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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클럽자본_에세이] 인공지능의 침묵

사이 2022.12.16 10:46 조회 수 : 65

인공지능의 침묵

2022.12.15.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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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 음식배달, 콜택시, 숙박예약... 이들의 공통점은 스마트폰 앱 하나로 모두 주문할 수 있는 서비스라는 데 있다.

“방송과 신문에서는 연일 기업 가치가 1조 원 이상인 유니콘 플랫폼 기업을 조명하고 창업자의 성공 신화를 소개한다. 매년 조사하는 ‘대학생들이 취업하고 싶은 회사’를 보면 굴지의 제조업 회사들이 플랫폼 기업들에게 1위 자리를 내어주고 있다.” (유경현/유수진, 5쪽)

 

새로운 일자리의 탄생: 긱 경제 (Gig Economy)

정보기술을 활용하여 서비스 산업의 혁신을 몰고 온 새로운 산업과 경제 형태를 부르는 말들은 수없이 많다. 주문형 경제(On demand economy), 플랫폼 경제(Platform Economy), 공유경제(Sharing economy), 정보통신기술산업(ICT: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y), 벤처 기업(venture company)… 이 글에서는 정보기술을 활용한 서비스 산업형태를 ‘긱 경제(Gig Economy)’로 통일해서 지칭하고자 한다.

긱 경제(Gig Economy)는 기업들이 정규직 보다 필요에 따라 계약직 혹은 임시직으로 사람을 고용하는 경향이 커지는 경제를 일컫는 말이다.- 두산백과, 긱 경제[Gig Economy] 인용 -

다른 용어들은 대체로 거래형태, 인프라, 기술 등을 중심으로 이 신생사업을 지칭하고 있다. 오로지 ‘긱 경제’라는 이 용어는 이 신생사업의 노동 공급방식에 주목한다. 이 글은 이 신생사업을 분석하여 미래경제의 전망을 내놓기 위해 쓰는 글이 아니다. 이 글은 <북클럽 자본(고병권 씀)>이라는 책, 즉 막스의 <자본>을 해설한 책을 읽고, 그 책의 관점으로 이 신생사업의 노동문제를 고찰하기 위해 썼다. 이 용어는 글의 목적에도 딱 들어맞는 용어이다. 게다가 한 음절로 끝나는 용어이니 무엇보다 쓰기에 간편하다.

앞으로 이 용어를 쓸 때 경제와 관련해서는 ‘긱 경제’, 산업과 관련해서는 ‘긱 산업’, 긱 산업의 개별 회사나 산업체는 ‘긱 업체’, 긱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긱 워커(Gig Worker)’로 통일해서 쓰고자 한다.

 

 

Play Gigs!

 

1. 긱 업계의 장밋빛 광고: Gig Dream

시간당 평균 1만 5,000원./ 내가 원할 때 달리고 싶은 만큼만. 시간 날 때 한두 시간, 가볍게 운동 삼아 한두 시간, 가볍게 주말 오후 한두 시간. 함께 해요 배민커넥트! _배민

오늘부터 사장님이 되세요. 12월 수입 7000달러 보장합니다. _우버

좋아하는 일만 골라서 자유롭게 하세요. 요금은 직접 매기시고요. _태스크래빗

위의 문구들은 모두 국내외 긱 업체들이 내건 긱 워커 모집광고문에서 따왔다. 이 문구들은 긱 노동의 장밋빛 미래를 광고한다. 그냥 광고가 아니라 정치적 선전에 가까울 지경이다. 과히 ‘Gig Dream’이라 부를 만하다.

 

2. 긱 업계가 말하지 않는 리얼리즘(realism)

그들이 말한대로만 된다면 긱 노동은 꽤 괜찮은 일자리이다. 실제 현장의 긱 워커들이 겪는 노동 현실은 ‘Gig Dream’과 너무나 거리가 먼 경우들이 많았다.

주 6일, 하루 10시간을 보통 넘는 장시간 노동, 플랫폼 시스템에 맞춰 일하느라 화장실도 못 가고 일하는 과한 노동, 능률이 떨어지거나 제 시간에 못 끝내면 다음에 일을 못 받을 수 있는 불안정함, 긱 업체가 수시로 바꾸는 요금과 수수료 정책, 좋은 주문을 건지기 위해 하루 종일 플랫폼 앱을 쳐다보는 시간들, 별점이 낮아지면 비활성화되거나 이용정지 당하는 계정, 사람이 너무 많이 몰리면 허탕을 치는 일, 일하다가 다쳐도 산재보험의 혜택을 못 받고 벌이 없이 지내야 하는 신세, 일을 하다가 폭행, 강도, 강간, 과로사, 살해, 마약 운반, 돈세탁 등의 피해자가 될 위험들… 그들의 암담한 이야기들은 쉽게 찾을 수 있고 끝도 없어보였다.

