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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인지16] 3주차 발제 6, 7장

정추기 2023.04.27 01:10 조회 수 : 74

청인지 16 사랑할 만한 삶이란 어떤 삶인가
류동길


제6장 우리 학자들, 철학 없는 전문가들에 대하여

 

1. 아마추어가 되라

니체는 학자들에 대해 비판하며, 철학자와 학자를 구별한다. 학자는 전문가를 자처하며, 자신의 전문 분야를 천착하는 이들이다. 하지만 이렇게 전문성에 유용한 것만을 연구하는 공리주의적인 방법으로는 진정한 깊이, 높이에 도달할 수 없다. 그것에 이르기 위해선 니체가 ‘최고의 문제들’이라고 부른 나름의 근본적인 물음이 있어야 한다. 그런 물음을 지닌다면, 하나의 일관성을 갖고 있는 것이며, 여러 영역을 넘나들더라도 박학함을 자랑하는 교양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능수능란하게 각각의 영역을 깨뜨려 나감으로써 진정한 깊이를 마주할 수 있다. 이런 깊이를 얻은 자는 자신의 물음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편견 없이 배우고 다룬다. 이렇게 자신의 물음과 문제들을 풀기 위해 애쓰는 자들, 그 물음으로 덮쳐 온 삶을 끌어안고 나아가는 자들이 니체가 말하는 미래의 철학자들, 미래의 인간들일 것이다.

결국 우리는 어떤 것을 제대로 사랑할 줄 아는 사람, 즉 진정한 ‘아마추어’가 되어야 한다. 돈을 받기 위해 즐거움 없이 지식을 연구하는 ‘프로’는 지식을 다루는 노동자일 뿐이다. 진정 사랑하는 지식이나 연구, 사랑할 만한 삶을 가진 아마추어가 되어야 한다.

 

2. 철학의 몰락

니체에 따르면 근대에 들어오면서 철학자가 모두 학자가 되어 버렸는데, 특히 ‘실증주의자’들이 그렇다. 그들은 지식의 ‘진리성’에 사로잡힌 사람들이며, 그들의 철학을 ‘논리실증주의’라고도 부른다. 논리실증주의는 참/거짓으로 증명가능한 문장만을 가려내려고 하며, 그중에서도 참이 증명되는 것만 남겨 두려는, 오직 진리만을 추구하는 인식론주의적 태도를 갖고 있다. 실증주의자들처럼 철학자가 학자가 된다면, 철학은 삶에 대한 사유가 아닌 오직 전문적인 지식으로 역할이 한정된다. 이를 니체는 ‘철학의 격하’라고 하였다. 인식론으로 격하된 철학은 “경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경계 너머로 나아갈 권리를 스스로 거부하느라 애쓰는 철학”이고 “마지막 숨을 내쉬고 있는 철학이고, 종말에 다다른 철학”이라는 것이다.

 

3. 철학 없는 철학자들

니체는 학자가 된 철학자를 비판한다. 철학이 학문이 될 때, 철학자는 철학의 본질을 외면하는 철학적 노동자가 되기 마련이다. 이와 결부하여 학문적 인간, 객관주의자, 회의론자 등에 대해 비판한다. 먼저 학문적 인간이란 주변에서 흔히 보이는 학자들로서 고귀하지 못하고, 소시민적 삶을 살며, 세속적 욕망과 질투를 초월하지 못한, 갇힌 사람들이다. 객관주의자는 인식이나 서술, 혹은 판단이나 지식에 자기 주관이 개입되지 않는 것을 지고의 가치로 생각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모든 것은 해석이고, 보고 관찰하고 서술하는 것 자체가 이미 해석이기에 주관이 개입할 수밖에 없다. 이들은 니체에 따르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앞서가지도 따라가지도 않는, 아무것도 아닌 자, 아무런 내용이 없는 반사경과 다를 바 없다. 회의론자는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지 못하고 작은 의심에 매여 정작 큰 의심을 하지 못하는 자들이다. 니체에 따르면 작은 의심은 “신경쇠약이나 허약증으로 불리는 복합적인 생리 상태의 가장 정신적인 표현”이다. 또한 “회의주의와 의지 마비증”과 관련되어 있는 것이다. 이와 다르게 비판가는 큰 의심을 할 줄 아는 사람이고, 미래의 철학자에 훨씬 근접해 있는 사람이지만, 철학자라고 부르기에 아직 부족하다. 진정한 철학자, 즉 미래의 철학자는 이 또한 넘어선 자이며 가치를 창조하는 자일 것이다. 

 

4. 미래 철학의 적들

미래의 철학자들은 시대정신 같은 오늘의 이상과 다른 삶을 살려는 자들이며, 시대정신과 대결하며 새로운 가치를 찾으려는 자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역사적 조건에 따라 대결하는 상대가 달라진다. 니체는 16세기 르네상스 시대, 소크라테스 시대를 예로 들며 왜 당시에 그런 사유가 나타났는지를 역사적으로 이해하려고 한다. 

미래의 철학이나 위대함이란 시대를 지배하는 것을 벗어나고 넘어서는 방향과 결부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시대정신과 대비되어 제시되는 미래의 철학이나 위대함이 말 그대로 위대한 것으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누구와 어떻게 대결하는가, 자신을 움직이게 하는 힘과 의지가 무엇인가를 정확히 알아야 할것이다.

