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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덧 세미나도 중반부를 지나 끝을 향해 가고 있네요. 쌀쌀해진 날씨 탓에 몸살감기를 심하게 앓아 느지막이 발제 후기를 올립니다. 지난주 금요일 [철학의 모험] 11장, 12장에 해당하는 칸트와 헤겔을 주제로 세미나를 진행했습니다. 저는 헤겔 파트의 발제를 맡아 이를 중심으로 후기를 작성하고자 합니다.

 

 헤겔은 칸트의 ‘이율배반’을 발전시켜 ‘모순’이라는 개념을 창안하였습니다. 그는 만물 안에 존재하는 모순을 중심으로 세계의 변화를 이해하였고, ‘변증법'의 원리에 따라 인간의 정신과 역사가 완성을 향해 나아간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칸트와 헤겔을 공부하며 이전의 철학자들에게서 느꼈던 답답함과 회의감이 해소되는 일종의 해방감을 맛보았습니다. 본유관념과 불가지론 사이에서 무력감을 느낄 때쯤 실천의 영역으로 논의를 확장하는 두 철학자가 반가웠던 것입니다. 물론 헤겔은 ‘합목적성’이라는 이름으로 결과에 모든 과정을 꿰맞추고자 한 것도 같지만, 그럼에도 만물이 변화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그의 철학은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의 이론을 바탕으로 급진적인 사상을 전개한 ‘청년 헤겔파’들이 어느 부분에 꽂혔을지 어렴풋이 이해되었다고 할까요.

 

 한편 헤겔이 말하는 ‘변화’란 과정에 존재하는 무수한 ‘개별’들을 지워버릴 위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헤겔에게 살짝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로 세미나에서도 많은 분이 이 점에 관하여 날카로운 지적을 하셨습니다. 특히 “변증법은 모든 것을 두 개의 항으로 설명하고자 하는데 여기서 사라진 제3의 항, 4의 항들을 생각해보아야 한다”는 지담쌤의 비판이 인상에 남았습니다. (기억에 의존해 발언을 조금 각색하였습니다. 지담쌤께 양해를 구합니다^^)

 헤겔에 대한 비판을 듣고 문득 고등학생 시절 학교 선생님들이 생각났습니다. 입이 닳도록 말씀하셨던 “다 너희 좋은 대학 가라고 이러는 거다. 너네 대학 가면 이런 건 아무것도 아니야.”라는 이야기에 헤겔의 모습이 겹쳐 보였습니다. 헤겔도 이 시대의 학교 풍경을 보면 혀를 내두를 듯하지만, 결과에 집착하는 사고방식이 이와 같은 폭력성을 내포하고 있는 건 아닐지 우려가 되었습니다. 지금 선생님들을 만난다면 “더 놀지 못한 게 후회가 된다”는 말씀을 해드리고 싶네요.

 

 발제를 하다 보니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 여러 질문거리를 준비해갔는데 시간이 부족해 몇 가지는 생략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굳이 묻지 않아도 많은 분이 열변을 토하고, 오디오가 비지 않는 풍경을 보며 헤겔에 대하여 더욱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헤겔은 인식이 ‘즉자-대타-대자-즉자대자’의 과정을 거치며 발전한다고 말하였습니다. ‘간장공장공장장’ 같은 발음 테스트처럼 느껴지지만, 이 이론의 핵심은 정신 내부와 외부의 실체들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인식은 외부와의 접촉을 통하여 발전한다는 것입니다. 청인지라는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저의 ‘즉자’가 ‘즉자대자’로 변화하는 경험을 하곤 합니다. 지난 시간에는 헤겔을 함께 학습하고 나아가 비판하며 ‘부정의 부정의 법칙’과 같이 더욱 고양된 사고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다음 주에는 몸조리를 잘해 세미나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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