 

3. 긱의 ‘범죄구조’를 추리해보자!

긱 업계가 말하는 동화와 노동자들이 증언하는 리얼리즘은 왜 이렇게 간극이 큰 것인가. 어떤 연유로 이런 무참한 일들이 일어났을까. 나는 이 문제들을 막스가 쓴 <자본>이 남긴 유산과 이 책을 해설한 고병권의 저작 <북클럽 자본>의 도움을 받아서 고찰해 보겠다.

 

1) 중개수수료: 긱 자본 잉여가치의 원천

긱 경제의 잉여가치(이윤) 발생 구조를 단순하게 설명하면 이렇다. 긱 업체는 서비스 매칭 후에 이용자에게 받은 요금에서 중개수수료를 뗀 나머지를 제공자에게 돌려준다. 긱 업체는 잉여가치(이윤)는 중개수수료에서 발생한다. (긱 업체들은 중개수수료 말고도 다양한 수익구조가 있지만 현실에서는 영업이익에 적자를 볼 때도 있다. 사실 긱 업계의 수익구조에는 더 복잡한 층위가 있다.)

일단 중개수수료만이 긱 업체의 유일한 잉여가치 창출 수단이라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긱 업체 입장에서 애초에 이용요금을 최대한 많이 받을수록 자신들이 받는 중개수수료를 많이 받을 수 있다. 그렇다고 중개수수료를 무한정 올릴 수는 없다.

이용요금을 높게 올리면 경쟁업체와 가격 경쟁에서 밀리고 소비자의 가격 저항이 있기 때문이다. 정 요금을 올리고 싶다면 서비스의 품질을 많이 높여서 고가의 요금을 받는 방법이 있다. 일부 긱 업체는 이런 전략을 쓰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낮은 요금으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고 한다.

긱 업체들은 시장 진입 초기, 특정지역에 들어갈 때, 새로운 사업을 진행할 때 흔히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이용자들에게 이용요금 등을 할인해주거나 면제해주는 혜택을 제공한다. 소비자는 더 낮은 가격에 이용이 가능하지만 그만큼 이용요금은 낮아진다. 긱 업체와 긱 워커가 가져가는 수입의 파이 전체가 작아지는 것이다.

긱 업체는 이용자만큼이나 긱 워커들을 최대한 끌어 모으기 위해서도 노력한다. 시장진입 초기에는 제공자를 상대로도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중개수수료를 낮추거나 수수료를 면제해서 가져가는 몫을 높여주는 것이다.

 

2) 가변자본을 최대한 줄여야 이윤을 최대한 남긴다

 

 대전제: 노동자들이 경쟁할수록 노동력의 가격(수수료)은 떨어진다.

긱 업체들이 사업 초기에 긱 워커들의 소득을 높여주는 것은 긱 워커들을 위해서가 아니다. 다른 꿍꿍이가 있어서다. 그들은 이윤을 남기고자 하는 자본가일 뿐이지, 자선사업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긱 경제에서 이뤄지는 거래들은 대부분 실시간으로 발생한다. 긱 경제의 장점은 고객이 주문하는 순간, 최대한 빨리, 즉각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있다. 많은 긱 업체들이 서비스의 수요를 예측하기 위해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하지만, 결국 그 서비스는 사람이 제공하는 것이다. 고객의 요청이 오면 곧바로 서비스를 제공할 제공자들이 있어야 한다. 고객의 요청은 시간을 가리지 않는다. 이른 아침일 수도, 새벽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긱 업체는 언제든지 24시간 서비스를 제공할 제공자들을 확보해야 한다. 고객들은 자신들이 요청했을 때 최대한 빨리 적절한 제공자를 매칭해주지 않으면 해당 플랫폼을 믿지 못하고 떠날 것이다.