 

제7장 우리의 덕, 미래의 덕

 

1. 도덕적 분별, 감각적 분별

자신이 민감하고 섬세한 도덕적인 분별심을 가졌다고 사람들로부터 인정받는 것을 중시하는 사람을 조심하라. 이런 이들은 우리 앞에서 (혹은 더 유감스럽게도 우리에게) 한 번이라도 잘못 행동하게 되면 결코 우리를 용서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의 도덕성이나 능력을 인정받고 싶었는데 실패했기 때문에 남들에게서도 흠을 찾아내려 한다. 모두가 똑같이 도덕적이지 못하다고 주장하는 반도덕적 도덕주의인 셈이다. 분별은 도덕적인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감각을 비롯한 모든 판단의 영역에 존재한다. 선판단으로 분별한다면 대상을 정확히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제대로 알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 

 

2. 분별심과 뒷담화는 공동체를 잡아먹는다

분별은 선판단을 동반하기 때문에 대상에 대해 정확하게 판단할 수 없으며, 또한 다르게 지각하고 생각할 수 없다. 분별심이 강한 사람은 남의 단점을 찾는 데 능수능란하기에, 그 능력을 뽐내고 싶어 하고, 필히 뒷담화를 수반한다. 이는 강자와는 거리가 먼 태도이다. 진정한 강자란 단점을 잘 찾는 자가 아니라 장점이 될 잠재성을 볼 줄 알고, 특성이 장점이 되는 배치를 만들어낼 줄 아는 사람이다.

 

3. 사심 없는 자의 사심

니체는 칸트가 미적 관심에 대해 정의한 ‘무사심의 관심’을 비판했다. 미적 판단 역시 나름의 관심이나 욕망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그러나 칸트의 미적 관심에 대한 규정 또한 모든 관심의 배제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칸트가 말한 무사심 내지 무관심, 니체가 말한 관심이나 욕망은 남들이 관심 갖는 것에 무심한 것, 하지만 남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미쳐있는 것을 뜻할 것이다. 남들이 보기에 사심 없어 보이는 사람, 평균적인 사람들의 관심과 동떨어진 다른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 니체가 말하는 고귀한 자, 강한 자일 것이다.

 

4. 역사적 감각

니체가 말하는 역사적 감각이란 역사적으로 달라지는 가치척도의 차이를 빠르게 알아차리는 감각이다. 역사적 감각이 생긴다는 것은 다른 문화에 속한 것에 대한 감각을 갖게 되고 그것들에 대한 취향과 미각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즉 시야가 넓게 열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니체는 모든 것이 섞이고, 이질적인 것들에 대한 취향과 감각을 갖게 된다는 이유로 역사적 감각을 비천한 것이라 평가했다. 

하지만 이것은 아마도 고귀함이란 곧 순수함, 섞이지 않는 것이라 믿던 19세기 서구인의 바보 같은 통념일 것이다.

 

5. 그리스 환상

반시대적 사유를 하고자 했던 니체조차 벗어나지 못한 시대적 한계가 있으며, 시대정신과 대결하기 위해 그가 취했던 입장과 사용한 수사법으로 인해 야기되기 쉬운 편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니체를 비판적으로 읽어야 하는데, ‘그리스주의’가 그 대표적인 예시이다. 순수하고 탁월하다고 찬양되는 그리스 문명은 환상일 뿐이다.

 

6. ‘블랙 아테나’, 혹은 고귀함의 혼성적 기원

그리스 문명은 독자적이지 않다. 마틴 버낼의 유명한 책 『블랙 아테나』에 따르면 그리스 문명 역시 이질적인 외부문화, 특히 이집트 문화를 수용하며 발생한 것이다. 즉 이질적인 것과 섞이지 않은 순수함이 탁월함이나 고귀함으로 이어진 것이 아니라, 자기와 다른 것에게서 배우고 그것과 자기 것을 섞으며 탁월한 종합을 이루어 낸 것이 문화적 탁월함이나 고귀한 문화로 귀결된 것이다.

 

7. 고통과 동정

니체는 동정, 연민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지만, 동정을 부정하진 않으며 상이한 동정이 있다고 구별한다. 하나는 병자나 약자, 실패한 자에 대한 동정으로 억압을 받으면서 불평하고 그에 반대하여 지배하기를 갈망하며 그런 지배를 ‘자유’라고 부르는 노예들에 대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보다 드높고 멀리까지 내다보는 동정”이며 “인간이 자신을 어떤 식으로 왜소화하고 있”는지를 보고 동정하는 것이라 한다. 니체가 지향하는 동정은 후자이다. 니체는 큰 고통이 강한 자를 만든다고 생각했다. 고통을 줄여서 쉽게 넘어서게 해주려는 태도가 아닌 고통을 넘어서 그 고통 이상의 힘과 자유를 얻겠다는 태도를 가진 자만이 강자가 될 수 있다. 그렇기에 그가 말하는 동정은 고통을 통해 넘어서려는 자에게 공감하는 동정이고, 반대로 왜소하게 하는 동정에 대항하는 동정이다.

 

8. 성실성과 잔인성

니체가 말하는 성실성이란 우리가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많은 이들이 불편하게 여기는 것을 우직하게 밀고 나가며, 지배적인 가치에 밀려 다들 포기하는 것을 묵묵히 고수하는 올곧음 같은 것이 니체가 말하는 성실성이다. 

대개의 도덕은 야만적인 잔인성에 대해 비난하고 비판하지만 니체는 고급문화라고 부르는 거의 모든 것이 잔인성의 정신화와 심화에 기초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체와 정신을 스스로 극단까지 밀어붙이는 잔인성을 통해서 니체가 말하는 악마적 성실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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