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클럽자본 3 | 화폐라는 짐승
[북클럽자본_후기] 3권 화폐라는 짐승(5~6장)_먼지 20220629
#1
“우리 친구에게 불행한 일은, 세상에는 동업자가 많다는 사실이다. 보통은 누군가가 나랑 같은 일을 한다고 하면 기뻐야 할텐데 말입니다. 그런데 그게 ‘상품’이 되면 다릅니다. 이것이 자본주의입니다.”
“생존은 철저히 개인의 몫이며, 아무도 곁을 돌보지 않고, 누군가 굶어 죽더라도 그저 죽은 자신의 책임이 된” 사회에 살고 있다는 것은 놀랄 것 없는 지금 시대의 만연한 분위기라고도 할 수 있다.
현재의 청소년들은 같은 반 친구가 고등학교, 대학교 입시의 경쟁자가 되고, 성인이 되어서도 취업의 경쟁자가 되고, 회사 동료가 승진의 경쟁자가 되고, 같은 산업에서도, 혹은 다른 분야에서도 끊임없이 매출경쟁을 이어가는 그런 분위기를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아오고, 또 학습되고 있다.
내가 이기면 다른 누군가는 지는, 한계가 분명히 존재하는 영역내에서의 겨루기 연속, 그래서 이 사회는 누군가를 이기는 쪽에 ‘성장’이나 ‘성과’라는 긍정의 상을 부여하고, 정기적으로 그런 성과를 갱신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다. ‘연매출’, ‘연소득’, ‘연수출’, ‘연투자’, ‘0000년도 순위’…, 그런 정량적 평가를 통해 우리는 지속해서 겨루기를 지속해서 ‘성장’하고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사회적으로 길러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개인의 의지가 개입된다면 어떨까.
“성장과 성과를 요구하는 사회적인 분위기와 주어진 환경을 의심하지 않고, 사회적 잣대에 순응하고 살 것인가?”
“좀 더 차지하기 위한 경쟁과 성과내기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어떤 방법을 취할 것인가?”
“자본주의가 바탕이 된 사회적 분위기를 넘어서는 다른 방법은 있는가?”
정도의 질문을 던지고, 이미 나 있지 않은 길을 가는 방법은 없는가?
지금 우리가 마주 한 더 많이 차지하고 더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경쟁의 과몰입상태에서 조금은 벗어나, 더불어 화목하게 살 수 있는, 보다 건전한 경쟁으로 서로의 역량을 키워내고, 협력을 통해 새로운 방법을 탐색하고 사회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의 삶은 불가능한가?
실제로 새로운 방식의 협력, 협업 방식의 모델들이 특히 교육분야에서 대안으로 나타나고 있다. 자세한 설명은 궁금하신 분들이 직접 살펴보시도록 하고, 이름만 남긴다.
- 꺼꾸로 캠퍼스(한국) https://gschool.kr/
- 에꼴42(프랑스) https://42.fr/en/homepage/
#2
’사람들이 전자제품 안 산다’…삼성·LG, 쌓이는 재고에 '속앓이'
https://www.hankyung.com/it/article/202206278466g
제품이 팔리지 않는 것을 걱정하는 대기업의 걱정을 뉴스가 대신 전한다. 재고가 쌓이는 이유에 대해서는 팬데믹으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 사람들이 가전제품을 새로 들이고, 바꾸는 수요가 늘었다가 거리두기 등이 완화되면서 수요가 줄었다는 이야기다.
“재고 왜 쌓이나” 라는 설명에는 코로나19 팬데믹 때 늘어난 수요가 꺾이면서 시작됐다고 한다.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외부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가전 교체 수요가 줄었다고 한다. 덜 만들면 되지, 많이 만들어 놓고 남은 것을 고민하는 것이 참 어리석다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열 명이 온다고 밥을 준비했는데, 정작 먹은 밥은 아홉 명분일 수도 있으므로, 천문학적 매출을 자랑하는 대기업이 수요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라고 이해할 만하다.
그런데 “이 잉여에 대해서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프랑스에서 처음 알게된 레큡(la récup’, récupération, 회수, 복구, 만회 등의 의미)은 유통기한이 지나 폐기되었지만 멀쩡한 음식을 주워오는 일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슈퍼마켓 등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정기적으로 쓰레기통에 버리는데, 버리는 날은 레큡이 일어나는 날이다. 버려지는 음식이 저소득층을 도울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도록,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자는 취지로 운동처럼 실천하는 분들도 많고, 소득이 적은 학생들도 자주 참여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소모임 같은 단체들이 동네마다 있어, 단체 차원에서 음식을 모아와서 회원들과 나누기도 하고, 개별적으로 자기집과 가까운 근처 슈퍼마켓의 쓰레기장으로 직접 가기도 한다. 지금은 불법행위로, 레큡으로 적발되면 400유로(40만원정도의 가치) 정도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이런 제품을 모아서 분배하는 합법적인 단체들이 지역 곳곳에 있어 유통기한이 임박한 음식 등을 단체에 전달하면, 단체가 알아서 지역사회의 저소득층들을 위주로 분배를 하는 시스템은 활발하게 가동중이다.