긱 업체들은 어떻게든 수요를 훨씬 뛰어넘는 제공자 인력풀을 확보하기 위해 눈에 불을 밝힌다. 심지어는 어느 정도 영업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말이다. 긱 워커들은 신생 긱 업체가 제공하는 프로모션의 유혹에 도취되어 불나방처럼 해당업체 시스템에 제공자로 등록한다. 이 시기에 그들은 일하는 시간에 비해 높은 소득을 벌고 일을 즐길 수 있다. ‘갑’의 위치에 서있는 기분마저 들 것이다.

제공자들이 벌떼처럼 모이다보면 언젠가는 이용자보다 제공자들이 훨씬 많아지는 시기가 온다. 이때가 되면 관계는 역전한다. 긱 워커들이 적은 일감을 두고 눈에 보이지도 않는 수많은 긱 워커들과 경쟁해야 한다. 이때부터 긱 업체들이 꼼수를 부리기 시작한다. 긱 워커들이 받아가는 수수료는 낮추는 반면에 업체가 가져가는 이윤은 늘린다.

 

❶ 임금(노동력 가격)을 깎아야 이윤(잉여가치)이 더 남는다

긱 업체들은 시장 진입초기에는 수익구조 구축을 위해 단기손실까지 감수하며 토대를 다진다. 하지만 이윤 창출의 토대를 마련하면 긱 업체는 냉엄하게 표정을 바꾼다. 그 폐해는 이용자(소비자)를 향하기도 하지만 가장 큰 피해는 서비스 제공자인 긱 워커들이 입는다.

• 노동력의 가격(임금)을 낮추는 방법1: 이용요금 자체를 낮추기

긱 업체들이 경쟁업체를 밀어내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지속적으로 서비스 이용요금을 낮추는 것이다. 긱 업체들은 시장진입초기에 두드러지게 요금할인을 진행하지만,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는 중에도 수시로 요금 조정을 단행한다.

시장환경의 변화에 맞추어서도 그러지만, 시장의 경쟁요소가 발생하면 더 유별나다. 신규 이용자 발굴과 기존 이용자의 지속적인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 프로모션을 수시로 진행한다. 이용요금이 낮아지면 업체가 가져가는 건당 수수료가 낮아진다. 과업 한 건만 보면 손해일 수 있지만 그 과업이 무수하게 많다면 그 정도 손실은 아무렇지 않다.

동일한 서비스를 하는 A업체가 더 높은 요금 때문에 하루에 1천 건밖에 주문이 들어오지 않는다 치자. B업체는 더 낮은 요금 때문에 하루에 1만 건의 주문이 들어온다면 결국 B업체가 경쟁에서 이긴다.

요금을 낮추어도 긱 업체는 손해를 보지 않고 오히려 이득을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업체에서 수수료를 받는 개별 긱 워커는 그 손해가 훨씬 크게 다가온다. 수수료가 적어지면 건당 단가가 낮아지기도 하지만, 낮아진 수수료 때문에 더 많은 과업을 처리해야 한다.

• 노동력의 가격(임금)을 낮추는 방법2: 중개 수수료율 높이기

특정 긱 업체가 특정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얻으면 ‘지대(rent: 디지털 공간 임대비용)’를 취할 수 있다. 긱 업체는 이럴 때 갑자기 중개수수료율을 높이는 정책으로 전환한다. 이용요금 수익에서 중개자의 수수료가 높아지면 중개자의 이윤은 늘지만, 노동자가 가져가는 몫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❷ 노동일을 늘려야 이윤이 더 남는다. (절대적 잉여가치의 극대화)

노동시간을 쥐어짜기

긱 업체가 제공하는 상품은 거의 다 서비스 상품이다. 하루 동안 최대한 서비스를 많이 제공해야 이윤이 많이 남는다. 중개자 입장에서는 24시간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을 것이다. 실제로 긱 업체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24시간 제공할 수 있는 영역이 대부분이다. 긱 업체의 서비스는 자동화된 플랫폼 시스템이 중개하기 때문에 24시간 중개도 가능하다.

24시간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24시간 내내 플랫폼에 접속한 제공자를 안정적인 숫자로 유지해야 한다. 편의상 제공자들을 주6일 이상 거의 매일 접속하는 고정회원, 주5일 이하지만 상당시간 접속하는 상시접속회원, 주3일 이하로 짬이 나거나 그냥 한번 들어와 본 임시접속회원으로 나눠보자. 긱 업체 입장에서는 고정회원과 상시접속회원의 비율이 더 많기를 바란다. 그들이 많아야 인력풀의 숫자와 총 접속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뜨내기 같은 임시접속회원이 많으면 인력풀의 숫자와 총 접속시간이 줄어들어 매칭의 불안정성만 높아진다. 이런 연유로 긱 업체들은 긱 워커들에게 장시간 노동을 권장한다. 실제로 배민의 배달대행업체들은 첫 면접 때부터 주6일 이상, 하루 10시간~12시간 노동을 요구한다.

