라고 하면서도 다르덴형제의 말에 감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네요^^ 동길님 모험 응원합니다. 실패할지라도, 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