출처:https://www.francetvinfo.fr/
한국에는 푸드뱅크가 있다고 한다. 1960년대 미국에서 생겨났다는 푸드뱅크가 한국에도 만들어진 것이다. 프랑스의 레큡 단체와 개념과 기능이 같은데, 음식 등을 기부하는 기업들에는 농심, 롯데칠성, 대상, CJ제일제당, SPC등 대기업들의 참여가 눈에 띈다. 한편 세금공제 같은 혜택을 악용하는 것이라는 논란이 있기는 하다.
http://www.newsia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6077
우리는 지난 시간에 화폐를 공부하면서 유통수단-화폐에 내재한 상업공황, 지불수단-화폐에 내재한 화폐공황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살짝 언급하고 지나간 자본의 생산 자체에 내재한 산업공황이 있습니다. 먼지님의 이 후기는 산업공황과 관련된 스케치로 읽을 수 있겠어요.
맑스는 산업공황의 원인을 '생산의 사회적 성격과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 간의 모순'에서 출발한다고 합니다. 즉 개별자본의 이윤추구는 경쟁이라는 외적 강제법칙을 지렛대로 하여, 전 사회적 차원의 자본과잉과 생산의 무정부성을 낳습니다. 자본주의 사회는 “생존은 철저히 개인의 몫이며, 아무도 곁을 돌보지 않고, 누군가 굶어 죽더라도 그저 죽은 자신의 책임이 된” 관계입니다.
개별자본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더많은 자본을 기반으로 더많은 상품을 생산합니다. 이때 개별자본은 '서로의 사정을 알지 못한 채 행동'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생산은 개별자본으로서는 '알수 없는 가운데 통제할 수 없는 형태로 전개'됩니다. 생산은 전사회적인 시장전망을 훨씬 뛰어넘어, 그리고 소비력을 훨씬 뛰어넘어 어떤 통제도 불가능한 채 확대됩니다. 이것이 생산의 사회적 성격(생산의 무정부성)입니다. 즉 자본주의적 생산은 개별자본으로서는 예측할 수도 통제할 수도 없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개별자본의 생산경쟁이 전사회적으로는 과잉생산(산업공황)을 낳게 됩니다.
그런데 이러한 생산경쟁과 과잉생산은 자본가가 생산수단을 사적으로 소유하고, 이를 기반으로 사적으로 이윤을 취득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입니다. 사적 소유와 사적 이윤은 자본축적의 전제이며, 이런 사회에서 개별자본의 생산경쟁과 전 사회적 차원의 과잉생산은 멈출 수 없습니다. 이것이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부르주아적 소유)로부터 생겨나는 모순입니다. 생산수단을 공동체가 소유하고 노동생산물을 공동체적으로 취득하는 사회에서, 생산경쟁과 과잉생산은 생겨날 수 없을 것입니다. 생산은 사회적으로 과잉되는데, 소유/취득은 사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한편에서는 팔리지 않는 상품(자본)이 쌓이고 다른 한편에서는 실업자(빈곤)이 쌓여, 이것은 결국 자본축적의 위기(공황)로 이어집니다. 이것이 생산의 사회적 성격과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 간의 모순입니다.
이제 과잉생산은 팔리지 않는 상품을 낳게 되고 재고가 쌓이고 공장가동률을 떨어뜨리고, 결국 노동자를 실업자로 만들어버립니다. 이처럼 자본주의적 과잉생산 공황은 생산성의 약화가 아니라, 오히려 자본과잉ㆍ생산과잉으로 인한 축적의 위기입니다. 노동자가 열심히 일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너무 많이 일하고 너무 많이 생산했기 때문에 생긴 위기입니다. 이제 노동자 자신이 생산한 상품이 노동자 자신의 일자리를 빼앗습니다. 맑스의 지적처럼, “노동인구는 그들 자신이 생산하는 자본축적에 의해 그들 자신을 상대적으로 불필요하게 만드는(상대적 과잉인구로 만드는) 수단을 점점 더 큰 규모로 생산한다.” 이것이 자본주의적 생산의 계급적 성격입니다. 노동자는 더 많이 일할 수록 더많은 실업자를 생산하고, 더 깊은 빈곤을 생산한다는 것입니다. 노동자의 생산 자체가 자본축적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