긱 워커들도 자신이 오래 일할수록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더 오래 일하고자 한다. 수입이 안정되지 않기 때문에 오래 일하기도 한다. 건당 수수료 자체가 높아서 적게 일해도 넉넉하게 살 수 있다면 여유 있게 일할 것이다. 반대로 건당 수수료 자체가 워낙 낮아 생계에 필요한 돈을 충당하고자 한다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❸ 노동생산력을 높여야 이윤이 더 남는다 (상대적 잉여가치의 극대화)

긱 산업에서 노동생산성을 향상의 목적은 단순하다. 같은 시간 안에 더 많은 이용자가 주문을 하게 만들고 그 주문을 최대한 빨리 처리하는 것이다.

더 좋은 기술, 더 나은 서비스

긱 업체들은 매칭시스템과 사용자환경의 개선, 정교한 수요예측을 위해 기술을 개발하여 생산성을 향상할 수 있다. 현재 대부분의 긱 업체들이 이런 식으로 자사의 정보처리기술을 혁신해나가고 있다. 아니면 훨씬 고급스런 서비스를 제공하고 프리미엄 요금을 책정해서 단가를 높인다. 그러면 건당, 시간당 벌어들이는 수익이 높아져 생산성 향상의 효과를 볼 수 있다.

노동강도를 높이기

이 정도까지는 긱 업체가 생산성 향상을 위해 노력한 부분이라 인정할 수 있다. 허나 생산성 향상을 오로지 개별 업체가 기술 혁신의 공로로 얻는 당연한 열매라고만 생각할 수 있을까. 그 공로에는 긱 업체가 기여한 부분만 있는 것인가.

기술에 따른 노동생산성 향상이 일어나면 자연스레 노동강화가 따라온다. 같은 시간 안에 더 많은 주문을 처리하기 위해 서비스가 그만큼 빨리 제공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더 이상 긱 워커들은 자기 몸의 주인이 될 수 없다. 그들은 플랫폼 인공지능의 손과 발 노릇을 할 뿐이다.

업체 입장에서는 들어오는 주문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면 피해가 막심하다. 이용요금을 못 받는 것을 넘어서 이용자들이 신뢰를 읽고 플랫폼을 떠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그야말로 수족을 놀리듯 긱 워커들의 몸과 마음을 쥐어짜야 한다.

긱 워커들은 어쩔 수 없이 들어오는 주문을 빨리 처리하기 위해 움직여야 한다. 주문을 빨리 처리할수록 중개기업에 신임을 얻고 나중에 더 많은 주문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 같은 시간 안에 더 많은 서비스를! (속도의 측면)

노동자 입장에서도 건당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같은 시간 안에 더 많은 주문을 처리해야 자신한테 이익이다. 더 빨리 움직일 수밖에 없다. 건당 수수료가 높으면 이러한 경향에서 자유로울 수 있지만 건당 수수료가 낮을수록 더 빨리 움직이려는 유혹에서 벗어날 수 없다.

- 내키지 않아도 더 나은 서비스를! (질적인 측면)

서비스 상품은 상품을 제공하는 과정 전체가 상품이다. 완성된 현물상품과 달리 품질 자체가 제공과정에서 다양한 변수와 층위를 갖고 있다. 그것은 그 서비스가 이용자를 대면해서 제공하는 서비스이든, 보지 않고 제공하는 서비스이든 마찬가지이다.

UT앱은 승객이 하차 직전에 [서비스 평가 화면]을 띄운다. 화면에는 5개로 이뤄진 별점 뿐만이 아니라 ‘어떤 점이 만족스러웠나요?’는 질문도 있다. 승객이 선택할 수 있는 답변은 ‘조용함, 안전운전, 청결/쾌적, 친절함, 기분 좋은 인사, 감동 서비스, 내비안내 준수, 빠른 도착, 직접 입력’ 이 있다.

이용자의 만족도는 이 모든 것의 종합으로 이뤄진다. 우버 운전자를 비롯한 모든 긱 워커는 최상의 별점등급과 후기를 받기 위해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자 아등바등한다.

 

❹ 초단시간 성과급을 주면 이점이 많다. (가변자본 부대비용 절감)

긱 업체들은 기존의 전통적인 서비스 업계와 달리 가변자본의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수단이 더 많다. 노동자들을 독립계약자 혹은 개인사업자로 규정하여 직접 고용에서 발생하는 무수한 비용에서 벗어나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에게 성과급을 주며 초단시간으로 고용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전통적인 서비스 산업에서는 노동자를 직접고용하면서 부담해야 하는 부대비용을 말이다.

필요할 때만 일을 시키고 필요 없을 때는 놀린다.

긱 업체들이 긱 워커들을 독립계약자로 둘 때 가장 큰 이점은 ‘필요할 때만 일을 시키고, 일이 없을 때는 무작정 놀릴 수 있다.’는 점이다. 막스가 언급한 성과급의 폐해 중 하나인 ‘호황일 때는 생산량을 늘리고, 불황일 때는 노동자를 놀린다.’는 점이다.

긱 업체들은 널려 있는 긱 워커 블록들을 가지고 쉽게 테트리스 게임을 할 수 있다. 수요가 있을 때는 군중인 긱 워커를 흡수하고 수요가 없을 때 그냥 내뱉는다.

개인사업자와 계약했으니 정시근무와 노동일(1일 총 노동시간)을 보장할 필요가 없다. 정규직이 아니기 때문이다. 긱 업체는 그날 들어온 주문만 다 처리하면 될 뿐이다. 개별 노동자가 하루에 몇 시간을 일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노동자의 기회비용은 나 몰라라~~

긱 업체들은 노동자들이 감당하는 ‘유휴시간의 기회비용’을 내지 않아서 가본자본 비용을 절약한다. 예측할 수 있는 출퇴근 시간, 앞뒤로 여가를 사용할 기회비용, 콜을 잡기 전까지 거리에서 까먹은 운전기사들의 기회비용, 주문을 따기 위해 하루 종일 앱을 쳐다보면서 기다린 시간, 시스템 속도에 맞춰서 일하느라 화장실도 못 가고 날려버린 휴게시간들... 정규직 사원이라면 짬짬이 화장실에 가고,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고, 잠깐 딴짓을 해도 모두 근무시간으로 인정해줬을 시간들을 말이다.

각종 수당, 사회보험(4대보험), 복리후생 비용, 세금을 아낀다.

긱 업체들은 긱 워커들을 고용했다면 내야 할 비용을 내지 않아서 가변자본 비용을 아낄 수 있다. 긱 업체는 긱 워커를 고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노동법이 보장하는 각종수당 지급이나 사회보험 가입의무가 없다. 긱 업체는 연장근무수당, 주휴수당, 연차수당, 퇴직금 따위를 긱 워커에게 주지 않아도 된다. 긱 워커들의 4대보험도 들지 않으므로 4대보험 사업자 부담금도 안 낸다. 한국의 경우 사용자는 피고용인의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전체금액의 절반 이상을 부담해야 하고 산재보험은 100%를 부담해야 한다.

세세히 따져보면 여기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들은 보통의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제공하는 각종 복리후생을 제공하지 않아도 된다. 교육훈련비, 유급휴가, 명절 선물… 전통적인 산업의 고용주들이 내는 세금도 내지 않을 수 있다.

 

3) 불변자본마저도 아낀다 – 꿩 먹고, 알 먹고

긱 업체들은 가변자본만이 아니라 불변자본에서도 비용을 절감하는 기막힌 방법을 사용한다. 그 비결은 노동자들에게 비용을 전가하는데 있다.

❶ 생산수단 비용(불변자본)까지 노동자에게 떠넘기자

긱 업체들은 한발 더 나아가 서비스 제공과정에서 발생하는 불변자본의 비용마저 줄인다. 에어비앤비가 중개하는 숙소들은 에어비앤비의 자산이 아니라 호스트들의 개인재산이므로 유지관리도 호스트들이 한다. 카카오택시기사, 배민 라이더들은 연료비, 보험료, 관리유지비, 통신비를 모두 본인들이 부담한다.

배민 커넥터는 배달가방, 헬멧, 우비 같은 ‘장비 팩’도 자기 돈으로 산다. 우버는 심지어 ‘승객들에게 생수, 껌, 과자, 박하사탕, 휴대전화 충전기를 제공할 것’이라는 지침을 기사들에게 내리기도 했단다. 이렇게 긱 업체들은 생산수단에 들어가는 거의 모든 비용을 내지 않는다. 다만 그 부담을 모두 노동자들에게 돌릴 뿐이다.

 

 

4. 긱 경제는 ‘진짜’ 혁신인가?

 

1) 크라우드 소싱(Crowd sourcing)은 혁신인가

긱 업계들은 서비스 제공 인력 풀을 조성하기 위해 주로 ‘크라우드 소싱(Crowd sourcing)’이란 방식에 기댄다. 긱 산업에 필요한 각종 과업들을 전 세계에 널리 퍼져있는 대중들에게 분배하는 방식이다. 과연 크라우드 소싱은 정말 혁신적인 인력 배분 방식인가.

노동의 외주화는 1990년대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맞추어 ‘아웃소싱’이라는 이름으로 부활한다. 노동의 유연성을 강화한다며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외주노동을 늘린다. 정규직업무를 파견, 용역, 하청을 통해 외주화했다. 나라 밖에서는 개발도상국에 공장을 설립하거나 현지 노동자를 채용했다. 나라 안에서는 파견업체와 하청업체를 통해 인력을 수급했다.

현재의 크라우드 소싱은 흔히 집단 지성을 지향한다고 한다. 다만 그것이 기업활동에 쓰이는 순간, 과업 쪼개기를 통한 저숙련 노동 흡수로 이어진다. 과거에는 복잡노동, 고급노동으로 보이던 작업들도 그 단위를 쪼개면 외주가 가능하다. 과학자들은 대규모 샘플 데이터를 작은 토막들로 분해하여 아마존 엠터크 온라인에 게시하고 개별 터커들에게 특징이나 패턴을 발견하는 일을 주었다.

리프트 운전사가 다음 운행을 기다리며 거리를 배회하거나 업워크 디자이너가 과업 설명 목록을 스크롤할 때는 둘 다 보수를 못 받는다. 과거의 외주 노동자들은 업무에 필요한 모든 도구와 재료를 자기 돈으로 제공하였다. 리프트 운전자들이 자신의 자동차와 휘발유를 책임지고 터커들이 자신의 개인 컴퓨터로 일하는 것도 그것과 다를 바가 없다. 일을 하기 위해 자신의 공간을 이용한다는 측면에서 현대의 크라우드소싱 노동자나 과거의 외주노동자들도 대동소이하다.

크라우드 소싱은 20세기 아웃소싱의 21세기형 업그레이드 버전에 불과하다. 기업 인력동원방식으로 들어오면 고작해야 ‘오래된 현재’일 뿐이다.

 

2) 초기산업사회로 회귀

빅 테크와 긱 경제 경영자들은 자신들이 산업 생태계에 미친 영향을 ‘파괴적 혁신’이라고 부른다. 그들은 기존의 산업생태계의 구태의연하고 비합리적인 요소를 기술로 혁파하기 위해 ‘파괴적 혁신’을 일으킨다고 한다. 허나 그들이 파괴한 것은 기존 산업의 비합리적인 부분이 아니라 오히려 합리적인 부분이다.

현재 세계 각국의 노동법들은 대체로 노동자 보호에 맞춰져 있다. 현재의 노동법들은 거저 얻어지지 않았다. 노동자계급의 끊임없는 투쟁의 결과로 쟁취한 것이다. 이토록 어렵게 획득한 노둥권 보호장치를 긱 업계 경영자들은 일거에 무너뜨렸다. 그들의 혁신은 혁신이 아니다. 오히려 탐욕스런 자본가 때문에 노동자들이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하던 산업사회 초기로 노동권을 후퇴시켰다. 그들은 진보가 아니라 ‘퇴보’, 전진이 아닌 ‘과거 회귀’를 불러왔다.

 

 

Log out. 나쁜 기계 투르크인 VS 착한 기계 투르크인

 

1) 내 상사는 알고리즘?

배민 라이더들은 계속해서 좋은 콜을 잡기 위해 달리는 중에도 스마트폰을 쳐다봐야 한다. 배달을 완료하는 데까지 남은 시간은 앱이 실시간으로 알려준다. 우버와 타다 운전기사들은 타다 앱이 제공한 경로대로만 운전을 해야 했다. 더 장거리 콜을 얻기 위해 승차를 거부하는 것도 불가했다. 아마존, 쿠팡, 마켓컬리 물류창고에서 노동자들은 자동화 분류시스템이 지시하는 대로 상품을 픽업하고 움직여야 한다.

긱 워커들은 자신들의 리듬에 따라 일을 하지 못하고, 앱이나 시스템이 지정하는 속도에 맞추어서 몸을 움직여야 한다. 인공지능의 리듬은 언제나 인간의 자연스런 리듬을 배려하지 않는다. 인공지능은 짧은 시간 안에 더 많은 주문을 처리하는데 최적화되어 있다. 노동자들이 쉴 수 있는 시간을 계산하지 않는다. 수요가 많이 몰리고 적게 몰리는 시간을 계산할 뿐이다. 노동자들이 예측 가능한 시간에 근무하고 여가시간을 가지는 것에 관심이 없다. 노동자들이 주문을 낚아챌 때까지 얼마나 긴 시간을 기다리는지는 알 바 아니다.

 

2) 정보의 극단적인 비대칭성

노동자는 이토록 알고리즘에 심하게 통제를 당하는 반면, 자신의 권리 구제는 알고리즘을 통해 이룰 수 없다. 바로 정보제공 의무의 비대칭성 때문이다. 긱 과업 중개과정에서 의뢰인은 자신에 대한 정보를 제공자에게 되도록 적게 노출한다. 노동자는 반대로 자신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많이 제공자에게 노출한다. 그 정보는 그 전에 이미 긱 업체에 실컷 제공한 뒤다.

긱 워커들은 고객 때문에 피해를 입어도 해당고객에 대한 정보를 본사에서 알아낼 수 없다. 본사가 고객의 개인정보보호를 핑계로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노동자는 낮은 별점을과 나쁜 후기를 받은 경우에도 소명할 기회가 없다. 고객이 악의적으로 별점 1점과 혹독한 후기를 써서 남겨도 그 값은 아무 여과 없이 반영된다. 알고리즘은 사실 여부를 따지지 않고 그저 평균값에 영향을 미치는 하나의 데이터로 취급한다.

노동자는 갑자기 긱 업체가 사전 예고도 없이 자신의 계정을 비활성화하는 일을 자주 당한다. 심지어 이용정지를 당하더라도 무엇 때문에 정지를 당했는지 구체적 사유를 알기 어렵다. 업체가 명백한 사유를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노동자가 소명할 기회마저도 주지 않는다.

 

3) 알고리즘은 중립적인가?

배민은 즉각적인 수수료 변동을 통해 특정지역의 대행기사 인원을 조정한다. 어떤 지역에 수요에 비해 라이더가 많으면 그 지역의 수수료를 낮추고 수요에 비해 라이더가 많이 부족하면 해당 지역의 수수료를 갑가지 높인다. 태스크래빗은 경력과 수락률이 높은 태스커들에게 좋은 업무를 우선적으로 배치한다.

 

4) 인공지능도 나를 보고, 관리자도 나를 보고

배민은 배달대행업체가 사무실을 두고 관할 지역의 주문을 관리한다. 일상적으로는 앱이 노동자를 관리하기도 하지만 배달대행업체의 운영자들에게도 통제를 당한다. 각 기사의 위치를 GPS 모니터(관제)를 통해 보는 건 배달대행업체의 관리자들이다. 그들이 근무시간을 통제하고 심지어 강제 배차까지도 지시한다. 쿠팡은 현장 관리자가 자동화시스템의 신호에 따라 일상적으로 노동자들을 관리한다. 마감시간에 임박하면 작업속도를 높이라고 요구하거나 고함을 지르기도 한다. 카카오택시는 고객센터를 통해 기사들의 노동을 중재하고 관리한다.

 

5) 알고리즘은 인간이 통제한다

1770년 봄 오스트리아 빈의 마리아 테레지아 여왕 궁정에서는 세계 최초의 완전 자동 체스 로봇인 기계 투르크인 (Mechanical Turk)이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 그 투르크인은 상대편의 수를 읽고 체스 말을 집어서 자신의 수를 두었는데, 놀랄 만큼 훌륭했다. … 그것은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와 체스를 두었고 그가 속임수를 쓰는 것을 잡기도 했다.… 사실은 투루크인의 체스판 안쪽 숨겨진 칸에 사람이 웅크리고 앉아서 그 위에 있는 체스 말을 움직인 것이었다. (프라슬, 17쪽)

구글의 이미지 태깅 같은 작업은 아직도 대부분 아마존 엠터크나 업워크의 도움을 받는다. 인공지능이 가려내기 어려운 이미지를 사람인 긱 워커들이 분별하여 태그를 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의 유효한 판단을 위한 빅데이터 수집에도 수많은 인간대중들이 데이터를 직접 체크하고 가공하는 수고를 들인다. 긱 산업 플랫폼의 알고리즘의 매개변수와 설계는 결국 인간이 하는 행위다. 그래서 배민 배달대행기사들은 배민 측에 알고리즘 매개변수를 공개하라고 요청했던 것이다.

 

6) 자동화 최종단계의 역설

정보기술 연구자 메리 그레이와 시다스 수리는 정보기술과 노동의 관계를 설명하는 흥미로운 논리를 제시한다. 새로운 시스템을 온라인에 도입할 때는 예기치 못한 문제나 기대에 못 미치는 기능을 발견한다. 그때 고스트 워커들이 올바르게 데이터를 관리하고 이러한 데이터들을 축적하면서 자동화 소프트웨어도 개선한다.

자동화 과정에서 생기는 작은 결함들은 사람들에게 임시직 일자리를 만들어준다. 인공지능이 해당업무를 인간만큼 해낼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훈련이 되면, 노동자들은 자동화의 영역을 넓히기 위한 다음 업무로 옮겨간다. 사람들이 인공지능을 새롭게 응용할 방법을 생각해 내면 그에 따라 결승점도 이동한다.

자동화가 완수되는 ‘최종 단계’가 언제 끝날지 확신할 수 없다. 이런 상황을 ‘자동화 최종 단계의 역설’이라고 부른다.

 

7) 인공지능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정보기술의 발전이 노동자를 착취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어져야 할 필연적인 이유는 없다. 테크노포비아(technophobia)와 테크노토피아(technotopia)는 미래 기술사회를 막연하게 이분법으로 가르는 양극단일 뿐이다.

앞정보기술의 혁신을 노동 친화적인 사업으로 이은 모범 기업들의 사례들도 얼마든지 있다. 다만 현재의 주류 긱 산업 운영자들이 노동생태계를 파괴하는데 정보기술를 이용한 것뿐이다. 오로지 자신의 잉여가치 창출을 위해서 희생한 대가였다.

18세기 ‘기계 투르크인 사건’을 떠올려 보자. 이 이야기는 기술 진보의 신화가 만들어낸 슬픈 우화 같다. 현실에서는 일종의 사기극이었다. 지금은 아마존이 자사의 API 플랫폼의 이름으로 악랄하게 이용하고 있다. Amazon M.Turk(Mechanical Turk)!

뒤집어보면 이 이야기들은 정보기술의 발전에 인간의 자질이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기술과 인간은 공생 또는 공멸의 관계에 있다고도 봐야 하지 않나. 애초에 기술과 인간은 물과 기름처럼 나뉠 수 없는 관계가 아니었을까. 톺아보자면 정보기술의 발전이 꼭 인간노동의 착취로 이어질 이유가 없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인공지능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인공지능을 인간의 노동을 빨아들일 수단으로 이용하고자 했던 자본가의 탐욕이 있었을 뿐이다. 버트란트 러셀도 오래 전에 이 점을 지적하지 않았던가.

과거와 현재의 기계 투르크인이 ‘사기꾼’이었다고 해서, 미래의 기계 투르크인도 ‘사기꾼’이어야 한다고 엮는 것은 무리다. 미래의 기계 투르크인을 나쁜 투르크인으로 만들든, 착한 투르크인으로 만들든 그 책임은 인간에게 있다. 미래는 현재의 인류가 지향하는 의지에 달려있다.

인간을 착취하는 인공지능의 뒷면에는 인공지능을 착취의 도구로 이용하려는 인간이 있다. 인간과 친구가 되려는 인공지능과 인공지능과 친구가 되려는 인간도 있을 수 있다. 인간은 기술과 기계를 인간의 ‘적’으로 만들 수도 있고, ‘친구’로도 만들 수도 있다.

나는 기술을 인간의 ‘친구’로 만들고 싶다. 인류가 기술을 친구로 만들 수 있다면 인간의 노동은 비참의 나락이 아니라 환희의 우주로 뻗어나갈지도 모른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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